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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vard Management Update

브랜드가 문화, 문화가 브랜드 外

윌리엄 C. 테일러 | 69호 (2010년 11월 Issue 2)

필자는 최근 전미은행가협회(American Bankers Associ-ation) 컨퍼런스에서 마케팅 담당 경영자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활력이 넘치며 변화를 좋아하는 젊은 은행 마케팅 담당자들과 Y세대를 공략하는 방법에서부터 소셜 미디어의 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신상품을 설계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필자가 그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했다. 필자는 컨퍼런스에서 ‘은행 직원들까지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은행 고객들을 진정으로 배려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필자가 알고 있는 가장 창의적인 비즈니스 리더들도 비단 경쟁업체와 다른 차별적 마케팅 예를 들어, 더 대담한 광고, 더 새로운 상품, 더 공격적인 트위터 및 페이스북 활용을 선보이는 일이 성공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필자는 마케팅 부문의 지도부와 인사 부문의 지도부가 강철같이 단단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기업이 최고의 기업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해, 브랜드가 곧 문화고, 문화가 곧 브랜드라는 뜻이다.
 
이야기를 끝내자마자 캔자스 주 윈필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138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코너 은행(Corner Bank)의 경영자 자나 돕스(Jana Dobbs)가 악수를 청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돕스는 미소를 지으며 명함에 적혀 있는 자신의 직함을 봐 달라고 말했다. 명함에는 돕스의 직함이 인사 및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인사 부문과 마케팅 부문의 ‘협력관계’ 같은 건 잊어버려도 좋다. 코너 은행에서는 인사 부서와 마케팅 부서 모두가 동일한 인물에게 보고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필자는 돕스를 만나기 전 인사 및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이라는 직함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돕스에게 다른 은행가들이 그 직함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물어봤다. 필자의 질문에 돕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다들 좀 충격을 받곤 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마케팅 부문 책임자와 인사 부문 책임자는 매우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코너 은행은 대형업체들로 가득한 은행업계의 중소업체라는 점을 앞세워 캔자스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은행의 규모가 작다는 건 매일 이뤄지는 고객과 창구 직원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은행 브랜드 정체성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돕스의 설명을 들어보자. “직원이 바로 우리 은행 최고의 마케팅 도구다. 물론 광고나 웹사이트 디자인도 중요하다. 하지만 고객이 은행을 찾을 때마다 긍정적 경험을 하면 그게 바로 우리 은행의 명성이자 자산이 된다. 우리도 최신식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및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우리는 따뜻한 고향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은행을 찾는 모든 손님의 이름을 기억해 둘 정도다.”
 
이 방법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치 제안임에는 틀림없다. 코너 은행의 가치 제안은 비단 코너 은행처럼 규모가 작고 가족이 소유하는 금융기관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브랜드와 문화 간의 관계를 포용한 대기업으로는 캘리포니아 주 샌안토니오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전·현직 군인 및 군인 가족을 대상으로 보험 및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USAA(United Services Automobile Association)를 들 수 있다. USAA는 가입자 740만 명, 직원 수 2만 1000명, 연간 매출 180억 달러의 거대하고 성공적인 조직이다. USAA의 고객 충성도 순위는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며 USAA는 기술 혁신 및 뛰어난 서비스를 앞세워 전설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USAA가 뛰어난 성과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일선 직원과 고객을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USAA는 거의 전적으로 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며 1만 3000명이 넘는 고객 서비스 직원을 확보하고 있다. USAA의 훈련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USAA 직원들은 효과적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수많은 기술을 익힐 뿐 아니라 고객과 자신을 동일시하도록 훈련 받는다. 편찮으신 부모님께 돈을 송금해야 하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병사나 차를 구입할 돈을 마련해야 하는 이라크 파병 병사 아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훈련을 받는 식이다.
 
USAA의 직원들은 군입대를 앞둔 병사와 마찬가지로 훈련을 시작할 무렵 배치 서신을 받는다. 배치 서신에는 ‘내일 인력 관리 부서에 보고하고, 보고 전에 일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USAA의 직원들은 훈련 도중 이따금씩 현역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군인용 휴대 식량을 먹고, 65파운드의 군장을 하고 행군을 한다. 전장의 군인들이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낸 실제 편지도 읽는다. USAA는 직원들로 하여금 고객의 실제 삶과 감정적 요구에 몰입하게 만드는 이 과정을 ‘서라운드 사운드(Surround Sound)’라고 표현한다. 어느 컨설턴트는 “USAA보다 고객을 잘 이해하는 기업은 이 세상에 없다”고 얘기했다.

직원과 고객을 동일시한 결과 USAA는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놀라운 혁신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USAA는 금융 서비스 업계 최초로 아이폰으로 수표를 예치할 수 있도록 했다. USAA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종이로 된 수표를 아이폰으로 촬영한 다음 은행에 파일을 전송하여 예치를 요청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USAA는 금융 서비스 업계 최초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예금 잔고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USAA의 고객은 자신의 계좌번호를 적어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관련 정보가 담겨 있는 회신을 받을 수 있다. USAA는 기술 부문의 선구자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USAA가 기술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기술 자체를 중요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고객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코너 은행과 USAA의 성공이 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사내에서 특별하고, 독특하며, 주목할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시장에서 특별하고, 독특하며, 주목할 만한 존재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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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윌리엄 C. 테일러

    저술 및 강연 활동을 병행하는 기업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 매거진의 공동 설립자이자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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