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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기업도 주춤! ‘성장 정체’ 피할 길은 없는가

매튜 S. 올슨(Matthew S. Olson),데렉 반 베버(Derek van Bever),세스 베리(Seth Verry) | 5호 (2008년 3월 Issue 2)
매튜 S. 올슨, 데렉 반 베버, 세스 베리
번역 발렌티나 한 balinjap@hotmail.com
 
1996년,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로 유명한 ‘리바이스트라우스&컴퍼니(LEVI STRAUSS & COMPANY)’의 최고 경영진은 성장 정체가 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해에 회사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인 70억 달러 매출을 올렸기 때문이다. 10년 전에 비해 매출액이 두 배로 뛴 것이다. 1985년 차입매수(LBO)를 통해 비공개기업으로 전환한 후 이 회사 경영진은 최고 브랜드였던 ‘501’을 다시 출시하고, 카키색 바지 브랜드인 ‘다커스(Dockers)’도 선보였다. 또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23%에서 38%로 높였고 이익도 50% 이상 늘렸다. 1995년의 성장률은 당시 수 년 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돌연 성장이 멈췄다. 1996년 최고조에 달했던 매출액은 이후 급격히 떨어졌다. 2000년 연말 기준 매출액은 46억 달러로 4년 전에 비해 35%나 줄어들었다. 시장 가치는 더 심하게 하락했다. 당시 애널리스트들은 4년 동안 시장가치가 140억 달러에서 80억 달러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리바이스트라우스의 미국 청바지 시장 점유율도 1990년 31%였으나 1990년대 말에는 13%로 떨어졌다. 10년 간 절반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현재 새로운 경영진을 맞이한 리바이스트라우스는 전사적 차원에서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리바이스트라우스가 다른 기업보다 더 극적인 위기를 겪었지만, 3M이나 애플, 뱅크원(Banc One), 캐터필러(Caterpillar), 다임러 벤츠(Daimler-Benz), 토이저러스(Toys-R-Us), 볼보(Volvo)등 대표적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성장 정체 현상을 경험했다. 이 기업들의 사례에서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성장 정체가 갑자기 나타났다는 점이다. 리바이스트라우스처럼 대부분 기업들은 매우 빠르게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성장률이 하락하기 직전에 주요 지표들은 놀라울 정도로 호조세를 보이곤 했다. 성장 모멘텀을 상실하면 기업 전략의 받침대가 무너져 버린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연착륙은 없다’ 참조) 보통 성장 정체 현상이 올 것이란 예상을 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리의 성장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Corpora -te Executive Board(4700개 기업 임원으로 구성된 비영리기구)’는 500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경험했던 ‘성장 정체 시점’에 대해 연구했다. 여기서 ‘성장 정체’란 개념은 일시적 성과 하락 또는 일시적 조정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기업 성장과 관련한 ‘장기적인 상황의 반전(secular reversals)’을 뜻한다. 연구 대상 기업으로는 약 50년 전 포춘 100대 기업 선정이 시작된 이래 그 목록에 속했던 400여 개 기업과 이와 비슷한 규모이면서 미국 기업이 아닌 90여 개의 기업이 포함됐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성장 정체 발생 빈도, 비용, 근본 원인 등의 패턴을 밝혀냈다.(우리의 연구 접근법은 ‘성장 정체 시점 찾기’에서 간략히 설명한다)
 
양적 수치만으로 판단했을 때 리바이스트라우스는 우량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부류에 속하는 우량기업의 87%가 한 번 이상 성장 정체기를 겪었다. 기업들은 성장 정체기 동안 S&P500 지수와 비교할 때 평균 74%의 시가총액을 상실했다. 정체 현상이 나타난 후 CEO와 임원들도 종종 바뀌었다. 경영진이 성장 정체 원인을 진단하지 못하고 빨리 정상화하지 못하면 고속 성장 궤도로 다시 진입할 확률은 낮아진다.
 

 
성장 정체의 주요 원인을 심층 분석해 보니 대부분은 정체 현상을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음이 드러났다. 위대한 기업들이 추락하는 이유가 경기 침체, 신의 섭리, 정부 규제와 같이 경영진의 책임 범위를 벗어난 중대한 외부적 요인일 것이라고 가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 정체 현상의 원인은 당시에 누구나 알 수 있고 지적할 수 있는 것이었다. 표 ‘수익 성장을 막는 근본적 원인’은 우리가 심층 분석한 50개 기업의 성장 정체 원인을 보여준다. 대기업이 성장을 지속하려면 모든 일을 절대적으로 잘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장 정체의 근본 원인은 그 패턴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하거나 복잡한 것이 아니다.
 
수익 성장을 막는 근본적 원인’을 보면 성장 지체 요인의 상당수는 ‘전략’ 또는 ‘조직 설계(organi-zational design)’와 관련한 선택으로 인해 생겨났다. 즉 성장 지체 요인을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모든 근본 원인의 절반 정도는 4가지 범위, 즉 ‘프리미엄 포지션의 속박(premuim-position captivity)’과 ‘혁신 경영 실패(innovation ma-nagement breakdown)’, ‘핵심 사업 포기(pre-mature core abandonment)’, ‘역량 부족(talent bench shortfall)’ 가운데 하나에 속한다.
 
우리는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대기업들이 성장 정체를 예측하고 예방한 사례를 분석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줄 것이다. 또 경영진이 왜 이런 정체 상황들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는지 원인을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성장 정체기에 다가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성장 정체 원인을 이해해야 성장 정체기를 피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4가지 성장 정체 원인을 살펴보자.
  
성장 정체 시점 찾기
대기업에 만연하고 있는 성장 정체 위기, 비용과 그 원인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1955년 이래 포춘지 선정 100대 기업에 오른 400개 이상의 기업과 미국 이외의 9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500여 기업의 50년치 데이터는 2만5000년 분량의 역사적 자료를 제공했다. 광대한 역사적 자료를 조사한 결과 기업의 성장률이 멈추고 기나긴 하락의 시기로 빠져드는 시점을 파악했다.
우리는 모든 기업의 수익 성장 자료 분석을 시작으로 어떤 기업들이 언제 성장 정체를 겪는지 규명했다. 각 기업 수익의 10년 전후 연평균복합성장률(CAGR)을 계산했다. 잠정적 성장 정체 시점 기준 10년 간 CAGR이 최소 2%이고, 10년 전 CAGR과 10년 후 CAGR의 차가 최소 4% 포인트 이상이며, 10년 후 CAGR이 6%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 특정 연도에 성장 정체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규명한 기업의 성장 정체 시점을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장 정체 시점을 파악하고 나서 성장 정체가 발생하는 원인을 연구했다. 심층 분석을 실시하기 위해서 500여 개의 기업 중 산업군, 기업 설립연도 등을 대표할 수 있도록 50개 기업을 선정했다. 재무 보고서, 출판 자료, 사례 연구, 개인 인터뷰 등 해당 기업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조합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성장 정체 원인이 되는 세 가지 요인을 규명했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정체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이들을 특성에 따라 분류했다. 사례 연구를 통해 일반화 하는 귀납적 방법으로 프레임워크를 고안했다.(‘수익 성장을 막는 근본 원인’ 참조)
독자들은 우리가 이익, 가치 등과 같은 다른 수치보다 왜 매출 자료를 분석에 사용했는지 궁금해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충분한 검토 후에 두 가지 이유를 가지고 매출 자료를 활용했다. 첫째 다른 어떤 지표보다 매출 성장은 기업의 장기적 성과를 가져오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다. 이익 없는 매출 증가가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익 관리를 통한 성장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 두 번째 이유는 더 단순하다. 매출액은 자료 조작이 매우 어렵다. 반면 시장 가치와 이익 수치는 변동성이 너무 컸다. 매출 증가 자료는 기업 성장 역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전환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였다.
우리 연구의 방법론, 연구 결과 등에 대한 추가적 논의는 웹사이트(www.stallpoints.executiveboard.com)의 FAQ에서 할 수 있다.


프리미엄 포지션의 속박
우리는 심각한 수익 정체의 가장 큰 원인을 ‘프리미엄 포지션의 속박’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기업이 새롭게 등장한 저가 경쟁자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거나, 제품의 특색에 대한 고객들의 가치 평가가 심각하게 변화하는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경영진이 오랫동안 이어져온 성공의 역사에 갇혀있다는 뜻에서 ‘속박(captivity)’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시장에서 프리미엄 포지션을 굳건히 유지한 기업들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경쟁자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고립 상황에 처하게 된다. 프리미엄 포지션에 있는 기업들은 역사적으로 경쟁우위를 제공해왔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또 위기에 직면하더라도 느리게, 그리고 아주 조금씩 변화한다. 기업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는 일이 약점을 강화하는 일로 바뀌면 아주 잔인한 상황 반전 현상이 발생한다.
 
독자들은 프리미엄 포지션 속박이라는 개념이 클레이튼 크리스텐센 하버드대 교수의 기념비적 저서 ‘성공기업의 딜레마(하버드 비즈니스스쿨 프레스, 1997)’에서 제시한 ‘기술 와해(technology dis-ruption)’라는 개념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0년 간 포춘 100대 기업의 방대한 자료를 살펴보면서 우리는 크리스텐센의 혜안을 떠올렸다. 선두 기업들의 프리미엄 포지션 속박을 연구하면서 수많은 경영진이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한 거드름(disdain)과 거부(denial), 합리화(rationalization)의 순환 과정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이스트만 코닥, 캐터필러 같은 가격과 품질의 선두 업체들은 외국의 신규 시장 진입자들로 인해 발생한 위협에 대해 적기에, 그리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거나 의지조차 없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하인즈, P&G 처럼 상징적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들은 수십년 간 장기적으로 투자한 브랜드가 저가 업체들의 공세 속에서도 자신들의 고가 제품을 보호해줄 것으로 믿었을지도 모른다. 여유있게 고안된 성과 매트릭스에 의존했던 컴팩과, 알트리아 그룹의 계열사가 된 필립모리스는 1990년대 초반에 발생한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리바이스트라우스의 성장 정체 현상은 프리미엄 포지션 속박의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고객의 수요를 전략에 잘 반영하지 못해 성장 정체 과정을 겪었다. 핵심 시장에서 고객들의 선호도가 변하고 새로운 행동양식이 등장했지만 회사 조직과 시장 동향 파악 관련 부서는 이런 변화를 감지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 회사는 신규 시장 진입자들이 차별화 제품으로 기반을 잠식하고 있을 때도 기존 제품과 서비스에만 투자했다.
 
1990년대 초반 리바이스트라우스는 GAP 및 다른 유통업자들과의 관계 악화, 디자이너와 소매업자들의 저가 고급 청바지 출시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유통업체 브랜드(house brand) 제품과 수퍼 프리미엄급 디자이너의 청바지는 기업의 수익 성장이 계속되는 한 감당할 만한 또는 무시할 만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 정체는 명확해졌다. 리바이스트라우스는 자사 유통 전략이 고비용을 초래하고 있으며 자사 상품이 청바지 시장의 고가나 저가 수요에 모두 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회사 경영진은 성장 정체에 관한 시장 자료를 임직원에게 숨긴 것이 아니라 ‘잡음(noise)’과 ‘신호(signal)’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 것이다. 기업의 성공이 오히려 데이터 해석에 방해가 됐다. 이 사례는 위협 요인 파악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매출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고민을 하겠는가. 1999년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고든 생크는 “모두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신호를 읽지 못했거나 무시한 것”이라고 인정하며 후회했다.
 
비록 프리미엄 포지션 속박이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하더라도 외부 시장이나 경영진의 태도 혹은 행동을 보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프리미엄 포지션이 언제 덫으로 바뀌는가?’ 참조) 마케팅 자료에서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거나, 특히 고객 집단이 점점 줄어들거나, 핵심 고객들의 서비스에 대한 저항감이 늘어나는 상황 등을 통해 문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 여러분들이 평소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과는 다른 측면에 초점을 맞춰보면 문제가 드러날 수도 있다. 만약 일반적으로 여러분들이 고객 1인당 이익을 주로 고려해왔다면, 이 수치가 상승할 때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고객 한 사람에게 구매를 유도하기까지 소요되는 비용이 급증했다면 당신은 이런 사실을 잘 알아차릴 수 있을까? 경영진의 태도와 관련해서도 주의해야 한다. 당신은 경영진이 갑작스럽게 성공한 경쟁 기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혹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성공한 기업에 대해 말할 때 그 어조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보통 이들을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무시하고 지나가는가? 경쟁 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경쟁 기업의 규모나 경쟁 우위 요소가 인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의 시장 참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가? 이런 행동은 매우 흔한 것이지만 어떤 선도기업도 감당하기 힘든 사치스러운 일이다.
 
[DBR TIP] 프리미엄 포지션이 언제 덫으로 바뀌는가?
 
모든 산업의 선두 기업은 △프리미엄 포지션을 구축하고 △시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고객 집단을 보유하면서 △높은 성과를 내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높은 가격 정책을 편다. 이 기업들에게 상품 개발을 가능케 하는 조직적 역량, 브랜드 관리, 마케팅 전략은 큰 자부심이다.
 
그러나 저비용 구조를 갖춘 경쟁 기업의 등장, 천천히 시작되지만 금방 바뀌어 버리는 고객 취향의 변화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이 의지하던 경쟁 우위는 약점으로 변해버린다. 제품 혁신을 하더라도 가격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 브랜드 파워로는 더 이상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시장의 선두주자 자리를 유지하던 기업의 모든 비즈니스 절차와 활동은 전략 전환에 걸림돌이 된다.
 
프리미엄 포지션 속박의 시작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래에 제시된 6개의 단답형 질문을 통해 시장 위협 요인의 인지, 경영진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위협 요소, 프리미엄 시장 잠식 여부를 인지할 수 있는 지적 능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 환경에서 파악할 수 있는 부분
- 프리미엄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 경쟁자에게 우리의 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는가?
- 상품의 프리미엄 가격을 인정하지 않는 고객들이 증가하고 있는가?
경영진의 태도에서 파악할 수 있는 부분
- 프리미엄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 경쟁 기업이 같은 비즈니스 또는 동일한 상품 집단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영진이 무시하는가?
- 프리미엄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 경쟁 기업과 저가 전략을 펼치는 시장 진입자가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고가 시장을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무시하는가?
시장과 경쟁 기업 조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부분
- 상위 고객과 관련한 시장 조사를 하면서도 2차, 3차 고객 집단의 행위 변화 조사에 실패했는가?
- 경쟁 위협 요인을 분석할 때 프리미엄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 경쟁 기업과 저가 전략을 펼치는 시장 진입자를 제외하는가?
 
2개 이상의 질문에 “예”라고 답한 경우 시장과 경쟁 기업에 대한 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 조사의 목적은 프리미엄 특성과 저가 전략 경쟁자의 성과를 파악하는 것이다. 4개 이상의 질문에 “예”라고 응답한 경우에는 기업이 18개월 이내에 저가 전략 경쟁자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현행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는 긴급 대책을 즉시 세워야 한다.
 
혁신 경영 실패
성장 정체의 두 번째 원인은 혁신 경영 실패다. 이는 기존 상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내부 프로세스를 운영할 때 만성적으로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다. 상품 혁신 활동의 기초 연구개발에서부터 상품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 만연해 있다.
 
혁신 경영 실패로 매출 성장이 정체된 기업들에게 개별 상품 출시 실패는 문제의 핵심이 결코 아니다. 코카콜라의 경우 ‘New Coke’란 신제품의 실패 때문에 일시적으로 성장이 주춤해졌지만 그로 인해 기업의 성장세 자체가 변하지는 않았다. 이와 달리 우리가 밝혀낸 급격한 성장 정체는 시스템의 비효율성 또는 역기능 때문이다. 대부분 대기업들은 점진적으로 발전된 순차적 제품 혁신 모델을 갖추고 있다. 이런 모델은 조직의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인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단기간에 개선하지 못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연구개발(R&D) 활동을 본사 헤드쿼터에서 사업부 단위로 이전한 기업들을 연구하면서 우리는 매우 주의해야 할 점을 발견했다. 이런 조직개편의 이면에는 R&D부서가 시장과 더 가까이 있고 개별 사업부 전략을 잘 반영하면 투자대비 이익률이 더 높아질 것이란 가정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분권화(decentralization) 조치가 신제품 출시로 인한 급격한 매출 증가라는 명시적(혹은 암묵적인) 요구와 결합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 미래의 대규모 제품 플랫폼 구축과 같은 지속성장을 위해 사용해야 할 R&D 비용이 줄어들고 대신 소규모의 사소한 개선 제품에 자원을 초과 할당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1970년대 3M이 대표적 사례다. 1970년대 3M은 수십 년의 급성장 이후 성장 정체를 겪었다. 3M은 1902년 설립된 이래 혁신적 상품을 개발해 프리미엄 포지션을 차지했고 시장이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 새로운 시장을 구축하는 등 명확한 성공 공식에 따라 움직였다. ‘기업 노래기(millipede, 지네와 닮은 절지동물)’ 혹은 ‘조금 만들고, 조금 팔고, 조금 더 만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전략에 따라 1970년대 초반까지 6만 개 이상의 상품(대부분 상품은 매출이 1억 달러 이하임)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기업 전체 매출액의 25%이상이 출시된 지 5년이 안된 상품에서 창출됐다.
 
3M이 50억 달러의 매출 달성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틈새시장 공략 전략을 기반으로 한 잠재 성장률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반 경기 불황이 닥치자 3M 경영진은 R&D 비용을 과거 평균치보다 낮은 연간 매출액의 6% 조금 넘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대부분 R&D비용을 42개 부서에 할당하기로 결정했다.
 
각 부서가 훨씬 더 좁은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자 전체 성장률이 낮아졌다. 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1979년 17%에서 1982년 1%까지 낮아졌고, 직원 1인당 매출도 동시에 하락했다. R&D 예산이 제품 중심의 사업부에 의해 통제되면서 주요 신상품 개발 활동은 사실상 사소한 제품 개선 활동으로 대체됐다. 앨런 F. 제이콥슨 전 최고경영자(CEO)는 이 시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우리의 이익 창출 요인과 틈새시장을 겨냥한 고가 제품 개발 선호 성향을 감안해보면 우리는 가격만으로 경쟁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제조 역량은 잘 발달하지 않았던 것이죠. 경쟁자가 우리를 추격해올 때 우리는 그들과 직접 경쟁하려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찾는 우리만의 혁신 방식이 항상 더 쉬운 길입니다.”
 
혁신 경영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은 결과적으로 수익 정체를 유발할 수 있다. 우리는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모든 의사 결정 과정과 관련 활동들이 이와 같은 취약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강력한 단서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단서는 전체 R&D 지출 수준이 아니라 관련 예산이 어떻게 지출됐는가 하는 것이다. 고위 경영진은 사소한 개선과 차세대 상품 개발 투자 간 균형을 점검하기 위해 사업부서 차원의 자금 조달 의사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가? 혁신을 위한 기업 차원의 자원이 사업부 차원의 사소한 혁신을 위한 자원과 별개로 편성되어 있는가? 혁신 관련 예산의 일정 부분이 현존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저가 버전을 만드는 일에 할당되어 있는가 등을 점검해야 한다. 혁신 과정에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수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핵심 사업 포기
수익 정체의 세 번째 원인은 핵심 사업을 조기에 포기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핵심 사업에서 성장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존하는 고객, 상품, 유통 채널과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사업체를 인수하고, 확장하려는 정책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부류의 문제는(1990년대 이후의) 최근 경영 논문에서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아마도 이런 영향 탓인지 핵심 사업의 조기 포기로 인한 성장 정체는 대개 1990년 이전에 주로 나타났다. 우리는 핵심 사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했던 많은 컨설팅 업체의 주장을 신뢰하고 있다. 특히 ‘크리스 주크’, ‘베인 & 컴퍼니’등이 이런 주장을 한 대표적 업체였다.
 
우리는 포춘 100대 기업들이 핵심 사업을 지속적으로 키워내는 데 있어 달인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와 반대로, 사모펀드들의 기업 인수가 확산되면서 많은 상장기업들이 현재(다각화된) 사업을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는 거의 예외 없이 핵심 사업을 더 키워낸다는 전략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반면 많은 상장기업 경영진은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구하지 않으려 하거나 추구할 수 없다.
 
우리가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두 가지 실수는 ①핵심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믿거나 ②핵심 비즈니스 운영에 장애가 나타났을 때 경쟁하기 쉬운 분야로 사업 중심을 옮기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두 가지 실수를 한 경우 모두 예외 없이 경쟁 기업 중 하나가 과거 프리미엄 위치를 차지하던 기업을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1960년대 후반 RCA의 CEO이자 데이비드 사노프의 아들인 로버트 사노프는 “아버지 세대가 구축한 가전제품의 혁신 세대는 끝났다”고 판단하는 실수를 했다. 연구소장이었던 제임스 힐리어도 “가까운 장래에 가전제품과 관련해서 발명해야 할 모든 것을 이미 물리학자들이 해냈다”고 단언했다.
 
물리학자들이 계속 기술을 발전시켜 나간다고 해서 사노프를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는 세 가지 새로운 성장 정책을 추구했다. 첫째, 1920년대 이후 기술 개발이 RCA 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선택했다. 둘째, 마케팅이 향후에 중요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소비재 분야 기업 인수에 대규모 자원을 투입했다. 셋째, 가전제품 개발에 투입되던 내부 자원을 마케팅과 브랜드 관리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이 때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RCA의 핵심 시장에서 혁명적 사업을 하기 위해 창업을 준비했다.
 
핵심 성장 사업과 관련한 착오는 경영진이 핵심 사업을 너무 간단하게 포기해버린다는 것이다. K마트가 대표적 사례이다. 대형 할인유통업체인 K마트는 시어스(Sears)의 성공적 경쟁자로 1960년대와 1970년대 경쟁 업체의 시장을 끊임없이 잠식했다.
 
1976년 K마트는 전국에 271개 지점을 개설하며 성장의 정점에 달했다. K마트 측은 이 시점이 한계라고 생각했다. 핵심 사업에서 확장을 계속하던 K마트는 미국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했다고 판단했다. K마트 회장 로버트 듀워는 새로운 성장을 위해 특별 전략 그룹을 만들었다. 그는 1990년까지 매출의 25%는 새로운 분야에서 창출해야 한다는 성과 목표를 세웠다.
 
K마트의 선택에서 가장 문제였던 점은 경영진이 다각화를 통한 성장을 도모했다는 점이 아니다. 물론 월마트가 당시 역량을 키우려고 했던 것을 감안해볼 때 K마트 경영진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고 사후적으로는 판단할 수 있다. K마트 경영진의 가장 큰 잘못은 경쟁기업들이 이미 벤튼빌과 아칸소 주에서 시도했던 유통과 재고 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점검하고 이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1980년대 초반 월마트는 위성과 연계해 자동 재구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K마트는 시카고의 ‘퍼스 카페테리아’와 ‘비숍 뷔페’는 물론이고 피자가게와 비디오점을 인수했다. 이후 월마트는 ‘크로스도킹 유통 시스템(창고나 물류센터로 입고되는 상품을 보관하지 않고 곧바로 소매점포에 배송하는 물류시스템)’ 구축에 투자를 했다. 반면 K마트는 ‘PayLess Drug Stores’, ‘Sports Authority’, ‘OfficeMax’같이 관련 없는 사업으로 확장했다. 1980년대 말 K마트는 월마트 유통 역량에 비해 적어도 10년은 뒤처졌다. 반면 월마트는 유통 비용 절감으로 매출 1% 이상의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K마트는 계속 뒤처졌고, 실제로 비관련 다각화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게 됐다.
 
성장 정체를 알리는 적신호 중 가장 분명한 것은 경영진이 특정 생산 라인이나 사업부 등에 대해 ‘성숙 단계’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성장률과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한 BCG 매트릭스에서 ‘Cash Cow’부분에 해당하는 핵심 사업에 투자하지 않아서 경영진이 이득을 볼 일은 없다) 기존 비즈니스는 확고한 수익 목표를 갖고 관리해야 한다. 경영진은 가장 성숙 단계에 도달한 비즈니스에도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새로운 잠재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해야 한다.

역량 부족
네 번째 원인은 역량 부족이다. 전략 실행을 위한 경영진과 직원의 기술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역량 부족은 많은 산업에서 이미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능력 있는 인재의 부족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인사 부서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했고, 고성장 시장뿐만 아니라 전문 기술 분야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현상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성장 정체의 원인인 역량 부족은 단순한 능력 부족이 아니라 기업의 핵심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량(예를 들어 판매 기술이나 소비자 마케팅 역량 등)이 부족한 현상이다.
 
기업 내부의 숙련도 부족은 내부 승진 정책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해서 예상 밖으로 발생한 결과다. 내부 조직 문화가 강한 기업에서 종종 나타나는 내부 승진 정책은 성공적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하는 초기 단계에는 성장에 기여한다. 그러나 외부 환경에 새로운 위협 요소가 등장하거나 경쟁이 심화됐을 때 이 정책은 기업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
 
역량 부족으로 발생하는 중요한 문제는 경영진의 경험 부족으로 전략적 이슈에 적기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경험 부족으로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현상은 경영진이 매우 진부한 내부 선례를 따른다는 점이다. 1994년 성장 정체기를 경험한 히타치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당시 히타치는 일본 GNP의 2%를 차지했다. 히타치의 매출 성장이 하락세를 보인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히타치의 경영진은 그룹 내 에너지와 공업 관련 기업 출신이었지만 정작 성장의 동력은 다른 분야에 있었다. 이런 편협함은 혈통주의와 관련이 있다. 역사적으로 히타치는 엔지니어링 분야를 중시하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었고 이로 인해 MBA나 다른 비즈니스 관련 학위를 가진 최고경영자가 없었다. 그러나 2010년에 100주년을 맞는 히타치는 변화를 시도했다. 2006년 회장이자 최고운영책임자로 선임된 카즈오 후루카와는 정보통신시스템 분야 출신이다. 그는 중공업 분야를 거치지 않은 첫 회장이다.
 
경영진을 구성하는 기존 멤버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줄 수 있는 신입 멤버 간 균형을 점검하는 기업들은 거의 없다. 게다가 대기업 경영진들은 새로운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대부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임 경영진이 18개월 이내에 퇴직할 확률이 35∼40%로 이 통계 수치는 느린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또 경영진 역량 개발 프로그램은 앞으로 닥칠 도전 과제들을 해결할 새로운 역량 개발보다 현재의 리더십에 필요한 역량 학습에 치우쳐 있다.
 
우리는 ‘혼합 경영(mix management)’이라는 방법을 통해 경영진의 역량 균형을 확보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기업의 성장률과 경영진의 배경 분석을 바탕으로 살펴본 결과 경영진의 10∼30%가 외부 인재로 구성됐을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나 이사회에서는 이런 수준에서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게 바람직하며, 직급 상위 5% 정도의 직원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하면 좋다.
 
알고 있던 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때
앞서 제시한 네 가지는 성장 정체의 근본 원인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우리의 분석에서 작은 비중을 차지한 원인으로는 실패한 인수, 핵심 고객에 대한 지나친 의존, 산만한 전략, 인접 실패(adjacency failure), 자발적 성장 둔화 등이 있다. 이를 철저하게 관찰하면 성장 정체를 유발하는 요인들을 약화시킬 수 있다. 모든 연구 사례에서 나타난 문제 중 하나는 경영진이 외부 환경에 맞게 기업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기본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략과 외부 환경 간의 격차가 존재하는, 또는 크게 벌어지는 상황을 경영진이 인식하지 못하거나 우선순위 선정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인식의 부재는 경영진을 함정으로 몰아넣기 때문에 특히 심각한 문제다. 전략적 가정은 직접 경험에서 우러나는 고객, 경쟁 기업, 기술 등에 관한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전략적 가정은 전략적 계획에 반영되고 운영 지침으로 바뀐다. 결국 전략적 가정은 정설로 굳어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개별 사례를 연구할 때 팀에 가장 오래 또는 깊게 존속한 전략적 가정이 팀을 망치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종종 발견했다.
 
최고 경영진이 전략적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일이 경영진 업무의 본질에 반한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CEO와 경영진은 일관성 있는 자세로 확고하게 비전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흔히 여겨진다. 다른 이유는 인간 본성이다. 자기반성(introspection)과 자기회의(self-doubt)는 대기업 임원에게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특성이 아니다. 세 번째 이유는 과정이다. CEO들은 그들의 고민을 안심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대부분 기업의 연중 계획에 있기 마련인 유일한 기회(차기 년도 전략적 계획 검토)에서는 심도 있는 대화를 거의 이끌어내지 못한다. 실제로 모든 전략적 계획 양식에서 ‘가정과 위기’부분은 심도 있게 다뤄져야 할 부분이 아니라 사전 연습 단계로 취급된다.
 
전략적 가정 세우고 검증하기
경영진이 조직의 성장 정체와 관련한 취약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우리는 두 가지 도구를 제공한다. 첫 번째 도구는 자가 진단 테스트다. 기업들이 정체기를 예측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 팀은 상당한 시간을 이익 감소부터 R&D 지출 패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무 매트릭스 연구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헛수고였다. 적어도 대중에게 공개된 재무 매트릭스들은 전략의 생명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변화를 꾀하기에는 너무 뒤처지는 정보만 제공했다.
 
연구 결과, 다음과 같이 질문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진의 시각에서 봤을 때 시장, 경쟁 기업의 행태, 내부 실행 성과에서 정체기가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세부 사례 연구를 통해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한 정체 경고 신호를 살펴봤고, 기업의 경험에 내재돼 있는 50가지 적신호를 밝혀냈다. 우리의 연구 내용이 당신이 속한 기업의 정체 신호를 더 빨리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성장 정체를 알리는 적신호’ 참조)
 
두 번째 도구는 경영진이 활용하는 도구를 바탕으로 고안한 네 가지 실행 사항이다. 두 가지는 구체적인 전략적 가정을 세우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다른 두 가지는 해당 가정이 실정에 맞고 정확한지 검증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이 실행 사항들의 특징은 기업의 업무 흐름(개인이나 팀의 업무)에 내재돼 있거나 핵심 운영 시스템에 속해있다는 점이다.
 
핵심 신념 확인 팀을 가동하라(Commission a core -belief identification squad)이 사항은 실행하기 쉽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산업에 가장 깊게 내재된 가정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부서에서 참여하는 협업 팀을 구성해야 한다. 컨설팅 회사 스트래티고스(Strategos)에서 게리 하멜과 그의 동료들은 이 사항을 실행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팀은 현재의 통념에 거의 물들지 않은 젊은 신입 직원 상당수를 포함한다. 이 팀이 뿌리 깊은 신념에 도전하고 매우 어려운 이슈를 제기할 준비가 됐을 때 이들의 노력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속한 산업은 무엇이고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와 같은 실상 확인작업과 △고객이 말하더라도 절대로 들으려 하지 않는 10가지 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 △산업 내 ‘규칙’을 깨고 성공한 기업과 이 기업들이 극복했던 관례 등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과 같은 도발적 방법들을 활용할 수 있다.
 
한 소비재 선두 기업은 장기적 성장의 길로 나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또 수년간 유지된 관습을 바꿔보기 위해 이 방법을 사용했다. 우리는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이 방법을 선호한다. 첫째, 이 방법은 전통적이고 폐쇄적인 전략 논의와 신용을 잃기 쉽고, 참가자 수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전사적 차원의 혼잡한 논의 간 적절한 균형을 이루게 한다. 둘째, 이 방법은 일반적 공감대가 형성된 분야와 한창 이슈로 떠오른 분야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게 한다.
 
프리모텀 전략적 분석을 수행하라(premortem은 강제적으로 무기력한 상태를 만든다는 의미)많은 리더들은 앞으로 5년 안에 비즈니스 잡지에 실릴 것이라 가정하고 미래의 성공(혹은 실패)을 위한 비전을 경쟁적으로 작성하도록 한 팀에 지시하는 것이 상당히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HBR 2007년 9월호의 ‘프로젝트 프리모텀 수행하기’ 참조) 일반적으로 이 과정은 전 세계의 능력 있는 최고 경영진이 1∼2일 간 사무실 밖 모임을 가질 때 실행한다.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이슈를 통해 경영진은 가장 신중하게 검토해 봐야할 핵심 신념을 파악할 수 있다.
 
예비 임원진(shadow cabinet)을 구성하라 포춘지 선정 250대 제조 기업들에 따르면 예비 임원진에 속하는 구성원은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경력을 쌓고 있으며 임원급 승진을 앞둔 직원들로 구성된 상비 팀이다. 이들은 항상 임원회의 전에 미팅을 하는데, 이들이 제시한 안건은 다음 날의 안건과 흡사하다. 또 발표자는 예행연습을 하고 사후 점검을 통해 팀 내 논의와 의사 결정에 기여한다. 예비 임원진 구성원들은 돌아가면서 임원회의에 참석한다.
 
예비 임원진 구성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예비 임원진에 참여하는 직원은 강력한 훈련을 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 임원들이 보통 현재 전략에 내재된 가정에 구속당할 때 믿을 만하고 전문적 지식을 갖춘 예비 임원진이 신선한 견해를 제공한다. 우리가 이 아이디어를 제공했을 때 대부분 임원들은 자신들의 조직에는 이 아이디어가 해당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임원회의 안건은 기밀 사항이 많다”, “우리 임원진은 참을성이 부족하다”, “할 일이 너무 많아 보인다”라고 응답했다. 우리도 예비 임원진을 구성하는 방안이 모든 경우에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기업의 결점을 솔직하게 지적한 사람이 실질적인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이사회에 참석한 적도 있다. 이런 조직이라면 이 아이디어를 적용하지 않는 게 좋다. 이 경우 이를 실행한 직원에게 해가 될 뿐만 아니라 기대했던 효과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전략검토에 벤처 투자자를 초대하라 외부의 견해를 전략적 가정에 반영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은 능력 있는 벤처 투자자에게 사업부 전략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잠재적 약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사업부 매니저가 얻는 이득은 주로 특정 도전 과제에 대한 것이지만 벤처 투자자의 검토를 통해 실용적 관점의 확보라는 일반적인 이익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벤처 투자자의 접근법은 실행 후에도 그 영향력이 남아 있다. 벤처 투자자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질문과 방법들은 향후에도 그 핵심을 재활용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실행할 때 겪는 명확한 어려움은 충분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정도로 지식을 갖추고 있고, 기밀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외부 인사를 확보하는 일이다.(사모펀드 투자 집단의 대표들은 첫 번째 조건에는 부합하지만 두 번째 조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 아이디어를 도입한 어떤 조직은 벤처 투자자와 공동으로 투자를 해서 상호 신뢰를 쌓기 시작했다.
 
기관 투자자와 달리 벤처 투자자는 투자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일에 익숙하고, 파트너 기업에서 비슷한 활동을 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기관 투자자에게 이 경험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벤처 투자자의 견해는 시장, 고객, 경쟁 기업에 대한 가정을 현재 상황에 맞춰 점검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일상화된 기업 업무 과정에 위기감을 불어 넣는다. 투자 제안에 대한 논의는 별개로 진행된다. 벤처 투자자에게 자금 조달 관련 결정은 매번 선택 가능한 사안이다. 벤처 투자자는 확실한 성과가 달성됐을 때만 추가적으로 투자한다. 

전략상 역량(competences) 새롭게 하기
이 글에서 우리가 추천한 방법들은 현재 수 없이 많이 소개된 다른 아젠다들과 경쟁 해야 할 것이다. 성장 정체에 대한 우리의 논의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그 결과가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성장이 정체되면 성공적이라고 인정받던 기업도 추락하고 재정적, 인적 손실을 입게 된다. 또 그 영향은 영구적일 수 있다. 정체기가 길어짐에 따라 재기 확률도 급격하게 떨어진다. (‘지연으로 인한 장기적 효과’ 참조)
 
위급함이 더해지면 이 모든 신호는 가까운 장래에 정체 위험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릴 것이다. 이런 관심이 특히 더 필요한 것은 이미 확립된 비즈니스 모델의 번영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조기에 파악해야 할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우리가 여기에 간략히 제시한 실행 사항들은 조기 경보 역량을 확보하게 만든다. 이 실행 사항들은 전략이 3개월 혹은 1년에 한번 다뤄지는 것이 아닌, 일상 대화 소재로 자리 잡게 하고, 기업 내 모든 단계의 매니저들이 이 대화를 주도하게 한다. 10년 전 클레이튼 크리스텐센 하버드대 교수는 경영진이 전략적 사고를 다른 활동에 비해 비교적 가끔 하기 때문에 전략적 사고 능력이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HBR 1997년 12월호 ‘전략 세우기: 경험 학습’ 참조). 대기업의 전략 수립을 배우는 학생 입장에서 우리는 문제가 악화됐을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떤 문제가 전략 안건으로 있더라도 성장 정체기에 관한 안건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 우리가 제공한 도구들은 경영진이 계속적으로 정확성을 검증하고 정체를 유발할 수 있는 가정의 취약점을 발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 도구들이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는 위험에 대처하는 가장 강력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DBR TIP] 성장 정체를 알리는 적신호
 
성장 정체기를 극복하려고 하는가? 50가지 적신호를 진단하는 조사가 성장 정체 위험을 적시에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래에는 프리미엄 포지션 속박에 관한 적신호의 샘플을 제시했다. 조사의 다른 부분에서 다른 위험도 강조했다. 경영진 또는 예비 경영진이 관심 갖는 부분을 자유롭게 찾아 볼 수 있다.
 
- 우리 기업의 전략 수행에 중요한 시장과 역량에 대한 가정이 아직 정립돼 있지 않다.
- 우리는 시장 범위에 대한 개념 정립을 하지 않았고, 따라서 최근의 경쟁자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
- 우리는 수년간 핵심 시장에 대한 개념 정립을 하지 않았고, 따라서 시장 점유율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
- 우리는 핵심 고객 집단의 상품·서비스에 대한 가치 기준 변화를 가끔 점검한다.
- 고객의 수요를 신상품,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경쟁기업보다 효율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
- 우리 기업의 프리미엄 브랜드나 서비스에 프리미엄을 지불하려는 핵심 고객이 줄고 있다.
 
저자들이 적신호에 대해 논의하고, 성장 정체를 진단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싶은 경우 stallpoints.multimedia.hbr.org를 참조한다. www.stallpoints.executiveboard.com에서 진단 조사 전체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매튜 S. 올슨(Matthew S. Olson)과 데렉 반 베버(Derek van Bever), 세스 베리(Seth Verry)는 미국 워싱턴DC의 최대 자문그룹인 ‘Corporate Executive Board’에서 각각 전무, 개인정보 최고책임자(CRO·Chief Research Officer), 상무로 일하고 있다. 이 기사는 올해 출판 예정인 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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