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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문센의 탐험, 불가능에 도전하라

박성혁 | 62호 (2010년 8월 Issue 1)
신사업은 말 그대로 과거와는 다른 분야의 사업을 하는 것인 만큼 성공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신사업을 추진할 때는 사전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파악하고 적절한 대비를 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신사업은 오지탐험에 견줄 만하다.
 
오지탐험 역사 중 가장 극적인 사건으로 아문센의 남극탐험 이야기를 꼽을 수 있다. 당시 아문센은 탐험가 스콧과 남극점 도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했다. 아문센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많은 위험요소들을 생각했고 이에 철저히 대비해 남극점에 스콧보다 먼저 도착했다.
 
당시 아문센은 남극점을 공략할 인원으로 9명을 선발했다. 스콧은 이보다 훨씬 많은 55명으로 팀을 구성해 탐험대를 꾸렸다. 소수 정예대원들로 탐험대를 구성한 아문센은 스콧처럼 로스 해를 남극 탐험의 시발점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문센은 로스 섬에 배를 대고 육로로 이동하지 않았다. 그는 더 안쪽의 빙붕(바다가 얼음으로 내내 덮여 있는 곳)으로 배를 정박시키고 이동해 스콧보다 남극점에 100km 더 가깝게 접근한 상태에서 출발했다.
 
또 조랑말에 의지한 탐험계획을 세운 스콧과 달리 아문센은 북극 에스키모들이 이용하는 개썰매를 수송수단으로 삼아 추위에 대비했다. 늑대와의 교잡종인 북극 개들은 추위에 매우 강한 데다 여러 마리가 썰매를 끌기 때문에 어쩌다 한 마리가 크레바스(빙하의 표면에 생긴 균열)에 빠져도 구해내기 쉬웠다. 또 설사 한 마리가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상대적 부담감이 적어 남극과 같은 추운 지역 탐험에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비상 시 개를 식량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한몫 했다.
 
게다가 아문센의 탐험대는 사전 답사를 통해 곳곳에 저장소를 설치했다. 기후가 나빠져 저장소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주위에 많은 깃발을 꽂아놓았다. 이와 함께 썰매가 무겁다는 대원들의 말에, 무게를 대폭 줄이고 썰매에 바퀴를 달아 이동 속도를 빠르게 했다.
 
반면 스콧은 예상외로 조랑말이 추위에 약해 남극점으로 향할 때는 몇 마리 밖에 움직일 수 없었다. 또 준비했던 자동썰매는 고장이 나서 사람이 무거운 썰매를 끌어야 했다. 이로 인해 예정보다 일정이 지연됐으며 탐험기간이 늘어나 식량 문제까지 생겼다. 결국 스콧은 아문센에 비해 5주나 늦게 남극점에 도착했다. 게다가 남극점 최초 도달에 실패했다는 절망과 좌절 속에서 이들은 복귀 도중 모두 숨을 거두었다.
 
그렇다면 신사업을 준비하는 조직이나 회사의 관점에서 아문센과 스콧의 남극탐험 준비과정을 어떻게 봐야 할까?
 
아문센은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자원을 사용하기보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남극 탐험과 같은 오지를 탐험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을 식량 문제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첫째, 아문센은 배를 남극 근처까지 몰고 가는 위험을 택했지만 그 대신 식량을 절약했다. 둘째, 팀을 최소 인원으로 꾸려 식량 소비를 최소화했다. 셋째, 돌아올 때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장고를 설치했다. 넷째,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개를 식량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고려했다.
 
이런 아문센의 남극 탐험 방식은 기업의 신사업 전략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기업은 신사업을 전개할 때 모()기업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초기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신사업에 투입되는 자원을 최소화해서 설사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추가적인 위험상황을 가정해 예상되는 위험들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모기업으로부터 전혀 지원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방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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