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문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피드백이 없으면 커뮤니케이션도 없다”

61호 (2010년 7월 Issue 2)

SK텔레콤에는 110여 명의 임원이 있다. 그 중 한 명은 외국인이다. 2년 전 입사해 글로벌 인사관리(HR)를 담당하고 있는 스티븐 프롤리 박사(조직행동론)다. 프롤리 박사는 GE, 펩시, 베스트바이 등 다국적 기업에서 약 25년간 인사관리와 조직 계발,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그를 만나 다문화 조직에서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를 들어 봤다.
 
효과적인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저해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사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나 인사 담당자에게 조직원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성(demographic distribution & profile)을 물어보면, 대부분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한다. 조직원들의 몇 %가 베이비붐 세대인지, X세대와 Y세대는 몇 %인지 담당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담당자들한테 세대 간 간극을 메우기 위해 뭘 하고 있는지 물어봐야 소용 없다.
 
사실 서구 대기업이든 한국 기업이든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주로 위에서 아래로(top-down)의 일방향에 그친다는 점이다. 아래에서 위로(bottom-up)의 피드백(feed-back)이 막힌 조직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정보가 소통되지 않고 사장돼 버리는 ‘사일로(silo)’가 되기 쉽다. 아래에서 위로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열린 자세와 경청의 기술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시스템적인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 직원 서베이 등을 실시해 정기적으로 직원들의 마인드와 경영전략 및 비전의 수용 여부, 리더십에 대한 만족도 등을 조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직원 서베이에 인터넷이나 블로그를 활용하면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참여와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아래에서 위로의 피드백 부족인가?
그렇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동양 문화권 회사의 가장 큰 문제는 피드백의 부재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조화(harmony)’를 최고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피드백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조직 문화가 새로 조직에 들어오는 신세대나 외국인의 문화와 충돌을 일으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문화 팀에 쌍방향 피드백은 조직 운영에 필수적 요소다.
 
사실 한국 기업들에서는 위에서 아래로의 피드백도 제대로 이뤄진다고 보기 힘들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하는 피드백은 업무 수행 역량과 성과 향상을 위해 코칭을 하는 과정인데, 단순히 업무 지시와 결과 검토에 그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런 현상 역시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 문화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조직 내 조화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동기 부여 수준이 지극히 낮고 업무 역량도 부족한 직원들을 그냥 놔둬도 되는 조직은 없다.

피드백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단순히 상하 관계뿐 아니라, 부서 내 동료는 물론 타 부서 동료로부터의 피드백도 받아봐야 한다. 왜냐하면 어느 위치에 있는 사람이냐에 따라 나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위에서 아래, 아래에서 위로의 수직적(vertical)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부서 간 수평적(horizontal) 커뮤니케이션도 활성화돼야 한다. 현대 초경쟁 사회에서 어느 한 부서가 독자적으로 수행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는 많지 않다.
 
즉 ‘360도 피드백’이 필요하다. 동료 평가나 타부서 동료 평가, 상사 평가는 익명 서베이를 이용하면 보다 쉽게 진행할 수 있다. 주로 리더십 스타일, 문제 해결 능력, 업무 윤리, 전략적 사고 등을 물어보면 된다. 이런 360도 피드백이 제대로 수행되려면 그 결과를 핵심평가지표(KPI)에 반영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다양한 관계에 놓여 있는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목표(goal)’를 제시하고 이를 핵심평가지표에 반영해 공동의 업무 수행과 성과 향상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360도 피드백 결과는 ‘개인계발계획(individual development plan)’ 상 목표 및 실천계획 수립에 반영하고, 직속 상사의 코칭과 연계할 때 더욱 효과적이다. 이를 잘 실행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으로는 GE를 들 수 있다. SK텔레콤도 360도 피드백과 개인계발계획 적용을 점차 확대하려 노력하고 있다.
 
다문화 팀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문화적 간극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다문화 팀이라고 하면, 흔히 인종이나 국적, 세대, 성의 다양성을 연상한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다문화 팀에는 다양한 외모의 이면에 다양한 ‘사고의 방식(thinking style)’과 ‘의사 결정 방식(decision-making style)’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문화 팀의 리더와 팀원들은 서로 다른 사고 방식과 의사 결정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나 자신만의 것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양성이 가져다 주는 긍정적 효과가 사라진다. 다양성은 다양한 아이디어의 제시와 다양한 시각에서의 검토를 기반으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이런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속도가 조금 느려질 수 있다는 부작용 때문에 다양성이 가져다 주는 장점을 포기해선 안 된다. 더욱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회사에서 다문화와 다양성은 반드시 포용해야 할 가치다.
 
한편 서로 다른 사고의 방식을 이해하는 방법으로는 MBTI(마이어브릭스 유형지표·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가 있다. MBTI는 심리 지표를 통해 성격을 진단하고 유형화하는 방법으로, 외향형과 내향형, 감각형과 직관형, 사고형과 감정형, 판단형과 인식형 등 네 가지의 분리된 선호경향을 도출해 16가지의 성격 유형을 제시해 준다. MBTI와 같은 방법을 통해 조직원들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는 게 단순히 너는 어디 출신이니 어떨 거야 하는 식으로 단순화하는 것보다 낫다.

SK텔레콤도 외국인 직원과 신세대 직원의 입사로 다문화 조직으로 변모하고 있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 SK텔레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첫째 FMI(Future Management In-stitute)가 있다. FMI는 다문화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구로서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교육생(주로 외국에 파견 나가는 한국인 직원들과 새로 채용한 외국인 직원들)이 거쳐갔다. 한국인에게는 단순히 외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외국인들은 한국 문화를 어떻게 보는지부터 알려줘 먼저 다문화적 시각에서 한국 문화를 이해하도록 하는 점이 특징이다. 또 외국인들에게는 퍼실리테이터(bilingual facilitator)들이 통역 및 언어 교육, 코칭 서비스를 제공해 이들의 연착륙을 돕고 있다. 이 외에 영어 사내 방송인 글로벌브로드캐스트시스템(Global Broadcast System)을 통해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1시에 사내의 주요 이슈와 일정을 공유하고 있다. 글로벌애비뉴(Global Avenue)라 불리는 사내 웹 사이트도 이런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런 교육훈련이나 커뮤니케이션 제도뿐 아니라 앞서 언급한 360도 피드백 제도와 개인계발계획 작성 제도도 점차 확대 적용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런 모든 교육과 제도들이 다양한 문화에 대한 직원들의 민감도와 수용성을 높이고 직원 간 의사소통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다양한 사고 방식을 가진 직원들의 참여도와 몰입도를 향상시키고 긍정적인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3호 Future Food Business 2019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