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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장 전략: 여론을 만드는 CEO의 지혜

데이비드 브루스 앨런(DAVID BRUCE ALLEN),데이비드 바흐(David Bach) | 61호 (2010년 7월 Issue 2)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제약업체 노바티스 AG는 2002년부터 인도 정부와 유명한 암 치료제 글리벡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인도 정부는 글리벡이 과거의 치료제보다 효능이 우수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특허를 내주지 않고 있다.1  중국을 비롯해 40개가 넘는 국가에서 특허를 확보한 노바티스는 새로운 효능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인도 정부의 방침이 국제 지적재산권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바티스는 인도에서 법정 투쟁을 벌이는 동시에 인도 정부 각 부처에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으며 인도 대중을 상대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노바티스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글리벡의 효능을 칭송하는 인도 환자들의 모습과 함께 글리벡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이 맞이한 끔찍한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전문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노바티스는 단순히 자사의 지적 재산권을 위해 싸우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인도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맞서기 위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궁핍한 인도 환자들에게 매우 저렴한 가격에 글리벡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노바티스에서 시행하는 ‘기업 시민’ 계획의 일환이다. 현재 노바티스는 수백만 명의 결핵 환자들에게 무료로 약을 제공하고 있으며 수천만 명에게 원가만 받고 말라리아 약을 제공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전 세계에서 8000만 명이 넘는 환자들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치료약 접근’ 프로그램을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다. 사실 노바티스의 도움을 받고 있는 환자 중 상당수는 인도인들이다.2  노바티스는 재산권의 단호한 행사와 제약업체로서의 사회공헌 간 균형을 맞추며 자사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노바티스는 비시장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3 ('비시장 전략 조성: (IA)3-틀’ 참조.)
 
비시장 전략은 기업이 비단 경제 주체일 뿐 아니라 사회, 정치적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기업은 가치를 창출하고 분배한다. 따라서 수많은 주체들이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공식적인 방법으로는 법률과 규제 등이 있으며 비공식적인 방법으로는 사회적 압력, 행동주의, 기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 등이 있다. 기업은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현명한 경영진은 사회, 정치적 환경에 참여해 게임의 법칙을 정하고 외부 주체들에 둘러싸여 꼼짝 못하게 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처럼 어려운 일에 대비하고 효과적인 비시장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뿐만 아니라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시장 전략과 비시장 전략을 통합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기업은 더 드물다.
 
노바티스는 이 방법을 찾아냈다. 재산권을 지키는 것과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약을 나눠주는 일은 경제적인 특성이 아닌 정치, 사회적 특성을 띠는 영역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두 행동은 모두 근본적으로 전략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노바티스는 강력한 특허 보호가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자사가 건강한 인도를 위해 얼마나 커다란 공헌을 하는지 명료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자사를 비난하는 세력의 주장을 약화시킨다. 노바티스의 비시장 전략은 특허의 보호를 받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이용해 경쟁하는 시장 전략을 지지할 목적으로 신중하게 정렬돼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수없이 많은 비시장 문제에 직면한다. 지적 재산권 보호 문제, 훌륭한 기업 시민의 면모를 드러내기 위한 방안은 그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해 당사자들은 양립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요구를 내놓는다. 이들이 주장하는 복잡한 요구들이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고 얘기하는 CEO가 점차 늘고 있다. 필자들은 마드리드 소재 IE 경영대학원 비시장 전략 센터에서 소프트웨어, 미디어, 통신, 제약, 인프라, 철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100명이 넘는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핵심 업무에서 벗어나 해결이 어렵고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업무 외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는 최고 경영자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4
 
CEO들은 개별적인 비사업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사업 문제들이 모여 자사의 비시장 환경을 구축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비시장 전략은 단순한 2개의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첫 번째 전제는 바로 ‘시장 이외’의 범주에 속하는 문제와 주체가 회사의 손익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전제는 시장 내에서 ‘전통적인 사업’ 활동들을 관리하는 것처럼 비시장 환경 내에서 다양한 문제와 주체를 전략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CEO와 경영팀은 분리와 통합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시장을 넘어선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관리 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자사를 둘러싼 시장 환경과 비시장 환경 간에 어떤 중요한 차이가 있는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다음 두 영역 모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통합적이고, 일관성 있으며, 전략적인 접근방법을 취해야 한다. 선두기업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것이 바로 비사업 문제들을 전략적인 기회로 변화시키기 위한 핵심 열쇠이다.

도요타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의 선두업체다. 하지만, 도요타는 경쟁의 장을 시장 너머로 확대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는 배기가스 배출량이 적은 차량을 이용하면 카풀 차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요타는 자사의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모델인 프리우스가, 심지어 탑승자가 1명일 때에도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로비를 실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환경 단체의 지지 덕에 의원들은 어렵지 않게 이 프로그램을 승인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 캘리포니아가 지출한 비용은 거의 없으며 이 프로그램은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는 도요타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도요타는 최소한의 투자만으로 자사 제품에 결정적인 경쟁 우위를 부여할 수 있었다.5  도요타는 프리우스 운전자에게 카풀 차선 사용을 허가하도록 로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곧 프리우스 소유주들이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미국 내 일부 도시에서 무료로 공공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로비를 했다. 그 결과 역시 성공적이었다. 중상층 소비자, 환경을 중시하는 도시의 전문직 등을 주요 타깃으로 여겼던 기존 시장 판매 전략을 보완하는 능숙한 비시장 관리 기법을 바탕으로 도요타는 자사의 경쟁 우위를 강화해 나갔다.
 
다음은 보다폰 그룹이 어떻게 심각한 정치적인 과제를 시장 차별화의 기회로 활용했는지 살펴보자. 유럽 위원회가 EU 역내 해외 로밍 비용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유럽 내 모든 휴대전화 운영업체들의 수익성이 위협받게 됐다. 경쟁업체들보다 로밍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보다폰의 입장에서는 특히 상황이 심각했다. EU 27개국 중 총 24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다폰은 유선사업을 하지 않는 유일한 대형 휴대전화 운영업체였다. 대부분의 유럽 휴대전화 운영업체들은 로밍 비용의 상한선을 정하기 위한 유럽 위원회의 정책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일 뿐 특별한 대응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보다폰은 노련하게 양면 전략을 선보였다. 먼저 보다폰 패스워드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국경을 자주 넘나드는 사용자들이 건당 99센트의 정액 요금을 내면 해외에서도 국내에서와 같은 요금으로 국제 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선택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다음, 보다폰은 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근거로 활발한 로비 활동을 벌이며 가격 인하를 위한 강제적인 규제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6  유럽 연합 의회가 2년 후 강제 규정을 제정하면서 보다폰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비시장 과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덕에 보다폰은 경쟁업체들보다 우위를 갖게 됐다. 또 보다폰은 그 덕분에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고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었으며, 새로운 현실에 좀 더 신속하게 적응하고 새로운 규칙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세계화
최근 계획적으로 비시장 요소를 관리하는 기업, 자사가 속해 있는 사회, 정치 환경 내에서 사업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세심하게 설계된 비시장 전략을 도입하는 기업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노바티스, 도요타, 보다폰도 그 중 일부다. 세계화와 관련된 다음 4개의 요소가 이들 기업의 비시장 전략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청중:요즘은 많은 기업들이 세계 여러 국가에서 자원을 조달하거나 물건을 판매한다. 따라서 나름대로 뚜렷한 특성을 갖고 있는 수많은 비시장 환경을 동시에 헤쳐 나가야만 한다. 또한 비시장 환경이 각기 다른 만큼 사회적, 정치적 가치관이 서로 상충될 때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4년 중국 공안 당국에 중국 반체제 인사가 작성한 e메일 기록을 넘겨준 야후를 들 수 있다. 야후는 단지 현지 법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미국에서 소송을 당했으며 수많은 활동가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았을 뿐 아니라 미 의회로부터 공개적인 질책을 당했다.
 
비정부 기구의 세계화:비단 기업뿐 아니라 비정부 기구와 활동가들도 세계화됐다. 뿐만 아니라 비시장 주체들은 인터넷, 24시간 방송되는 뉴스 등 현대적인 통신 기술을 다국적 기업들보다 한층 더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그린피스는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끝에 로얄 더치 쉘이 브렌트 스파 석유 저장 시설을 바닷속에 빠뜨리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었다. 그린피스는 이미지, 감정, 현대 미디어의 힘을 잘 알고 있었지만 쉘은 그렇지 못했다.
 
새로운 규제 장애물:역설적이게도 세계화는 기업들에 더 많은 시장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비시장 과제를 안겨준다. 세계화로 인해 세계 각국은 금융 서비스, 통신, 에너지, 교통 등 수많은 자국 산업을 개방했고, 그 결과 엄청난 시장 기회가 생겨났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각국 정부는 각 분야를 감독하는 새로운 규제 기관을 만들어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에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다. 뿐만 아니라, 새로 도입된 규제들은 시장마다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 강화하고 있는 반독점 정책을 생각해 보자. 유럽과 미국에서 적용하는 규칙은 판이하게 다르다. GE와 허니웰은 미국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합병 승인을 받은 후 유럽 위원회로부터 합병 제안을 거부당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경쟁 우위:마지막으로, 세계화로 인해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비주력 기능을 아웃소싱하고,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성과가 저조한 자산을 떨구어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시장에서 영속적인 경쟁 우위를 구축하는 게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들은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점차 시장 외적인 요소로 눈을 돌린다. 이것이 바로 BP가 ‘석유를 넘어서(Beyond Petroleum)’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유다. 가격 통제 권한이 거의 없고 차별화의 기회가 극히 제한된 상품 시장에서 활동하는 BP는 엄청난 정치적 모험을 시작했다. 대형 석유 업체 중 최초로 온난화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한편 좀더 지속 가능한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신재생 에너지 자원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한 다각화 노력, 배기가스 감소를 위한 내부 탄소 거래, 자사의 활동을 알리기 위한 공격적인 광고 등으로 인해 BP의 명성, 직원들의 사기가 한층 높아졌으며 정부의 주요 정책 입안자에게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이 모든 요인들이 더해져 BP의 경쟁 우위가 한층 강화됐다. BP의 탐사 및 생산 책임자 딕 올버는 다음과 같이 단언했다. “그건 사업상의 결정이었다. 독특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냉철한 방법이었다.”7  하지만, 매우 논란이 많은 문제에 관한 정치적인 입장을 취하는 방법을 통해 시장 위치를 재설정했다는 점에서 BP의 대응 방법은 혁신적이었다. BP는 시장 너머로 경쟁의 장을 넓혔으며 과감한 비시장 포지셔닝을 통해 성공적으로 차별화를 추구했다.
 
비시장 환경이 기업의 손익에 점차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경영진이 시장 내에서의 관리와 시장 너머의 관리 사이에 어떤 중요한 차이가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시장과 비시장
시장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시장이라는 것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여서 가격을 두고 흥정을 벌이는 곳이다. 현대 경제에서의 시장은 훨씬 더 많은 것을 포함한다. 기업은 실제 공간, 가상 공간, 각기 다른 시간대, 각기 다른 대륙에서 공급업체와 구매자를 따로 만나기도 하고 함께 만나기도 한다. 경쟁업체들이 더 나은 거래를 따내기 위해 동일한 공급업체 및 판매자와 만남으로써 시장은 한층 흥미진진한 장소가 된다. 이런 주체들과 기업 간의 관계가 더해져 시장 환경이 만들어진다. 여기서, 전통적인 ‘가치 사슬’이 탄생하며 경영진은 경쟁 우위 구축, 고객 확보, 이윤 창출에 주력한다. 시장은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 이유는 시장에는 단순한 인과관계와 다양한 보편적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법칙으로는 ‘모든 존재는 동등하다’ ‘가격이 증가하면 수요가 감소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소비자는 낮은 가격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는 마진이 줄어든다’ ‘핵심 공급업체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 마진 감소나 매출 감소 현상이 나타나며, 경우에 따라 마진과 매출이 둘 다 감소하기도 한다’ 등이 있다. 모든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교환 매개체가 돈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규칙은 비누, 초대형 유조선, 소프트웨어 등 모든 시장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시장은 진공 상태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사회, 정치, 문화적 영역에 둘러싸여 있다(‘기업의 비시장 환경’ 참조). 비시장 환경 내에서 발생한 일은 불가피하게 시장 내부의 역학관계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기업의 비시장 환경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간단하게 대답하면 ‘시장 내에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결국 사업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업의 역량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관계’가 바로 비시장 환경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노력을 동시에 기울여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물론, 의회의 핵심 구성원을 상대로 하는 로비 활동, 합병을 위한 규제기관의 승인 확보, 기아 해결을 위한 비정부 기구와의 협력 간에는 중요한 차이가 존재한다. 의심의 여지없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다양한 업계에서 활동하는 고위 경영진과 함께 연구를 진행한 결과 비시장 관리를 정부 관련 문제, 홍보 활동,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으로 구분 지을 경우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서로 다른 일을 동시에 진행했을 때 발생하는 중요한 시너지 효과가 사라진다. 다시 한 번, 노바티스와 도요타, BP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기업들은 모두 로비를 진행하는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 두 가지 활동은 상호 강화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노바티스는 인도의 빈곤층을 위한 헌신적인 태도를 드러내 보임으로써 빈곤층에 약이 제대로 공급될 수 있을지를 우려하는 반대론자의 비판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특허 보호를 위한 투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협력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대기오염 및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세워 정책 형성에 참여하는 정부의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 BP는 혁신적인 내부 탄소 거래를 통해 자발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나감으로써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둘째, 비시장 관리를 세부적인 요인으로 구분하면 비시장 관련 요소들을 기업 전략 과정에 제대로 포함시키기가 한층 더 힘들어진다. 비시장 전략을 미리 계획하기보다 비사업 주체를 겨냥하여 일관성이 없는 여러 비시장 정책들을 연달아 내놓는 기업이 너무 많다. 하지만,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좀 더 포괄적인 접근방법이 요구된다. 즉, 시장 전략을 보완, 강화, 활성화화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비시장 전략을 세심하게 설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시장 관리
모든 비시장 관리가 갖고 있는 공통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이를 위한 최고의 방법은 비시장 환경과 시장과의 차이점을 확인하는 것이다(‘중요한 차이점’ 확인). 앞서 설명한 것처럼, 시장은 단순하다. 하지만 시장은 거의 균일하며 대개 예측 가능한 인과관계를 갖고 있는 강력한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한다. 비시장은 균일성 및 예측 가능성이 훨씬 떨어진다. 규제 과정은 국가, 분야, 문제 영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언론 매체가 특정한 이야기에 반응하는 방식 또한 문화권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덴마크 신문이 이슬람 예언자 모하메드를 묘사한 만평을 내보내자 아랍계 언론들이 강력하게 반발한 게 대표적인 경우다. 여러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일반화보다는 과거의 경험이 가장 훌륭한 지표가 될 때가 많다.
 
비시장 환경에서는 돈을 교환의 매개체로 대체할 수 없다. A라는 제품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일대일로 B라는 제품 개발에 투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에서 인권단체와 협력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고 해서 브뤼셀에서 합병 승인을 받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비시장 교환의 중심에 서 있는 건 돈이 아니라 정보다. 또한, 정보의 효과는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긴 하지만, 로비에 사용되는 통화는 돈이 아니라 정보다. 정책 대안, 대안을 활용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 및 혜택에 관한 뛰어난 정보, 주요 참여자의 선호도, 특정한 정책 과정의 기능이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돈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시장 밖에서는 돈이 오히려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일례로, 새로운 지적 재산권 협정에 의해 제약업계의 이윤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제약업계는 HIV/AIDS 활동가들의 공격 목표가 됐다.
 
시장에서는 리더십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GE의 전 CEO 잭 웰치는 시장에서 1,2등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물러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혁신적인 성장 중심 기업들은 ‘경쟁에서 승리’하고 ‘선점 우위’를 확보하고 ‘업계 리더’가 되는 걸 목표로 삼는다. 반면, 비시장 환경에서는 혼자서는 그 어떤 것도 해낼 수가 없으며 기업들은 협력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비시장 영역에서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최고 결정권자와 단 몇 분이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애쓰는 로비스트, 대규모 소송에 휘말린 기업 고문, 유명한 비정부 기구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 관리자 등은 비시장 환경 내에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치에서는 협력자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각국 정부들은 개별 기업을 상대하는 걸 경계한다. 하지만, 중요한 산업을 제대로 돌보는 것은 정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 맥킨지에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대기업 중 사회정치적인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비시장 주체와 관계를 맺어나가는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믿는 곳이 30%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이런 활동을 하는 기업은 전체의 13%에 불과하다고 한다. 반대로, 이런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광고를 활용한다고 답한 대기업은 27%였다. 하지만 실제 이 방법이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 대기업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부 기관, 공공 단체, 비시장 문제와 관련된 공식적인 경쟁상대와 협력하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들과 협력하면 상당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8
 
사회 및 환경과 관련된 목표에 좀 더 커다란 기여를 하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한층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기업들이 이런 행동을 보이면 대중은 기저에 의도가 깔려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낸다. 의도는 눈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비시장 환경에서는 오직 행동의 일관성에만 프리미엄이 부여된다. 기업과 관리자들은 당연하게도 유연성 및 시장 추세에 대한 신속한 반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디텍스라고 널리 알려져 있는 스페인의 다국적 의류업체 인더스트리아 드 디세뇨 텍스타일 S.A.는 탄력성과 신속한 시장 반응을 중심으로 경쟁 우위를 구축했다. 인더스트리아 드 디세뇨 텍스타일 S.A.는 자라, 베르시카, 마시모 두티 매장을 통해 매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수백 종류의 디자인을 소량씩 선보이며 실시간으로 판매 데이터를 수집한 후 인기가 많은 제품만 대량생산한다.
 
비시장 환경은 다르게 움직인다. 중요한 사회, 정치적 문제와 관련해 동시에 여러 입장을 취하고 반응을 관찰한 다음 관심을 끌지 못하는 전략을 없애버릴 수는 없다. (“기아 프로젝트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군. 하지만, 기후 변화 프로젝트는 많은 관심을 끌고 있어. 그러니, 기아 프로젝트를 없애버리자!”) 이런 태도를 취한다면 (당연히) 냉소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뉴 코크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자 코카콜라는 뉴 코크를 시장에서 철수시켰다. 물론, 손해가 있었지만 단기적인 것에 불과했다. 텍사스에서 정유공장 폭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알래스카에서 여러 건의 송유관 기름유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다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BP가 여전히 석유 사업을 중시하는 회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BP가 새롭게 추구하고 있던 ‘석유를 넘어서’ 전략을 버리고 ‘석유 중심 기업으로의 회귀’를 선언할 수는 없었다.9  일반 대중의 회의적인 시각을 극복하고 비시장 혜택을 취하기 위해서는 일관성과 장기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시장 경쟁은 근본적으로 고객, 소유주, 사회를 위한 가치 창출을 의미한다. 하지만, 시장을 넘어 관리를 한다는 것은 결국 가치관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 전략과 마찬가지로 비시장 전략은 기업의 가치관 내에 깊이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특히, 장기적인 성과를 목표로 할 때에는 그 중요성이 한층 커진다. 특정한 정책을 지지하기 위해 기회주의적으로 로비를 하는 행위가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로는 상호 강화적인 상업적, 사회적, 정치적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이익을 얻기 힘들다. 예를 들어, 프리우스 이외에 도요타가 출시하는 차량이 모두 기름 소비가 많은 SUV였다면 도요타는 프리우스의 카풀 차선 주행 허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도요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접근방법이 도요타가 추진하는 전반적인 전략 및 행동에 반영돼 있는 도요타의 가치관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시장 전략과 비시장 전략을 전적으로 통합해 훌륭하게 실행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아코르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아코르 서비스의 비시장 전략은 사회적 영역 및 정치적 영역, 양쪽 모두에 걸쳐져 있다. 유럽의 유명한 호텔 서비스 업체인 아코르 SA의 자회사인 아코르 서비스는 ‘일과 개인적인 삶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해결방안’ 제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코르 서비스는 고용주가 피고용인에게 추가적인 혜택의 일환으로 세금 비용까지 포함한 식사 바우처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코르 서비스는 여러 시장에서 유치원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바우처(세금 비용 포함)도 제공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영역에서, 아코르 서비스는 개도국에서 기아와 싸우고 보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 동안 여러 비정부 기구와 협력하고 있다. 아코르 서비스는 스페인의 보건부와 협력해 2만6000개의 가게와 식당에서 자사의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강한 음식’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했다.10  스페인 정부는 근로자의 건강한 식습관 장려를 목표로 하는 핵심 공공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코르 서비스는 정부의 정책 시행을 돕는 파트너의 역할을 맡고 있다. 아코르 서비스는 생후 3년 이내의 유아에게만 제공되는 세금 포함 유치원 바우처 프로그램의 범위를 6세 어린이에게까지 확대시키기 위해 정부와의 친밀한 관계 및 입지를 로비에 적극 활용했다. 유치원 바우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아의 범위를 확장한 덕에 아코르 서비스는 엄청난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아코르의 경영진은 자신들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가 목표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 나가는 한편 과거에 유사한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진행했으며 일관성 있는 상업, 사회, 정치 활동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목적 의식을 갖고 비시장 요소를 관리하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주어진 사회, 정치적 환경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비시장 요소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사회, 정치적 환경을 관리하는 문제는 더 이상 선택이 될 수 없다. 대부분의 경영진들은 자사가 경쟁하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게 자사의 이익에 보탬이 된다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포터가 중요한 연구 내용을 발표하기 이전에는 기업의 전략이 대개 포지셔닝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시장 환경이 대체로 고정돼 있다고 여겨졌었다. 포터 교수의 산업구조모형 분석은 시장 내 경쟁관계에 대한 관리자의 분석을 체계화하며, 사실상 관리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경쟁의 조건을 형성하기 위한 도구를 제공한다. 전략 관리의 다음 목표는 계획적으로 비시장 환경을 조성하여 신중하게 설계한 비시장 전략을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하고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경영진의 마음가짐에 중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관리자들이 좋아하건 그렇지 않건 기업은 사회적, 정치적 주체다. 기업이 단순히 경제 주체라고 주장하며 기업의 역할을 축소하고 그에 걸맞은 방식으로 관리하면 비시장 환경 설계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정치인, 규제기관, 비정부 기관, 활동가 등은 망설임 없이 각 업계에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적용하려 들 것이다. 워싱턴 정계에서 흔히들 얘기하는 것처럼, “정치판에서는 몸소 테이블에 앉지 않으면 결국 메뉴 위에 이름이 올라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선진기업들이 시장 너머로 경쟁의 장을 넓히고, 그 과정에서 사회·정치적인 문제를 단순한 골칫거리에서 전략적인 기회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0년 봄호에 실린 데이비드 바흐, 데이비드 브루스 앨런의 글 ‘What Every CEO Needs to Know About Nonmarket Strategy’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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