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출시할 때는 몇 가지 단계를 거친다. 먼저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시장 트렌드와 고객의 욕구를 분석해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단계를 거친다. 이후 제품 콘셉트를 구체화하고 신제품 마케팅 전략을 구상한 후, 사업성 예측 단계를 거쳐 실제 제품 개발 및 테스트, 시장 출시 등의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마케팅을 크게 소비재(B2C)마케팅과 산업재(B2B)마케팅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듯이, 신제품 개발에서도 소비재와 산업재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따라서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하고 소비재 시장과 산업재 시장에서 각각 신중하게 신제품 개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소비재와 산업재 신제품 개발은 고객 니즈 분석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소비재 신제품 개발을 위한 고객 니즈 분석 방법으로는 설문조사(survey)나 인터뷰(interview), FGI조사(Focus Group Interview·소수의 잠재 고객들과 면접조사를 벌여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정성적 기법) 등이 많이 활용된다. 주요 목적도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나 감성적 특성을 찾아내는 데 있다. 반면 산업재 신제품 개발에서는 기술개발 트렌드나 고객사와의 긴밀한 정보 교환 자체가 고객 니즈 분석의 중요한 방법이다.
신제품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에서도 산업재와 소비재간에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표 참조). 1993년 미국 시장에서 실시된 한 연구 결과에서 보이듯, 산업재는 소비재에 비해 연구개발(R&D)에서 신제품 아이디어를 얻는 사례가 월등히 많다. 소비재에 비해 신제품 개발에서 끊임없는 원천기술의 개발이 훨씬 중요하고, 기술 로드맵(technology roadmap)이나 제품 로드맵(product roadmap)에 따른 차세대 신소재·부품 개발이 신제품 개발의 주를 이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원자재나 부품 공급업체와의 긴밀한 정보공유와 이를 통한 시장 변화 이해가 제품 아이디어를 얻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소비재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고개의 니즈를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치밀하게 분석하며 경쟁사의 제품 전략에 대응하는 활동들이 아이디어를 얻는 데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의 속성을 찾아내 이를 바탕으로 신제품 아이디어를 구상, 성공적인 신제품 개발로 연결시키는 방법론 측면에서도 소비재와 산업재간에는 차이를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는 컨조인트 분석(conjoint analysis)과 QFD(Quality Function Deployment)를 들 수 있다. 컨조인트 분석은 제품의 중요 속성(attribute)을 찾아내고, 트레이드오프(trade-off)에 기반한 소비자들의 선호도 조사를 바탕으로 제품 속성별 효용(utility)값을 도출, 최적의 신제품 콘셉트를 이끌어내는 조사기법이다. 소비재 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신제품 개발 방법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QFD는 개발해야 할 제품의 중요한 기술적 속성과 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속성들간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제품의 이상적인 사양(specification)을 찾아내는 아이디어 도출 방법론이다. 주로 기계나 부품과 같은 산업재 시장에서 많이 활용되는 제품 평가 및 신제품 개발 방법이다.
신제품 개발에 활용되는 정성적, 정량적 시장조사 기법들은 매우 많다. 하지만 전통적인 마케팅 분야에서 개발돼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기법들 대부분은 소비재 제품 개발에 적용하기 적합한 방법들이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그 동안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주로 B2B 산업재 시장에 적용하기 적합한 신제품 개발 방법론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Stage-Gate 모델
Stage-Gate 모델은 1986년 Robert Cooper가 발표한‘Winning at New Products’라는 책에서 처음 소개됐다. 많은 기업들, 특히 산업재 부품과 같은 B2B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 신제품 개발 기법이다. Stage Gate 모델은 신제품 개발 과정을 말 그대로 몇 개의 활동 단계(stage)와 의사결정 문(gate)을 통과하는 일련의 연속된 과정으로 구분한다(그림 1 참조). 단계별로 차근차근 의사결정을 수행해 나감으로써 개발 과정의 효율성과 향후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는 게 주 목적이다.
일반적인 Stage-Gate 모델은 ‘개발 범위 규정(Scoping) → 제품 계획서 작성(Build Business Case) → 제품 개발(Development) → 테스트 및 최종 확인(Testing and Validation) → 신제품 출시(Launch)’ 등 5개의 stage로 이루어져 있다. 또, stage별 활동을 수행하고 그 다음 stage로 들어갈지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를 gate라고 한다. 즉, 신제품 개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최종 시장 출시까지 5개의 stage와 gate를 통과하게 된다.
5단계로 이루어진 Stage-Gate 프로세스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사전 단계로 탐사(Discovery) 단계가 있다. 이는 Stage-Gate 모델의 예비 단계로 어떤 신제품을 개발할 때 Stage-Gate 모델을 활용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단계다. 보통 이 첫 단계에서는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신제품 개발의 성격을 정리하고 향후 전개될 개발과정에서 필요한 내용들을 토론하고 생각해 본다.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나 집단 토론 등을 많이 활용하며 일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되면 Scoping 이라는 본격적인 Stage-Gate 단계가 시작된다.
1.Scoping (개발 범위 규정)
이 단계의 주 목적은 개발할 신제품의 성격과 그에 따른 목표 시장을 평가하는 것이다. 즉 출시할 제품 개념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관련 시장에서의 기회와 위협 요인들을 명확하게 하고 이러한 제품개념 확정과 시장상황 분석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진행할지 말지를 결정(go or no-go decision) 하게 된다.
2.Build Business Case (제품 계획서 작성)
이 단계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제품의 콘셉트를 명확하게 하고 어떻게 비즈니스화 할지를 정한다. 실제 개발로 들어가기 직전 단계이므로 향후 실제로 시장에서 출시되었을 때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보통 ‘제품개념과 분석(Product Definition and Analysis)’ ‘제품 계획서 작성(Building the Business Case)’ ‘프로젝트 계획(Building the Project Plan)’ ‘타당성 검토(Feasibility Review)’ 등의 세부 활동들을 시행한다.
3.Development (제품 개발)
제품 계획 단계에서 구체화된 아이디어가 실제적인 제품 디자인과 개발 과정 단계로 들어가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실제 제품 개발과 함께 마케팅 전략도 함께 개발되며 따라서 구체적인 STP(시장세분화-목표고객설정-포지셔닝)전략에 대한 내용까지도 구체적으로 결정된다. 이 단계에서의 최종 결과물은 흔히 견본(prototype)이라고 부르는 신제품의 초기 모습이며 이는 다음 단계로 옮겨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