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캐스터가 “이번 주말은 모처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예상됩니다. 나들이하기 좋은 휴일입니다”라고 예보했다. 그 말을 믿고 가족들과 모처럼 외출했다 갑자기 비가 와서 나들이를 망친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다. 최근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예측이 자꾸 빗나가자 일기예보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할머니 신경통보다 못한 일기예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대중의 집단지성, 즉 일반인들이 머리와 힘을 모아 변화무쌍한 날씨 변화를 족집게처럼 맞춰 화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일본의 날씨 정보 회사인 웨더뉴스는 2008년 6월부터 ‘10분 일기예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 이용자들이 휴대폰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자신이 있는 곳의 날씨를 웨더뉴스에 보고하면, 1시간 후에 나타날 10분 간격의 일기예보를 휴대전화 메일로 무료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웨더뉴스는 이를 ‘아이저베이션(eye+reservation)’이라고 부른다. 현재 웨더뉴스에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회원이 무려 100만 명이 넘는다.
웨더뉴스는 게릴라성 호우처럼 급격한 날씨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좀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했다. 이에 휴대폰으로 자사의 날씨 정보 서비스를 받을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게릴라성 뇌우 방위대’를 모집했다. 뇌우 방위대 대원들은 웨더뉴스에 정보를 보고하는 대가로 날씨 정보와 함께 게릴라성 호우 경보를 자신의 휴대전화 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뇌우 방위대의 행동 강령은 다음과 같다. 이들은 시시각각 자신이 있는 지역의 구름 상태와 방향, 천둥소리의 유무, 하늘 사진 등 날씨와 관계된 모든 정보를 본부로 보내야 한다. 만약 대원들의 보고가 늦어지거나 보고가 오지 않으면 웨더뉴스 측에서 대원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를 재촉한다. “대원이 있는 지역에서는 오늘 오후 게릴라성 뇌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하늘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여 보고하도록! 발신: 게릴라성 뇌우 방위대 대장”
웨더뉴스는 이렇게 수십 만 건의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에 게릴라성 호우가 내린다고 예측하면 해당 지역에 있는 대원들에게 경보 메일을 보낸다. 이처럼 날씨 정보 회사인 웨더뉴스는 대중들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이용하여 기상 관측 레이더가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순간순간의 기상 변화를 사전에 포착하고 휴대전화로 예보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날씨뿐 아니라 스팸 전화를 걸러내는 일에도 집단지성을 쓸 수 있다. 잦은 스팸 전화에 짜증이 난 어떤 국내 소비자가 스팸 번호 검색 서비스 사이트를 만든 후, 이를 무료로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사용자들이 자기가 받은 스팸 전화나 원링 스팸 전화번호를 사이트에 입력하면 이게 바로 데이터베이스(DB)가 된다. 즉, 사용자가 경험한 스팸 번호의 데이터를 회원들이 스스로 축적하여 다른 사용자들에게 번호를 제공한다. 이동통신사에 소비자들이 모은 스팸 번호를 전달하여 사전에 스팸 전화를 걸러낼 수도 있다. 나의 불쾌한 경험들의 총합이 익명의 수많은 사용자들에게는 유용하게 쓰이는 셈이다. 이곳에는 현재 24만 2000 개의 스팸 전화 번호가 등록됐다.
이처럼 집단지성을 활용하면 독특하고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집단지성을 이용할 여지가 있는지를 고민하는 순간이야말로 혁신의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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