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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스포츠와 기업 공생 파트너십 구축하라

강준호 | 54호 (2010년 4월 Issue 1)

스포츠 마케팅의 부상
뜨거운 가슴으로(with glowing heart)’라는 슬로건을 내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보여준 한국 국가대표팀의 쾌거는 우리의 가슴을 정말로 뜨겁게 만들었다. 동시에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가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다시 한 번 높이는 계기가 됐다. 온 국민이 국가 브랜드와 매력도 제고, 자긍심, 자신감, 사회 통합, 행복감, 사회적 생기, 경제적 파급 효과 등 스포츠의 다목적 효과를 체험하게 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이 같은 효과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약 20조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현대 스포츠는 교육, 문화, 복지, 과학, 산업과 어우러져 양적, 질적으로 매우 빠르고 복잡하게 진화하고 있으며 이런 과정에서 스포츠 마케팅의 역할과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스포츠 마케팅이란 용어가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다. 크게 세 가지 원인을 꼽을 수 있다. 첫째, 박찬호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면서 스포츠 선수 한 명이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온 국민이 놀랐고 스포츠 스타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됐다. 둘째, 박세리 선수가 삼성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미국여자골프협회(LPGA)에서 우승하면서 스포츠가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셋째는 2002 FIFA 한일 월드컵대회 유치가 결정되면서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의 경제적 가치가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 마케팅 분야가 부상하게 된 것도 역시 크게 세 가지 배경 때문이다. 첫째, 글로벌화(globalization) 현상이다. 글로벌화는 냉전 시대가 종결되고, 미국식 신(新)자유주의 물결이 정보 통신 혁명과 맞물리면서 불어닥친 전 인류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지역화 또는 블록화도 동시에 진행되기도 하지만, 자본, 정보, 미디어의 글로벌화로 모든 분야에 시장 원리가 적용되고 치열한 생존 경쟁이 나타나게 됐다. 이러한 글로벌화 현상으로 스포츠의 언어, 문화, 국경, 종교, 이념, 세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이 빛을 발하게 됐다. 어떤 분야도 스포츠만큼 세계적인 보편성을 갖는 것은 없다. 둘째, 스포츠 분야의 산업화 때문이다. 냉전 시대가 끝나면서 스포츠 분야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냉전 시대에 스포츠는 이데올로기 경쟁과 국위 선양의 무대였다. 이 시기에 미국과 몇몇 선진국에서는 자국 시장 내에서의 스포츠 산업화가 시작됐으나, 세계적으로는 국가가 스포츠를 움직이는 주된 동인이었다.
 
그러나 냉전 해체 이후 스포츠 분야에도 자본이 유입되고 시장 원리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스포츠의 산업화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셋째, 기업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 확대, 시장 상품 수명의 축소, 고객층의 극세분화, 고객의 시장 정보력 증대,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유통 채널의 다양화 등 급변하는 시장에서 마케팅 활동의 효과성과 효율성이 떨어졌다. 한마디로, 마케팅 투자대비효과(ROI)가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마케팅 패러다임이 기능적 혜택에서 감성적·체험적 혜택으로, 판매에서 고객 관계 관리로, 매스미디어 중심 커뮤니케이션(ATL·Above The Line)에서 고객 접점의 확보가 가능한 이벤트 중심 커뮤니케이션(BTL·Below The Line)으로 바뀌게 됐다. 이것은 상품의 기능적 차별화의 한계, 고객 욕구의 정교화 및 복잡화, 정보기술(IT)의 발달, 매스미디어 광고의 한계로 나타난 자연스런 결과다. 이러한 새로운 기업 마케팅 환경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 접근 도구로 부상한 것이 바로 스포츠다. 스포츠는 감성적 소구성, 팬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계 지속성, 스포츠 이벤트의 고객 접점성 등 기업들이 새롭게 원하는 마케팅 도구로서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마케팅이란 스포츠 시장이 움직이는 현상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스포츠를 통해 기업이나 상품을 홍보하는 활동’ 정도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1990년대 중반 한국 언론에서도 스포츠 마케팅을 처음 소개할 때 그렇게 정의했다. 세계적으로 스포츠 마케팅이란 용어는 1978년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zing Age)>에서 스포츠를 활용한 기업의 마케팅 활동(marketing th-rough sport)이란 의미로 처음 사용됐다고 알려져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냉전 시대가 종식되고 스포츠의 산업화 물결이 거세짐에 따라 스포츠 조직의 관점에서 ‘스포츠 자체를 마케팅’하는 것이 중요한 영역으로 부상하게 됐다. 1990년대 들어서는 스포츠 마케팅을 ‘스포츠의 마케팅(marketing of sport)’과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mar-keting through sport)’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화됐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접근은 과거에 사용된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이란 개념에 대한 학술적 논의 없이 ‘스포츠의 마케팅’을 단순히 추가한 것으로 논리적으로 부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현대 사회의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스포츠 마케팅 현상을 설명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스포츠 마케팅 현상의 중요한 이해 당사자인 미디어는 ‘스포츠의 마케팅’인지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인지 분명하지 않다. 또 미디어 패키지에 포함된 각종 라이선스와 관련된 권리나 재판매 활동 등은 분명 스포츠 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한편,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지역의 관점에서 보면 스포츠 이벤트 장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스포츠 자체를 마케팅(생산)’하는 일에 참여하는 동시에 그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지역 브랜드를 홍보하거나 경제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도 하고 있다. 기업도 단순한 후원이 아니라 스포츠 조직과 파트너십 관계를 형성해 스포츠 자체를 마케팅하는 동시에 자신들을 마케팅한다. 삼성전자는 세계승마연맹(FEI)의 단순 후원사가 아니라 핵심 파트너로서 세계승마대회(WEG) 방식 자체를 완전히 혁신하는 데 능동적인 역할을 했다(사례 참조).
 
이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롭게 스포츠 마케팅을 이해하는 방법은 스포츠 마케팅을 ‘스포츠 시장(sport market)이 움직이는(-ing) 현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스포츠 시장이 움직이도록 하는 모든 활동을 실무(practice)로서의 스포츠 마케팅이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스포츠 마케팅의 첫 단추는 시장에 대한 이해
그렇다면 스포츠 시장이란 무엇인가? 스포츠 마케팅을 ‘스포츠 시장이 움직이는 현상’이라고 말한다면, 결국 스포츠 시장에 대한 이해가 주요하다. 스포츠 시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스포츠와 상품을 분리하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스포츠 자체를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스포츠 마케팅은 스포츠라는 상품을 마케팅하는 일이 된다. 이는 한 스포츠 종목이나 전체 스포츠 문화를 사회적으로 진흥시키기 위한 ‘사회적 마케팅(social marketing)’ 관점에서는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스포츠 시장 관점에서는 맞지 않다. 시장은 공급자, 수요자, 그리고 구체적인 상품으로 구성된다. 엄밀히 말하면, 스포츠 자체는 상품이 아니라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현상을 총칭하는 용어다. 스포츠에서 비롯된 무엇인가가 바로 상품이 된다.
 
사례: 삼성과 국제승마연맹(FEI)의 파트너십
 

삼성과 국제승마연맹(FEI)의 파트너십은 기업이 단순 후원에서 더 나아가 스포츠 프로퍼티의 가치를 혁신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함으로써 국제스포츠연맹과 후원사가 서로 윈윈(win-win)한 좋은 사례이다. 삼성은 1988년부터 국제승마대회에 산발적으로 단순 물품을 후원해오다가, 1997년부터 2007년까지 FEI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였다.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자 FEI 회장인 도나 필라 스페인 공주가 이건희 회장에게 공식 후원을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후원사를 찾던 FEI와 이건희 회장의 IOC위원 입성 및 삼성의 올림픽 공식후원사 자격 획득을 원했던 삼성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삼성의 승마 스폰서십 마케팅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단계는 1997년부터 2002년까지 FEI의 가장 권위가 있는 스포츠 이벤트인 네이션스컵의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한 기간이다. FEI 네이션스컵 시리즈는 FEI가 주관하는 그랑프리급 최고 단계 장애물 경기로, 국가대표팀 대항 경기로 진행되며, 모든 참가팀은 4명의 선수로 구성된다. 시즌 대회는 당해부터 시작하여 유럽 및 미주 20여 국가의 지역 대회를 거쳐 상위 성적 8개 팀이 참가하는 네이션스컵 파이널로 마감한다.
그러나, 공식 후원을 하는 동안 삼성은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우선, FEI 조직의 내부 역량이 부족했고, 현지 대행사 통제에도 어려움이 있었으며, 연맹과 삼성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했다. 또 승마의 인지도가 다른 스포츠보다 낮았고, 인기도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네이션스컵 대회 시스템이 일반 소비자 대상에게 노출되는 데 비효율적이었으며, 20개 이상의 지역대회 후원으로 막대한 후원비용이 소요됐다. 한마디로, 승마의 인기는 떨어지고, FEI의 역량은 부족하고, 비용은 많이 드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였던 것이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공식 후원사가 되기만 하면 성과가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한 삼성은 2003년부터 적극적으로 FEI의 세계승마대회를 혁신하는 파트너로 변신한다. 삼성의 새로운 접근 방식은 ‘선(先) 스포츠 프로퍼티 가치 혁신, 후(後) 스폰서십 마케팅 가치 혁신’이다. 즉, 후원하는 스포츠 프로퍼티의 가치를 먼저 제고한 후, 그를 기반으로 자사의 후원 목적을 보다 효과적,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우선, 대회 명칭을 삼성 수퍼컵으로 바꾸고 대회 운영 방식의 혁신을 주도했다. 승마대회를 고급화하기 위해 최상위 8개국 중심으로 매년 5월에서 9월까지 리그를 운영하고, 기존 네이션스컵 시리즈는 프로모셔널 리그(2부)로 전환했다. 시즌 종료 후 슈퍼리그 8위 팀은 2부 리그로 강등되고 2부 리그 1위 팀은 1부 리그로 격상시켰으며, 각 대회의 우승 상금을 기존 대회의 23배로 올렸다. 또 삼성 내에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전담 조직을 신설하여 삼성과 FEI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FEI 내부 조직을 개편했으며 경영 역량을 끌어 올렸다. 이와 같이 연맹 내부 조직과 대회 운영 방식을 혁신한 후, 개최국 중심으로 정재계 고위 인사, 오피니언 리더, 유명 인사, 주요 사업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 관계 관리 프로그램의 수준을 격상시키고, 지속적 홍보, 주요 언론 매체 및 방송 중계 강화, 각 대회별 참가국 응원단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등 스폰서십 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술을 구사했다.

그 결과, 대회 인지도는 56% 향상되었고, 삼성 브랜드는 총 스폰서십 비용의 6.1배에 이르는 TV 노출 효과를 거뒀으며, 개최 국가 평균 삼성 제품 연 매출액이 약 200% 증가했다. 결론적으로, 대회 가치가 격상되면서 삼성의 세계 승마 발전 공헌도가 부각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유럽 내 삼성의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삼성과 FEI의 사례는 기업이 스포츠 단체의 파트너로서 스포츠 이벤트의 가치 제고에 공동 노력할 때, 스폰서십 마케팅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야구 자체는 상품이 아니다. 그러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같은 야구 이벤트나 야구 교실, 프로 구단의 로고가 새겨진 야구 모자, 야구 중계권 패키지나 스폰서십 패키지가 상품이다. 이는 음악 자체가 상품이 아니라 음악회, 바이올린 레슨, 피아노, 음반, 스타 음악가가 상품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축구라는 문화 현상으로부터 월드컵이라는 축구 이벤트가 파생되고, 월드컵으로부터 월드컵 중계권, 월드컵 스폰서십이라는 상품이 파생되어 각각 월드컵 중계권 시장과 월드컵 스폰서십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개별 축구 파생 상품들이 창출해낸 시장의 합이 전체 축구 시장의 규모가 된다.
 
스포츠라는 현상에서 파생된 상품들을 ‘스포츠 파생 상품’이라고 하고, 스포츠 시장에서 매우 이질적인 형태의 상품들이 해당 종목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을 ‘스포츠 파생 가치 네트워크(sport-derived value network)’라고 한다(강준호, 2005). 현대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이러한 스포츠 파생 상품과 스포츠 파생 가치 네트워크에 대한 명확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스포츠 마케팅은 스포츠 파생 상품에 대한 마케팅이다.
 
스포츠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또 다른 한 방법은 스포츠 시장을 개별 종목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기존 학계의 논의나 정부 정책을 살펴보면 대부분 스포츠 시장을 스포츠 용품업, 스포츠 시설업, 스포츠 서비스업으로 이해하고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로는 스포츠 시장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개별 종목은 하나의 독특한 사회 문화 현상이며, 이로부터 다양한 상품들이 파생되고 서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포츠 시장을 축구 시장, 야구 시장, 골프 시장 등 개별 종목 시장의 합으로, 그리고 개별 종목 시장은 그 종목 내에서 파생된 개별 시장의 합으로 이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한편,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이란 스포츠 단체, 선수, 이벤트 등을 후원하며 기업이나 상품을 마케팅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업의 ‘스폰서십 마케팅’의 일환이다. 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대중 매체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ATL)이고, 다른 하나는 스포츠, 문화, 예술, 학술 이벤트 후원 등 고객 접점 중심으로 전개되는 커뮤니케이션(BTL)이다. 스폰서십 마케팅은 BTL 마케팅의 가장 핵심적인 영역이며 그중에서도 스포츠는 전 세계 기업의 스폰서십 대상 중 약 75%(체결 계약 건수 기준) 이상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기업 경쟁의 글로벌화와 스포츠의 글로벌 보편성을 고려할 때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이벤트와 핵심 공급자
스포츠 시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스포츠 파생 상품은 스포츠 이벤트다. 동네에서 친구들끼리 하는 축구는 상품이 아니지만, 이런 시합이 조직화되고 이벤트화되면 상품이 된다. 이것은 축구라는 문화적 토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축구라는 문화적 토대에서 축구 이벤트라는 상품이 파생된다. 스포츠 이벤트를 생산하는 데 관여하는 이해 당사자는 크게 스포츠 이벤트를 프로퍼티(자산)로 소유한 조직(주로 아마추어 또는 프로스포츠 단체), 참가팀 및 선수, 미디어,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이뤄져 있다. 예를 들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직위원회, 동계 스포츠 종목별 국제연맹, 회원국 대표팀 및 선수 및 코치, 국가별 방송사(한국은 SBS), 밴쿠버 도시, 그리고, 코카콜라, 비자, 제너럴일렉트릭(GE), 삼성, 맥도날드 등 올림픽 후원사(The Olympic Partners)로 참여한 9개 글로벌 기업들이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스포츠 이벤트는 대부분 아마추어 또는 프로스포츠 단체가 소유하고 있다. 물론, 스포츠 마케팅 회사나 기업, 미디어, 지자체가 직접 소유하고 있는 스포츠 이벤트도 있으나, 권위 있는 대부분의 스포츠 이벤트는 스포츠 단체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스포츠 단체만이 스포츠 이벤트가 생산되는 데 필수적인 경기 규칙, 선수 및 팀, 지도자, 심판, 용품 및 시설 등에 대한 규정과 통제권을 가지고 있고 그 권위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아마추어스포츠 단체는 종목별로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해당 지역에서 그 종목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지위를 인정받는다. 예를 들면, 세계수영연맹은 대륙별 연맹을 산하에 두고 있고, 대륙별 연맹은 개별 국가 연맹을 회원으로, 개별 국가 연맹은 국가 내 지역 연맹을 산하에 두고 있다. 각 수준별 연맹은 독자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가질 수 있다. 한편, 프로스포츠 단체는 팀 또는 선수를 회원으로 두고 수익을 목적으로 독자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생산한다. 축구나 핸드볼처럼 프로보다 아마추어 세계연맹의 입김이 더 센 스포츠 종목도 있고, 야구, 농구처럼 프로의 영향력이 더 강한 종목도 있다.
 
아마추어스포츠 단체와 프로스포츠 단체의 스포츠 이벤트는 생산, 운영, 유통 방식에서 거의 같은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선수와 팀의 스포츠 경기 생산, 특정 지역의 경기 시설 활용, 미디어를 통한 유통, 기업의 후원 및 공동 마케팅 등 아마추어와 프로스포츠 이벤트는 스포츠 마케팅 관점에서 볼 때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올림픽과 축구 월드컵을 가지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도 수조 원의 수입을 올리지만 본질은 아마추어스포츠 단체다. 미국 방송사인 CBS는 대학스포츠연맹(NCAA)의 대학 농구 독점 중계권을 2003년에 60억 달러(약 7조 원)에 11년 장기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추어스포츠와 프로스포츠 단체는 서로 존재 목적이 다르지만 개별 스포츠 이벤트의 상품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그리고 스포츠 이벤트 상품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수 선수와 팀을 확보해야 하고, 전력 균형을 유지하며, 여러 이해 당사자들을 조정하고,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수 역시 아마추어와 프로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보다 선수 공급체인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프로스포츠 시장이 있는 종목의 선수는 보통 청소년기에 아마추어 선수로 데뷔해 나이가 들고 실력이 향상됨에 따라 프로 선수로 전환하게 된다. 프로스포츠팀이나 단체 관점에서 보면 청소년기의 아마추어 선수 수급 체계는 대단히 중요한 공급 체인 관리 대상이다. 선수들에게는 어느 단계에서나 뛰어난 경기력을 확보해 자기 가치를 높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또 선수는 스포츠 이벤트의 인적 자원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스포츠 이벤트의 파생 상품이 되기도 한다. 김연아 선수가 특정 수준까지는 세계피겨스케이팅대회가 생산하는 인적 자원이지만, 어느 대회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두면 스타선수라는 새로운 상품으로 거듭난다. 정도에 따라 국내 시장으로 한정된 파생 상품이 되기도 하고, 글로벌한 파생 상품이 되기도 한다. 김연아 선수는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통해서 진정한 글로벌 스타로 거듭났고, 이것을 김연아라는 글로벌 스타(상품)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아마추어든 프로든, 인적 자원으로 인식되든, 스타라는 파생 상품으로 인식되든, 스포츠 이벤트에 참여하는 모든 선수나 팀의 원천 가치는 경기력에서 나오며 미디어 및 팬 관계 관리에 의해 부가적인 가치가 추가된다.
기업의 스포츠 시장 접근 전략
기업이 스포츠 시장에 접근할 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단체와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하며, 기업 내부적으로 통합적 접근을 해야 한다. 스포츠는 BTL 마케팅인 스폰서십의 대상이지만 모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합한 소위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의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내부 직원 마케팅과도 연계할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포츠 시장과 기업 경영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박세리 선수와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1990년대 후반 이후 스포츠가 중요한 전략적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기업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은 해외 스포츠 시장에서 매우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스포츠 스폰서십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올림픽, FIFA 월드컵 등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에서부터 대륙별·국가별 스포츠 이벤트, 팀, 선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포츠 프로퍼티에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자동차는 글로벌 후원사 중 후발 주자로 참여했지만 그동안 엄청난 물량을 투여한 결과 스포츠 스폰서십 금액이 양적으로 급격하게 팽창했다. 그러나 이제 이 세 기업은 목적과 가격 대비 가장 효과적인 스포츠 종목, 단체, 팀, 선수, 대회 등을 선택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과연 최적의 스포츠 스폰서십 마케팅 구조와 전략을 구축하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해외 시장과는 달리, 국내 스포츠 시장에 대한 기업의 투자는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국내 스포츠 시장이 아직 선진적 구조를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은 국내 시장을 해외 시장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내 스포츠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이 국내 아마추어스포츠 또는 프로스포츠의 중요한 공급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의든 타의든 팀과 선수를 단순 후원하는 것을 넘어 팀을 직접 운영하고, 스포츠 단체의 협회장을 수행함으로써 재정적 지원은 물론 스포츠 시장의 공급자로서도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 스포츠 이벤트를 소유한 스포츠 단체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것은 곧 국내 스포츠 시장의 선진화가 기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국내 스포츠 시장을 마케팅 대상으로 보기보다 당분간 동반자적인 관점에서 키워나간다는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스폰서십 마케팅 대상이 아직 가치를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기적 마케팅 성과만을 추구하거나 일시적인 경영 트렌드를 얄팍하게 접목시켜봐야 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이 어떤 이유로든 스포츠에 관여할 수밖에 없다면 한국 스포츠의 현실에 대해 푸념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에서 보다 능동적이고 장기적으로 접근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스포츠 시장의 ‘시스템을 선진화’시키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스포츠 시장 접근 전략
미디어는 스포츠 이벤트를 미디어 프로그램이란 상품으로 재생산하는 동시에 유통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스포츠 프로그램 생산 방식과 유통 방식을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며, 때로는 스포츠 프로퍼티를 직접 소유함으로써 수직적 통합을 이루기도 한다. 글로벌 미디어 황제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나 미국의 케이블 방송사인 컴캐스트(Comcast)는 프로스포츠팀에서 스포츠 시설까지 다양한 스포츠 프로퍼티를 직접 소유한 대표적인 미디어사다.
 
미디어 산업은 정보와 통신의 융합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는 분야다. 여기에 스포츠의 글로벌화 및 산업화가 맞물리면서, 핵심 콘텐츠인 스포츠에 대한 접근 전략이 미디어사 전체 전략의 매우 중요한 아젠다로 부상하였다. 특히, 국내 지상파 3사의 오랜 기간 지속됐던 ‘카르텔’ 구조가 박찬호 선수의 MLB 중계권을 계기로 깨지기 시작했다. 소수의 방송사가 방송 콘텐츠 유통을 장악하고, 파워를 유지하던 구조가 이른바 ‘킬러 스포츠 콘텐츠’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박찬호의 MLB 중계권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연 30만 달러 수준에서 10여 년 만에 연간 1300만 달러 이상으로 폭등했다. 그 이후 월드컵, WBC, 올림픽 등 주요 스포츠 대회마다 방송사 간 갈등이 끊이질 않았다. 최근 SBS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2012년 하계올림픽, 2014년 동계올림픽, 2016년 하계올림픽 독점 중계권 확보로 이러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으며, KBS와 MBC도 대응 전략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향후 지상파 3사뿐 아니라 새로 추가될 종합 편성 채널도 스포츠 콘텐츠에 대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방송사도 해외 스포츠와 국내 스포츠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접근 방식도 기업과 비슷하다. 즉, 해외 스포츠 콘텐츠는 국내 광고 시장의 규모를 고려하며 비용 대비 효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특히, 국내 선수 또는 팀이 출전하는 해외 스포츠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그들의 성적에 따라 시장 반응의 변동폭이 매우 큰 고위험(high risk), 고수익(high return) 사업이다. IB 스포츠가 해외 스포츠 콘텐츠를 수입한 이래 처음으로 2009년 MLB 중계권 사업에서 적자를 보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반면, 국내 스포츠 콘텐츠는 장기적으로 국내 스포츠를 키워간다는 동반자적 관점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스포츠 이벤트의 미디어 가치는 매우 낮다. 작년에 프로 야구가 흥행에 성공하며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나머지 스포츠는 시청률이 무척 저조하다. 이제까지는 시청률이 낮으니까 중계를 꺼리는 방관자의 입장이었다면, 앞으로는 스포츠 이벤트의 가치 혁신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이끌어내는 공동 생산자(co-producer)가 돼야 한다. 방송사의 이러한 자세는 혁신을 추구하는 국내 스포츠 단체에 더없이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고, 국내 스포츠 콘텐츠의 가치 제고는 결과적으로 방송사에게도 콘텐츠의 풀(pool)을 넓힌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 된다.

지자체의 스포츠 시장 접근 전략
2002 FIFA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지자체들의 스포츠 이벤트 유치 경쟁이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올해 10월 전남 광양 F1대회, 2011 대구세계육상대회, 2013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13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개최될 예정이며, 현재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2022 FIFA월드컵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은 너무 욕심이 많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지방자치단체들의 스포츠 이벤트 유치가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스포츠 이벤트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면 꼭 필요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면에서 지역 발전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체계적인 검토보다는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 대회 유치가 시작되고 있다. 일단 대회가 유치되면 중앙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며, 이는 건전한 국가 재정 운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현재 기획재정부에 ‘국제행사유치 심의조정위원회’가 10억 원 이상 국고 지원 요청 국제 행사에 대해 심의하고 있으나, 체계적인 기준과 전략적 검토보다 정치적 로비의 영향에 취약한 구조다. 중앙정부의 지원은 그 지역의 발전 전략과 국가 전체의 스포츠 정책을 모두 고려하는 방식으로 검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자체는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할 때 일회성, 정치적 접근을 지양하고 장기적, 전략적,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자체의 스포츠 이벤트 개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판단으로 사업 추진을 결정하거나 새 자치단체장으로 바뀌며 사업이 갑자기 중단되는 일이다. 당장 미디어의 머리기사를 장식할 만한 대규모 이벤트를 ‘유치’하는 것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사업 효과의 ‘지속’ 가능 여부와 투자 대비 혜택 극대화의 기준에서 내실이 있게 추진돼야 한다.
 
특히, 지자체가 가장 큰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스포츠 이벤트의 지속가능한 효과, 즉, ‘유산’을 창조적으로 개발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이벤트의 경제 효과로 인용되는 경제적 파급 효과 수치를 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수입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제적 파급 효과란 그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했을 때 유치 준비 기간과 대회 기간 발생하는 ‘경제적 충격량’을 의미할 뿐이다. 천문학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낳고도 재정적으로 얼마든지 실패한 스포츠 이벤트로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경제적 파급 효과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그보다는 얻고자 하는 유산들을 전략적으로 미리 디자인하고, 이를 획득하는 수단으로 스포츠 이벤트를 활용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두가 윈윈할 수 있어야 선진 스포츠 시장
기업, 미디어, 지자체는 스포츠 단체나 선수·팀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관점에서 스포츠 시장에 접근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두 스포츠 이벤트 생산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각 스포츠 시장에 접근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다르다 하더라도 관계를 맺은 스포츠 이벤트의 상품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공동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각자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지 못한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스포츠 단체, 선수, 팀, 기업, 미디어, 지자체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선진적인 스포츠 시장이 도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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