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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 ‘알면 약, 모르면 독’

찰스 록스버그 | 48호 (2010년 1월 Issue 1)
시나리오 플래닝은 전략가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특히, 세계 경제를 강타한 최근의 금융위기와 같은 극단적 환경에 대처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많은 조직들은 난관에 부닥치면 단 한 가지의 가능성에만 무게를 두는 오류에 빠지거나, 반대로 수많은 변수와 가능성 속에 갈팡질팡하며 표류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이 양극단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특효약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제대로 실행하기만 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섣불리 실행한다면 오히려 함정에 빠질 위험도 크다.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이론도 무수히 많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워 게임(War game)’에서 유래했다. 이어 쉘이 이 기법을 기업 경영에 선도적으로 활용했다. 시나리오를 짜는 방법과 시나리오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 등에 대한 이론도 등장했다. 본고에서는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백과사전식 이론 정리를 하지 않겠다. 대신 25년간 시나리오 플래닝 현장에서 쌓은 실제적 경험을 근거로, 시나리오 플래닝의 장점과 위험 요인을 정리하고 시나리오 플래닝의 함정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견해를 소개하고자 한다. 글의 말미에서 시나리오 플래닝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몇 가지 요령도 소개하고자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힘
시나리오는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도구다. 이는 시나리오의 4가지 특성 때문이다.
 
①시나리오는 사고를 확장시킨다 일어날 듯한 다양한 결과를 예측하고, 각 결과를 초래하는 일련의 순차적인 사건을 추정할 수 있다면 사고 폭을 넓힐 수 있다. 이 같은 과정은 중요하다. 인간은 미래가 과거와 큰 차이가 없이 전개될 것이며, 변화란 점진적으로 발생한다고 기대하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왜, 어떤 식으로 순식간에 돌변하며, 개선되거나 나빠지는지를 규명할 수 있다면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데 과거가 그리 쓸모 있는 지침이 아닐 수 있다고 가정하고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보라. 놀랍게도 설득력이 있는 답변을 찾아낼 수 있다.
 
최근 경제위기는 사람들의 이러한 습성과 관련 요인을 설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많은 금융 모델 개발자들은 기껏해야 수년간 누적된 데이터만을 근거로 예측을 수행해왔다. 많은 금융사들이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위기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자료만으로는 미래를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한 번이라도 고민했더라면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1990년대 초 부동산 폭락, 1987년 10월 증시 대폭락 등을 떠올렸을 것이다.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프로세스 자체가 변화의 동인에 대한 심층적인 통찰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들은 시나리오를 통해 ‘앞으로 나타날 결과물의 인과관계는 무엇인가’를 자문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모든 유형의 동인과 이에 따른 변화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하나씩 검증하게 된다. 어떤 동인이 중요하며, 어떤 동인은 의미가 없는지를 가려내게 된다. 즉, 시나리오상의 변화를 요구할 만큼 심각한 영향을 미칠 만한 동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②시나리오는 필연적인 미래를 규명한다 시나리오를 수립하기 위해 광범위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인다면 매우 값진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각 시나리오를 분석하다 보면 강력한 변화의 동인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동인은 ‘이미 벌어진 사건이나 상당히 확산된 트렌드의 필연적 결과’라는 최종 산출물로 이어진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선구자인 셸은 이를 ‘예정된 결과(predetermined outcomes)’라고 설명한다. “산에 큰 비가 내렸으니 평지에는 홍수가 날 것이다”라는 말로 이를 집약할 수 있다. 시나리오를 수립할 때 찾아낸 ‘예정된 결과’는 새로운 통찰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정보다. 특히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예정된 결과’를 찾아낼 때에 그렇다. 예정된 결과의 유형은 크게 △인구통계학적 트렌드 △경제적 조치 및 대응 △지속하기 어려운 트렌드의 반전 △계획된 사건(통상적 계획 단위를 넘어서는 사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구통계학은 필연이다.인구 규모 및 구조의 변화는 그나마 예측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요소 중 하나다. 물론 수명 연장과 같은 일부 불확실성이 있긴 하나 큰 오차가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트렌드의 효과는 쉽게 무시된다. 오늘날 미국 사회보장제도처럼 워낙 장기간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렌드가 막상 가시화되기 시작하면 그 여파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 트렌드가 은퇴 연령에 접어들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경제학의 법칙을 바꿀 수는 없다.스타트렉’에서 커크 함장이 진공 상태에서 빛의 속도보다 빨리 운항할 것을 요구했지만, 엔지니어인 스카티는 물리학의 법칙까지 바꿀 수는 없었다. 1 비즈니스 리더들 역시 경제학의 법칙을 무시한 가정을 수립할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수요가 크게 늘면 가격도 오르기 마련이다. 결국 수요는 제한되며 공급은 늘어난다. 이는 수요나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수요와 가격이 동시에 하락할 수도 있다. 이렇듯 실질 가격이 영원히 오르는 일은 불가능하다. 최근 유가가 2배 이상 급등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폭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가격 변화는 모든 가치사슬 내에서 필연적인 수요와 공급의 변화를 초래한다. 물리학의 법칙처럼 모든 경제학적 사건에도 예정된 반응이 뒤따르는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비즈니스 전략에서 이 점이 무시되곤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이 같은 예정된 반응을 찾아낼 수 있다면 매우 강력한 통찰을 얻어낼 수 있다. 

끝없이 자라는 나무는 없다.
지속하기 어려운 트렌드가 영속될 것이라는 전제로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 적지 않다. 하지만 경제는 근본적으로 주기적 속성을 지닌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기 호황이나 불황의 끝을 떠들어대는 정치인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마찬가지로, 경기의 고삐를 잡았다는 주장에 근거해 전략을 수립하는 일도 지양해야 한다. 낙관적 전망을 내놓을 때는 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전략가라면 이런 식의 이른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패러다임조차도 어느 정도의 투기성 거품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신경제’가 좋은 예이며, 최근 각광을 받았던 금융시장의 ‘증권화(securitization)’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철도, 라디오 등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을 받았던 혁신적 신기술이 투기와 거품으로 이어진 무수한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한 트렌드의 주기를 최소 25년으로 잡고, 이 추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묻고 증명해보는 일이 이 같은 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어떤 트렌드가 과거와 달리 주기적 속성을 보이지 않고 영속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근본적 이유를 따져보고 이를 증명해보자. 아마 어려울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트렌드의 단절 가능성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미리 예정된 일이라도 통상적 계획 수립 주기를 뛰어넘어 발생할 수도 있다.예정된 결과’ 중에는 그 어떤 불변의 법칙도 적용되지 않는 아주 단순한 유형이 존재한다. 따라서 시나리오를 수립할 때에는 계획 기간 이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까지 반영해야 한다. 최근 예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재조정에 따른 결과를 들 수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금리 급등을 예측할 수 있는 징후는 충분했다. 모기지 붐이 한창이던 2005, 2006년에 판매된 모기지의 초기 금리는 매우 낮았는데, 이 초기 금리의 기한인 3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모종의 악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당장 주시해야 할 중요한 ‘시간표’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만기가 도래하는 수천억 달러 부채의 만기 연장이나 대환을 위해 은행들이 대규모 채권을 발행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유형의 예정된 상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상식 수준에서 관리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기업 계획은 통상 12∼18개월 후에 일어날 일을 기준으로 수립되기 때문에 이런 일을 고려하지 못한다. 따라서 시나리오를 수립할 때는 적어도 24∼60개월 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예정된 사건까지 모두 반영하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경제학 혹은 인구통계학적 사실이나 예정된 사건을 떠올려보는 일만으로도 이러한 오류들 중 일부를 방지할 수 있다. 다만, 적절한 시기가 언제냐는 문제는 그래도 남는다. 기업 전략 계획 입안자들은 모기지의 막대한 달러가치가 머지않아 재조정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과연 언제 현실에 눈을 뜨게 될 것인가. 금융서비스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영원히 성장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몇 퍼센트 대에서 성장이 멈출까. 그 해답은 알 수 없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시기를 가늠할 수는 없을지라도 악재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인지한다면 ‘금융서비스가 조만간 성장을 멈출 수 있다’는 시나리오 하나쯤은 갖게 될 것이다.
 
③시나리오는 집단사고(Group thinking)에서 벗어나게 한다 기업 내부의 권력 구조가 종종 자유로운 토론 흐름을 저해한다.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참석자 중 최고위급 인사의 발언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위계질서가 매우 엄격한 기업일수록 직원들은 최고위급 경영진이 발언한 뒤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곤 한다. 어렵사리 말문을 연 직원들의 의견이 최고위급 인사의 생각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을 때도 많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이러한 함정을 피하기 위해 상반된 사고에 대한 정치적 ‘안전지대’를 제공한다.
 
④시나리오는 통념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게 한다 대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현 상황을 유지하려는 인지적 오류)이 강하게 나타난다. 현 전략의 기초가 되는 핵심 가정에는 많은 고위 경영진의 땀방울과 상당액의 기업 자금이 투자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은 무척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큰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도 현재 전략의 가정이 더는 성립하지 않는 상황을 대비한 미래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시나리오의 함정을 피하라
시나리오 플래닝이 갖고 있는 장점이 많지만 단점 역시 내포하고 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기업과 사람들이 시나리오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①우왕좌왕 헤매지 마라 기업 경영진은 너무 많은 시나리오가 제시될 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표류할 수 있다. 오늘날처럼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알고 있다고 믿고 행동하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설령 그것이 그릇된 방향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선택에 대한 확신은 줄 것이다. 한밤중 자동차의 강한 헤드라이트 앞에 선 사슴은 그 자리에서 꼼짝달싹 못한 채 얼어붙게 된다. 많은 조직들도 수많은 가능성이 제시될 때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중압감에 눌려 이렇다 할 행동의 변화를 실천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런 함정을 피하려면 가장 개연성이 높은 결과를 선택하고 이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른 시나리오나 미처 상상하지 못한 제3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때를 대비해 명확한 비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즉, 모든 시나리오나 되도록 많은 시나리오하에서 적용 가능한 대책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아무리 많은 가능성들이 존재한다고 해도 명확한 하나의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②시나리오가 커뮤니케이션을 망치게 내버려두지 마라 한 글로벌 제조업체의 전 최고경영자(CEO)는 시나리오 플래닝은 리더십을 방기하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리더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수립하고 구성원들을 설득해 이를 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4가지 대안을 제시하며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만 일단 나를 따르시오”라고 말한다면 결코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리더십 책임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시나리오를 통해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물론 리더로서 구성원들 앞에 서서 “상황이 좋아지거나 나빠지거나 아니면 매우 심각해질 수 있겠지만 어느 쪽일지는 개인적으로 모르겠다”라고 무책임하게 말해서는 안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은 전쟁에 임하는 영국의 목표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무리 험난하고 오랜 여정이 수반되더라도, 모든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고 반드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여기에 매우 큰 시사점이 있다. 처칠이 승리라는 단 하나의 최종 목표를 주장했다고 해서 그 밖의 수많은 가능성마저 부인한 것은 아니다. 처칠은 스스로 “다양한 시나리오하에서도 견지해야 할”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던 딱 하나의 목표를 설정한 것일 뿐이다. 이는 수많은 불확실성의 존재를 인정하며(“아무리 험난하고 오랜 여정이 수반되더라도”), 지나친 낙관주의를 배격한(지나친 낙관주의는 최근 경제위기에서 많은 은행의 CEO들이 보인 문제점이었다) 목표였다.
 
최고 경영진, 수상 혹은 대통령이라면 구성원들의 의욕과 사기를 고취시킬 수 있는 명확한 리더십을 당연히 제시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해 연구하고 대비할 필요까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을 파악하면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할 수 있으며, 리더로서의 확신과 자신감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하나의 단 하나의 목표를 설득력 있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된다.
 
커뮤니케이션 및 시나리오와 관련해 몇 가지 측면을 더 주목해야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리더들이 제한된 시각에서 내린 판단의 오류나 발언으로 훗날 바보 취급을 받지 않게 해주는 훌륭한 방법이다. 공개적으로 논의하지는 않더라도 극단적 케이스를 포함한 다양한 상황을 상정함으로써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될 때에 웃음거리가 될 수 있는 발언을 미리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 초반에 한 금융 감독당국자는 자국 뱅킹 시스템이 그 어떤 합리적인 시나리오하에서도 안전할 정도로 자본력이 튼튼하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몇 달 못 가 이 국가의 금융 감독당국은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발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더 있다. 한 대형 은행의 대표는 경기 하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확신에 찬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 발언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요 지수가 25% 급락하고 더 위험한 위기 상황에 빠져들었다. 지금까지 많은 CEO들이 너무 많은 것을 운에 의지해왔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활용했더라면 적어도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③예측 결과를 지나치게 좁히지 말라 눈치 빠른 독자들은 앞서 언급한 금융 감독당국이 시나리오 플래닝을 활용하고 있었는데도 이런 당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을 이미 알아챘을 것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더 위험한 함정이 바로 이 대목이다. 모든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는 일종의 자기만족이 사각지대를 간과하게 만드는 함정에 빠지게 만든다. 금융기관들의 그릇된 안도감을 조장했던 위험가치분석(VaR·Value at Risk·주어진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의 최대한도) 모델에서도 이런 현상이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VaR 모델은 발생 확률 99퍼센트의 사건에 대한 예측을 제공한다. 발생 확률은 1퍼센트에 불과하지만 파국적 여파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무방비로 노출되는 허점을 갖고 있다. 100%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시나리오하에서는 가장 안심하고 있는 영역이 가장 큰 리스크 지대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 투자은행은 2001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서 매출액 5% 감소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이 예측치는 이후 전개된 경기 하강 추세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측이었다. 시나리오를 수립할 때도 시야가 과거에 매몰되기 쉽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체로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경기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비관적인 경향이 나타난다. 누구도 이러한 함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와 시나리오 플래닝을 활용하는 기업들조차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따라서 경기가 침체기로 향하고 있는 동안에는 안도감을 줄 수 있는 시나리오보다는 비관적 가능성에 의식적으로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반면, 경기가 일단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면 거꾸로 아주 낙관적으로 보이는 시나리오까지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시나리오들이 모든 가능성들을 포괄하고 있는지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 지난 30, 40여 년간 발생한 극단적 상황들(확률은 낮으나 그 여파는 막대한)을 파악하고, 시나리오들이 이에 상응하는 가능성들을 포함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방법으로 검증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극단적 상황들이 시나리오의 핵심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치명적인 조류 독감이 돌연 등장하거나 예기치 않은 지정학적 충돌이 급작스럽게 발발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비책은 갖고 있어야 한다. 기업 생존이 전염병이나 테러 공격과 같은 엄청난 사건으로만 위협받는 게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원자재 가격 급등, 예기치 못한 가격 하락, 업계 판도를 뒤엎을 만한 기술 혁신 중 어느 하나만으로도 거대 기업이 무너질 수 있다. 물론 개연성이 있는 모든 상황을 빠짐없이 반영한 시나리오를 수립하는 일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너무 낮은 시나리오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파국적 결말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 행여 발생하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대비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러한 가능성을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주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④극단적 가능성을 간과하지 말라 경험에 비춰볼 때 기업 경영진들은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시될 때 당시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 가장 가까운 한두 개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극단적 시나리오는 ‘발생하지 않을 일’로 치부한다. 만에 하나 극단적인 일이 벌어지더라도 ‘승산이 전혀 없는 일’이니 그런 일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낭비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극단적 가능성들을 의식적으로 간과한 채, 현재 상황에서 다소 개선되거나 나빠진 시나리오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게 된다. 이는 급격한 변화(특히 부정적인)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전략을 수립할 때는 개연성이 낮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극단적’ 시나리오 또한 반드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리스크와 확률은 결코 동일한 것이 아니다. 특정 사건이 발생할 리스크는 그 일이 일어날 확률에 그로 인한 영향을 곱한 크기이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 여파가 충분히 크다면 이는 매우 파국적 결말을 야기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⑤성급하게 시나리오를 폐기하지 말라 가장 흥미롭고 위대한 통찰력을 담고 있는 시나리오는 초반에 가장 개연성이 없어 보인 시나리오였던 사례가 종종 있다. 이와 관련해 기업들이 시나리오의 유효기간을 얼마나 오래 가져가야 하는지에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시나리오는 역동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얼마나 목표가 세부적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유효기간이 수개월에 불과한 시나리오가 있는가 하면 수년 동안 계속해서 재사용되는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시나리오의 유효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려면 이를 살아 있는 생물체로 간주해야 한다. 시나리오를 ‘최적화’하기보다는 ‘유용성’을 유지한다고 보는 편이 낫다. 시나리오는 오랜 기간에 걸쳐 계속 수정할수록 내용이 점차 개선된다. 따라서 언제나 비슷한 수의 시나리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나의 시나리오가 폐기될 때마다 새로운 시나리오를 하나씩 추가하는 게 바람직하다.
 
⑥시나리오 플래닝이 불필요할 때도 있다 마지막으로, 전략가들이 시나리오 플래닝을 아예 시도하려고 들지 않은 상황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아무리 세부적으로 계획을 세워도 신뢰할 만한 시나리오를 도출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2 시나리오는 집단사고를 탈피하는 데 도움이 되나 또 다른 차원의 집단 사고를 야기하기도 한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세상을 사분면 위의 4개 카테고리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들은 오로지 네 종류의 결과만이 발생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다른 가능성들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모든 합리적 시나리오들을 다 고려했다는 자만의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⑦단일 변수를 쓰지 마라 미래와 관련해 존재하는 변수는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에 전략을 수립할 때 누락되는 요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단일 잣대(“매우 좋다” “좋다” “썩 좋지 않다” “매우 나쁘다”)만을 근거로 한 시나리오 수립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적어도 2개의 변수가 반영돼야 하며, 변수들은 상호의존성이 없는 독립적인 요소들이어야 한다. 서로 독립적이지 않다면 실질적으로는 한 가지 변수에 포함되는 변수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경험에 입각한 몇 가지 원칙
앞서 설명한 내용에서 몇 가지 일반 원칙을 정리해볼 수 있다. 확실하거나 거의 확실시되는 사건을 파악하라. 시나리오들이 광범위한 결과들을 반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라. 극단적인 케이스를 결코 무시하지 말라. 당장의 현실이 시나리오와 상반된다는 근시안적 시각으로 성급하게 시나리오를 폐기하지 말라. 지나치게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당황하지 말라. 시나리오 도출을 위해 파악해야 할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이해하라. 이외에 특별히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원칙들을 추가적으로 소개한다.
 
①적어도 4개 이상의 시나리오를 수립하라 시나리오는 반드시 4개 이상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개를 제시하면 사람들은 십중팔구 별 고민 없이 중간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4개가 제시될 때는 개연성이 더 큰 시나리오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는 토론을 위한 매우 중요한 단초가 된다.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큰 변동 요인이 없는 한두 개 시나리오는 늘 불충분하다. 기술적으로는 많은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일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3개의 불확실성 요인만을 갖고도 최대 27개 시나리오를 도출할 수 있다. 하지만 변수들이 전적으로 독립적인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중 많은 시나리오는 실제 성립이 불가능하다. 그 결과 4, 5개의 주요 시나리오로 축약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②통상적인 사분면을 탈피하라 시나리오들은 대개 2×2 매트릭스를 통해 제시된다. 하지만 주요 변수가 언제나 2개인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 수립 과정에서 보통 3∼5개의 결정적 불확실성 요인을 뽑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한 가지 방안은 도출된 4∼5개의 결정적 불확실성 요인들을 모두 조합해 복수의 2×2 매트릭스를 만드는 일이다. 이렇게 하면 상호 연관성이 매우 커서 하나로 단일화할 수 있는 불확실성 요인을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다. 또한 다른 요인들이 여러 시나리오에서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단순화를 할 수 있다. 때로는 주요 불확실성 요인의 조합으로 구성된 사분면을 통해 진정한 통찰을 얻을 수도 있다 3
③기준점 혹은 핵심 케이스는 필수 시나리오 플래닝이 경영진의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라고 주장한 한 경영자를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일이 문제가 될 순 없다. 오히려 진정한 책임감에서 내린 행동일 수 있다. 다만, 여러 시나리오들을 비교하고 이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들은 미래에 관해 구체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개연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기본 사례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만약 기본 사례를 찾아낼 수 없다면 적어도 ‘핵심’ 사례를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단, 핵심 사례와 이에 대한 대안, 대안과 관련한 전략 등을 얼마나 확신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④귀에 쏙 들어오는 이름을 붙여라 시나리오별로 기억에 남을 기발한 이름을 붙이는 일이 자칫 사소한 일로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시나리오가 조직 내 살아 있는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쉽게 기억될 만한 톡톡 튀는 이름이 없다면 조직의 용어로 정착할 수도 없다. 시나리오 명칭은 최대 2∼4개 단어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너무 길면 좋지 않다. 영화 제목, 역사적 사건의 명칭도 추천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사용한 시나리오 이름 중 오래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경칩(Groundhog Day)’ ‘긴 겨울(the long chill)’ ‘완벽한 여름(perfect summer)’ ‘종말(end of an era)’ ‘백은시대(silver age)’ ‘멕시코의 봄(Mexican spring)’ 등을 꼽을 수 있다.
 
길게 부연 설명하는 제목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낮은 수준의 전반적 성장을 통해 세계 경제 강화하기’라는 제목이 쉽게 기억될 리 없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많이 쓴다고 하더라도, ‘호황, 불항, 그리고 기저(bull, bear and base)’와 같이 지루하고 식상한 제목은 피하는 게 좋다. 창의적인 팀원들이 많은데도 톡톡 튀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때는 해당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 두루뭉술하거나 서로 다른 시나리오가 혼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의하라.
 
⑤완벽한 실패에서도 교훈을 얻어라 시나리오 수립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예술에 가깝다.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전에 수립했던 시나리오들을 돌아보고 잘못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를 되돌아보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시나리오를 세울 때 알고 있었다면 좋았을 정보가 무엇인지 반추해보라. 실제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하면 너무 협소하게 정의됐거나, 너무 성급하게 폐기된 시나리오가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조직과 구성원들이 실수와 실수로부터 배우는 교훈을 편하게 느낄 때,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더 적어진다.
 
⑥반대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이는 집단사고에 대한 훌륭한 견제 요소다. 사람들은 튀는 의견에 귀를 닫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이런 의견도 수용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이단아적 시나리오는 일반적 통념을 벗어난 발상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한 번쯤 이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도록 만든다. 뻔한 결과들로만(일반적으로 좋음, 일반적으로 나쁨, 그 중간) 시나리오를 구성하면 큰 가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최고 시나리오는 다른 이들이 놓치고 지나갔으나 엄연히 예정된 모종의 상황에 대한 예측이나 매우 명백하지만 결정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요인처럼 새로운 통찰을 기초로 구축된다.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이던 시절 유가 70달러를 전제로 시나리오를 제시한 적이 있었다. 그때 누군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곤두박질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이유로 이 의견은 일고의 가치도 없이 무시됐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실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건대 급격한 가격 변동성에 대해 더 열린 태도를 가졌어야 했다. 결국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선에 머물렀던 기억을 아직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단기 시계열 예측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가능한 한 더 먼 과거의 데이터까지 참고할 필요가 있다. 300년 이전까지 데이터가 존재한다면 이를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영국에는 지난 300년간 금리 및 GDP 대비 국채 비율 데이터가 존재하며, 이는 향후 금리의 추세 및 GDP 대비 지속가능한 부채 비율에 관한 최근 논의에서 기초 데이터로 활용돼왔다). 대부분의 변수에 기초가 되는 데이터들은 수십 년 전 데이터에 불과하지만 일반적으로 쓰이는 빈약한 데이터들과 비교하면 쓰임새가 더 많고, 더욱 폭 넓은 시나리오들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⑦소소한 환경적 변화가 막대한 파괴력을 가질 수도 있다 이 원칙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사례로는 ‘스페셜리스트 비즈니스 모델’을 들 수 있다.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따라 유효성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고대생물인 ‘스밀로돈(saber-toothed tiger)’ 문제라고 부른다. 스밀로돈은 거대한 포유류를 사냥할 수 있도록 발달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송곳니로 공룡 멸종 이후 생태계를 지배했던 포유류 맹수였다. 그러나 환경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거대 포유류들이 하나둘 사라지자 스밀로돈도 멸종하고 말았다. 날카롭고 거대한 이빨이 작고 털이 많은 포유류를 사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반적 크기의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상어는 수억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건재하며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스페셜리스트 비즈니스 모델은 환경이 변할 때 스밀로돈과 같은 숙명을 맞게 된다. 많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들은 고도의 전문화를 통해 현재 비즈니스 환경에 정밀하게 설계됐다. 오늘의 승자가 미래의 모든 시나리오에서도(혹은 대부분에도) 월등한 입지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비즈니스 환경에서 예측되는 변화들이 경쟁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지에 관한 창의적 사고를 기초로 시나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시나리오상에서는 환경이 바뀌는데도 경쟁업체들이 그대로 머물러 있다면 그 시나리오의 상상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설명한 내용이 로켓 과학과 같은 정확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치밀한 시나리오들을 수립해 각각에 대한 비상대책을 수립하고,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되는지를 주시하며 그에 맞는 계획을 이행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시나리오 플래닝 실행이 보이는 것처럼 쉽지는 않다. 개념화부터 구축까지 그 어느 것 하나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안심하고 온전히 의존하기에는 시나리오의 단점 또한 너무나 많다. 결국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데까지는 매우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나리오를 도출한다고 해서 모든 정답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래 불확실성에 대해 최소한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질문을 이끌어내고 예기치 않은 상황을 대비하게 하는 훌륭한 발판이라는 점은 틀림이 없다.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큰 유용성을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찰스 록스버그는 맥킨지 런던 사무소의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 쿼털리 인터넷판 9월 호에 실린 ‘The Use and Abuse of Scenarios’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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