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ESG) 문제에 대한 기업의 부담이 늘고 있다. 기후 변화에서 비만 및 인권 등에 이르기까지 해당 공급망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ESG 문제의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받고 있으며, 관련 규제당국, 내부 직원, 경쟁업체로부터 가해지는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0년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과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프로그램 등을 추진해왔다. 1 1 이 글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보다 광의의 의미를 담고 있는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ESG)’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ESG는 이 글에서 언급된 기업들이 시행 중인 일련의 폭넓은 프로그램에 대한 통칭으로, 투자자들 사이에 점차 널리 사용되고 있는 표현이다. 닫기
경영진과 투자자들은 구체적 데이터가 없다면 이 프로그램을 핵심 사업과 별개의 사업으로 인식하거나, 주주 가치와는 무관한 사업으로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ESG 프로그램에 대한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물론 운영 지표(탄소배출량 등)나 사회적 지표(프로그램 등록 학생 수 등)를 개발해 훌륭한 성과를 이룬 기업도 더러 있긴 하다. 이들 기업 역시 이런 지표를 실질적인 재무적 성과와 연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일각에서는 ESG 프로그램의 효과가 가치 창출에 간접적인 영향만을 주며, 핵심 사업을 구성하는 다른 요인들과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실질적인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건강을 강조하는 상품의 속성이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품질, 가격 등 다른 브랜드의 요소와 분리해 측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은 ESG 활동을 통해 매출 신장, 원가 절감, 리스크 완화 등 매우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ESG 프로그램의 장기적, 간접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구체적 데이터까지 개발하고 있다. 2 2 ESG 활동과 가치 창출의 관계를 더욱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업종 및 지역을 막론하고 238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투자 전문가 및 재무 담당 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이 설문조사는 127명의 CSR 및 지속 가능성 전문가와 사회 공헌 활동이 활발하다고 응답한 기관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행됐다. 설문 대상은 보스턴대 기업시민센터(Boston College Center for Corporate Citizenship·BCCCC)를 통해 도출했으며, 두 설문조사 모두 2008년 12월에 이뤄졌다. 더불어 상향식(Bottom-up) 리뷰로 보완하기 위해 여러 업종에 걸쳐 대표적 ESG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20개 선진기업의 사례를 연구했다. 닫기 이들 모범 기업들은 성장, 자본수익률, 리스크 관리, 경영의 품질 등 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준으로 평가 가능한 재무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표1) 이런 방법으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프로그램들은 마땅히 재검토돼야 한다.
ESG 프로그램을 통한 가치 창출
많은 사람들은 ESG 프로그램의 실질적 효과로 기업의 평판을 높이는 것, 즉 기업의 구체적 활동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태도 변화와 긍정적 개선을 꼽는다. 3 3 맥킨지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대부분이 이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Valuing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McKinsey Global Survey Results(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가치 평가: 맥킨지 글로벌 서베이 결과)’, Mckinseyquarterly.com, 2009년 2월. 닫기 규제나 업계 관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요구에 맞는 기업의 ESG 프로그램에 대한 평판이 규제 개선, 가격 프리미엄, 매출 신장, 불매 운동 리스크 완화, 인재 이탈 방지 등 재무적으로 의미가 있는 목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ESG 프로그램은 성장 촉진, 자본수익률 제고, 리스크 완화, 경영 품질 개선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의 가치와 효과를 올바로 인식함으로써 투자자 및 재무 전문가에게 이 프로그램을 알릴 수 있다.
성장 맥킨지의 조사 결과 ESG 프로그램이 기업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5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①신규 시장 IBM은 신규 시장에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ESG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중소기업 툴킷(SME Toolkit)을 활용해 정부 관계자, 비정부기구(NGO) 등 지역사회의 이해관계자와 거래 실적을 쌓아가고 있는 좋은 예다. 이 회사는 세계은행(IBRD)의 국제금융공사(IFC), 인도의 ICICI 은행, 브라질의 방코 헤알(Banco Real), 싱가포르의 D&B(Dun & Bradstreet)와 파트너십을 맺고, 개도국의 중소기업들에 무료 인터넷 경영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이 툴킷을 활용하고 있다. 현재 16개 언어로 만들어진 30개 중소기업 툴킷이 있다. 이는 새로운 시장에서 IBM의 평판과 대외 관계를 개선하고, 잠재적 고객인 기업들과 관계를 증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②신제품 IBM의 그린 데이터센터 제품은 고객의 환경 관련 우려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기업의 성장에도 일조하고 있다. IBM은 국제자연보호협회(Nature Conservancy)와 함께 수질 개선 작업 효율화를 위한 3차원 이미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IBM의 센서 기술이 적용됐다. 센서와 중앙 데이터 관리 시스템이 무선통신으로 연결돼 의사결정자들이 효율적으로 수질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중요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개척하는 방식이다.
③신규 고객 텔레포니카는 60세 이상 노년층 고객을 위한 신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왔다. 이 회사는 이른바 ‘지식 장벽’(knowledge barrier)을 극복하기 위해 은퇴자에게 새로운 기술 활용법을 소개하는 사업을 노인 협회들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외국에 사는 손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 필요한 기술을 소개하는 강좌다. 노년층이 현대 과학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면서 동시에 미개척 시장에서 고객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④시장점유율 코카콜라는 환경과 관련한 선각자적인 업무 관행으로 매출을 증대시킨 모범 사례로 꼽힌다. 기존의 냉장고, 자판기 등을 친환경적인 ‘에코프레시먼트(eKOfreshment)’ 냉장고, 자판기, 탄산음료 배출기로 교체했고, 새로 교체된 기기들에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수소불화탄소(HFC) 냉매를 쓰지 않았다. 또 에너지 소비량을 절감하기 위해 코카콜라가 개발한 첨단 에너지 관리 장치를 채택했다. 이러한 혁신 기술을 접목한 결과, 기기의 에너지 효율은 최대 35% 향상됐다. 코카콜라는 소매업자의 재무적 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하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시스템을 제공한 대가로 매장 내에서 가장 목이 좋은 곳에 코카콜라 제품을 진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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