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日, 달라진 도쿄 스카이라인

38호 (2009년 8월 Issue 1)

일본 도쿄 앞바다의 인공섬 오다이바에서 바라본 도쿄의 스카이라인은 몇 년 새 크게 달라졌다. 도쿄 중심부인 도쿄역 주변에는 신마루노우치빌딩 등 고층 사무용 빌딩이 밀집해 있고 요코하마와 오사카로 통하는 길목인 미나토구에는 54층 규모의 미드타운 타워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오사카의 스카이라인도 마찬가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01년부터 대도시 규제정책을 철폐하고 광역경제권 육성에 나서면서 도쿄와 오사카에 활기가 돌고 있다. 도심 스카이라인이 바뀌고 서비스산업 활성화로 일자리도 늘어났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글로벌컨설팅사인 모니터그룹이 최근 실시한 20개 메가시티리전(MCR·광역경제권) 경쟁력 평가에서 도쿄와 오사카경제권은 각각 종합순위 3위와 10위를 차지했다.

 

 

 

2.4.1
부활하는 일본의 광역경제권
일본 도쿄도는 2006년 ‘10년 후 도쿄 플랜’을 마련하고 2016년 올림픽 유치에 나섰다. 이는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중국에 대항하는 아시아 경제 중심이자 세계의 메가시티리전의 위상을 굳히겠다는 구상이다.

 

 

 

10
년 후를 내다보는 도쿄플랜의 핵심은 도쿄 외곽을 잇는 광역 네트워크 구축. 도쿄권 일대를 세 겹으로 감싸는 △수도고속중앙환상선 △도쿄외곽환상도로 △수도권중앙연락자동차도 등 ‘3대 환상(環狀) 도로’ 건설이 대표적이다.
 
도쿄도에 따르면 2016년경 3대 환상 도로가 대부분 완공되면 도쿄 도심지인 니혼바시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있는 도쿄권 일대 주요 도로의 정체지점 600곳의 체증이 대부분 풀린다. 혼잡 시 자동차 평균속도도 2005년 시속 18.8km에서 2015년 시속 25km로 빨라진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도쿄도 전체 연간 배출량의 3∼4% 정도인 200만∼300만t이 줄어들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계도 광역 교통인프라가 도쿄 경제권역 내 산업 클러스터간의 시너지 효과와 혁신 역량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마다 토시로(山田利朗) 도쿄도 계획조정담당 과장의 설명에 따르면 수도권중앙연락차도는 도쿄권 서부의 다마(多摩)실리콘밸리와 일본의 연구개발 거점인 도쿄 북쪽의 쓰쿠바 지역을 현행 3시간 반에서 1시간 반 거리로 좁힐 수 있다. 이 도로 중간지점에는 사이타마현 자동차산업까지 집약돼 있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하네다공항과 토쿄항, 요쿄하마항을 연결하는 도쿄외곽환상도로는 쓰쿠바 지역의 아오미와 하네다를 연결하는 시간을 현행 1시간50분에서 1시간10분으로 단축해 공항과 항만을 통해 실리콘밸리로 이어지는 물류 흐름이 크개 원활해진다.
 
또 쓰쿠바익스프레스가 개통되면 도심과 연구개발거점인 쓰쿠바가 현행 1시간25분에서 45분 거리로 연결된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와 라이프사이언스 벤처기업 중심의 도심 산업이 쓰쿠바와 단시간에 연결되면서 상승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오사카권도 △오사카도시재생환상도로 △간사이 중앙환상도로(제2 게이한도로) △간사이 대환상도로 등 3대 환상도로 정비를 통한 역내 네트워크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도쿄권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2007년 7월 지역 내 8개 민관 광역연계조직을 통합한 ‘간사이 광역기구’를 발족시켰다.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이 기구는 향후 간사이 광역연합으로 전환해 긴키경제산업국 등 중앙정부 지방청의 기능까지 흡수할 예정이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역량 있는 도시들의 집적과 네트워크가 21세기 지식기반경제를 주도할 것”이라며 “일본은 이 같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국토의 청사진을 다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2.4.2 2001년에 철폐된 광역경제권 규제
일본 정부는 2001년 6월 각료회의에서 지역균형발전론을 ‘폐기처분’했다.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가 ‘일본열도개조론’을 제기한 이래 30여년 만이다. 균형발전론이 지방 공공사업에 대한 비효율적인 예산 퍼주기로 정부를 빚더미에 올려놓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일본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도쿄, 오사카권 등 광역경제권의 경쟁력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가 정책 폐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균형발전론에 입각해 수도권 공장 설립을 억제하던 ‘공장 3법’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2년 7월에는 1964년 이후 공장과 대학 신증설을 막아오던 공장제한법이 없어졌다. 2006년 4월에는 공장의 지방이전을 유도하던 공장재배치촉진법(1972년 제정)도 폐지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5월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장 신증설을 막던 공장입지법(1973년 제정) 규제마저도 대폭 완화했다.
 
규제 철폐 완화와 엔화 가치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소니, 샤프 등 해외로 떠났거나 나가려던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중소 제조업이 밀집해 있지만 각종 규제에 묶여 산업구조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던 오사카권에서는 규제 철폐의 효과가 즉각적이었다.

 

 

오사카부에 따르면 1998∼2002년 106건이던 오사카내 공장입지 건수는 규제 완화 이후인 2003∼2007년 188건으로 늘었다. 오사카부와 교토부, 효고·와카야마·나라 ·미에현 등 오사카권역의 공장입지건수는 2001년 전국 대비 10.5%수준에서 2003년 이후 15% 안팎으로 껑충 뛰었다.
 
간사이경제인연합회 아오야기 테루오(靑柳明雄) 시니어 카운셀러는 “규제 폐지 이후 오사카권에 20개 이상의 대학분교가 개설됐고 바이오, 로봇, 태양광발전, 연료전지,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기술 산업이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는 도심재생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서비스업 등 3차 산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고 실업률이 떨어지는 등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컸다. SK텔레콤 하성훈 BCC추진단 일본마케팅팀 팀장은 “도쿄의 도심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글로벌기업 지역본부가 싱가포르나 홍콩보다 도쿄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2025년 ‘리니아 신칸센’ 개통되면
도쿄∼오사카 70분 주파 … 日열도가 출퇴근권으로
일본 광역경제권은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열도 전체를 하나의 ‘메가리전(초광역경제권)’으로 엮는 원대한 구상이 추진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민영화된 일본 철도회사인 JR 도카이(東海)가 2025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 ‘리니아 신칸센’이 있다.
 
리니아 신칸센은 최고 시속 581km로 부산∼평양 거리인 도쿄∼오사카를 70분에 주파한다. 기존 고속열차인 신칸센으로 달리면 2시간 30분 걸리는 거리다. JR 도카이 관계자는 “탑승수속시간(15분)까지 포함해 75분이 걸리는 비행기보다 더 빠르다”고 밝혔다.
 
리니아 신칸센이 개통되면 도쿄∼나고야∼오사카권은 일일생활권을 넘어 ‘출퇴근권’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일본 인구의 절반 수준인 7000만 명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게 된다. 일본의 경제주간지인 닛케이비즈니스는 일본 전체가 도쿄권화 되는 이 구상에 대해 ‘국토 구조가 뿌리부터 변한다’며 ‘현대판 열도개조론’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리니아 신칸센의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역 간 교류와 네트워크 강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 및 관련 기술 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 도쿄 도심의 하네다 공항도 국제선을 더 늘릴 수 있게 돼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Interview 1 아오야기 테루오 간사이경제인연합회 시니어 카운슬러
일본 오사카 경제권역은 과거 한국의 ‘수도권 규제’와 비슷한 각종 대도시 규제법으로 인해 대표적으로 피해를 본 지역이다. 도쿄 경제권역은 이미 서비스업 중심이어서 큰 타격이 없었지만 전통 제조업과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던 오사카권역은 산업의 질적 전환을 이룰 기회조차 갖기 어려웠다. 이로 인해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전체 경제의 10%를 차지해 ‘1할 경제’로 불렸던 오사카권의 경제력은 현재 7%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오사카권은 일본 정부가 2000년대 들어 국토균형발전정책을 폐지한 이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소 주춤하는 양상이지만 오사카만 지역을 중심으로 전자, 정보통신(IT), 연료전지, 디스플레이 등 첨단 업종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아오야기 테루오(靑柳明雄) 간사이(關西)경제인연합회 시니어 카운슬러는 인터뷰에서 과거 국토균형발전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도시권 규제 폐지 이후 오사카권 경제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은 2002년까지 ‘공장 등 제한법’ 등 대도시권 규제 정책을 이어왔다.
이 법에 의해 도쿄 이외의 대도시들이 발전에서 소외돼 왔다. 특히 대규모 기업과 대학의 발전이 정지됐고 도심공동화 현상도 초래됐다. 이에 따라 오래 전부터 간사이경제인연합회에서 폐지를 요청해왔다.
 
이 법 폐지 이후 오사카 도심에는 20개 이상의 대학분교가 개설됐다. 기업의 체질도 그 동안 크게 바뀌어왔다. 특히 바이오, 로봇, 태양광발전, 연료전지,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기술개발이 집중적으로 들어서면서 오사카권 경기가 활기를 찾았으나, 최근 세계금융 위기로 다소 힘든 시기를 견디어 내고 있는 중이다.
 
공장 등 제한법의 폐지가 다행스러운 점은 이러한 변화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쿄일극집중을 시정하는 측면에서도 이 법 폐지가 일정부분 공헌했다.“
 
도쿄 일극집중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있나.
살고 싶은, 풍요로운, 매력 있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이 높은 산업의 집중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도쿄와의 비교를 떠나 세계 속에서 어필할 수 있는 오사카를 지향하고 있다.
 
실제로 각종 규제로 오사카만 주변이 공동화됐었는데 현재는 이러한 공동화지역이 차세대 기술 산업이 집적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들 지역이 현재 판넬 베이(만), 밧데리 베이 등으로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간사이 국제공항도 일본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운용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는 여전히 문제다. 오사카는 재정이 매우 열악해 기업에 대한 세금이 일본에서도 가장 높다. 주요 기업의 본사가 도쿄로 이전하려고 하는 요인의 하나가 바로 세금문제다.“
 
일본에 입지규제 완화 등 추가적인 국토정책이 필요한가.
국토균형발전정책이 결과적으로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지방에 너무나 많은 공공사업(투자)을 함으로써 정작 필요한 도시지역의 인프라 정비를 지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컨대, 중앙정부와 오사카부에 우리가 요청하는 것은, 환상선 도로의 정비인데 현재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완성되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는 물론, 일본 전체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낳을 텐데 이것이 안 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정책의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도주(道州)제 도입 등 기존 지방행정체제 개편논의가 있는데.
현재의 도도부현 시정촌 체제 하에서 동일한 공공사업을 이중 삼중으로 하고 있다. 예컨대 수도사업 같은 것이다. 이들 이중 삼중 사업을 줄이면 재정비용이 줄어들 것이다. 간사이주(state)가 된다면, 즉 광역적으로 접근한다면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세금부담이 크게 줄 것이다.
 
최근 각 지방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분배하라는 요구를 하면서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도 광역적으로 상호 연합하기 위한 움직임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광역행정은 물론 관광업 등 해외프로모션을 함께 하고 있다.”
 
Interview 2 KOTRA 한국비즈니스센터 오사카센터장 김일 센터장
일본 국토균형발전 정책의 폐해는 5월29일 KOTRA 한국비즈니스센터 오사카 센터에서 가진 김일 센터장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일본은 과거 국토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지역에 묻지마 식으로 공항과 항만을 조성했고, 이에 따른 빚 부담과 과열경쟁으로 되레 경쟁력을 잃게 됐다.
 
간사이국제공항도 한 사례. 이날 아침 보도된 아사히신문 기사에 따르면 간사이국제공항의 항공기 착륙비는 편당 57만 엔. 인천공항의 14만 엔에 비해 4배 수준으로 경쟁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연간 90억 엔을 보조하고 있지만 이는 빌린 돈 1조1000억 엔에 대한 이자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간사이 지역 사람들이 해외에 나갈 때는 간사이국제공항보다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사례가 훨씬 많다. 이런 현상은 항만 경쟁력에서도 마찬가지다.
 
김 센터장은 부산무역관장을 지낸 경험을 떠올리며 한국에 대한 고언도 빼놓지 않았다.
 
행정구역부터 개편해야 합니다. 예컨대 부산을 광역시로 승격해 별도 행정체제로 만드니 인근 김해나 창원에 공단이 남아도는데도 부산 내에 새로 산을 깎아 공단을 조성합니다. 이런 비효율이 어디 있습니까.”
 
그는 또 지난 정부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균특회계 돈을 따내려고 특화산업을 내놓았는데 지자체별로 다 겹쳤다. 이는 산업이 먼저 있고 해당 산업을 발전시킬 지역을 정해야 하는데 거꾸로 간 셈이다.” 김 센터장은 “특히 지식기반산업 시대가 되면 입지 규제는 불필요하다”며 “기업들에 입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Interview 3 쿠사노 게이이치 노무라종합연구소 주석연구원
한중일 3개국의 각종 도시발전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여해 온 쿠사노 게이이치(草野 惠一) 노무라종합연구소 주석연구원은 한국의 지역발전정책을 ‘갈라파고스’에 비유했다.
 
갈라파고스는 남아메리카 동태평양에 있는 섬으로 독특한 생물 종을 갖고 있어 다윈의 진화론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섬이다.
 
쿠사노 주석연구원은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는 갈라파고스라는 말이 ‘폐쇄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한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한국은 그런 경향이 일본보다 강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도시 정책이나 국토정책이 글로벌 네트워크 속에서의 역할을 찾는 방향으로 급속히 바뀌어야할 시점인데도 아직까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우물 안 개구리식’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쿄 상하이 서울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한 광역경제권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대체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경쟁력 평가 기준이 몇 가지 있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경제적 연계다. 요즘 거래 관계는 국경을 넘어 이뤄지고 있고 국제경쟁력도 국경을 넘어 구축된다.
 
이에 따라 현 시대는 국가와 국가보다 도시간, 지역간 연결이 경쟁력의 핵심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가 국제 네트워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일본은 국토균형발전을 추구하다 2000년대 들어 도시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돌아섰다. 이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전망은.
경제는 일정 수준 이상 발전해 성장률이 낮아질수록 기존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방향으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기존 자원이 많이 모여 있는 대도시 정책이 포인트가 된다. 예컨대 서울은 80∼90년대에 분당 등 신도시를 많이 만들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네트워크화 해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부과할지가 과제가 될 것이다.
 
일극집중 도시구조를 ‘다극 네트워크’형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신도시는 서울하고만 연결된다. 해외 네트워크 등 부가적인 신도시의 역할이 별로 없다. 신도시가 주변지역 각 도시권을 연계하고 해외네트워크의 한 축을 담당해야 서울권 전체가 국제도시로서 경쟁력이 강화되고 상승효과가 일어난다. 국제적인 수준에서 도시경쟁력은 어떻게 구축할 것이며, 대도시 정책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속에서 서울의 역할을 찾는 게 과제다.
 
도쿄의 기능분담용 주변 핵도시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예컨대 요코하마는 도카이도 지역의 관문이고 신요코하마는 간사이지역 기업의 도쿄 진출 거점이 된다. 그러나 서울 주변 도시는 게이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에서도 신도시를 주변 지역과 연계하는 기능적 측면을 연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하이와 베이징은 10년간 주변 도시와 이어지는 연장 200km의 지하철 정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연계 혈관’이 엄청난 속도로 정비되고 있는 셈이다. 올림픽이나 박람회가 이런 정책의 백업 역할을 한다.
도쿄도 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마루노우치센 등 지하철을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한국의 최근 국토균형발전정책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일본에서는 ‘갈라파고스’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는 ‘폐쇄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일본도 그런 경향이 강한데 한국은 더 강한 것 같다. 독자적 진화를 지나치게 많이 한다.
 
최근 들어 급속히 해외 네트워크에 충실한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만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대도시 정책이나 경제정책이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등 쇼크의 시대는 구조변화의 찬스이기도 하다. 일본은 오일쇼크 버블 붕괴 쇼크 후 많은 구조가 변화됐다. 중국은 ‘서비스화 급진적 발전’이라는 명제 하에 도시구조를 바꾸고 있다. 이는 서비스업의 도시핵을 만들어 서비스업의 특징이 연계의 매체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변과의 기능상 연계를 강화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다.
 
서울은 강남을 포함해 도심이 분산된 형태다. 새로운 핵이 부도심 형태로 기능하는게 없다. 중핵도시와 부도심이 각자 역할을 하며 전체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하는데 서울은 똑 같은 도심구조를 여기저기 분산한 셈이다. 분당 등 서울 주변 신도시는 배후권이 없어 발전하지 못한다.”
 
왜 다극이 중요한가.
일극 집중 구조는 성장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다. 기업도 처음엔 일인 체제로 성장하지만 일정 단계가 되면 중핵적인 임원을 여럿 가진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모스크바도 일극구조 집합체인데, 자동차 보유대수가 올라가자 감당을 못하고 있다. 20∼30분 거리를 2∼3시간 걸려 가는 게 보통인 도시구조이다. 이는 일극집중의 한계이다.
 
다극체제의 진정한 의미는 중심부가 질적인 성장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제조업이 도시 발전을 방해하는 시대가 있었다. 그럴 때는 공장 등을 도시에 안 넣으려 했다. 이에 따라 기능 분산, 제조업 분산이 도시 정책의 배경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수도권 규제가 나온 것이었다.
 
일본은 이미 제조업이 도심에서 나간 상태이므로 더 이상 수도권 규제의 의미가 없어졌다. 한국도 서울시내에서 제조업은 할 수도 없다. 입지도 없다. 고효율적인 산업으로 가져가야 한다. 문제는 경기도다. 마땅히 다른 곳에 수용할 데도 없는데 경기도내 제조업 생산을 억제하는 것은 넌센스다.”
 
수도권 등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정책은 자칫 지방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발전 전략이라고 할 때 어떤 발전구조를 가져갈지가 중요하다. 일본은 국토종합계획 없어졌고 가이드라인 성격인 국토형성계획으로 바뀌었는데 각 지역이 특성을 발휘하면서 알아서 발전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 농산품의 해외 판로확대 전략이 성행하고 있다. 해외 연계 통해 각 지역의 특성을 발휘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는 한 곳에 몰아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엇을 그 지역에 맞게 선택해 집중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각 지역의 특성을 명확히 해나가면서 상호 연계해 발전해 나가야 한다. 한국 전체의 ‘연계 발전’ 구조가 필요하다. 서울 도심부나 경기도에 돈을 쏟는 게 아니라 서울과 주변부 연계에 돈을 쏟아야 한다. 수도권이 전체 국제 네트워크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게 중요하다.
 
질적인 생산이 중요하며 경기도는 중국에 나간 생산공장의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 역할을 해야 한다. 국내에서만 생각하면 수도권 규제가 필요하지만 국제적 연계 속의 역할을 생각하면 규제는 현재 말이 안 된다. ‘갈라파고스화’를 경계해야 한다.
 
산업 클러스터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산업클러스터라고 하면 원재료와 부품 공급 기능이 다였다. 네트워크 개념이 없었다. 그러나 산업클러스터는 생산과 함께 연구개발, 전문서비스, 특허, 법률을 다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렇게 되면 산업클러스터 역할이 도시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그동안 응용개발 분야에 집중하면서 코스트다운 경쟁을 해왔다. 중국도 들여온 기술을 코스트다운하고 운영을 효율화 하는데 집중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만드는 힘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외 유학생이나 연구학생을 끌어오고 있다는 의미다. 국제적 산업 구조에서 ‘마더적 역할’을 완수하려면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경기도에는 핵이 될 도시가 현재 없다.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산업도시 영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인천도 국제교류도시를 표명하고 있는데 제대로 국제적인 역할을 하려면 한국 대표기업이 있어야 한다.
 
바이오 환경 에너지 등 국제 네트워크 속에서 지역의 역할을 명확히 하기 모호한 산업이 한국의 산업정책으로 많이 얘기되고 있는 듯 하다. 환황해권에서 어떤 산업이 발전하고 어떤 기능이 가치를 가질 것인지 보고 그 속에서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방별로 특성을 살리되 해외 네트워크 속에서의 역할을 봐야 한다.”
쿠사노 게이이치 주석연구원은 도쿄대 도시공학과를 나온 도시계획 분야 현장 전문가로 동아시아 3개국의 각종 지역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일본의 제5차 전국종합개발계획수립 및 수도개조계획 작성에 관여했고 도쿄도 오다이바 사업경영계획, 요코하마 미나토 미라이 기능도입 계획, 홋카이도 니세코지역 관광개발계획, 사이타마 뉴타운 개발계획 등을 지원했다. 한국에서도 남해안 광광벨트 개발, 서해안 관광벨트 개발, 제주 국제자유도시 개발 시행계획 수립, 평택 국제화지구 및 구도심 활성화 전략, 서울 내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경영계획 책정 등 각종 프로젝트의 컨설팅 및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중국에서는 베이징 신시가지 발전문제, 상하이시 푸동지구 개발전략 수립에 관여해왔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3호 Talent Transformation 2021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