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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수도권 영광 재현하는 영국과 프랑스

DBR | 38호 (2009년 8월 Issue 1)
프랑스 파리 건축문화재박물관인 샤요 궁. 에펠탑이 가장 잘 보이는 명소 중 하나인 이곳은 루브르박물관 등 대형 박물관보다 인지도는 낮지만 프랑스의 오랜 건축 문화의 역사를 증언하는 역사적인 장소다.
 
2009년 이 건물에서 새로운 파리의 역사가 시작됐다. 건물 외벽에는 새로운 파리 건설을 위한 ‘그랑파리 프로젝트’ 전시회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전시장 부스에 들어서자 세계적 건축가인 프랑스의 장 누벨, 영국의 리처드 로저스 등 10개 팀이 제안한 독창적인 새로운 파리에 대한 청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참가팀들은 “파리권의 광역 출퇴근 시간을 30분 단축하자”, “파리-런던-로테르담을 잇는 3각 축을 만들자”, “도버해협의 항구도시 르아브르를 파리의 항구로 만들자”는 등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놨다. 하지만 교통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통해 파리권의 외연을 주변부로 확대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비전이 대체로 비슷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프레데리크 파스칼 씨(60)는 “파리는 교통난 등 연계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프랑스에 꼭 필요한 사업이며 정부 대책이 뒤늦은 감도 있다”고 말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4월 샤요 궁에서 10년간 350억 유로(약 62조 원)를 투자하는 ‘그랑파리(Grand Paris)’ 계획을 발표하고 11월 말까지 각계 의견 수렴에 나섰다. 1853년 조르주외젠 오스만 남작이 샹젤리제 거리 등을 조성하고 대대적인 정비사업을 벌인 이후 약 150년 만에 최대 규모의 ‘파리 리모델링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프랑스 파리권과 영국 런던권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대도시권이 국가 경제의 성장 엔진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파리 북역에서 유로스타 고속열차를 타고 2시간20분을 달리자 영국 런던 도심의 세인트 판크라스 역에 도착했다. 영국과 프랑스를 가로지르는 영불해협을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분이다. 오후 9시 20분 터널에 진입하면 서머타임이 적용되는 영국에 8시40 도착한다. 유로스타로 대변되는 고속철은 지리적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런던과 파리간의 거리가 2시간20분으로 단축되면서 인구와 자본의 이동도 그만큼 빨라졌다. 살맛나고 사업하기 좋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진 못한 대도시권은 인재와 자본을 경쟁 도시권으로 뺏길 수밖에 없다.

 
2.2.1 프랑스의 파리에서 글로벌 파리로
오전 출근시간 고속철도와 지하철 환승역인 파리 도심의 몽파르나스역. 통근자와 여행자가 뒤섞인 지하철 매표소와 자동매표기 앞에는 표를 끊기 위해 긴 줄이 늘었다. 역사가 혼잡하다보니 취재팀에게 “당장 표를 살 수 있다”고 속삭이는 암표상도 있었다.
 
파리권의 교통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2007년까지 약 10년간 교통 수요가 27% 증가하면서 한계에 부닥쳤다. 20여 년간 수도권의 성장억제 정책으로 대중교통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가 파리 도심을 거치지 않는 외곽 고속순환열차와 신규 광역철도(RER) 건설 등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이유다.
 
카롤랑 욍베(27·여) 씨는 “파리 외곽 순환철도가 꼭 필요하다”며 “파리에서 3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 살았는데 외곽에서 외곽으로 통근하려면 파리 도심을 거쳐야 해 출근시간만 1시간 반이 걸렸다”고 말했다.
 
파리권의 성장 억제 정책을 펼쳤던 프랑스의 위기감이 특히 컸다. 영국 런던권, 미국 뉴욕권에 뒤지지 않는 파리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그랑파리’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매년 7만 채의 주택을 짓고 파리 교외지역의 도심 접근성을 높이는 ‘파리 리모델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파리권의 영역을 영불해협으로 확대하고 유럽 경제의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피에르 망사 파리 메트로폴 담당 부시장은 “파리는 원래 부가 창출되는 지역이었지만 성장억제 정책과 정부의 무관심으로 역동성이 떨어지고 다른 지역도 발전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정부가 수도권 발전에 눈을 돌렸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외곽순환도로를 경계로 200만 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파리시와 외곽 일드 프랑스지역을 기능적으로 통합하는 광역단위 경제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광역 교통망에만 10년간 350억 유로가 투입된다.
 
센 강을 따라 북부지역의 항구도시인 르아브르를 파리권의 외곽 항구도시를 키우는 원대한 계획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소외된 파리 외곽지역의 경제적 통합도 추진한다. 프랑스는 2005년 파리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북아프리카계 이민자의 폭동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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