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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선회하는 미국의 국토정책

DBR | 38호 (2009년 8월 Issue 1)
2009년 6월 2일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뉴욕시 월스트리트. 이날 미국 GM의 파산보호 신청이 이뤄지자 월스트리트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제조업 파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뉴욕의 땅 위에서 세계 금융위기의 여진이 암울한 분위기를 이어갔지만 땅 밑에선 희망찬 미래가 건설되고 있었다. 72억 달러를 투자해 뉴욕 맨해튼 도심과 롱아일랜드 지역을 철도로 잇는 대형 터널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2015년 이 공사가 완공되면 외곽에서 뉴욕 도심으로의 통근시간이 40분 정도 단축돼 통근자 16만 명이 혜택을 입는다. 롱아일랜드 시와 뉴욕시의 동반 성장도 기대된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메가시티리전(MCR·광역경제권)인 뉴욕권은 금융위기에도 도시개발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올해 뉴욕주는 도시 인프라 개선에만 모두 41억6000만 달러(5조2000억원)의 연방 예산을 쏟아 붓는다.
 
뉴욕의 대대적인 투자는 2009년 2월에 의회를 통과한 787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경기부양법 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경기부양 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 정부의 새로운 국토 비전이 녹아있다.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국가나 주 정부가 아닌 대도시권 단위로 계획하고 집행하도록 한 ‘대도시권국가(MetroNation)론’이다.
 
2.1.1 대중 교통인프라가 지속 성장의 발판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모니터그룹의 세계 20개 메가시티리전(광역경제권·MCR) 조사에서 뉴욕권 시카고권 로스앤젤레스(LA)권 등 미국의 3개 대도시권이 각각 1, 6, 9위에 포진했다. 미국의 3개 대도시권이 모두 10위권 안에 들어온 것.
 

 

현재도 세계 최고의 대도시권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지만 글로벌 경쟁 앞에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여러 정책 중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것이 대중 교통인프라의 확충이다. 미국의 대중교통시스템은 짧게는 30∼40년, 길게는 100년 가까이 된 것이어서 많이 노후화되어 있고 글로벌 수준에도 크게 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인프라 구축에 다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 뉴욕과 LA 등 미국 대도시권은 집적과 연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교통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 체계로 심각한 교통난을 겪고 있는 LA권에는 2035년까지 대중교통 이용률을 40%로 끌어올리기 위한 12개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미국 화물운송량 2위 구간인 롱비치-버논 구간은 상습 교통체증에 따른 운송 지연과 공기 오염을 막기 위해 트럭 전용도로로 바뀔 예정이다.
 
대중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우선 고려사항은 기존 도로 중심의 교통 체계에서 철도 지하철 등 대중 교통 중심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자동차업계의 요구와 소도시 중심의 생활 기반 때문에 자동차 위주로 교통망이 짜여져 있다. 하지만 자동차 중심의 교통시스템은 미국의 경쟁력을 해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1990년대 후반부터 학계에서부터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미국 연방정부는 더 나아가 대도시권 중심의 국토비전을 제시했다. 오바마 정부는 백악관내에 도시정책실을 신설하고 ‘메트로네이션(MetroNation)'이라는 새로운 국토 개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아이디어는 미국 최고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제공했다.
 
오바마 정부는 메트로네이션 정책의 골자를 다음과 같이 적시하고 있다.
 
미국의 대도시권은 경제성장, 개혁, 새로운 기회를 위한 핵심 엔진이다. 21세기에서 미국 경제의 번영을 가져오기 위해 미국 연방 정부는 새로운 대도시권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강한 도시들이 강한 지역을 만들고, 이는 강한 미국으로 연결된다.‘
 
이어 경기부양법에 90억 달러(약 11조25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일본과 유럽에 뒤지지 않는 고속철도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발표했다. 고속철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에 추월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미국 교통부는 11개 지역의 고속철도 건설 청사진을 내놓고 입찰에 들어갔다. 현재 미국 고속철도와 관련해 가장 조기에 착공 가능성이 높은 곳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북쪽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와 남쪽의 로스앤젤레스를 잇는 노선이다. 현재 자동차로 7시간 가량 걸리는 두 도시가 고속철이 완공될 경우 2시간 정도의 거리로 좁혀진다.
 
LA지역의 교통정책을 수립하는 광역대도시계획기구(MPO·Metropolitan Planning Organization)인 캘리포니아정부연합(SCGA·Southern California Association Governments)은 고속철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 곳의 프랭크 웬 디랙터는 “고속철이 완공되면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샌디에이고를 묶는 거대한 메가 리전(초광역경제권)이 탄생할 것”이라며 “미국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꼭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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