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icizing Business Model

‘제품+서비스’ 획기적 통합, 특별한 성장

42호 (2009년 10월 Issue 1)

제조업이 고도로 발전하면 서비스업의 요소를 도입하게 된다. 이는 치열한 경쟁으로 핵심 제품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고,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선진국의 제조업을 통해 증명됐다.
 
최근 국내외의 많은 제조기업들이 제품 판매 증대 또는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제품-서비스 통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서비사이징(servicizing)’이라 부른다. 서비사이징은 한마디로 제품으로 판매하던 것을 서비스화해 제공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서비스화를 통해 환경 부담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공유(sharing)나 리스(lease) 시스템과는 차별화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기업들이 제품-서비스의 결합을 고려 중이다. 그러나 이들 중 다수가 서비사이징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신이 없어 주저하고 있다. 필자는 이 글에서 우선 서비사이징 비즈니스 모델의 분석 틀을 제시한다. 또 그 틀을 이용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기업들을 분석, 유용한 서비사이징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서비사이징 비즈니스 모델의 분석 틀을 살펴본 후, 한국에서 성공했던 모델의 유형을 분석해보자.
 

 
서비스 행동 유형 모델
필자는 최근 실제 기업의 성공 사례를 분석해 국내 제조기업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서비스 통합 방안을 도출하는 연구를 진행했다(박광태·성대원·임호순, ‘제품-서비스 통합방안에 대한 사례연구’, 2009년). 이 연구에서 사용한 방법론이 바로 마티유(2001년)의 ‘서비스 행동 유형 모델’이다. 서비스 행동 유형 모델은 제조기업의 서비스 행동 유형 변화를 하나의 프레임 안에 집대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성공 사례를 분석해 제품-서비스 통합의 바람직한 유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소 복잡하지만 하나하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쉽게 이 모델을 이해할 수 있다. 마티유는 제조업체가 서비스 영역을 강화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 유형을 ‘조직상의 집중도(organizational intensity)’와 ‘서비스 특이성(service specificity)’을 기준으로 분류했다. 이 2가지 요소를 결합한 매트릭스를 통해 기업의 구체적인 서비스 행동 유형은 9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그림1)
 

 
 
<그림1>에서 나타난 ‘조직상의 집중도’와 ‘서비스 특이성’의 요소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필자는 편의상 조직상의 집중도와 관련된 이슈들을 X, Y, Z로, 서비스 특이성과 관련된 이슈들을 A, B, C로 표기했다).
 
①서비스 특이성
- ‘품질 관련 서비스(A)’는 품질이나 편의성처럼 기업이 일반적 수준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휴대전화의 통화 품질 개선이 대표적이다.
 
- ‘부가 서비스(B)’는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의 판매를 돕는 부가적 서비스로, 배송과 기술 지원, 부가 기능 제공 등을 말한다. 휴대전화의 고장 수리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 ‘제품으로서의 서비스(C)’는 그 자체로 본격적인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한 서비스를 말한다. 컨설팅 서비스처럼 서비스 자체가 독자적인 제품 역할을 하며, 기업이 고객에게 독립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가정이나 기업의 통신 비용 절감을 위한 컨설팅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②조직상의 집중도
- ‘전술(X)’은 기업의 마케팅 믹스, 구체적으로는 제품 믹스상의 특정한 행동만을 의미한다. 자동차 회사가 선루프를 선택 사양으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면 이는 전술에 해당한다.
 
- ‘전략(Y)’은 기업의 기본 가치나 사명의 변화 없이 포트폴리오에 특정 핵심 역량을 더하는 것을 말한다. 승용차를 만들던 회사가 스포츠카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면 이는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
 
- ‘문화(Z)’는 기업의 기본 가치나 사명, 근본적인 특성을 바꾸는 것이다. 일반 승용차를 만들던 회사가 친환경 자동차 전문기업으로 근본적인 구조를 바꿨다면 이는 문화의 변화에 해당한다.
 
위의 2가지 축을 결합한 매트릭스 각각의 대표적 사례는 다음과 같다.
 
- 품질 관련 서비스+전술(AX): 수신자 부담 전화 서비스가 대표적 예다.
 
- 품질 관련 서비스+전략(AY): 소니는 고화질 영상 재생을 위한 블루레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세계 표준 기술로 육성하기로 결정했다.
 
- 품질 관련 서비스+문화(AZ): 도요타 렉서스는 완벽한 소음 제어 등 차량 품질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극한의 효율과 완벽을 추구하는 기업 문화를 구축했다.
 
- 부가 서비스+전술(BX): 자동차의 무상 보증 서비스 기간 연장이 대표적 예이다.
 
- 부가 서비스+전략(BY): GE메디컬시스템은 고객에게 의료 장비 사용에 대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기업의 전략이 제품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교육 및 컨설팅 사업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 쪽으로 바뀌었음을 뜻한다.
 
- 부가 서비스+문화(BZ): 캐터필러는 중장비 판매와 연계된 리스나 할부 등의 금융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철저한 ‘고객 봉사’ 마인드를 기업 내부 문화로 만들었다.
 
- 제품으로서의 서비스+전술(CX): 경쟁 업체의 자동차까지 수리해주는 자동차 정비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 제품으로서의 서비스+전략(CY):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는 자동차 관련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 제품으로서의 서비스+문화(CZ): IBM은 메인 프레임 컴퓨터 등 하드웨어 생산에서 벗어나 현재 IT 및 기업 경영과 관련한 토털 서비스와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사례와 비즈니스 모델
서비스 행동 유형 모델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제품-서비스 통합이 전술이나 전략적 차원을 뛰어넘어 문화적 수준에서 구현되고, 서비스 자체가 제품이 되는 단계(CZ)다. 실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도 이런 생각을 뒷받침해줬다. 필자는 삼성전자와 효성, 웅진코웨이 등의 기업 사례를 연구해 4가지 제품-서비스 통합 유형을 도출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제품-서비스를 결합한 기업들은 최종적으로 CZ 단계를 향해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은 구체적인 제품-서비스 결합 유형들이다.


 
①집중적 통합(그림2-1)이는 현재 사업 내에서 제품에 관련된 신규 서비스를 덧붙여 수익을 확대하는 유형이다. 집중적 통합 유형은 주로 첨단기술 제품 분야에 적합하다. 이런 시장에서는 제품의 혁신과 신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된다. 따라서 기업은 초기에는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이후에는 고객 니즈에 따라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특징화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품과 결합해 자사만의 특장점을 만들어내게 된다. 여기서 서비스 행동 유형은 ‘AX → AY → BY’로 이동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개발 초기 품질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AX=품질 관련 서비스+전술). 당시 나온 휴대전화가 기술적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무려 500만 대를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폐기했을 정도였다.
 
이후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제품-서비스 통합은 IT 기술 발전에 따라 고객이 요구하는 컨버전스 제품 개발과 무선 인터넷 활용에 전략적 목표를 두고 이뤄졌다(AY=품질 관련 서비스+전략). 삼성전자는 먼저 휴대전화에 기본적 통화 기능 이외에 MP3, 카메라, DMB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했다. 또 사용자가 자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는 GPS 기능을 넣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최근 사진과 동영상, 전화번호부, 일정 등의 개인 기록을 휴대전화와 컴퓨터, 인터넷을 통해 다이어리 형태로 편집하거나 개인 블로그에 올리게 해주는 ‘라이프 다이어리’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는 제품과 관련한 부가 서비스를 전략과 연계시킨 것(BY)이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TV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각종 콘텐츠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디지털 TV용 인터넷 포털(365℃)을 만든 것도 BY의 사례다. 365℃의 콘텐츠가 제품으로서의 서비스로 변화한다면 삼성전자 TV 사업의 서비스 행동 유형은 CZ로 이동할 것이다.
 
②제품 기반 수평 통합(그림2-2)이 형태의 통합 역시 집중적 통합과 마찬가지로 ‘AX → AY → BY’의 순서로 변한다. 하지만 제품을 중심으로 하되, 서비스가 제품에 부가되는 게 아니라 수평적으로 통합된다는 점에서 집중적 통합과 다르다.
 
현대자동차는 초기 시장 진입기에 제품의 품질을 중시한 전술을 시행했으며(AX), 품질과 성능이 안정된 후에는 고객 만족을 위해 서비스망을 확대했다(AY). 이후 계열사들이 서비스 부문을 맡게 되면서 BY로 이동했다.
 
현대자동차의 제품-서비스 통합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지만 서비스가 제품에 종속되지 않는다. 독립된 계열사가 서비스 부문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서비스 부문에 역량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브랜드 가치가 높은 고급 제품 개발에 전념할 수 있다. 결국 BZ의 단계로 가게 된다.
 
구체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은 자동차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국내 3위의 카드회사인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 고객들을 대상으로 전용 포인트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1위 국제 물류기업인 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 운송 물량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③서비스 기반 수평 통합(그림2-3)이는 신규 서비스의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제품-서비스를 수평적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서비스 기반 수평 통합은 주로 제품의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시장 경쟁이 낮은 분야에서 많이 시도된다. 이런 분야의 기업들은 성장성이 낮은 원래 사업 이외의 새로운 수익원을 개척하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SK주식회사(현 SK에너지)가 2000년대 초 중고차 중개(엔카), 편의점(OK마트), 자동차 경정비(스피드메이트), 트럭 물류 정보(내트럭), 로열티 마케팅(OK캐쉬백) 등 다양한 ‘주유소 관련 사업’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SK는 당시 14조 원의 연간 매출을 자랑했지만, 주력인 정유업은 마진이 적고 성장성이 낮은 산업이었다.
 
이런 유형의 통합은 신규 서비스가 제품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제품-서비스 통합이 가능하나, 예상되는 기대 수익은 높지 않다.
 
④혁신적 통합(그림2-4) 혁신적 통합은 획기적인 제품 또는 서비스 개발을 통한 제품-서비스 통합을 말한다. 이 유형은 AX에서 다른 단계를 거치지 않고 BY나 CZ로 곧바로 이동한다. 그만큼 혁신적이란 뜻이다.
 
1990년 정수기 생산 및 판매를 시작한 웅진코웨이는 당시 AX 단계에 있었다. 그러다 1997년 경제 위기로 매출이 줄어들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로선 획기적 비즈니스 모델인 ‘방문 판매와 영업망을 통한 렌털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이에 따라 웅진코웨이의 서비스 행동 유형은 단숨에 BY로 변화했다.
 
한편 혁신적 통합에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혁신성뿐만 아니라 우호적인 경영 환경이 도움을 주기도 한다. 삼성전자 홈 네트워킹 제품의 서비스 행동 유형은 2003년을 전후로 AX에서 CZ로 곧바로 변화했다. 이는 홈 네트워크가 2003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선정돼 정부 차원의 육성 정책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신규 서비스와 제품 개발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바로 높은 수준의 제품-서비스 결합을 이룰 수 있었다.
 
맺음말
제조기업의 서비스화는 기업 생존의 필수 요소다. 이를 위한 제품-서비스 통합이 기업 전략의 핵심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 글은 사례 연구를 중심으로 기업의 제품-서비스 통합 유형을 제시했다. 앞서 제시한 내용이 갖는 시사점은 크게 다음 2가지다.
 
첫째, 기업은 실제 사례에 기반한 제품-서비스 통합 모형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전략 전개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둘째, 마티유가 제시한 대로 기업의 서비스 행동 유형 중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제품으로서의 서비스’와 ‘문화’가 결합한 형태임을 알 수 있다. 성공적으로 제품-서비스를 결합한 국내 기업들도 대부분 실제로 CZ 단계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다만 마티유의 모델은 환경적 요인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최근의 사회적 화두이며, 서비사이징의 중심 내용 중 하나다. 따라서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합하되, 제품의 재활용을 통해 환경적 측면까지 고려해야만 지속적인 서비사이징 비즈니즈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제품 수명 주기가 끝난 후에도 분해가 쉽도록 조립하고, 분해된 부품을 상당수 재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후손에게 미칠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비즈니스를 구상해야 한다.
 
서비사이징 비즈니스 모델의 환경적 측면에 대한 사항은 DBR TIP ‘서비사이징 비즈니스 모델 수립을 위한 점검표’를 참조하면 도움이 된다.
 
DBR TIP 서비사이징 비즈니스 모델 수립을 위한 점검표
 
1. 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잠재성 유무를 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2. 비즈니스 모델의 실행과 운영 비용 및 환경적 측면에서의 절감 부분을 고려해본다.
3.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제품의 가격을 올려야 하는지를 결정한다.
4. 비즈니스 모델에 도움이 되거나 방해가 되는 관련 규제 등을 검토해본다.
5. 예비적인 시장 조사를 통해 기존 고객으로부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반응을 조사한다.
6. 비즈니스 모델을 수행했을 때 기존 고객이나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없을지를 살핀다.
7. 판매보다 서비스 계약을 통해 제품을 양도하는 게 왜 이익이 되는지를 판단해 서비사이징 옵션이나 정책을 개발한다.
8. 제품의 유지 및 사용된 제품의 처분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9. 자원의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강조하기 위해 생산자와 고객 모두에게 적절한 혜택 공유 방안을 마련한다.
10. 제품이나 구성 부품을 처분할 때 분해(disassembly), 재생산(remanu-facturing), 재활용(recycling)을 쉽게 하는 제품의 디자인이나 생산 활동의 최적화를 추구한다.
11. 재활용을 위해 원재료와 제품의 유통 추적 시스템을 개발한다.
12. 제품이나 장비의 사용이 끝난 후 이를 저장해 분해할 장소를 확보하거나 인력 등 재생산 및 재활용에 필요한 프로세스 및 시스템을 설계하고 테스트해본다.
 
 
필자는 서울대 산업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버클리대에서 생산 관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이며 한국생산성학회 회장, 한국서비스경영학회 부회장, 서비스사이언스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