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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GE의 메커니즘 경영을 배워라

조동성 | 1호 (2008년 1월)
얼마전 뉴욕 주에 있는 GE 크로톤빌 연수원에서 제프 이멜트 회장을 비롯한 여러 최고경영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GE가 한세기를 넘어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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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까지만 해도 기업은 전략을 기업의 주체인 최고경영자(CEO), 환경(environment), 자원(resources) 등 세 가지 관점에서 찾았다. 즉 기업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주체론 관점에서 잭 웰치 같은 훌륭한 경영자를 모셔오면 된다고 생각했다. 또 환경론 관점에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성장산업으로 진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여겼다. 경영학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는 “기업의 이익은 기업이 속한산업의 특징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했다. 블루오션도 비슷한 개념이다. 아울러 자원론 관점에서 다른 기업이 가지고 있지 못한 독점적 자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 자원을 개념화한 것이 핵심역량이며 그 중 하나가 기업 내부에서 만들어진 지식이다.
 

 
하지만 최고경영자가 바뀐다고 해서, 성장산업으로 진출한다고 해서, 출원한 특허가 등록되었다고 해서,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이 그 다음날 달성되지는 않는다. 기업의 목적은 생산, 판매와 같은 사업 활동, 즉 프로세스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즉 경영자, 환경, 자원을 결합해 하나의 운영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바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진정한 비결은 이런 메커니즘에 있는 것이다. 핵심역량과 지식이 1등을 쟁취하기 위한 공격무기라면 1등을 오래 유지하는 방어용 무기가 메커니즘이다. 미국의 GE와 한국의 삼성전자와 같은 성공적인 기업이 가지고 있는 메커니즘에는 일반 기업들이 배울만한 비결이 숨어 있다.
 
GE의 경우를 보자. 주체론 관점에서는 뛰어난 비전, 의지, 실천력으로 20년간GE를 이끌었던 잭 웰치 회장의 뒤를 이은 제프 이멜트 회장이 있다. 그는 2001년 회장 취임 이후 800억 달러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인수하고 350억 달러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매각했다. 이를 통해 과거보다 훨씬 빠른 성장과 높은 수익을 실현하는 기업으로 GE를 탈바꿈시켰다. 또‘환경이 돈이다 (green is green)’라는 슬로건 아래 친환경전략인 에코메지네이션(ecomagination)의 추진을 주도했다. 21세기 최대 화두인 환경을 사업성장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면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
 
환경론 관점에서는 미국의 견조한 성장과 중국과 인도, 베트남 등 신흥시장에서의 사업기회가 돋보인다. GE는 신규투자의 절반 이상을 이 시장에 쏟아 부으면서 미래지향적인 사업기반을 다지고 있다. 자원론 관점에서는 신용평가에서 최고등급인 AAA등급을 유지하면서 가장 싼 자금을 활용한다. 또 129년을 이어온 명성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시장을 공락함과 동시에 개인보다 조직을 앞세우는 인재들을 중용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메커니즘론 관점을 통해 GE를 보면 우선 경영품질관리기법인6시그마(sixsigma)와 6시그마의 성과를 고객의 실질적 가치로 연결하기 위해 기업내부의 사이클 타임을 줄이는 ‘린(lean)기법’을 접목한 ‘lean시그마’가 있다. 그리고 GE의 벽 없는 조직문화와 비관료적인 학습문화 형성의 기반을 구축한 워크아웃(work-out) 등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런 혁신 테크닉은 GE가 가진 메커니즘의 표피에 불과하다.
 
GE에서는 사업포트폴리오가 시장상황에 따라 늘 변한다. 특히 분명한 장기재무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기존 사업의 평가와 신규 사업 인수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첫째, 매출 증가율은 미국GDP성장률의 2배를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GE는 11%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으며 이 중 8%는 기존 사업에서 달성되었다. 둘째, 순이익은 매년 10% 이상 성장해야 한다. 셋째, 투자수익률(ROI)은20%를 유지해야 한다. 2007년 8월말에100여 년의 역사와 혁신적인 기술을 자랑하는 플라스틱 사업을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SAVIC)에 매각한 것은 장기적으로 이런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결과다.
 
그러면 기술, 금융 및 미디어 등 성격이 서로 다른 수많은 사업을 경영하는 GE를 하나의 기업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뭘까. 바로 최고경영자와 리더들 그리고31만 여명 직원들을 하나로 묶는 운영 메커니즘이다. 모든 리더와 직원들은 △3개년 전략계획(growth play book) △1개년 예산계획 (sessionⅡ) △두 번의 인사조직평가 (session C) △윤리 및 준법
 
경영(session D) 프로세스를 1월부터 12월까지 치밀하게 계획된 일정과 정교한 순서에 따라 진행한다. 특히 매년 인사조직평가를 실시하고 모든 구성원들을 평가과정에 참여시킨다. GE의 가치와 리더특성을 기준으로 상사 5명, 동료 5명, 부하 5명, 그리고 필요에 따라 고객을 포함하여 20명 이내로 평가단을 구성한다. 이들에 의한 360도 평가결과는 모든 사람들에게 예외 없이 적용된다. 특정 개인을GE가 원하는 리더로 성장시키는 프로세스는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GE의 내부 경영을 분석해 보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무형의 가치와 문화들이 메커니즘 속에 녹아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인재선발과 육성이며 다른 하나가 조직 가치와 개인의 성장을 연결해 내는 독특한 문화다. GE는 단순히 명문대학교 출신자 보다는 일정한 지적 수준과 도전의식, 창의적인 리더십을 함께 갖춘 졸업생을 선호한다. 또 개인보다 조직의 성과를 우선시한다. 최선을 다한 후에 오는 실패에 대해서는 문책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귀중한 경험과 교육의 기회로 삼는 것도 GE가 자랑하는 기업풍토다.
 
필자가 찾아낸 메커니즘 가운데 백미(白眉)는 상급자가 일은 잘 하지만 소극적으로 목표를 세우는 경향이 있는 부하직원에게 목표를 늘려 잡도록(stretched goal)하는 것이다. 이로부터 높은 성과를 도출하도록 하고 이에 대해 공정하게 성과를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그 결과 모든 구성원들은 자신이 노력한 결과를 상급자가 빼앗아가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이를 통해 부하 직원들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창조적 발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회사가 기대하는 결실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이런 평가 시스템은 상급자가 권위를 앞세우지 않으면서 부하의 노력을 훔치지 않는 개방적이고 진실된 자세가 있기에 가능하다. 이와 같이 주체, 환경, 자원, 메커니즘이 결합된 결과 GE는 오늘날 세계 최고의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DBR Tip] 효과적인 내부 경쟁의 활용

삼성전자가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반도체 개발 팀을 둬서 경쟁을 시켰던 것처럼 치열한‘내부 경쟁(internal competition)’은 좋은 성과를 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런던비즈니스스쿨의 줄리안 버킨쇼(Julian Birkinshaw) 교수는 내부 경쟁을 하면 급격한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현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 도전적인 문화를 만들 수 있고,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장점 탓에 내부 경쟁을 유도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많다. 내부 경쟁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사업부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유사한 프로젝트가 경쟁하는 양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일례로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에서는 각 사업부가 자발적으로 인터넷 전화 관련 기술을 개발했는데 7개 팀이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회사가 의도적으로 여러 팀에 비슷한 프로젝트를 맡겨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에릭슨은 과거 2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개발할 때 3개 팀에 유사한 프로젝트를 맡겼다. 도요타도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 개발 시 무려 80개의 서로 다른 엔진 디자인을 고안해서 최적의 모델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내부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될 경우 부작용인 나타날 수 있다. 품질의 대가 에드워즈 데밍은 내부 경쟁이 종업원들의 자발적 동기 유발을 저해하며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치욕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영 전문가들은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경쟁의 룰이 정확하게 정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떤 기준으로 제품 개발 성과를 평가 받게 되는지, 언제 평가가 이뤄지는지, 경쟁 부서와 협력을 해도 되는지 여부 등이 명확해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경쟁에서 진 팀도 잘 관리해야 한다. 경쟁에서 진 팀원들이 절망감을 갖거나 회사를 떠나면 큰 자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HP나 에릭슨 같은 기업은 열심히 노력하다 실패한 것은 회사 발전에 좋은 일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가고 있다. 또 제록스는 경쟁에서 실패한 팀장을 성공한 팀의 수장으로 발령을 내기도 했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을 보자. 주체론 관점에서는 1983년2월 도쿄 선언에서 21세기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반도체 산업으로 진출한 이병철 회장의 비전이 뛰어났다. 1987년 이병철 회장의 뒤를 이은 이건희 회장이 만 20년째 반도체에 대한 확고부동한 신념을 바탕으로 이 산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환경론 관점에서는 1986년 인텔 의CEO로 취임한 앤디 그로브 사장이 메모리 칩이 차별화하기 어려운 제품이라는 전제 하에 이 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미국의 여러 반도체 회사가 메모리 칩 생산을 포기했다. 1991년에는 미국과 일본 정부간의 자율적 수출규제합의에 따라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역시 줄어들었다. 이두 사건이 겹치면서 미국시장에 대한 메모리 칩 공급은 대폭 줄어들었다. 반면 메모리 칩이 핵심부품인 PC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났다. 이처럼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면서 미국 시장에서 메모리 칩 수급에 큰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바로 같은 해인 1991년 삼성은 메모리 칩 생산 수율에서 상업적 생산이 가능한 60%를 넘기며 대량생산을 시작했다. 메모리 칩이 없어서 못 팔던 미국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올라서게 되었다.
 
자원론 관점에서는 삼성 그룹의 계열사들이 가진 자금 조달 능력이 핵심요소로 작용했다. 반도체산업에서는 신제품이 개발되는 즉시 공장을 세워 경쟁자보다 빨리 생산을 시작해야 한다. 신제품에 대한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초기 시장에서 투자비용을 뽑아 차세대 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제품 개발이 마무리 안 된 상태에서 신규공장을 짓는데 필요한 2조원을 유동자산으로 가지고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메커니즘론 관점에서는 ‘18개월마다 신제품이 나오는데, 그 신제품의 성능이 기존 제품의 2배’라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이 법칙의 의미를 전략적으로 해석하면 신제품을 다른 경쟁기업보다 먼저 개발하는 기업만이 가격이 높을 때 시장을 선점하고 투입자본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다른 반도체 회사들이 큰 개발비가 소요되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 팀을 하나씩 둘 때 삼성전자는 두 배의 개발비를 각오하고 모험을 했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 팀을 두 개 두어 치열한 경쟁을 유도한 것이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신제품을 개발한 팀에게 특진과 보너스를 포함한 모든 영광을 부여했다. 그 결과 삼성반도체는 메모리칩 사업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GE도 178년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에디슨전기조명회사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래 올해로 130년째가 된다. 1896년 미국 뉴욕증시의 대표적인 종합지수인 다우존스가 시작할 때 지수산정 배스킷에 있었던 열 두 개회사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유일한 회사로 수많은 기관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회사 시가총액은 2007년 10월 1 기준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인 4200억 달러에 달한다.
 
두 사례에서 보듯이 메커니즘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어서 주체, 환경, 자원에 비해서 찾아내기 어렵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한 기업이 적절한 메커니즘을 구축하는데 일단 성공하기만 한다면 이는 경쟁자가 결코 찾아낼 수도 없고 흉내 낼 수도 없는 독점력을 형성한다. 그 결과 그 기업경영자는 메커니즘적 관점을 통한 전략구축이라는 성공 비결을 통해 자신의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게 될 것이다. 

[DBR Tip] GE의 워크아웃

워크아웃(work-out)은 잭 웰치 전 GE회장이 관료적 조직문화를 없애고 부서나 직위와 상관없이 쌍방향 의사소통이 이뤄지도록 유도하기 위해 만든 경영 혁신 기법이다. 워크아웃은 ‘매일 매일 더 좋은 방안을 찾는다(Finda better way, everyday)’라는 목표 하에 조직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 조직문화의 변혁을 추구한다. 워크아웃을 위해 사용된 대표적인 기법이 타운 미팅이다. GE크로톤빌 연수원에서 2∼3일간 진행되는 타운 미팅은 수많은 기업이 벤치마킹 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 미팅의 진행자(facilitator)는 직원들과 거의 이해관계가 없는 대학 교수들이 맡는다. 관리자는 광범위한 도전 과제를 지시하고 나서 자리를 뜬다. 이후 편안한 복장을 한 직원들은 상사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자의 도움을 받아 자신들이 느끼는 문제점을 목록으로 만들고 해결 방안을 토론한다. 상사가 돌아왔을 때 직원들은 새로운 문제 해결방안 및 제안 목록을 보여주는데 관리자는 그 자리에서 최소한 75%이상 제안에 대해 즉각‘예스(yes)’나 ‘노(no)’라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현장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서로 합의해서 일정 시간 내에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직원들은 틀에 박힌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표현하게 된다.

  • 조동성 | -(현)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위원회 위원
    -(현)핀란드 명예총영사
    -(현)안중근의사기념관 관장직
    -(현)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학총) 회장 역임
    - 한국복제전송권협회 이사장 역임
    - 서울대 경영대학 학장
    - 하버드, 미시건, 듀크, 동경대, 북경대, 장강대 초빙교수
    - 전 정부혁신관리위원회위원장
    - 전 한국경영학회 회장
    dsch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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