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활명수 경영

38호 (2009년 8월 Issue 1)

‘까스활명수’는 11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최장수 제품이다. 의학이 발달했다 해도 아직 인간도 100년 이상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특히 한국 현대사의 극심한 굴곡 속에서도 단일 상품이 한 세기가 넘도록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활명수의 장수는 결코 우연 때문이 아니다. 112년 동안 맞닥뜨린 각종 위기를 극복해온 과정 그 자체가 한 권의 경영학 교과서다. 활명수는 탄생 때부터 궁중 비방법이라는 스토리텔링, 달여 먹지 않아도 되는 양약의 편리함, 신속한 효력이라는 제품 자체의 경쟁 우위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당시 가장 흔한 병은 위장 장애, 소화불량이었다. 표적 시장과 수요를 염두에 두고 제품 개발에 임했다는 점은 현대 경영학의 관점에서 봐도 뛰어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잘 알려진 대로 활명수는 ‘목숨을 살리는 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100년 전 만연했던 유아 토사곽란, 급체, 만성설사 등은 당시 의학 수준에서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증상이었다. 이렇듯 위험한 병에 즉효를 발휘하는 약품 명칭으로서 활명수는 최고의 조건을 갖췄다.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고 소비자와 교감할 수 있는, 그야말로 소비자 지향적인 이름이다.
 
8·15해방, 한국전쟁, 외환위기 등 끊임없이 닥쳐오는 위기와 속속 등장하는 경쟁 제품의 도전에도, 활명수는 꾸준히 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했다. 고가 전략, 독자적인 전국 유통망 구축, 과감한 광고 판촉,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 등도 비결이지만, 장수의 결정적 이유는 ‘정도(正道) 경영’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어떠한 위기가 닥치더라도 활명수는 소비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의사결정에도 이를 반영했다.
 
활명수 경영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해방 직후 남북 분단으로 만주 공장 및 상권을 잃었을 때, 동화제약 경영진은 공장 설비나 재고를 포기하고 직원들을 피신시키는 데 몰두했다. 또 회사가 몇 년간 개점휴업 상태였을 때에도 종업원들의 임금을 평상시와 똑같이 지불했다. 인간 중심 경영이 말은 쉬워도 그 실천은 결코 쉽지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가 닥쳤을 때 기업들은 발 앞에 놓여 있는 돌부리만 피해가겠다는 심정으로 장기적으로는 극약이 될 수도 있는 단기 처방에만 집착하곤 한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진정한 해법은 장기적인 안목에서만 나온다.
 
험난한 경영 환경을 헤쳐 나가야 하는 경영자라면,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고난과 싸우면서 정상을 지켜온 제품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음을 되새겨보자. ‘온고지신’이란 바로 이런 때를 위한 말이 아니겠는가. 활명수의 위기 극복 역사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어떠한 고난도 이겨낼 수 있는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마케팅학회 부회장, 에스콰이아 문화재단 이사,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장, 제일모직 및 두산 사외이사 등을 지냈다. 현재 한양대 경영대학장 겸 글로벌 경영전문대학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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