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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워크는 사고의 틀이다

Inuit | 3호 (2008년 2월 Issue 2)
‘국민 프레임워크’인 SWOT부터 BCG 매트릭스까지 허다한 프레임워크의 세상입니다. 이를 사용하면 뭔가 멋진 결과가 나온 듯하고 비주얼하게도 세련되어 보여서 이른바 전략한다는 사람들이 남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 경영대학원(MBA) 후배 중에는 하나의 보고자료를 각기 다른 50가지 정도의 프레임워크로 도배한 친구도 있더군요.
 
프레임워크에 목숨을 걸지 마라
SWOT 예를 들었으니 한마디 하면, 프레임워크와 관련한 가장 흔한 실수가 맥락 없이 이름만 쫓는 경우입니다. 강점-약점, 기회-위협이 연상시키는 항목만 줄줄이 나열하는 식이지요. 하지만, SW는 내부역량 관점에서, OT는 외부환경 관점에서 해결하려는 문제와 관련성을 가진 의미를 추출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임을 끝까지 잊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지요. 그리고, 그 이후에 도출할 결론도 염두에 두지 않고 네모칸 채운 것에서 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SWOT은 쉬운 예이니 설마 하시나요? 포터의 5요인(5-force) 모델을 기업분석에 사용한다든지 가치사슬(value chain)을 순서도 정도로 사용하는 등 프레임워크 사용의 오류는 제가 지금껏 수도 없이 보아 왔습니다. 좀 더 미묘하게는 BCG 매트릭스를 절대값 개념으로 덮어씌우거나 균형성과지표(BSC)와 핵심성과지표(KPI)를 혼돈하는 등 은근슬쩍 넘어가는 오류도 종종 보입니다. 어느 정도 혼돈이면 올바로 가르쳐 줍니다만, 프레임워크를 단지 입력 하면 산출 나오는 마술상자(magic box)처럼 생각하거나, 프레임워크를 신주단지 모시듯 여기는 후배가 있으면 정색을 하고 충고해줍니다.
 
프레임워크는 템플릿이 아닙니다. 섣부른 프레임워크이용은 작성하는 수고와 사용하는 자원의 낭비일 뿐 아니라, 오도된 결론이라는 심대한 타격을 가져옵니다. 그래서 이런 것을 배운 적 없는 열정 있고 똘똘한 이가 정성 들여 만든 소박한 자료가 MBA스쿨 나온 골방샌님의 휘황찬란한 자료보다 나은 경우가 자주 생기기도 합니다.
 
프레임워크가 주는 장점
남에게는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하며, 저는 프레임워크를 아직도 열심히 공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혼자만 잘난 체 하려 함은 결코 아닙니다. 앞에서 말했듯, 프레임워크 그 자체로는 선도 악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를 공부하면 도움이 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첫째, 전략가가 많이 접하는 상황에서 빠른 정보의 취합이 가능합니다. 미리 충분히 고민한 결과가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익숙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황을 보는 통찰을 줍니다. 잘 짜여진 틀은 짧은 시간에 고민한 개인간의 편차를 극복하도록 조감하는 힘이 있습니다. 전체를 보고 디테일로 들어가면 중요한 사항이 빠지지 않아 산출물의 수준이 높아집니다.
 
셋째, 개인차원에서 보면 포괄적인 고려에 의한 심정적 안정감이 커집니다. 귀납이 주는 끝없는 불안과 고독은 전략가의 큰 고민거리입니다 . 반면 프레임워크는 연역의 방법론이므로 문제에 집중하여 효율적이고 빠른 답을 얻기 쉽습니다.
 
넷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프레임워크의 개념과 철학을 이해하면 자신의 프레임워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사내 컨설팅을 할 때 상황과 주제에 맞는 제 자신의 창작물을 만들어 쓰고는 합니다. 화려한 맛은 떨어지더라도, 그 의미와 힘은 유명 교수의 것에 비견할 바가 아니지요.
 
프레임워크는 유용한 도구일 뿐
저는 자동차를 유틸리티로 생각합니다. 적당히 비용을 들여 유지하고, 언제든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장소로 안전하게 가면 그만입니다. 어떤 이는 차를 애인보다 더 귀히 여기기도 합니다. 애지중지 아끼고 고이 모시든지 또는 100발짝 넘는 곳은 항상 차를 데리고 다니기도 합니다. 차는 취향이라 쳐도, 프레임워크는 그야말로 하나의 유용한 도구(tool)일 뿐입니다. 잘만 쓰면 내 생각의 깊이를 돕고 결과의 품질을 높입니다. 하지만 철학과 통찰이 없는 프레임워크는 파워포인트 템플릿 디자인과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중견 IT업체에서 전략기획과 사내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 inuit는 경영,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활발한 블로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실명 공개는 여러 이유로 피하고 있으며 블로그를 방문하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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