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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제안의 기술

입찰전쟁에 대한 오해와 진실

김용기 | 30호 (2009년 4월 Issue 1)
입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준화된 입찰·제안 관련 프로세스를 마련한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입찰·제안 역량을 조직의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으로 여기는 기업도 소수에 불과합니다. B2B 영업에 대한 학계의 연구도 미진합니다. 하지만 영업이 연고나 정치력에 좌우되면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입찰·제안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불황기 입찰 성공률을 10%만 높여도 이익이 급증할 수 있습니다. 전문 컨설팅사인 쉬플리코리아가 입찰·제안 역량 강화를 위한 실전형 솔루션을, 한양대 한상린 교수님이 B2B 마케팅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여러분의 입찰·제안 역량이 강화되기를 바랍니다.

입찰·제안 역량의 중요성 제고
입찰·제안과 관련한 역량이 불황기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쟁자보다 더 좋은 제안서를 만들지 못하면 주문을 받을 수 없다. 지금 같은 불황기에는 입찰 실패가 기업에 결정적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입찰·제안 전문 컨설팅사인 쉬플리코리아 내부 자료에 따르면 수의계약(handshake deals)은 전 세계적으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신 민간 기업의 제안 요청서를 통한 입찰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또 각종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8만 달러 이상의 거래 시 입찰을 의무화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입찰이나 제안은 국책사업이나 건설, 플랜트, 조선, 군수산업 등 일부 대형 프로젝트에 국한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 간 모든 비즈니스, 심지어는 교육 서비스나 전문 인력 및 서비스(변호사, 노무사 용역 등) 공급에도 입찰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안 영업을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은 회사 내에 제안서 개발 센터를 두거나, 제안서 콘텐츠를 지적 자산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안서 작성 과정에서 어떤 전략적 관점이 필요한지,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을 어떻게 제안 전략으로 구체화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우선 입찰과 제안이 기업에 얼마나 중요한 핵심 역량인지부터 살펴보자.
 
입찰·제안 역량이 성과 결정
<
그림1>에서 보듯 월 5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오더(order) 수주율이 25%인 기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매출의 10%를 경상이익으로 보고 연간 비용이 50억 원 정도라면, 대략 연간 매출 1500억 원, 순이익 100억 원 규모의 회사가 될 것이다. 만약 오더 수주율을 10%만 높이면 매출은 2100억 원, 순이익은 160억 원으로 불어난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순이익 증가다. 오더 수주율은 단지 10%만 늘어났지만 순이익은 무려 60%나 높아졌다.
 
아마 많은 독자들은 이 사례가 지나치게 가정을 단순화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단기간에 제안 성공률을 10%나 높일 수 있는지 의문을 표시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워낙 중요한 이슈인 만큼 실제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자.
 
단 10%의 제안 성공률 향상이 60%의 순이익 향상을 가져올 수 있나? 우선 제안 성공률을 향상시키는 데 추가적인 설비나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회사의 기존 자원과 인력을 활용하면 성공률을 10% 정도는 충분히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매출 증가분은 곧바로 순이익으로 연결된다. 게다가 미국 정부 및 민간 기업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주에 성공한 제안서가 실패한 제안서보다 오히려 비용이 덜 든다고 한다. 왜냐하면 제안 전략이 분명한 기업들은 비생산적인 제안을 과감히 포기하고, 전략적으로 성공률이 높은 제안에 자원을 집중하기 때문에 매출 증가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도 경험할 수 있다.
 
단기간에 제안 성공률을 향상시킬 수 있나? ‘솔루션 셀링(Soultion Selling) 전략’의 저자 키스 이즈는 놀랍게도 미국 내에서 제안 영업을 하는 기업의 90%가 조직 내부에 문서화된 세일즈 표준 프로세스가 없음을 알아냈다. 그리고 프로세스를 수립해 실행하면 그 프로세스의 수준과 상관없이, 단지 문서화되고 실행되는 프로세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매출액이 15% 늘어난다는 것을 입증했다. 만약 여러분의 기업이 표준화된 제안 영업 프로세스를 갖고 있지 않다면 단번에 매출액을 15% 향상시킬 잠재적 기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제안 영업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
“제안서를 잘 써야 입찰에 성공한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 말은 놀랍게도 사실을 왜곡한 측면이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완벽한 제안서도 제안 성공률이 약 52%에 불과하다. 완벽한 제안서란 고객의 제안 요청서상의 요구 조건을 100% 충족하고 논리적이며 보기 좋은 제안서를 말한다. 왜 완벽한 제안서의 절반 정도는 입찰에 실패하고 마는 걸까? <그림2>를 보자. 우리는 제안 요청서상에서 고객이 요구한 조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지만, 사실 요청서에 나타난 공식적인 고객의 요구는 실제 근본적인 이슈를 부분적으로밖에 다루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만약 이 논리를 수긍하기 어렵다면 고객들이 내놓은 제안 요청서를 다시 한 번 살펴보길 권한다. 그 제안 요청서에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대체로 고객사의 제안 요청서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늘 불완전하고, 논리적으로 결함투성이며, 심지어는 자신들의 진짜 ‘니즈’가 무엇인지 밝히고 있지 않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조직의 보안 사항은 제안 요청서에 쓸 수 없다. 또 일부 집행 부서의 니즈는 공식화할 수 없지만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제안 요청서가 부실한 가장 보편적 이유는 고객 스스로 자신들의 니즈를 분명히 규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건물을 짓는 데 예산, 완공 기간, 디자인, 품질 중 어떤 부분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고객은 결코 100점짜리 제안 요청서를 내지 않는다. 그들이 제안 요청서에서 말하고 있는 요구 사항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많다. 때로는 사실이 아닐 수도, 비논리적일 수도 있다.
 
고객사와 거래 경험이 있는 기존 업체가 80% 가까이 제안을 성공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막연히 고객사와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는 정도의 인식을 해왔지만, 이는 실제로 단순한 인간관계나 신뢰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일단 거래가 형성되면 자주 만나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안 요청서에는 없으나 고객들이 갖는 비공식적이지만 정말 중요한 실제 이슈, 한계점(예를 들어 고객이 이 프로젝트에 할당할 수 있는 최대 예산 등), 그리고 고객의 주관적 견해(도색 작업 시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색깔)를 알 수 있다.
 
제안 영업의 성공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빙산의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제안서를 작성하려면 제안서 작성 전에 고객과의 관계 수립(long term positioning)과 영업 기회 창출을 위한 계획 수립(opportunity planning)을 통해 고객의 진짜 니즈를 발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단 고객으로부터 제안 요청서가 발행되고 나면 이런 일은 상당히 어려워진다. 제안 요청서를 발행한 고객사는 입찰에 참여한 후보자들에게 정보를 공평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림3>은 한 컨설팅 회사가 미국의 24대 대형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각 산업별 최상위 기업들은 보통 기업들에 비해 고객사가 제안 요청서를 발행하기 이전에 고객사에 대한 마케팅 비용을 훨씬 많이 지출하고 있으며(최상위 기업 65% 대 보통 기업 15∼20%), 그 결과 상대적으로 훨씬 효율적인 비용 대비 수주액(1:225 대 1:25)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최상위 그룹 수준의 입찰 성공률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답은 간단하다. 고객의 제안 요청서가 떨어지면 늘 허겁지겁 제안서를 작성하던 기존 관행을 바꾸고, 잠재 고객의 니즈를 발굴해 기회를 창출하며, 사전에 고객의 이슈를 이해하는 데 조직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 비밀은 조직의 제안 영업 프로세스 수립에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제안서 작성 경험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흔히 이런 말을 하며 화려한 제안서 작성을 주문한다. 그러나 경험자의 말이 모두 정답은 아니다. 이 말은 자칫 제안서의 외부 치장(화려한 색상, 현란한 디자인)에 승부를 걸게 함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초점을 흐리게 해 오히려 평가자가 원하는 대답을 찾기 어렵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지금부터 이 말은 이렇게 고치자. “읽기 편한 제안서가 좋은 제안서다.” 좋은 제안서는 단 2가지 조건만을 충족하면 된다.
 
-평가자가 평가하기 쉽다(easy to evaluate)
-제안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responsive)
 
<그림4>를 보자. 2개의 그림은 제안서를 7가지 기준으로 평가해 방사 도표에 정리한 결과이다. 이를 자세히 보면 어떤 제안서가 좋은 평점을 받을 수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림4> 중 왼쪽 그림을 보면, 시각적인 면(페이지와 문서 디자인, 시각화)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내용과 논리 구조에서는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알맹이가 없는 제안서는 이런 평가를 받게 된다. 이에 반해 오른쪽 제안서는 시각화나 페이지 및 문서 디자인에서는 중간 점수를 받았지만, 충실도(제안 요청서상의 고객 요구 조건에 대한 충족도) 및 반응도(비공식적 요청까지 포함한 고객의 니즈)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제 우리는 문장 서술의 품질, 시각화, 페이지 및 문서 디자인 등 제안서의 외형상 조건뿐만 아니라 고객의 요구 조건에 충실하고, 니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솔루션의 전략적 초점이 분명한지 살펴봐야 한다. 또 경쟁사보다 우위 포인트가 분명하고 균형감을 갖추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우리 업종(산업)에서는 가격이 평가 기준의 (거의) 전부다?”
이 말은 제안 전략 무용론을 펴는 제안 영업 담당자들이 흔히 하는 항변이다. 매우 설득력 있어 보이고, 실제로 특정 업종에서는 이 말이 정확히 맞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군납을 하는 정유업체는 서로 제품을 교환해 납품하기도 한다. 이처럼 상품 차별화가 안 되는 시장에서는 가격이 유일한 경쟁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가격이 평가 기준의 전부일 때는 복잡한 제안서를 낼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복잡한 제안서를 만들면서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항변하는 세일즈맨들은 대부분 자신의 솔루션에 대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에 실패한 이들이다. 가치 제안이란 가치를 통해 상품 및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것을 말한다. 가격이 솔루션과 별개로 논의될 수는 없다. 만약에 당신이 10억 원을 투자해 20억 원의 이익을 얻거나, 11억 원을 투자해 25억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물론 후자일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가격과 제공하는 솔루션의 가치와의 관계다. 만약 내가 제공하는 가치와 가격의 차이가 가장 크다면, 고객은 내가 제시한 가치와 가격을 동시에 선택할 것이다.(winner: 가치-가격 > loser: 가치-가격)
 
물론 정확하게 가치 제안을 보여주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평소 제안 영업 활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고객에게 자신의 회사와 회사의 솔루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활동을 벌여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과학적으로 고객에게 데이터를 제시해야 하는데, 데이터를 만드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Quantify: 성과 계량화
-Timing 계산: 효용 발생 시기, 비용 투입 시기, 투자 금액 회수 시기를 계산해 고객에게 제공
-Measurement: 측정 수단 제공
 
특히 <그림5>에서 보듯, 고객이 초기에 지출한 비용이 바로 기대하는 효용으로 전환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투자비가 언제쯤 실제 효용으로 나타나는지,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측정되고 그 예상 성과는 얼마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제안 성공률을 높이는 2가지 방법
모든 입찰에 응하지 말라 관리자들은 대부분 입찰에 많이 참여할수록 더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안 성공률은 늘 똑같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왜 관리자들은 이런 가정을 하는 것일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차별화된 솔루션을 통한 가치 제안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솔루션을 제대로 차별화할 수 없다면 많은 제안에 응해 가능한 양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악순환의 고리를 강화한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곳에 많은 제안을 할수록 성과는 떨어지고, 그럴수록 관리자들은 더 많은 제안에 참여하라는 압력을 받게 된다. 반대로 입찰에 선택적으로 응하게 되면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입찰에 훨씬 집중할 수 있다. 그것은 <그림6>처럼 도구와 프로세스를 통해 주어진 기회를 스크린하는 것이고, 이는 훨씬 효과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제안에 자원을 집중하라 입찰 건수를 줄였다면 한정된 자원과 노력을 나머지 입찰에 모아야 한다. 앞서 살펴봤듯이 높은 성과를 내려면 고객의 제안 요청서를 받기 전 단계에 자원과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림6>의 아래쪽 사례처럼 과거에는 수많은 제안서에 파묻혀 할 수 없었던 고객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포지셔닝 작업 및 세일즈 전략의 개발과 이에 부합하는 제안 전략의 적용에 자원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게 된다.
 
제안 영업 프로세스 확립
리엔지니어링의 창시자 마이클 해머 박사는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바보 같은 업무 프로세스에서는 바보같이 일할 것”이라며 조직에서 업무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뛰어난 제안서 작성 능력을 가진 직원이 있다고 기업의 제안 성공률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어떤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프로세스가 없는 기업이라면 당장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프로세스가 다음 조건을 갖추면 제안 성공률은 더 높아진다.  

①‘단일(single)’ 프로세스 제안서 작성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따라 하기 쉬워야 한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할지 쉽게 알 수 있어야 직원들의 몰입도가 높아진다. 프로세스가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져 일관성이 없으면 실무자와 고객 모두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②‘융통성 있는(flexible)’ 프로세스
여러 가지 유형의 기회, 시장, 잠재 고객의 요구 사항, 제안서 요구 사항 등에 적합하게 바뀔 수 있어야 한다.

③‘충분한 규모의(scalable)’ 프로세스
충분히 큰 규모를 다룰 수 있어 다양한 규모의 기회, 제안서 전달 기한, 이용할 수 있는 자원에 적합하게 프로세스가 바뀔 수 있어야 한다.

④‘일치하는(aligned)’ 프로세스
고객의 구매 단계와 판매자의 판매 단계가 일치해야 한다. 고객은 저마다 다른 구매 주기로 서로 다른 단계에 서로 다른 니즈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고객의 일정에 따라 단계별로 달라지는 고객의 니즈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세일즈 전략, 제안 전략으로 구체화하라
기업의 전반적인 세일즈 전략이 제안 전략으로 확장돼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즉 제안서에서 세일즈 전략을 구현해야 한다. 우선 세일즈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지 그 프로세스를 알아보자
 
①고객사 분석 무엇보다 고객사의 ‘핵심 이슈(hot buttons)’를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핵심 이슈는 추상적이라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고객사의 의사결정자와 그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하 ‘영향자’)을 분석해야 한다. 의사결정자를 분석할 때 많은 사람들은 가장 권한이 큰 사람을 의사결정자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한다. 그런데 때로는 이런 생각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의사결정자는 ‘포지션과 중요도의 곱셈(position × importance)’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 이슈가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은 더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포지션이 낮더라도 의사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영향자는 대체로 의사결정에 기능적으로 자기 역할을 하는 내부 영향자(실제 사용자, 재무 담당, 구매 담당 등)와 동종업계 의사결정자와 연결되는 외부 영향자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특히 외부 영향자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영향자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고객사의 핵심 이슈를 발굴했다면, 이를 통합해 조직의 이슈로 만들고 그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예산인지, 준공일인지, 품질인지를 평가해야 한다.  

②경쟁사 및 시장 환경 분석 앞 단계의 고객사 분석을 통해 고객의 핵심 이슈를 정의했다면, 이를 기초로 시장 환경을 분석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핵심 이슈를 기준으로 경쟁사와 자신의 역량을 객관화해 평가하면 된다. <그림8>처럼 ‘경쟁사 비교표 (bidder comparison matrix)’를 만들면 비교적 손쉽게 이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이 단계를 거치는 이유는 2가지다. 첫 번째, 만약 우리가 이길 수 없는 강력한 경쟁사가 있을 때는 이 단계에서 포기하기 위해서다. 이미 비용을 투입했더라도 성공 확률이 낮은 입찰에 끝까지 참여했다가 실패하면 훨씬 큰 비용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목적은 핵심 이슈 분석을 통해 핵심 차별화 요소를 찾아내고, 이 핵심 차별화 요소를 중심으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핵심 차별화 요소는 객관적 사실이라기보다는 고객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③세일즈 전략 수립 이제 경쟁사 비교표를 분석해 파악한 핵심 차별화 요소를 중심으로 세일즈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세일즈 전략의 핵심은 ‘무엇을(what)’ ‘어떻게(how)’ 할 것인지 ‘기술(docu-mentation)’하는 것으로, 크게 4가지 원칙을 들 수 있다.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라(emphasize)
-자신의 약점을 최소화하라(mitigate)
-경쟁사의 약점을 극대화하라(highlight)
-경쟁사의 강점을 최소화하라(downplay)
 
예를 들어 “우리는 고객을 가나다 물류 센터 투어에 참여시켜 물류 센터 설계를 기한 내에 마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기술할 수 있다. 이를 ‘세일즈 전략 기술서’라고 부르는데, 이 세일즈 전략은 제안 전략을 포함해 고객과의 모든 커뮤니케이션과 영업 단계에서 일관되게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제안서를 작성하면 세일즈 전략 기술서를 기초로 제안 전략 기술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방법은 <그림9>와 같다.
 
제안서 작성 능력은 조직의 핵심 역량
상당수 한국 기업들은 인적 네트워크 중심으로 영업을 하거나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입찰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런 관행이 미래에도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윤리 의식이 중요해질수록 효과적인 제안 영업과 과학적인 제안서 작성 역량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 될 수 있다. 다른 기업들이 낮은 가격으로 승부하고 비공식적 관계에 의존하는 영업을 할 때, 세일즈 전략을 수립해 적극적으로 기회를 창출하고 제안 프로세스를 마련하면서 전략적 영업을 시작해보라. 가까운 시일 내에 기업의 성과는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다.
 
필자는 7년간 컨설팅 회사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8년 4월에 제안 입찰 분야의 글로벌 컨설팅사인 쉬플리 한국 지사(Shipleywins.co.kr)를 설립했다. 현대자동차, 교보증권, SK텔레콤의 영업 및 인력 개발 부서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한국사이버대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 김용기 김용기 | - (현) 쉬플리코리아 회장
    - 한국사이버대 겸임교수
    - 현대자동차, 교보증권, SK텔레콤 영업 및 인력 개발 부서 근무
    bryan@shipleywi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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