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전문가의 위대한 조언 - 브루스 바서스타인

2호 (2008년 2월 Issue 1)

신토마스 A. 스튜어트, 가디너 모스
 
지난해 봄 브루스 바서스타인은 하버드 로스쿨이 선정하는 ‘2007 위대한 협상가상’을 수상했다. 이 상을 받은 사람 중에는 오가타 사다코 전 유엔 난민고등판무관, 북아일랜드 평화 협상을 이끈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 등이 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세베니우스 교수는 상을 시상하면서 2005년 바서스타인이 이끌었던 라자드의 기업공개(IPO)를 특별히 언급했다. 당시 바서스타인은 150년 동안 지속되던 라자드의 족벌경영 체제를 무너뜨리고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라자드의 IPO는 바서스타인이 주도했던 거래 가운데 가장 복잡한 것이었다.
 
하지만 라자드의 IPO는 그가 수십년 동안 기획했던 엄청난 대규모 거래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과 로스쿨, 캠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그는 30여 년 동안 협상과 기업인수합병(M&A) 부문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그는 크래버스, 스와인&무어의 변호사를 거쳐, 1970년대 말과 1980년대에는 퍼스트 보스턴의 M&A 부문 공동대표, 1980년대 말과 1990년대에는 투자은행인 바서스타인 페렐라 그룹의 CEO로 재직하면서, 총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1000건 이상의 거래를 중개했다. 현재 그는 라자드의 회장 겸 CEO를 맡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라자드가 체결 완료한 거래의 규모는 총 3000억 달러를 넘어선다.
 
이는 엄청난 규모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창출된 가치가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HBR의 토머스 A. 스튜어트 에디터와 가디너 모스 선임 에디터는 바서스타인이 관리자로서, 협상가로서, CEO들의 카운슬러로서 어떻게 가치를 창출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시간 동안 그를 인터뷰했다.
 
주요 인터뷰 내용은 그가 어떻게 인재를 확보하고 관리하는가, 어떻게 지식집약적 사업을 구축하고 유지하는가, 어떻게 기업과 산업을 평가하는가, 어떻게 훌륭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바서스타인이 매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기발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매우 총명하고 영리한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지성에 자신만의 창의력과 끈기를 결합시킨 덕분이다. 그는 자신의 문제 해결 접근법을 거래나 전략이 ‘말이 되는지(타당한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모든 행동은 이러한 접근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상당한 결실을 가져다주었다. 다음의 내용은 바서스타인과의 인터뷰를 편집한 것이다.
 
당신은 항상 협상 체결을 일종의 문제 해결(problem-solving) 게임이라고 보아왔습니다. 이런 접근법은 어디에서 온 것입니까? 그리고 처음 M&A 자문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이런 접근법이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저는 하버드를 졸업한 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영국의 합병 정책에 대한 논문을 썼습니다. 그래서 뉴욕에 있는 크래버스 로펌에서 합병 관련 법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했었죠. 저는 월가의 M&A 거래에 상당히 많이 관여했고, 대부분은 자산 인수였습니다. 이런 거래는 매우 복잡했고, 서류 작업도 아주 많았습니다. 당시 IPO 관련 업무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자산인수 관련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일이 무척 좋았습니다. 지적이고, 창의적인 측면에서 도전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때 고객사 가운데 퍼스트 보스턴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 회사에는 합병 업무 인력이 많지 않았습니다. 전문가 4명과 고객들에게 전반적인 투자은행 관련 자문을 해주는 비전문가 몇 명뿐이었죠. 퍼스트 보스턴은 제가 합병 업무에 전문 지식과 실무 경험을 더해 주기를 원했습니다. 퍼스트 보스턴의 M&A 업무는 신속하지 못했고, 거래 규모도 작았으며, 업무 기법도 ‘원시적’(primitive)이었습니다. 일년에 이뤄지는 거래도 한두 건에 불과했죠.
 
퍼스트 보스턴의 관건은 ‘M&A 사업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와 ‘무엇을 마케팅할 것인가?’, 그리고 ‘대형 M&A 기업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였습니다. 우리는 우선 주어진 거래를 충실히 수행한 뒤 이를 통해 축적된 명성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경쟁사들은 주로 변호사들에게 거래 실행 작업을 맡겼는데, 우리는 이것이 잘못됐다고 판단했습니다. 협상 조건과 구조의 미묘한 의미와 차이를 제대로 이해할 경우,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죠. 한동안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만, 우리는 곧 적대적 인수를 포함해 몇 건의 거래를 성공적으로 성사시켰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팀의 규모는 커졌고, 마케팅 목표의 우선순위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이후 우리는 장기적 사업 전략의 일환으로, 재무 자문 사업에서 M&A 자문을 분리했습니다. 재무 자문은 주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하지만, M&A는 CEO가 관여하는 부문이기 때문에 우리는 CEO들을 마케팅 대상으로 공략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이러한 접근법은 상당히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기 위해 M&A 부서 안에 각 산업별 담당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창의 부서’(creative department)를 설립해 각 산업을 이끄는 원동력이 무엇이며, 향후 5년 동안 각 산업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를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기업이 숨겨진 핵심 경쟁력을 발견하고 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석유 회사의 경우 외환과 환헤지에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 성장 잠재력이 있을 수 있겠지요.
 
산업에 대한 전문 지식, 창의력, 전문 기술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법을 라자드에서도 시행하거나 도입한 적이 있습니까?
 
현재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산업별 전문화 추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여러가지 산업 관련 업무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소위 말하는 제너럴리스트는 별로 없습니다. 전문화의 장점은 자문 담당자가 특정 산업을 매우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이들은 창의성이 떨어지고 넓은 시야를 갖거나, 산업간 연결고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소규모 팀이나 한 사람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라자드의 경우 창의적인 제너럴리스트와 산업 및 지역 전문가를 함께 아우르는 두 가지 모델을 결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 있는 기업이 인도에 있는 컴퓨터 서비스 회사를 인수하려는 건에 대해 자문을 한다고 합시다. 여기에는 기술 지식을 갖춘 전문인력, 프랑스 은행가, 인도에서 M&A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이 때는 물론 지나치게 단편적인 사고를 막기 위해 포괄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합니다. 어떠한 산업을 바라보든 다른 산업과의 연관성까지 아우르는 시야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회사의 경영 구조를 신중하게 고찰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십니다. 라자드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계십니까?
 
라자드를 경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은 우리가 명확한 브랜드 특성을 갖고 있음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즉 라자드가 세계적이고, 신뢰할 수 있으며, 창의적이고, 민첩하며, 자문 서비스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죠. 이는 지식 자본 사업에서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경영에 대해 고찰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긴 합니다만, 저보다 경영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찾는 데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라자드에 영입됐을 때, 회사는 다양한 비생산적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예로 제가 ‘세포-이론 구조’(cell-theory structure)라고 이름붙인 것이 있습니다. 금융 전문가 한 사람을 채용한다고 합시다. 이 사람에게는 부하 직원 3명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든 정보를 자신들끼리만 공유하며, 다른 세포(조직)들과 경쟁합니다. 이것이 ‘세포-이론 구조’의 한계입니다.
 
‘자문료 나눠갖기 시스템’(fee-splitting sys-tem)도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의도는 좋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어떤 거래와 관련해 마드리드와 뉴욕의 은행가들이 함께 일한다면, 양측은 공평하게 자문료를 나눠야 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마드리드의 은행가들은 거래를 독자적으로 진행하기를 원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과거에는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오늘날에는 적용이 어렵습니다. 세계가 매우 복잡해지고 상호 연관성도 높아지면서 그런 구조로는 경쟁 우위를 갖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라자드의 경쟁 우위는 복잡하고 어려운 업무에 있기 때문에 전세계를 아우르는 팀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매우 유능한 인재들을 보유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재를 어떻게 확보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유지하고 계신지요?
 
저는 좋은 시스템이 그에 맞는 인재를 불러들인다고 생각합니다. 관료주의적 시스템을 갖추고, 매일 오전 8시에 회의를 하며, 매일 업무가 끝날 때마다 평가서를 보내는 것이 좋은 조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기업에는 그러한 시스템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조직을 운영했다면, 제가 원하는 최고의 인재를 얻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는 인재 확보를 위해 어느정도의 효율성을 포기하고 일부러 약간 느슨한 문화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상당한 성과를 발휘했습니다. 제가 라자드에서 일한 이후 이직률이 상당히 낮았습니다. 우리 회사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계속 남아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업무에 재미를 느끼며, 조직내 신뢰도 높고, 개성과 창의성이 중시됩니다. 직원들은 상당한 독립성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은행 출신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에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합니다. 많은 직원들이 보수뿐만 아니라 가치있는 해결책을 찾아내는 업무 과정 자체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M&A 자문사로 알려져 있지만 보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 역시 우리가 인재를 유지하게 돕는 요소입니다. 유로터널, 전미 자동차 노조(UAW),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각국 정부가 우리의 고객입니다. 이처럼 공공 부문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리 직원들은 스스로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젊은 직원들의 능력 계발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 역시 인재들이 떠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연령대가 가장 높은 직원 가운데 10∼30년 동안 근속한 분들이 많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이 업계에서는 드문 일이죠.
 
자문업에 대해 얘기해보죠.
업계 환경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때 CEO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자문의 핵심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첫번째 단계는 자문가 자신이 고객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섣불리 단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기업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하며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CEO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질문을 하거나 특정한 결정의 영향을 미리 살펴보도록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CEO들이 여러 가지 선택 사항을 철저히 검토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좋은 자문이란 양적인 부분뿐 아니라 질적인 부분도 중요합니다. 통계나 세부적 분석은 핵심을 제대로 짚어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금융 자문가는 고객에게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그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논쟁을 바른 길로 인도하며, 위험이 무엇인지를 강조하며, 금융 시장과 실제 실행이라는 측면에서 가능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문가는 고객사 CEO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가 자금조달 구조를 미리 정확히 파악하고, 거래가 잘 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미리 생각하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CEO들에게 자문을 할 때 연륜이 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까?
 
제가 CEO들에게 자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쌓은 경험에서 얻은 지식과 지혜 덕분입니다. 기업의 전략을 검토하거나 여기에 직접 관여하고, 이를 자본시장 상황과 연결시켜 본 경험이 있다면, 어떠한 CEO가 당면한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는 일도 가능할 겁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일어날 일과 일어나지 않을 일을 예측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 능력은 상당 부분 과거의 경험을 통해 습득됩니다. 흡사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하죠. ‘배우’는 비슷할지 몰라도 ‘이야기’는 특정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이 바로 ‘말이 되는 거래’가 성사되는 방식이죠.
 
‘말이 되는 거래’라고요?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저는 로스쿨에서 논리를 다루는 법을 배웠습니다. 논리에 밝은 사람이라면 어떤 논리에 기반해서도 이론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론이 견고할 지라도, 논리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거래를 추진할 때 항상 “논리가 견고한가? 고객사가 이런 수준의 위험을 감당할 가치가 있는가? 고객 보호를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했는가?”라는 질문을 합니다.
 
이후 거래의 핵심 리스크 요인들을 정량적으로,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여러가지 수학적 도구를 이용해 분석을 하는 것은 상당히 유용합니다. 하지만 거래와 관련한 여러가지 요인들이 ‘말이 되는지’(논리적으로 타당한지)를 정성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거래의 타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맥락을 이해하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부분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죠.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어떠한 외부 요인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가?’ 등을 항상 짚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회사라면, 유가 변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겠지요.
    
M&A 거래를 검토할 때 전반적인 사업 여건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글쎄요. 그건 일종의 ‘터널 속의 뱀’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터널 속의 뱀’이라고요?
 
이는 통화정책을 이야기할 때 쓰이는 은유입니다. 두 개의 ‘밴드’, 즉 높은 가격과 낮은 가격 사이에서 거래되도록 통화가 고정된 것을 말합니다. 그래프에 기준 가격보다 높은 밴드와 낮은 밴드를 하나씩 그리면, 그래프가 마치 터널을 통과하는 뱀처럼 보이는 데서 온 것입니다.
 
제가 이 표현을 쓴 이유는 M&A 거래가 이와 같 은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거래가 타당성을 갖는 수준의 위쪽과 아래쪽에 밴드가 존재합니다. 이들 밴드는 경제와 산업·지역의 상황, 비즈니스 사이클, 금리 움직임, 기술·법규의 변화 등 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 두 개의 밴드가 어디에 있고,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뱀, 즉 타당성을 갖는 거래가 그 사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앞으로 2∼4년 안에 세계 경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어떤 부분은 예측하기 매우 쉽습니다. 금융 서비스는 앞으로 5년 동안 훨씬 더 글로벌화될 것입니다. 유럽에서는 역내 통합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은행업계에서도 추가 통합이 불가피합니다. 보험사들의 경우, 보험사와 투자자라는 역할 사이에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과거에는 허리케인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사가 제공하는 상품에 가입했지만, 이제 헤지 펀드를 통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재난 채권이나 날씨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기관 투자자들도 상당수입니다. 온갖 종류의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파생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 기관들은 시장에서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있습니다.
 
기술은 미디어 산업을 변모시키고 있으며, 제약업체들은 생명공학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인도, 브라질, 중국 등과 이들 국가의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가 좀 더 높아질 것입니다. 글로벌화는 불가피한 흐름으로, 이제 특정 국가에서 사업을 하려는 기업은 해당 국가와 다른 국가와의 관계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거래를 설계하는 것뿐 아니라 실행하는 것이 라자드의 경쟁 우위라고 하셨는데, 복잡한 거래는 어떤 실행 절차를 거칩니까?
 
세계가 점차 통합되면서 M&A 거래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교가 필요해졌습니다. 이런 기교 가운데는 통념을 뛰어넘는 것도 많습니다. 예술품 경매에서 10명이 입찰했다고 할 때, 3∼8위 입찰자들은 전반적 컨센서스 범위 안에 있다는 점에 만족할 것입니다. 반면 최상위 입찰자들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고, 최하위 입찰자들은 실질적 시장 감각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위 입찰자만이 그림을 손에 넣을 수 있으며, 따라서 그의 판단은 옳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M&A 거래의 세계도 이와 비슷합니다. 어떤 기업을 매수하려면 컨센서스보다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또 한 기업에 도움이 되는 자문이 다른 기업에도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라자드가 고객 맞춤형 접근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해당 고객만의 시각으로 기회를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한 기업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인수 가격이 성격이 상이한 다른 기업에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각각의 거래를 검정색 상자가 이어진 작업 흐름도로 바라봅니다. 각각의 상자는 기업의 가치 평가액, 자금조달 구조, 협상전술, 거래 프로세스, 세금, 법률 구조, 시장 반응, 규제 장벽 등 거래가 갖고 있는 각각의 측면을 나타냅니다. 우리는 상자들 안에서 가장 최적화된 해결책을 찾고 그 결과를 통해 최종 방안을 도출합니다.
 
흔히 M&A 거래라고 하면 남성적이고, 1대 1로 진행되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거래는 여러가지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관리자, 이사회, 직원, 주주, 규제 당국, 지역사회, 소비자 등 다양한 참여 주체가 있기 때문이죠. 거래에서 승리하는 것은 1달러를 더 지불하거나, 덜 지불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의 기회를 창출하고, 거래 성사 후 인수 회사를 잘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거래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