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생명체가 무성생식이 아닌 유성생식을 한다. 어렵고 위험한 과정을 감수하면서도 유성생식을 하는 이유는 하나다. 더 건강한 후손을 만들기 위해서다. 서로 다른 유전자를 섞어 새로운 조합을 만들면 더 강력한 면역 시스템과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우연히 생긴 돌연변이를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무성생식에 비해 더 빠르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자연의 생존 원리는 우리의 무의식에도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새로움을 선호하는 성향으로 말이다. 새로운 것을 선호하고 선택하는 경향은 진화로 이어진다. 생명의 역사에서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어류에서 양서류와 파충류, 그리고 포유류로 주인공이 바뀌도록 만든다. 이 같은 주인공의 교체는 이전 주인공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움이 나타났을 때 이뤄진다. 더 나은 방법은 항상 존재한다. 끊임없는 진화만이 지속가능한 삶의 열쇠다. 새로운 시대를 연 주인공들은 이를 증명한 사람들이었다. 누군가에게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한 것으로, 안 됐던 것을 되는 것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곧 혁신이다.
멀리서 보면 뭐가 있을까 싶지만 가까이서 보면 놀라운 것들이 가득한 게 자연이다. 오랜 시간 수많은 생명체가 축적한, 생존을 향한 기상천외하면서도 끊임없는 노력이 켜켜이 쌓여 있어서다. 일본 오키나와 근처 바다에 주로 사는 오키나와 베니히제라는 물고기도 그중 하나다. 크기가 2㎝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물고기이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 수컷은 보금자리라고 할 수 있는 작은 동굴을 자기 영역으로 삼아 살아가는데 때가 되면 암컷들이 찾아와 수컷을 떠본다. 괜찮은 짝짓기 상대인지 살피는 것이다. 수컷은 이 기회를 놓칠세라 암컷을 빙글빙글 돌며 뜨거운 구애 공세를 펼친다. 보시다시피 이런 괜찮은 집을 갖고 있으니 나와 짝짓기를 하자는 뜻이다. ‘마음’이 맞으면 둘은 보금자리로 들어가 암컷이 알을 낳고, 그 위에 수컷이 정자를 뿌린다. 어류에 흔한 체외수정 방식이다.
이들은 이런 수컷을 중심으로 일종의 작은 무리를 짓고 살아가는데 가끔 사고나 자연사로 이 수컷이 사라질 때가 있다. 무리에 다른 수컷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망망대해 어느 곳에 있을 다른 무리나 수컷을 찾아 나서야 할까, 아니면 우연히 찾아올지도 모를 다른 수컷을 기다려야 할까?
서광원araseo11@naver.com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필자는 경향신문,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경영 전문 기자로 활동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대한민국 리더의 고민과 애환을 그려낸 『사장으로 산다는 것』을 비롯해 『사장의 자격』 『시작하라 그들처럼』 『사자도 굶어 죽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