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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스타트업 DNA

안락함 대신 모험 택하는 ‘비추이즘’의 힘

천백민 | 370호 (2023년 0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내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 드론 경계 보안 시스템으로 카운터 드론 영역을 선도하는 디펜드 솔루션, 세계 최초로 전기 항공기를 제조하고 있는 에비에이션, 역발상으로 부동산 단기 임대 운영 플랫폼으로 숙박 공유 산업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게스티,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통해 대체육을 만드는 스테이크홀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충전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어 내는 스토어닷 등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이다. 이렇듯 안락함을 버리고 모험을 택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정신은 비추이즘에 기반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새로움을 추구한다. 물론 세상에 없던 완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스타트업은 거의 없지만 기존 시장의 플레이어들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새로운 접근을 통해 기회를 창출한다는 점에선 모든 스타트업이 비슷하다. 특히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경우 협소한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해 일상의 불편함과 시장에서 니즈를 우선 고려하지만 서로 다른 기술을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매시업으로 앞서 나가는 이스라엘
방산 스타트업

이스라엘은 세계적인 방산 수출 국가 중 하나다. 이스라엘은 국방비에 정부 예산의 약 10%를 쓰고 있다. 또한 국방의 결과로 개발된 기술이 다른 산업에 연계된 제품으로 탄생해 국가 GDP의 약 7% 정도 기여한다고 한다. 국방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 거기에 머물지 않고 다른 산업에 적용돼 또 다른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이스라엘 국방 산업의 커다란 특징이다. 이를 ‘매시업(mashup)’이라고 한다. 원래 두 개 이상의 음악을 하나로 섞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스라엘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기업 경쟁력과 차별화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IoT 전문가와 사이버 보안 전문가가 의기투합해 스마트홈 회사를 만들거나 군사 분야의 기술을 응용해 의료 장비를 만드는 식이다. 기븐 이미징(Given Imaging)은 알약처럼 생긴 필캠(PillCam)이라는 카메라를 삼키면 위장을 따라 촬영이 가능한 영상 장비를 만들었는데 이 아이디어는 창업자가 라파엘이라는 군수업체의 미사일 부서에서 근무할 때 고안한 것이다. 미사일 부품으로 제조한 소형 카메라를 의료 산업에 적용한 매시업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드론 산업 강국이다. 1968년 이스라엘은 이집트군의 동향에 신경을 써야 했다. 정보 부대의 한 장교가 ‘장난감 비행기에 카메라를 달아 날려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 것이 드론 탄생의 시작이었다. 1년 뒤 장난감 비행기가 첫 정찰 비행을 성공적으로 완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식 부대로 발족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1973년 이집트와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1979년 이스라엘 드론 정찰기 ‘스카우트’가 탄생했다. 스카우트는 1982년 레바논 전쟁에서 실전 투입돼 적군의 미사일 발사대를 전자파로 마비시키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1986년 스카우트를 업그레이드한 ‘파이오니어’가 탄생하고 미국이 대량으로 구입해 항공모함 등에 배치함으로써 드론은 군 전력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군 병력이 많지 않고 사방이 적대국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에 드론은 신이 내린 선물과 같은 존재였다.

드론 산업이 발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관 산업 역시 빠르게 성장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중 디펜드솔루션(D-Fend Solutions)은 드론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제어해서 악의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드론을 방어하는 자율 드론 경계 보안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디펜드솔루션은 정해진 구역에서 인가되지 않은 드론이 출몰할 경우 RF(Radio Frequency) 기술을 기반으로 강제로 착륙시키고 드론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카운터 드론(Counter-Drone) 솔루션의 선도 주자다. 군대, 공공 안전, 공항, 교도소, 주요 행사 및 인프라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드론의 침입과 공격을 막아줄 수 있다. 얼마 전 북한의 드론이 서울 상공까지 침투했지만 이를 감지하지 못해서 드론 방위 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드론 공습을 통해 장거리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 실생활에서도 드론을 통한 불법 촬영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고, 공연장에서는 드론 촬영을 통해 지적재산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국가 안보 및 일반 산업에서는 물론 실생활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디펜드솔루션의 기술은 카운터 드론 업계 최고 기술로 선정돼 미군, 연방법 집행 기관, 국토 안보 기관 등의 미국 고위 정부 기관 및 전 세계 주요 국제 공항에 배치돼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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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이스라엘 스타트업 중 에비에이션(Eviation Aircraft)은 세계 최초로 비행에 성공한 전기 항공기를 제조하는 스타트업이다. 2015년에 이스라엘 공군에서 복무했던 오머 바-요하이(Omer Bar-Yohay)와 아비브 자이돈(Aviv Tzidon)이 에비에이션을 창업했다. 필자가 에비에이션을 처음 알게 된 2018년 말에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점찍었던 기억이 난다. 괜찮은 기업을 보는 눈은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에비에이션은 2019년 9월에 싱가포르 클레몬트그룹(Clemont Group)에 인수됐다. 에비에이션은 전기 비행기를 근거리의 지역 비행에 적용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저렴한 주문형 지점 간 여행 시장 개척을 통해 전기 비행기를 항공 산업에 확산하고자 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근거리 지역 비행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본사를 워싱턴주 알링턴으로 이전해 전기 비행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전기 파워트레인 비행 실증(Electric Powertrain Flight Demonstration) 프로그램을 위한 전기 추진 기술을 시연하기 위해 에비에이션이 개발한 magniX라는 전기 추진체를 선정함으로써 우주 항공 분야에서도 전기 항공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궁지에 몰리면 살길을 찾는 ‘역발상’의 힘

유대인이자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틀을 벗어난 사고를 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1975년 영화 ‘죠스’를 만들 때 주인공인 기계 상어에 고장이 잦았다. 또한 상어의 인조 피부는 물에 장시간 노출되면 부풀어 올라버렸기에 다시 만들기를 반복해야 했다. 촬영을 중단하거나 새로운 상어를 만들어야 하는 위기 상황이었다. 스필버그가 수많은 고민을 하던 차에 어떤 영감이 떠올랐다. 사람이 바다에 빠지면 허리 아래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커다란 공포심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이 아이디어를 통해 상어의 꼬리만 헤엄치고 그 장면에서 불안감을 자극하는 영화음악이 결합돼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를 유발하는 ‘죠스’가 탄생했다. 실제 평론가들과 관객들이 꼽은,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점은 상어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스필버그의 고민과 영감은 막다른 골목에서 만들어낸 역발상의 결과다. 유대인의 ‘궁지에 몰려야 살길을 찾는다’는 격언을 실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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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관리 플랫폼 게스티(Guesty) 역시 역발상을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든 케이스다. 숙박 공유 서비스 기업 에어비앤비가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이후 많은 국가에서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갖고 시장에 진출한 스타트업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게스티는 오히려 이런 숙박 공유 서비스 기업이 늘자 역으로 부동산 소유주를 타깃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선보였다. 게스티는 부동산 관리자가 단기 임대 운영을 쉽고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부동산 관리 플랫폼이다. 게스티는 2013년, 권위 있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Y콤비네이터’ 졸업생인 쌍둥이 형제, 아미아드 소토와 코비 소토에 의해 설립됐다. 그들은 에어비앤비를 필두로 부킹닷컴, 아고다 및 트립어드바이저와 같은 숙박 공유 기업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고 호스트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 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는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단기 부동산 관리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이후 2022년 8월까지 총 6번의 투자를 통해 약 35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금을 통해 Yourporter, MyVR 등의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숙박 공유 서비스 분야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고 IPO를 통해 또 다른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역발상의 힘은 국토의 70%가 사막인 이스라엘을 농업 강국으로 만들기도 했다. 유대인들은 정부가 세워지기 전 1920년부터 연구소를 설립해 농업 개선을 위한 노력을 했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더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는 씨앗을 개발하다 탄생한 것이 지금은 세계적인 품종이 된 방울토마토다. 이스라엘은 늘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물 재활용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기술 개발을 통해 한 번 사용된 물을 재활용함으로써 기존 생산량의 약 50%에 가까운 작물을 더 키울 수 있었고, 파이프에 구멍을 뚫어 물을 주는 ‘점적관수’를 통해 70%의 용수를 절약할 수 있었다. IT로 농업을 혁신하는 아그테크(Agtech)는 이스라엘이 강점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 분야 중에 하나다. 수확 최적화, 관개 시설 개선, 해충 방지, 대체 식품 등의 영역으로 세분화되는 아그테크 분야에는 6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세계 진출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대체 식품 분야 중에서도 3D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대체육을 생산해 동물 사육에 필요한 자원을 줄이고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3D 푸드 프린팅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축산업이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50%를 차지하고, 전체 농경지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체육은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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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홀더(Steakholder Foods)는 첨단 세포 생물학과 최첨단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결합해 실제 고기에 가까운 대체육을 생산한다. 부위는 실제 고기의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육류뿐 아니라 생선의 대체육도 만들어 낸다. 과정은 다음과 같다. 샘플로 채취한 줄기세포 배치에서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는 세포를 선택하고, 선택된 세포는 다양한 영양분 섭취를 통해 이상적인 조건에 놓이게 된다. 최적의 상태에 도달하면 줄기세포는 근육 세포와 지방 세포로 분화된다. 마지막으로 근육 세포와 지방 세포는 햄버거, 미트파이 등의 제품을 위한 고기로 프린팅된다. 스테이크홀더는 UN 글로벌 콤팩트의 회원으로서 식량 안보, 탄소 발자국 감소, 물 보존 및 생태계 보존을 포함하는 UN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를 실천할 수 있는 ESG 경영을 하고 있다. 기업의 기술력과 사회 공헌 가치를 인정받아 설립한 지 2년 만인 2021년 3월에 나스닥에 상장해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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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이즘 정신이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 이끌어

유대계 미국인 에스티 로더는 무일푼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를 만들었다. 에스티 로더가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향수가 일부 부유층에서만 사용하던 사치품이었다. 그래서 1950년대 미국에서는 향수는 직접 사는 것이 아니라 선물 받는 개념이 지배적이었고 나만의 향수라는 개념도 없었다. 에스티 로더는 ‘청춘의 이슬(Youth Dew)’이라는 저가 향수를 출시해 향수가 특별한 선물이 아니라 언제든지 필요한 여성 필수품이라고 소개했다. 에스티 로더의 성공으로 향수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장을 바라보는 선견지명과 거기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이 향수 산업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에스티 로더와 같이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이스라엘 스타트업 업계에서 찾을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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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어닷(StoreDot)은 실리콘 음극재 소재를 활용한 셀 수백 개를 모아 5분만 충전해도 종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하는 회사다. 2012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재료공학 연구진이 창업했다. 2013년 삼성벤처스가 초기 단계 투자에 참여함으로써 국내에 알려지기도 했다. 전기차의 치명적 약점인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점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스토어닷의 가능성에 다임러 AG, TDK, 메르세데스벤츠그룹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스토어닷은 XFC(Extreme Fast Charging) 배터리 기술로 휴대폰은 30초, 스쿠터는 5분 만에 충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스토어닷의 나노 크기 실리콘이 저분자 유기 화합물과 합성돼 배터리 충전 중 부피 팽창, 에너지 페이드 문제, 탁월한 속도 성능 제한 등의 실리콘 변화를 견디는 매우 강력한 활성 물질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AI를 활용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배터리 상태를 모니터링함으로써 R&D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있다. 스토어닷의 배터리는 전 세계 15개 자동차 회사와 테스트를 통해 전기차 적용과 함께 대량 생산 부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스토어닷은 2024년까지 실리콘 기반의 배터리를 5분 이내, 2028년까지 반고형 배터리를 3분 이내, 2032년까지 포스트 리튬 배터리를 2분 내 충전하는 로드맵을 세우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히브리어 비추이스트(Bitzu’ist)는 일이 일어나게 만드는 실용주의자를 의미한다. 실용주의자들이 건설한 국가가 이스라엘이다. 건국 초기 모두가 농부였고, 군인이었고, 건축가였으며, 개혁가들이었다. 이스라엘에서 누군가를 비추이스트라 부르는 것은 대단한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비추이즘(Bitzu'ism)은 실용주의에 입각한 개척 정신으로 건국 후 이스라엘의 발전에 뒷받침이 됐다. 국토의 70%인 사막에 물을 끌어오고 농경지로 만들어 곡식을 재배하고 이를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비추이즘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비추이즘은 위험을 무릅쓰고 기존의 안락함은 버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기업가정신을 이야기할 때 인용된다. 비추이즘에 익숙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미지의 세계에 도전한다. 이것이 인구당 스타트업 수 1위인 창업 국가를 만든 바탕이고 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원동력이다.
  • 천백민 | 상명대 지능·데이터융합학부 조교수

    연세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상명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Stratasys에서 근무하며 ICT와 3D프린팅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으며 창업을 통해 이스라엘 스타트업 기술을 국내에 소개하는 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상명대에서 신기술과 스타트업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bmchun@s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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