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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성의 협상 마스터

가격 올리고도 고객 유지하는 4가지 전략

김의성 | 369호 (2023년 0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불가피하게 공급가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객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협상해야 할까? 먼저, 고객의 거절을 예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때 가격 인상이 회사의 이익 개선에 필요한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거래 관계를 위해 불가피함을 강조하는 논거가 필요하다.

또한 가격 인상 제안의 가치와 리스크를 상대방의 시각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밖에 고객에게 복수의 선택지를 주고, 양보 리스트와 위시 리스트를 준비하는 것도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





철근 가격 30% 인상, 가스비 38% 인상, 택시비 26% 인상, 소비자물가지수(CPI) 5.2%···.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올랐다는 뉴스를 접한다. 공공요금부터 원자재 가격과 소비재 제품까지. 전방위적인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금리도 십수 년 만에 최고점을 매 분기 갱신하며 오르고 있다. 딜로이트 인사이트에 따르면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지도 있다’고 지적할 정도로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크게 체감해 기업을 원망하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억울하다. 원자재 비용과 물류비 상승에 요동치는 환율을 방어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인건비의 인상 압박을 버텨내야 한다. 공급가를 유지하고 싶지만 경영 목표 달성이 어렵고 더러는 생존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불가피하게 공급가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서 목표를 달성하면서 고객을 유지할 수 있는 4가지 협상 전략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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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객의 거절을 예상하고 준비하라

고객은 당신의 요구를 거절할 것이다. 가격 인상 요구를 반가워할 고객은 없다. 고객이 거절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영업 사원의 역할이다. 고객의 거절에 놀라거나 당황한다면 고객은 그 틈을 타 당신을 더욱 몰아칠 것이다. 고객과의 협상 전에 가격 인상의 정성적인 논거와 정량적인 근거를 모두 준비해야 한다. 가격 인상이 당신 회사의 이익 개선에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거래 관계를 위해 불가피함을 강조하는 논거가 필요하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상, 환율 및 인건비 증가와 같이 정량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논거라면 도움이 된다.

가격 인상을 제안할 때는 과도하게 설명하지 말아야 한다. 약한 논거는 강한 논거를 희석시킨다.1 설득력 있는 논거를 말한 후 상대방이 침묵하거나 설득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보여 불안한 마음이 들어도 또 다른 논거를 추가하지 않고 침묵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스캇워크의 플레이북은 협상 교육 참가자에게만 제공하는 것이 원칙인데 한 고객사의 인사 교육 담당자가 플레이북 5권을 추가 요청했다.


“고객님, 저희 플레이북은 정책상 참가자에게만 제공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 네, 그럼 안 된다는 건가요?”

“플레이북 인쇄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도 합니다.”

“그럼 인쇄 비용은 저희가 낼게요.”

“아….”


약한 논거는 앞서 말한 강한 논거까지 희석시킨다. 상대방은 약한 고리를 공격해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고객의 곤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본사의 지원 부서에서 미리 대응할 답안을 만들어 영업팀에 공유해도 좋다. 모범 답안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경력이 짧은 영업 직원, 고객과의 기본 관계(라포, Rapport)가 형성되지 않은 영업 직원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와 계속 거래하고 싶지 않으신 거라 이해하면 되죠?”

“원자재 값이 낮아지면 가격을 인하해 주실 건가요?”

“저희가 다른 공급처를 알아봐도 괜찮으신 거죠?”


고객이 곤란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영업 사원의 답변을 원해서라기보다는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인 경우가 많다. 당황한 나머지 즉석에서 인상률을 낮추거나 약한 논거를 제시하면 상대방이 공격할 여지를 줄 뿐이다. 고객의 감정적인 질문에 답하기보다는 우리 회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예의 있고 겸손하게 전달하자. “지속적인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품질의 희생 없이 최상의 조건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안드린 가격 인상률은 기업의 존폐와 직결되는 최소한의 인상률이다”와 같은 답변이 도움이 된다.


2. 상대방의 시각으로 이익과
리스크를 설명하라

가격 인상 제안의 가치와 리스크를 상대방의 시각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가격 인상을 통해 공급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업그레이드되거나 제품의 스펙이 한 단계 좋아진다면 고객이 그 가치를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강조해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에 변화가 전혀 없다면 가격 인상을 통해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거나 원활하게 제품을 공급하는 등 상대방이 받을 수 있는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 가격 인상이 고객에게 무조건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유통 업체의 경우 공급가와 판매가를 인상했을 때 같은 마진율을 적용하면 마진 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 협상에 진전이 없고 정해 놓은 마감 기간이 다가올 때는 상대방 입장에서의 리스크를 시각화할 수 있다. 가격 인상에 합의가 안 될 때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고객 입장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언급할 경우 상대방이 느끼는 위기의식(A sense of urgency)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교육을 진행한 글로벌 제조 기업의 경우 고객사 내에서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엔지니어링팀과 구매팀 간의 관계를 활용할 수 있었다. 엔지니어링팀에는 가격보다 제품의 원활한 공급이 중요하다. 가격 인상을 방어해야 하는 구매팀의 KPI와 다른 것이다. 이때는 고객을 구분해 서로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가격 인상을 합의한 고객에게 우선 공급을 하는 원칙을 적용할 경우 귀사는 현재 합의가 되지 않아 공급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이다”라고 엔지니어링팀에 언급할 경우 엔지니어링팀은 구매팀에 내부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 내 다른 바이어나 공급사가 이미 가격 인상을 완료했다면 이를 바이어에게 언급하며 압박하는 사회적 증명(Social Proof) 전략도 유용하다. 고객사 직원이 상사에게 보고할 때 가격 인상의 명분으로서 승인을 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3. 복수의 선택지를 준비하라

고객에게 복수의 선택지를 제공해 그들이 선택하게 하는 방법은 여러 면에서 이점이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공급사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발적으로 선택하며 자주권을 유지한다는 심리적인 만족 효과가 있다. 공급사 입장에서는 교착 상태에 빠지는 리스크가 적다는 이점이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복수의 선택지 중 더 나은 조건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공급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어떤 선택을 해도 협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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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선택지를 만들기 위해선 현재 조건을 세부적으로 쪼갤 수 있어야 한다. 애드온(Add-on) 전략이 대표적이다. 중저가 항공사가 자주 사용하는 마케팅 방법인 애드온 전략은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 조건의 가격을 강조하며 판촉하되 추가 서비스 항목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법이다. 동남아 왕복 항공권을 단 몇만 원에 판매하며 대대적으로 광고하지만 예약하다 보면 좌석 및 일정 지정, 위탁 수화물, 식사 등 모든 항목에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애드온 방법을 활용하면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유료화해 고객에게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애드온의 반대 방식으로 항목을 제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방법인 테이크어웨이(Take-away) 전략도 유용하다. 호텔의 올 인클루시브 패키지 가격에서 점심 식사는 필요 없으니 가격을 낮춰 달라고 요청하는 것처럼 현재 계약 조건에서 특정 항목을 제외하면서 가격을 최소로 인상하거나 유지하는 방법이다. 가격 인상이 여의치 않을 때 공급사 입장에서 실질적인 가격 인상 효과를 보면서도 고객을 유지하는 데 유용하다.


4. 양보 리스트와 위시 리스트를 준비하라

상대방이 침묵과 거부 모드를 지나 요청하기 시작하는 바게닝 단계라면 양보 리스트와 위시 리스트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협상은 교환(Trading)이기에 양보를 통해 자신에게 더 중요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가격 인상 협상에서는 일회성의 양보 항목이 유용하다. 가격 인상 유예 기간 동안 마지막 주문을 이전 가격에 하는 방법(Last Bite), 한시적으로 제공하는 더 나은 품질 보증(Warranty) 조건이나 스펙업, 환율 우대 등의 일회성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공급에 차질이 있다면 가격 인상과 함께 공급 할당을 우선적으로 하는 방법도 좋다. 양보할 때 기억할 것은 가치 양보(Value Concession) 전략으로 상대방이 자신이 하는 양보의 가치를 최대로 느낄 수 있도록 강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억 원 규모의 거래 관계에서 공급가를 5% 인상하며 일회성 환율 지원으로 1억 원 가치에 상응하는 양보를 한다면 환율 단가 몇십 원이 아닌 총가치인 1억 원을 강조하는 것이다.

양보 리스트를 준비할 때 함께 준비할 것은 위시 리스트다. 위시 리스트는 반드시 달성하지 않아도 되는 목표이지만 바게닝 단계에서 양보 리스트와 주고받는 항목으로서 협상이 합의에 이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상대방이 과도한 양보를 요구할 때 위시 리스트를 요구하며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회성 지원을 1억 원까지 양보할 수 있는데 상대방이 3억 원을 요구한다면 차액 2억 원에 해당하는 위시 리스트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때 상대방은 위시 리스트를 받아들이거나 앞서 제시한 양보 리스트인 최대 지원 금액 1억 원을 선택할 것이다.

공급가 인상은 쉽지 않다. 불편한 대화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감정 또한 많이 소모된다. 가격 인상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마법의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탄탄한 논거와 공급가 인상과 교환할 수 있는 양보를 활용하며 복수의 제안을 잘 준비한다면 고객을 유지하면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객은 가격 인상을 꺼리지만 제품 공급이 중단돼 자신의 고객이 떠나는 것을 더 싫어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고객사는 우리를 좋아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제품이 필요해 구매하는 것이다.
  • 김의성 | 스캇워크 코리아 대표

    필자는 BAT코리아 대표이사와 베링거 인겔하임, 사노피에서 사업부대표를 역임했다. 이전에는 네슬레와 펩시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영업총괄(Head of Sales), 지역 영업팀장(Area Manager), 신유통 영업팀장(Key Account Manager), 중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총괄 등을 맡아 다양한 커머셜 직무에서 수많은 협상을 경험했다. 현재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협상 전문 교육 기업인 스캇워크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info.kr@sco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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