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과 맞물려 최근 몇 년간 IT 업계에서 메타버스가 큰 주목을 받았고 그 여파로 블록체인 시장 역시 활성화됐다. 하지만 테라를 필두로 한 웹 3 기업들의 몰락은 블록체인 산업의 지속가능성 자체에 대해 의문을 낳고 있다. 이와 반대로 챗GPT를 위시한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등장은 IT 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블록체인과 생성형 AI는 둘 다 ‘탈중앙화’를 목표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탈중앙화를 위해 높은 진입 장벽을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생성형 AI는 쉬운 활용성과 극대화된 효용성으로 일반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또한 생성형 AI는 재밌는 콘텐츠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이런 차이는 생성형 AI가 짧은 기간 IT 업계의 핫트렌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The Metaverse is Coming.”
2020년 10월 엔비디아의 공동 창업자 겸 CEO인 젠슨 황이 자사 개발자 기조연설에서 메타버스에 대해 언급한 문장이다. 이 언급 이후 메타버스는 IT 업계를 향후 10~20년간 책임질 트렌드로 부상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2021년 3월10일 로블록스(Roblox)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점으로 메타버스 트렌드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메타버스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비슷한 시기 크립토 시장 역시 활성화됐다. 그 결과 NFT, P2E(play-to-earn), 디파이(DeFi)와 같은 새로운 기술 트렌드들이 생겨났다. 블록체인은 메타버스 속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거래의 신뢰와 소유권(Ownership)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메타버스 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로 여겨졌다. 대표적인 예로 2021년 12월, 메타버스 산업에 진출하고자 했던 나이키는 운동화를 디지털 자산으로 거래될 수 있게 하기 위해 NFT 패션 스타트업인 ‘RTFKT’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5월, 테라를 필두로 연달아 터진 웹3 대표 기업들의 몰락 사태는 블록체인 산업의 지속가능성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메타버스의 돌파구라고 생각했던 블록체인 시장이 주춤하는 동안 2022년 12월, 오픈AI(OpenAI)가 출시한 ‘챗GPT(ChatGPT)’의 등장으로 IT 업계의 판도는 완전히 뒤집혔다. 출시 일주일 만에 사용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한 챗GPT는 수년간 ‘킬러서비스(Killer Service)’가 나오지 않는다는 AI 산업의 오명을 단번에 씻어줬다.
챗GPT뿐만 아니라 사진 편집 어플 렌사AI(Lensa AI)의 AI 아바타 제작 기능은 출시 5일 만에 4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4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했다. 2023년 1월23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는 파트너십이 공식화되면서 상상하지도 못한 규모의 돈이 이 생성형 AI(Generative AI) 시장에 뿌려졌다. 구글 역시 자체 대화형 AI 바드(Bard)를 공개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 사이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렇게 생성형 AI는 블록체인의 빈자리를 느낄 틈도 주지 않고 있으며 얼어붙은 투자 시장에도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테라 사태부터 생성형 AI를 둘러싼 빅테크 기업들 간의 경쟁까지, 약 10개월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블록체인과 생성형 AI 시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생성형 AI는 왜 이렇게도 빠른 속도로 기술적 영향력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일까? 도대체 무엇이 달랐기에 두 기술은 지금과 같은 기술 파급력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기술 발전 양상의 공통점과 차이점 분석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자.
박보성bs97@naver.com
카카오 전략기획실 매니저
필자는 CURG, D3LAB DAO 학회 소속으로 블록체인 및 메타버스 관련 해커톤, 강의, 콘텐츠 제작, 학회 활동을 통해 진정한 웹 3.0의 의미를 알리고 있다. 메타버스 해커톤 과학기술부 장관상, ‘Chainlink 해커톤’ DAO 부문 대상, 위믹스해커톤 대상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패스트캠퍼스, 멋쟁이사자처럼, 한국표준협회, 콜로소 등에서 신기술 트렌드 관련 강의를 진행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신선한 시각을 널리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