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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통로

기술 빅뱅 시대, 기업 미래 바꿀 기회로

박재민 | 364호 (2023년 03월 Issue 1)

편집자주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가 기업 혁신의 원리와 전략을 소개하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혁신 기업의 원리를 들여다보며 비즈니스 도약을 위한 인사이트를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Article at a Glance


디지털이나 인공지능 같은 보편적 기술 역량(common technological capabilities)의 영향이 커짐에 따라 기업의 핵심 경쟁 역량도 달라져야 한다. 특정 비즈니스에 관한 역량보다는 데이터 소싱, 처리, 분석 및 알고리즘 개발처럼 어떤 비즈니스에도 통용될 수 있는 기술 역량을 키워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더 나은 고객 가치 제안이나 고객이 해결하지 못한 일(job-to-be-done)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가능하게 하는지도 탐색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비즈니스가 의존해온 가정들이 현재에도 유효한지 주기적으로 테스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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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진보의 명암, 역량 강화와 역량 파괴


우리는 혁신을 연속적이고 누적된 과정이라고 말한다. 즉, 기술 진보란 기존 지식에 더하는 작은 증분에 의해 누적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술이 단일한 궤적으로만 진보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은 흔히 여러 궤적으로 분화한다. 또 어느 순간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이렇듯 기술 진보는 연속적이고 누적적인 한 단면과 급진적이고 불연속성인 다른 단면들을 갖는다.

이런 불연속성은 기업에 양면성으로 다가온다. 불연속적인 기술 진보는 기업의 기존 역량을 강화하기도 혹은 파괴하기도 한다. 기술 진보가 기업의 역량을 강화한 고전적인 사례 중 하나가 시멘트 소성로다. 초기 시멘트 제조 공정인 수직형 소성로는 상단부를 통해 여러 시멘트 원료를 삽으로 퍼 넣는 구조였다. 이후 1888년 독일에서 미리 배합된 원료를 상단부로 계속 공급하는 구조인 연속 수직 소성로 공정이 개발됐다. 새 공정은 기술적으로 기존 소성로에 비해 진보한 것이지만 이전의 소성로와 유사해 수용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더욱이 노동력은 더 적게 필요했기에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었다.

반면 기술 진보가 기존 역량을 파괴1 할 수도 있다. 역량 파괴적 기술 진보가 만들어낸 몰락은 흔하다. 그중 하나가 쾨플앤드에서(Keuffel&Esser)다.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과학적 발견과 경이로운 성장을 이룬 미국 산업사의 한 단면을 대변하는 기업이다. 1867년 독일 이민자인 윌리엄 쾨플(William Keuffel)과 허만 에서(Hermann Esser)가 설립한 쾨플앤드에서는 북극 탐험가들과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브리지, 파나마운하 같은 경이로운 공학 프로젝트에 유용하게 쓰였던 ‘계산자’라는 도구를 제조한 기업이다.

1867년 미국 뉴욕시에 첫 사무실을 연 쾨플앤드에서는 1870년부터 수천 종류의 계산자를 판매했다. 1875년 미국 뉴저지주 호보켄으로 옮긴 쾨플앤드에서는 30만 평방피트에 달하는 사무실과 공장에서 1만 개 이상의 품목을 생산했다. 하지만 이 기업은 홀연히 몰락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1976년 6월 내놓은 공학용 전자계산기 ‘TI-30’이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TI-30은 당시 시판 가격이 24.95달러로 비싸지 않았다. 결국 1976년 7월11일, 쾨플앤드에서에서 마지막 계산자가 생산 라인을 통과한다. 쾨플앤드에서는 이후 몇 년 더 생존했지만 1984년 인쇄 사업이 인수되고, 1987년 나머지 사업도 매각되면서 100년 기업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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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필자는 서울대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를 졸업했다. 과학기술부 장관 자문관, 건국대 기획처장을 거쳤고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방위사업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서울특별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및 다수의 정부출연연구소, 공공기관, 대학, 기업을 자문해 왔다. SERICEO에서 혁신 경영을 강의하고 있으며 전자신문에 기술 경영을 주제로 매주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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