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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가족 기업에 필요한 ‘디지털 전환 외부 벤처링’

최병철 | 364호 (2023년 03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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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Responding to digital transformation by external corporate venturing: An enterprising family identity and
communication patterns perspective”(2021) by Pru..gl, R., & Spitzley, D. I. in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 58(1), 135-164.



무엇을, 왜 연구했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가속화로 산업 간 경계를 넘어선 파괴적 혁신의 바람이 거세다. 디지털 전환은 기존의 상품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사업 영역 등 전방위적인 경영 활동의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이 변화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회사 내부에서 생산하는 것은 쉽지도 않을뿐더러 효율성도 떨어진다. 디지털 전환을 대비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기업 외부 벤처링(External Corporate Venturing)이 주목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기업 외부 벤처링은 기업이 새로운 사업 영역 혹은 기회를 탐색하기 위해 외부의 조직과 협력하는 전략적 활동을 의미한다. 외부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회를 탐색해 볼 수 있는 전략적 도구로서 외부 네트워크 확장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 역할과 가치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에 있어 세계적인 혁신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독일의 미텔슈탄드(Mittelstand)1 기업의 상당수는 그 명성과는 다르게 디지털 전환에 뒤처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외부 벤처링에 상당히 소극적이라는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다. 이에 독일 제플린대 연구팀은 이들 대다수가 가족 기업임에 주목하고 그 이유를 가족 사업 동일시(family identification with the firm) 성향과 가족 소통 이론(family communication pattern theory)의 관점에서 탐구했다. 즉, 기술적 역량이나 디지털 전환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 모범 사례로 칭송받는 기업들이 실제로는 외부와의 협력을 꺼리고, 그 결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낮은 성과로 이어지는 원인을 기업 가족 구성원들의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추론한 것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독일의 미텔슈탄드 기업들의 차세대 기업가 25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차세대 가족 기업가란 창업주의 후손 세대들로서 임원 혹은 주주로서 기업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으며 기업의 미래 경영에 실질적인 주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가족 구성원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들 중 약 90%는 자신의 가업 승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만 29세이고 이 중 62%가 남성이었다.

저자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대비는 후속 세대의 몫이기 때문에 현재 기업을 이끌고 있는 가족 멤버가 아닌 차세대 주자들의 인식에 주목했다. 조사 대상자들 역시 자신이 가족 내에서 디지털 전환을 대비하는 세대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디지털 전환 관련 글로벌 모범 사례로 주목받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후계 그룹이라는 독특한 표본을 바탕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기업 외부 벤처링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흥미롭게도 그 주요 원인은 기존 연구들이 주목한 기술 자산 유출 및 시너지 효과 실패와 같은 경영학적 요인이 아니었다. 연구팀은 ‘가족 사업에 대한 동일시(family identification with the firm)’의 정도가 높을수록 가족의 명예(reputation)와 정체성(identity)을 지키기 위해 외부 조직과의 협력을 망설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들에게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 세력과 손잡는 것은 마치 “불확실성(디지털 전환)이 또 다른 불확실성(외부 세력)을 만나는 것”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가족 사업에 대한 동일시 정도를 ‘가족 사업서 느끼는 강한 소속감’ ‘가족 사업이 개인에게 주는 의미의 크기’ ‘가족 사업의 구성원인 것에 대한 자부심’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측정했다. 저자는 또한 가족 소통 패턴(Family Communication Patterns) 이론에 근거해 순응지향적 소통(Conformity orientation) 문화를 가진 가족의 구성원들은 가족 정체성의 동질성 강화를 통해 ‘가족 사업에 대한 동일시’ 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대화 지향적 소통(Conversation orientation) 문화를 가진 가족의 구성원들은 가족에 대한 소속감이 늘어남으로 인해 역시 ‘가족 사업에 대한 동일시’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도구로서 기업 외부 벤처링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폄훼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국내의 수많은 가족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흔히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 경영 기업을 기업 경영의 모범 사례인 것처럼 묘사하지만 국적을 막론하고 실질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을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의 기업은 가족 기업이다. 가족 기업은 가문에 대한 평판과 기업의 성과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단순히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감성적 부(socio emotional wealth)를 축적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평판 혹은 정체성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집착은 기존의 성공 스토리와 축척해 놓은 역량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업이 변화의 물결에서 뒤처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교훈이 단지 하나의 이론적인 가설이 아닌 실제 글로벌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기업들에도 나타낼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가족 사업에 대한 동일시, 순응적인 가족 문화, 대화 중심형 가족 문화 등은 모두 기업의 경쟁력 및 문화 측면에서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는 요소들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잘 조합돼 기업의 운영에 적절하게 스며든다면 전문 경영인 체제의 기업이 가지지 못한 강력한 도구로 작용될 수도 있다. 본 연구를 통해 예나 지금이나 도구의 진정한 가치는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좌우된다는 평범하지만 명확한 진리를 복기해 볼 수 있다.
  • 최병철 | 한국외국어대 경영대학 경영전략 교수

    필자는 연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오리건주 포틀랜드주립대에서 기술경영으로 석사를, 뉴욕주 런슬레어공과대학에서 기술혁신전략을 졸업 논문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창업지원단장을 맡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기업벤처링(corporate venturing)과 기술경영 (technology management)이다.
    bchoi@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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