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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재편

원재료-부품 ‘적시 공급’ 시스템 흔들
‘대응 생산’ 시스템 키워야 살아남아

김보원 | 361호 (2023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지난 20년간 글로벌 공급망의 기본 원칙이던 ‘적시 생산’ 시스템이 지정학적 위기, 기후변화, 팬데믹 등 전례 없는 상황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원재료나 부품 등의 공급과 배송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모든 게 예상을 빗나가더라도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대응 생산’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대응 생산 시스템을 구현하려면 기업이 자신이 속한 공급망을 정확히 이해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역량을 뜻하는 ‘공급망 가시성’이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급망의 리더 역할을 하는 기업이 참여 기업들의 인지적, 행태적 변화를 유도하는 게 급선무다. 먼저 글로벌 공급망의 참여자 간 협업 필요성을 인지시켜야 하고, 다음으로 전체 공급망 차원을 넘어 개별 참여자에게 어떤 실익이 있는지를 설득해 인센티브를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실제 협업에 필요한 IT 인프라를 구축해 공급망 내 정보가 원활히 흐르고 위기 상황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원인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과정을 떠올려 보면 거의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에 신선한 과일과 시리얼을 먹을 수 있도록 누군가는 수개월 혹은 수년 전부터 씨를 뿌리고 재배를 시작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몇 번의 계절을 기다려 수확을 한 뒤 이를 가공, 포장하는 공장에 넘겼을 것이며, 수백, 수천㎞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는 트럭이나 기차, 심지어는 배를 운전해 도매점과 가까운 마트에 최종 생산물을 배달했을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는 집 근처 마트에 가서 값을 지불하고 과일과 시리얼을 구매한다. 이 제품이 그곳에서 오늘 아침에 만들어진 것인지 혹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이 과정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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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과일과 시리얼은 사실 아주 먼 시간과 거리를 거쳐 식탁 위에 올라온 것이다. 그 기나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사람과 기업이 땀을 흘리며 노력한다. 또한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의 제품을 건네기 위해 엄청난 양의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조정과 협력이 일어난다. 이렇게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져 최종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수많은 참여자의 활동이 이뤄지고,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조정과 협력이 일어나는 거대한 네트워크가 바로 ‘공급망(supply chain)’이다. 오늘날에는 공급망을 형성하는 많은 참여자와 그들의 가치 창출 활동이 전 세계에 분포해 있기 때문에 공급망은 본질적으로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이다. 즉, 글로벌 공급망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틀(framework)이라 할 수 있다.

공급망은 우리 몸의 혈관과 같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혈관 안에 흘러 다니는 피에 비유할 수 있다. 사람이 온전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피가 쉴 새 없이 혈관을 타고 흐르면서 순환해야 한다. 심장에서 뿜어내는 새로운 피가 혈관을 통해 뇌와 장기에 도달해야만 우리는 힘차게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시장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끊임없이 흘러 다녀야만 경제가 움직인다. 만약 혈관의 어느 한 부위가 끊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출혈은 사람의 생명을 끊을 수도 있는 심각한 단절이다. 그리고 공급망에 일어난 내출혈이 바로 ‘공급망 붕괴’다.

공급망이 붕괴되면 제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곳과 만드는 곳이 단절되고, 이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이어진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총량은 지구상의 모든 인간을 먹여 살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만 지금도 지구 곳곳에는 기아가 발생해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는 비극이 발생하는 것이 극명한 예다. 이 같은 공급망 붕괴는 늘 있어 왔지만 코로나 팬데믹의 시작과 함께 그 빈도와 강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공급망 붕괴에 따른 비용 상승이나 수익 악화와 같은 어려움은 이제 더 이상 관련 기업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많은 미디어와 정치 지도자들의 입에 ‘공급망 붕괴’라는 생소한 단어가 수시로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그동안 이 개념을 전혀 인지하지도 못했고 또 그럴 필요도 없었던 일반 소비자들마저 공급망 붕괴에 익숙해졌다. 이와 동시에 대중들이 겪는 고통과 불편도 급격히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2021년 무렵 수많은 컨테이너선이 LA 항구에 정박한 채 수개월씩 방치된 사진은 이러한 소비자의 고통과 불편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더욱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집착한 중국이 수시로 도시들을 봉쇄한 것도 이런 붕괴를 가속화했다. 이들 도시 대부분은 전 세계의 공장으로서 역할을 하면서 자동차에서 스마트폰에 이르는 수많은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 부품과 제품을 공급하던 곳들이었다. 필요한 부품이 제때 수급이 안 되면서 이 부품을 이용해 다음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다른 국가나 지역의 공장도 생산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됐으며 이런 현상은 글로벌 공급망을 타고 연쇄적으로 번져 나갔다. 천신만고 끝에 제품이 만들어지고 바다를 건너 소비지 항구에 도착했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다. 컨테이너를 배에서 내리고 이를 트럭에 실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노동력의 극심한 감소는 이것마저 어렵게 만들었다. 배에 실린 수만 개의 컨테이너가 수개월 넘는 시간 동안 기약 없이 바다에 떠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야기한 하나의 원인에 불과하다. 극심한 환경 파괴에 따른 기후 불확실성의 증가, 전쟁이나 국가 간 분쟁과 같은 글로벌 지정학적인 요인, 경제 침체로 인한 소득 감소와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의 심화, 에너지 가격 상승에서 촉발된 인플레이션 증가 등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거대 요인들이 글로벌 공급망 붕괴의 위험을 가중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을 강조하는 ESG 경영 원칙의 확산은 글로벌 공급망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운영의 도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가시성

이렇게 복잡하고 강력한 장애 요인들을 극복하고 가치 창출을 지속하기 위한 기업의 새로운 혁신 전략은 근본적인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에서 출발한다. 지난 20년간 글로벌 공급망의 기본 원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적시 생산(just-in-time production)’이었다. 이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 정해진 방식으로 공급과 생산, 배송이 이뤄지는 것이 최적이라는 원칙을 가리킨다. 이 원칙하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그 어디든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물량 외에 여유로 재고를 쌓아 두는 것은 악한(evil) 것으로 치부됐고, 모든 시스템은 효율성(efficiency)을 달성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이렇게 효율적인 글로벌 공급망은 글로벌 시장에서 급증하는 불확실성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팬데믹이나 기후변화 등이 야기한 불확실성의 증폭은 원재료나 부품의 배송 혹은 공급을 정해진 시간에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결국 적시 생산의 가장 중요한 가정과 조건이 무너진 것이다. 이제 경영자는 ‘모든 것이 예상대로 될 때’의 의사결정 요소들을 넘어서 ‘만약에 예상이 틀렸을 때’를 대비한 대응 방안들을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리고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유연성(flexibility), 민첩성(agility), 회복력(resilience) 등을 겸비하고 만약의 경우(just-in-case)를 대비하는 ‘대응 생산(responsive production)’ 원칙이 부상했다.

대응 생산 시스템의 근간은 공급망 가시성(supply chain visibility)이다. 이는 기업이 자신이 속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인지하고 나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하지만 공급망 가시성의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배경은 기업의 노동 윤리와 깊은 관계가 있다. 2013년, 방글라데시의 한 건물이 붕괴되면서 1000여 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대다수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 의류를 만드는 소규모 영세 상인들의 공장에서 일하던 젊은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이런 의류들은 월마트나 갭과 같이 부유한 국가의 소매점을 통해 판매됐으며 이 여성들은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면서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메이시스(Macy’s), 블루밍데일즈(Bloomingdale’s), 이케아(IKEA) 같은 선진국의 유명 백화점이나 소매점을 통해 판매되던 인도산 양탄자도 마찬가지다. 인도에서 생산된 이 아름다운 양탄자를 만들기 위해 어린아이들이 가혹한 작업 환경에서 적게는 시간당 20센트를 받으면서 만들고 있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회적•윤리적으로 커다란 논란이 일었다. 이런 부당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조사가 이뤄졌고 결국 대형 백화점이나 마트가 도덕적 책임만이 아니라 법적 의무도 져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대형 리테일 업체들이 더 이상 값싸게 물건을 사서 비싸게 파는 데만 신경 써서는 안 되고 그 물건을 공급 업체가 윤리적인 방법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부분도 책임지고 확인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즉, 유통사 입장에서는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의 공급망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기준에 맞게 관리되고 있는지도 알고 있어야만 하는 의무가 생긴 것이다. 이것이 윤리적인 측면에서의 공급망 가시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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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공급망 가시성의 확보는 효율성 증대를 통한 기업 이윤 제고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딸기잼을 만들어 마트에 판매하는 J사는 최근 매출 감소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거래하는 마트에 이번 달까지 딸기잼을 1000병 납품하기로 했는데 실제로 500여 병도 채 조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J사가 애초에 매출 계획을 잡을 때는 늘 그래왔듯이 딸기를 공급하는 도매상과 용기를 공급하는 협력 업체가 정상적으로 필요한 양을 조달해 줄 것으로 가정했다. 그런데 딸기 도매상이 거래하는 과수원에서 산불이 발생해 갑작스럽게 딸기 수확량이 급감했고 병 용기를 제조하는 업체에 유리를 공급하던 회사에서 파업이 일어나 필요한 양의 원재료를 확보할 수 없었다. 1000병의 딸기잼을 만들 수 있는 만큼의 딸기도, 그것을 담을 용기도 부족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만약 J사가 공급 업체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면 딸기나 유리병 공급을 대체할 수 있는 업체들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고, 거래하는 마트에 약속한 물량을 제때 공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J사는 평소에 자신의 공급망에 속한 파트너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했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사실 J사가 그렇게 하고 싶었더라도 딸기 도매상이나 용기 제조 업체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J사는 모든 것이 늘 그래왔듯이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는 가정하에 생산과 판매 계획을 수립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방식의 경영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과거의 가정에 의한 경영이 큰 손실을 가져오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공급망 가시성 결여’가 경쟁력 약화로 직결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그렇다면 공급망 가시성 확보를 통해 기업은 어떤 것들을 사전에 인지해야 하는가? 공급망 가시성의 정의와 요건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1) 공급망 전반에 걸쳐 재료, 활동, 인력, 그리고 그들 간의 실시간 상호작용 및 소통 상태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볼 수 있으며 지니고 있어야 한다.

(2) 이런 상태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액션을 취해야 한다.

(3) 공급망 가시성은 기업의 통합 역량을 지원하고 뒷받침해야 한다.

기업은 공급망 가시성을 확보함으로써 여러 형태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1) 경영 의사결정을 위한 핵심 정보에 즉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능력 향상

(2)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효율성 증가

(3) 지속가능성 관련 변수 및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대응 능력 향상

(4) 고객 요구의 실시간 해결 가능성 증대

(5) 고객 요구에 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의 향상

(6) 경영 합리화를 위한 운용 및 실행 효율성 증대

(7) 성과 측정을 위한 비즈니스 지표 모니터링 및 결과 향상

(8) 사각 지점을 볼 수 있는 능력과 투명성 확보

(9) 최적의 로지스틱스와 운송 효율성 향상

(10) 노동비 및 재료비 등을 포함한 원가 절감

(11) 효율적 재고 관리를 통한 최적의 리소스 관리

글로벌 공급망 가시성 확보 전략

이와 같이 다양한 혜택을 주는 글로벌 공급망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공급망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투명한 정보 공유다. 즉, 같은 공급망에 참여하고 이를 공유하는 기업과 개인을 비롯해 모든 참여자가 자신이 가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투명하게 공유된 정보를 이용해 최적의 경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물론 공유되는 모든 정보가 옳은 것도 아니고, 그 자체로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usiness intelligence)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정보의 정확성 및 진실성이 보장돼야 하고 여러 정보가 나름대로 공헌을 해서 통합된 정보를 가지고 공급망 전체를 최적화하는 의사결정이 이뤄져야만 한다. 이것이 효과적인 의사결정 인프라가 해야 할 역할이다. 모든 공급망 참여자는 의사결정 인프라 구축에 노력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공급망 참여자가 동일한 정도의 관심과 정성을 쏟아 공급망 전체를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이용해 최적의 경영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새로운 기술이나 제도 혹은 시스템을 조직에 도입할 때 조직 구성원들로 하여금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그것들을 활용함으로써 원래 의도했던 가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결코 용이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조직에 변화를 가져오는 시도들을 조직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조직의 혁신적인 변화가 정착되는 데는 몇 개의 단계가 필요하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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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인지적 변화가 가장 먼저 동반돼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새로운 제도나 시스템 혹은 기술을 받아들여서 본래의 목적을 최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제도나 시스템 혹은 기술을 활용하면 조직의 성과는 물론 내 개인의 성과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라는 확신이 있어야만 한다. 경영진과 직원들을 망라한 조직 구성원들이 이러한 확신을 가지도록 하는 것은 온전히 CEO의 책임이다. 결국, CEO 스스로 혁신적인 시도에 대한 확신을 지닐 필요가 있다. 그 후에 자신의 신념을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전달하고 이해시키도록 소통해야만 한다. 하지만 소통만으로 그치면 완전한 의미의 인지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반드시 CEO의 솔선수범이 수반돼야 한다. 예를 들어, 최신 ERP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기업 성과 향상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면 CEO 스스로 ERP를 통해 업무 지시를 내리고 ERP로부터 추출한 정보를 이용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러한 소통과 솔선수범을 지속적으로 견지했을 때 조직 구성원 전체의 인지적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 혹은 개별 조직 차원의 인지적 변화를 설명했다. 그런데 이런 원리는 공급망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급망 가시성’을 공급망에 도입하려 하는 혁신이라 하자. 이 혁신을 공급망의 모든 참여 주체가 확신을 가지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해당 공급망의 리더 역할을 하는 기업의 지속적인 소통과 솔선수범이 선행돼야 한다. 공급망 리더란 해당 공급망의 전체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다른 참여자들보다 우월한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지닌 기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공급망 가시성을 확보함으로써 공급망 전체가 창출하는 가치가 증대되면 리더 기업은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공급망 리더는 다른 공급망 참여 기업들에 가시성 향상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설명하고 솔선수범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즉, 자신의 경영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다른 공급망 참여 기업과 공유하며 다 같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도록 협업을 끌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인지적 변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일어난다고 해서 조직이나 공급망 성과로 자동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림 1]에서 보여주듯이 두 번째 단계가 필요하다.

둘째, 행태적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인지적 변화는 새로운 혁신 시스템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관적인 생각 혹은 인식을 바탕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다고 행동이 뒤따라 바뀐다는 보장은 없다. 예를 들어, 보통 사람들은 환경친화적인 기업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고, 또 본인이 그렇다고 믿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시장에서 반드시 환경친화적 기업이 만든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구매 의사결정은 주관적인 생각이나 인식 외에도 가격이나 품질 등 다른 추가적인 요인들에 의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금전적인 혹은 비금전적인 인센티브는 인간의 행태를 결정짓는 데 중요하다. 다시 ERP 예로 돌아가 보자. CEO의 강력한 의지와 소통으로 인해 회사 직원들이 ERP의 중요성과 유용성을 ‘인지’했다고 하자. 그런데 회사의 성과는 CEO의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CEO는 고민에 빠질 것이다. 무엇이 원인일까? 면밀한 상황 파악을 위한 조사에 돌입했고 결국은 핵심적인 원인을 파악했다. 직원 입장에서는 ERP를 활용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전혀 이득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실수가 더 적나라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유발했다. 이 같은 분석 결과를 깊이 검토한 후 CEO는 ERP 사용이 해당 직원의 성과와 연동되고 궁극적으로 월급과 직결되도록 했다. 어떤 직원이 얼마나 정확하게 현장의 데이터를 입력해 회사 차원의 성과 향상에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그 직원 개인의 보너스가 결정되도록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개선한 것이다.

이 같은 ‘인센티브 일치(incentive alignment)’를 공급망 차원에서 실행할 수 있을까? 개별 차원의 인센티브 일치를 공급망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공급 사슬의 지속적인 조정과 협력 원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하나의 공급망을 구성하는 여러 참여 기업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기업을 ‘공급망 리더’라 부른다. 공급망 가시성 확보를 위한 공급망 내 참여자들 간 조정과 협력, 즉 코디네이션(coordination)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두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 번째 원칙은 ‘시스템 전체 이윤의 증가(systemwide optimization)’다. 코디네이션이 잘 이뤄졌을 때 전체 공급망이 얻을 수 있는 이윤이 코디네이션이 이뤄지기 전에 얻었던 공급망 전체 이윤보다 반드시 커야만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아주 상식적인 조건이다. 만약 코디네이션이 효과적으로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공급망 전체의 이윤, 다시 말해 ‘공급망 참여자들의 개별 이윤들을 모두 합한 총이윤’이 줄어든다면 애초에 코디네이션을 하는 의의가 전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공급망 조정 협력의 두 번째 원칙은 ‘개별 참여자 이윤의 증가(individual benefit increase)’다. 아무리 공급망 전체 이윤이 증가하더라도 그 증가분 모두를 가장 큰 협상력을 지닌 공급망 리더가 독식한다면 그 밖의 다른 공급망 참여자들에 있어 조정과 협력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이다. 물론, 코디네이션 초기 단계에서는 공급망의 개별 참여자가 미래의 이윤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고통을 감수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고통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가진 기업 이윤이 증가하지 않는데 왜 공급망 전체의 이윤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어렵게 코디네이션에 참여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자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에 공급망 조정과 협력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즉, 첫 번째 조건은 공급망 조정과 협력을 지속시키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개별 기업의 이윤 증가’가 반드시 뒤따라야 지속적인 공급망 조정과 협력, 그리고 코디네이션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공급망 코디네이션의 충분조건이다.

마지막으로, 실제 행태적 변화가 조직의 성과 향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의 인프라 지원이다. 앞에서 든 ERP 사례로 다시 돌아가자. CEO의 소통과 솔선수범, 그리고 이어진 인센티브 일치를 통해 회사 구성원 모두 ERP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ERP를 최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행태적인 변화와 준비를 갖췄다고 하자.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고 정확하게 입력하려고 할 때 그러한 작업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도록 도와주는 IT 인프라가 결여돼 있다면 어떻게 될까? 가령, 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입력해야 하는데 IT 인프라의 노후화로 일을 모아서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배치 시스템(batch system)만 가능하다면 ERP의 효과를 충분히 누리면서 기업 성과의 실질적인 향상을 꾀할 수 있을까? 이 회사의 구성원이 인지적 변화와 행태적 변화를 제대로 달성했다 하더라도 결국 그들의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적 지원의 결여로 인해 회사 성과 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워질지 모른다.

개별 조직 차원의 인프라 지원을 공급망 차원으로 확대하면 이는 또 하나의 공급망 코디네이션을 의미한다. 즉, 공급망을 공유하는 모든 참여 기업이 서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인프라 구축에 협력해야 한다. 개별 기업 차원의 인프라 구축은 물론 기업 간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공통 프로토콜을 마련하고 서로 호환되는 IT 인프라를 갖춰야만 한다.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걸쳐 이 같은 변화의 단계마다 공급망 참여자들의 조정과 협력이 최적으로 이뤄질 때 글로벌 공급망 가시성이 확보되고 공급망 붕괴를 방지함으로써 공급망 전체는 물론 각 참여자의 이윤을 최적화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미래

현재 글로벌 공급망은 엄청난 위기와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다. 가장 극명한 예가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다. 컴퓨터나 가전제품은 물론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모든 현대 문명의 이기(利器)에는 예외 없이 다량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반도체 없는 현대 삶은 상상할 수 없다. 당연히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글로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은 엄청난 기술력과 자본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 있는 반도체 공장을 소유한 국가가 많지 않다. 미국과 중국 외에 한국과 대만 등에 집중돼 있다. 결국 어느 한 지역이 지정학적인 이유나 팬데믹으로 생산이나 공급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면 그 여파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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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문제는 국제정치가 신냉전체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인류는 과학기술 혁신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자유를 증진시키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장밋빛 꿈을 꿨다. 그러나 2022년 세계는 새로운 형태의 독재와 통제, 그리고 억압을 목도하고 있다. 이념의 대결이 치열해지면서 세계 2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가 명확히 형성됐다. 더 이상 경제와 정치, 특히 이념 대립을 완벽하게 분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각국은 자신이 지닌 경제력을 정치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주장하는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글로벌 공급망 구축’은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략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이념화 내지는 정치화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가속화될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정치•군사적인 이유로 한국 기업의 중국 영업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제재를 가해 왔다. 일부 중국 기업은 중국 공산당과 관련돼 서방세계의 민감한 안보 정보를 탈취하거나 정치에 관여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글로벌 경제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은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이기려고 할 것이고, 각자가 중심이 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안정적인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고자 할 것이다. 한국 기업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은 앞으로 미국에서 나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계나 장비를 중국 공장으로 들여올 수 없게 될 것이며, 결국 중국의 생산 설비는 노후화돼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이런 기술적•정치적 압박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설사 근근이 견뎌낸다고 한들 하루가 다르게 기술 혁신이 일어나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급격히 잃어갈 것이다.

거대한 제약 조건이 있다면 그것을 거부하지 말고 오히려 전략적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기업은 미국 중심 혹은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중 어디에 참여해야 할까? 우리가 지향하는 정치와 이념의 가치를 고려한다면 이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핵심은 일단 하나의 글로벌 공급망을 선택해 들어간 후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이윤 추구다. 하지만 이윤 추구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벗어나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인권, 자유, 민주주의라는 이념적 가치가 경제적 의사결정과 결코 무관할 수는 없다. 미래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에 있어서 이러한 가치 지향성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면서, 특히 지리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거대 시장인 중국과 거리를 둔다는 것에 많은 한국 기업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이윤을 위해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존립 목적을 희생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없다. 중국은 여러 국가를 상대로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경제적인 제재를 가했다. 일부 국가는 그러한 부당한 압력에 굴복해 정치적인 타협을 한 반면 어떤 국가들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양보하지 않았다. 단기적으로는 타협하지 않은 국가들에 더 센 압력이 가해지고 정치적 타협을 한 국가들에 혜택이 돌아가는 것같이 보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중국의 압력에 굴복했던 국가에 중국은 더 거세게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 따른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반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며 맞섰던 국가에는 오히려 중국이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 사례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어떠한 각오와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거대한 중국 시장과 거리를 두는 데 대해 우려하는 한국 기업들에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인도는 중국만큼 잠재력이 큰 시장이면서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이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은 디지털 기술 혁신을 통해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과거에는 지역적인 거리와 문화적인 이질감 때문에 유럽이나 아프리카 시장 진출이 상대적으로 덜 활발했다. 하지만 EU는 미국만큼이나 큰 시장이고 이념적 가치가 유사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판로를 개척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아프리카는 마지막 남은 미개척 시장으로 무궁무진한 미래 잠재성을 가진다. 이에 더해 전통적으로 한국의 최대 시장이면서 한국 경제의 최고 후원자로서 역할을 해 온 미국 시장은 여전히 광활하고 발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중남미 시장이 성장하면 미국을 교두보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글로벌 공급망 전략은 어느 하나의 시장만을 선택하는 것보다 몇 개의 보완적인 시장을 포함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같이 고려하면 효과적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모두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민주적이고 개방된 사회 및 경제 시스템을 발전시켜가고 있다. 인도의 인구는 14억 명에 육박하고 조만간 중국 인구를 추월할 정도로 큰 내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인구가 3억 명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이지만 그보다도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우수한 노동력을 지녔다는 큰 강점이 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는 한국 기업의 공급사슬 일부로서 제조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인도는 한국 기업이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제품의 소비시장으로서 중요한 파트너가 된다면 시너지가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략적 동반자로 이해하고, 공급망 협력 관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한다면 중국 시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이상의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이렇듯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 혁신은 기존에 느꼈던 지리적 혹은 문화적 거리와 장벽을 쉽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접근을 한다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미래 재편과 함께 한국 기업들의 새로운 공급망 패러다임(supply chain paradigm) 시프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보원 KAIST 경영대학 교수 bwkim@kaist.ac.kr
김보원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과학 석사,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KAIST 경영대학 교수로 부임 후 KAIST에서 테크노경영대학원 학과장, 글로벌SCM연구센터장, 기획처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대외부총장을 맡고 있다. 공급사슬 관리 및 예측, 생산 전략, 학습 조직, 최적통제이론 등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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