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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MZ세대도 사로잡는 ‘원조 맛’의 힘

이재한 | 358호 (2022년 12월 Issue 1)
‘원조.’ 무언가를 최초로 만들고 오랜 기간 그 가치를 이어온 이들에게 붙는 말이다. 특히 식품 업계에는 ‘원조 족발’ ‘원조 떡볶이’ 등 대대로 이어져 오는 ‘원조’ 기업들이 있다. 때때로 진짜 ‘원조’가 누구인지를 가리는 가게 간, 심지어는 가족 간 다툼이 일어나는 웃지 못할 해프닝들도 전해지지만 그만큼 원조는 지켜내고 싶은 가치다.

‘원조’라는 말이 시장에서 발휘하는 힘은 오랜 세월 쌓아온 고객들과의 두터운 신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치액 원조’ 기업인 한라식품의 버팀목은 50대 이상의 주부 고객이다. 한라식품의 우수 고객이자 한라식품을 지키는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그 덕에 약 400억 원 규모의 참치액 시장에서 약 15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30년간 국내 1위 기업이라는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원조와 전통의 가치를 중시해 온 한라식품도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팬데믹 이후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MZ세대 소비자 사이에 일어난 ‘홈쿡’ 열풍이 모멘텀이 됐다. 인스타그램에 ‘홈쿡’을 검색하면 약 630만 건의 게시물이 쏟아진다. 특히 감염병 사태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한 조미료’에 대한 관심 역시 크게 늘고 있다. 과거 조미료는 ‘건강하지 않다’는 오명을 받았지만 재료를 깐깐하게 따지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식품 업계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최근에는 ‘건강한 조미료’ 시장이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요리에 대한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그러나 시장이 넓어진다는 것은 곧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난다는 의미가 된다. 참치액을 필두로 한 조미료 시장에도 최근 대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라식품 역시 이러한 시장 상황을 반영해 MZ 마케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건강과 전통의 가치를 모두 담아야겠다고 판단했고 현재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알기 위해 MZ세대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에 스틱형 참치액을 내놓아 부피를 줄이면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개별 포장은 최근 많은 이가 즐기고 있는 캠핑에도 적합한 상품으로 각광받게 됐다.

제품 콘셉트뿐 아니라 패키지에도 제품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MZ세대의 감성을 담았다. “일은 적게, 놀기는 더 많이”라는 슬로건으로 ‘킹코’ 캐릭터를 개발한 일러스트레이터 송혁(naked kingko) 작가를 섭외해 내심 ‘적게 일하면서 많이 놀고 싶은’ 젊은이들의 감성을 유머러스하게 담았다. 한라식품 총괄이사의 ‘부캐(부캐릭터)’이기도 한 ‘요리요정이팀장’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요섹남’ ‘요리하는 남자’를 콘셉트로 일상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요리를 주제로 MZ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기 위한 콘텐츠다. 최근에는 레스토랑들과 협업으로 와인과 함께 간단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캡틴 플레닛’ 팝업스토어를 열고 MZ 고객들과 함께 맛과 멋을 즐기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내년 초에는 새로운 캐릭터를 개발할 예정이다. 폴린 브라운 콜럼비아 경영대 교수의 책 『사고 싶은 것들』에 따르면 캐릭터는 브랜드를 고객들의 무의식에 각인할 수 있는 강력한 브랜드 코드이다. 캐릭터에 그간 한라식품이 쌓아온 아카이브를 녹여 고객들과 함께 세계관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30 세대 ‘요린이(요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MZ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처럼 다소 보수적으로 느껴지는 식품 회사에서 원조와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최신 트렌드와 젊은 감성을 반영하는 것이 공존 가능한 전략임을 현장에서 몸소 체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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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한 한라식품 대표
1972년 훈연 참치(가다랑어포) 생산 기업으로 시작한 한라식품공업사를 이어받아 본격적인 판로를 개척해 오늘날 참치액 원조 기업 한라식품으로 성장시켰다. 최근 홈쿡, 캠핑 등 MZ세대의 라이프 트렌드에 맞춰 ‘요알못까지도 즐겨 사용하는 참치액’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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