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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내부 통제 강화가 효과를 보려면

“우리는 안전” 방심이 유행성 횡령 키워 ‘외양간’ 살짝만 고쳐도 리스크 크게 감소

최종학,김유경 | 353호 (2022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대규모 횡령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지만 많은 기업이 남의 일로만 치부하는 등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횡령 사건은 한 기업의 유동성 위기와 자본시장의 교란을 불러오는 중대한 문제다. 이것이 내부회계관리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2019년부터 외부감사인이 상장 기업의 내부 통제를 감사하기 시작했지만 감사 결과에 따르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중요한 취약점이 존재하는 상장 기업이 159개에 달했다. 이들 기업은 자금 및 결산 관리 프로세스가 마련돼 있지 않거나 인력, 경영진의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 강령 제정과 주기적인 교육, 내부 신고제도 등을 통해 부정행위에 대한 합리화를 막고, 전문 인력의 확충, 사후 모니터링 실시를 통해 기회 요인을 줄여야 한다.



2022년 새해 벽두를 흔든 오스템임플란트의 2215억 원 횡령 사건 이후 대기업이라 나름의 내부 통제가 작동하리라 기대했던 우리은행에서도 문서를 위조해 697억 원을 빼돌렸다는 뉴스가 나왔다. 연달아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은 폐기물 처리 시설 투자 유치금 중 115억 원을 횡령했고,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취득세 납부 과정에서 세액을 중복 청구하는 방식으로 2014년부터 7년간 85억 원을 횡령하는 등 일반 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기관과 지자체, 공기업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넘나들며 횡령 사건이 발생해 공분을 샀다. 횡령 금액이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수년간 발각되지 않고 지속돼 왔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이러한 세태를 비웃듯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횡령 금액이 큰 순서대로 순위를 매기는 ‘천하제일 횡령대회’라는 글이 수시로 업데이트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8월 초 기준, 2215억 원을 기록한 1위 오스템임플란트에 이어 우리은행이 697억 원으로 2위, 휴센텍이 259억 원으로 245억 원의 계양전기를 제치고 차트 3위에 새로 진입했다. 이 ‘횡령 기업 리스트’는 매일 단위로 업데이트된다. 대(大)횡령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적잖은 경영자는 아직도 이런 사태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대부분 이런 사건들은 ‘다른 기업’의 문제점이며 ‘우리 회사는 안전하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횡령 사건들이 일어나자 ‘혹시나 해서 철저히 조사를 해봤는데 우리 회사는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어서 절대 그럴 염려가 없더라’라고 자랑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며칠 만에 바로 그 회사에서 대규모 횡령이 적발됐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됐다. 그 후 그분을 다시 만나니 “회사가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하나 있어서 발생한 사건인데 그 문제도 이제 고쳐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이후 이 회사에선 불과 몇 개월 만에 또 다른 사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횡령이 그만큼 만연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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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은 왜 유행이 됐을까?

최근 보도되는 횡령 사건의 유형을 살펴보면 최대주주나 대표이사 주도로 회사 자금을 유용하는 예전의 횡령 형태와는 다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횡령범 중 절반이 넘는 52명이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이었다. 이 중 상당수는 경리 등 기업의 자금 관리나 회계 업무 담당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자금에 접근하기 쉬운 직원이 허술한 내부 통제하에서 어떤 내부 감시망의 견제도 없이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이는 경영진이 자신의 영향력으로 내부 통제를 우회해 저지르는 횡령과는 다르다.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영진의 전횡보다는 좀 더 통제 가능하리라 기대되는 직원 개개인의 일탈이 수년간 적발되지 않은 채 지속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삿돈을 횡령한 이들은 대부분의 횡령 자금을 불법 도박과 자산 투기, 개인적 사치로 탕진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직원과 강동구청 공무원은 횡령액 중 약 1000억 원과 77억 원을 주식 투자로 탕진했고, 우리은행은 300억 원 이상을 고위험 파생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 직원은 가상 화폐에 투자하고 외제 차 등 사치품을 구매했고, 현대제철 직원 역시 호화스러운 일상을 SNS에 과시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횡령 범죄 발생 건수는 2011년 2만7882건에서 2020년 6만539건으로 10년 동안 2배 이상 늘었다. 대검찰청이 발행한 ‘2021 범죄분석’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중 발생한 횡령 사건 수는 6만539건에 달하는데 이는 인구 800명당 1명꼴로 횡령을 저지른 것이다. 놀랄 만큼 높은 수치다. 특히 전체 횡령액 2조7376억 원 중 회수액은 4.8%, 1312억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ACFE(Association of Certified Fraud Examiners)가 추산한 통계1 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연 매출의 5%가 횡령이나 유용으로 새어 나간다고 할 정도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최근 들어 자주 발생했을까? 영끌, 빚투 등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지난 3년간 주식이나 가상 화폐,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가 대세였다. 월급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 힘겨워진 시대에 주식과 코인 투자를 통해 이른 은퇴를 하는 ‘파이어족’ 사례가 언론에 조명을 받았다. 이런 추세는 일부 직장인이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상대적 박탈감 속에 빚을 내어 투자하는 그릇된 한탕주의 문화에 빠지게 했었던 듯하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회삿돈으로 몰래 투자해 수익을 낸 뒤 ‘원금’을 다시 돌려놓으면 문제 될 것 없다는 부도덕한 생각을 낳았다. 이렇게 시작한 자금 유용이 자산 가치 하락으로 원금을 돌려놓지 못해 횡령으로 발각되면서 최근의 사건들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경우 자금 횡령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채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유야무야 덮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올해 초 연이어 드러난 오스템임플란트와 계양전기의 횡령 사건은 기업공시 규정에 따라 의무 공시해야 하는 ‘자기자본의 5%를 초과하는 대규모 횡령’ 건이었기 때문에 외부로 드러난 것이다. 이 사건들은 각각 규모 면(자본금의 108.2%)과 기간(6년) 면에서 사회적 경각심을 높였다. 그 이후 기업들마다 강도 높은 내부감사가 진행되며 여러 사건 사고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는 감독 당국이나 외부감사인이 자금 횡령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데 발맞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내부 감시 장치를 강화한 결과일 것이다. 특히 2019년부터 외부감사인이 상장 기업의 내부 통제를 감사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 스스로 내부 통제를 점검하고 그 과정에서 부정을 적발하고 치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기업,
기업의 책임은 어디로?

하지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려는 인식은 여전히 ‘선택’의 문제인 듯하다. 경기 침체와 생존 경쟁 속에 매번 우선순위를 빼앗기기 때문이다. 최근 횡령 사건에서 기업들의 대응은 이를 잘 보여준다.

올해 초 가장 큰 충격을 준 오스템임플란트의 입장은 “본 사건은 당사의 전(前) 재무팀장의 개인 일탈에 의한 범행이다”였다. 뒤이어 발생한 계양전기 횡령 사건에서 회사는 “이번 사고는 당사 자금관리 시스템을 교묘하게 악용한 횡령 직원 개인 단독의 일탈에 기인한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한국수자원공사 또한 이번 횡령 사건은 개인이 장기간 계획적으로 저지른 일탈 행동이라고 밝혔다. 회사 자체적으로는 별다른 잘못이 없다는 듯한 설명이다. 기업은 다수의 주주와 채권자의 자금으로 운영된다. 당연히 ‘성장’이나 ‘이익’뿐만 아니라 ‘자금의 투명한 운영’을 경영 목표로 삼아 관리 감독해야 한다. 조직에서 이런 일탈 행위가 일어나는 것을 시스템적으로 막을 수 있어야 성장이나 이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용이할 것이다. 이러한 ‘자금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서는 회계•자금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뿐만 아니라 내부감사 조직의 역할이 중요한데 다수의 횡령 사건이 회계•자금 조직에서 발생하며 내부감사 조직 부재로 사후 적발의 가능성 또한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횡령을 개인의 일탈만으로 치부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 목표를 망각한 일이다. 이들 기업에서는 이렇게 큰 규모로 횡령이 이뤄지지 않아 적발되지 않았을 뿐이지 다른 작은 규모의 소소한 횡령이 자주 발생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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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사건이 단순히 해당 기업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매년 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가 발표하는 회계 투명성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017년 63위로 꼴찌를 기록했다가 여러 감사 제도의 정비 이후 2021년 37위까지 급등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자금 횡령 이슈로 16단계 급락한 53위를 기록했다. (그림 1) 이렇게 우리나라의 투명성이 낮다는 것은 그에 비례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간다는 의미다. 더욱이 현시점은 정부가 2019년 ‘거버넌스 및 회계 투명성 향상’을 목표로 규제를 글로벌 수준(또는 그 이상)으로 강화한 이래, 계도 기간을 거쳐 효과가 실질적으로 발휘되는 것을 기대할 만한 시점이었다. 그러기에 지금까지의 대규모 투자와 노력이 실익 없이 원상 복귀된 듯한 실망감과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아직 없어지지 않는 듯하다.

번거롭고 비용만 든다고 생각되는
내부회계관리제도

횡령 사건은 개인의 처벌로 끝나지 않고, 주식 거래 정지와 주주들의 집단 소송으로 번지면서 기업의 유동성 위기와 자본시장 교란으로 이어진다. 이때마다 기업들은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내부감사 부서를 신설하고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하는 등 거버넌스를 개선한다면서 대외적인 이미지 쇄신 작업에 매진한다. 그렇지만 당장의 부정적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단기적•형식적 제도 개선에 매몰돼 정작 일상적인 업무 프로세스 개선이나 회계 전문성 확보와 내부감사 체계 정착과 같은 장기적•실질적 내부 통제 과제들은 잊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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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경영자들은 많은 갈등을 느끼는 것 같다. 이미 과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번거롭게만 느껴지는 내부회계관리제도가 ‘효익’보다는 ‘비용과 업무 부담’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하던 일을 여러 사람으로 나누는 업무 분장을 하고, 또 업무 절차 중 상급자의 검증과 승인 단계를 만들고 전문 인력들을 고용해 이런 절차를 감시하게 하려면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의 투입이 필요하다. 실무자들 입장에서도 ‘일만 하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별걸로 다 괴롭힌다’거나 ‘나는 절대 그런 짓 안 하는데 자꾸 귀찮게만 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경영자나 실무진에게 묻고 싶다. ‘과연 우리 회사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라고. 횡령 사건이란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한번 일어나기만 하면 회사의 명성이나 가치를 크게 깎아내린다. 교통사고의 발생 빈도가 높진 않지만 대부분 보험에 가입해 대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운전을 잘하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날 것이라서 보험료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험에 가입을 하지 않는다면 만약 큰 사고가 일어났을 때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내부 통제를 정비하고 회계를 잘 아는 전담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유사한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2021년 외부감사인이 감사 또는 검토를 실시한 후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중요한 취약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한 상장 기업은 무려 93개(취약점 수는 159개)나 된다.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적정하게 운용되지 못한다고 감사인들이 판단한 사유 중 3, 4, 5위는 각각 ‘자금 통제 미비(15.7%)’ ‘회계 인력 및 전문성 부족(15.1%)’과 ‘고위 경영진의 부적절한 행위 또는 태만(9.4%)’이었다.2 (표 2) 이 점을 보면 가장 기본적인 자금 및 결산 관리 프로세스가 아직 충분히 정비돼 있지 못하고, 이를 다루는 인력도 부족하며, 경영자들의 인식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상장 기업들로만 범위를 제한해도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이다. 감사인이 ‘취약점이 없다’고 밝힌 기업들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감사인이 감사 과정에서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숨겨진 허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소개한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한 기업들도 사건 발생 이전, 감사인조차 취약점을 알아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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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인 내부감사 설치와 관련해 미국에선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초기, 중요한 취약점으로 ‘내부감사 조직의 불충분이나 미비’가 언급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2021년 중요한 취약점 중 불과 4건만이 이에 해당한다. 이것은 대다수 기업이 독립적 내부감사 조직을 갖추고 내부회계관리제도 평가 결과에서도 신뢰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을 제외하곤 법적으로 내부감사 조직을 설치할 의무가 없고, 실제로 내부감사 조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 평가 조직이 CFO에 직속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는 내부회계관리제도 평가 결과의 신뢰성을 저하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외부감사인이 이를 중요한 취약점으로 지적하지 않는 것은 한국의 현실을 반영해 독립된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조직이 없더라도 이를 취약점이라고 지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동일한 기준에서 이를 취약점이라고 분류한다면 과반수 이상의 한국 기업들이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의 도입과 적용

여러 횡령 사건이 발생하자 ‘자산보호•부정방지’의 목표를 가진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제대로 운용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당연히 제기됐다. 2002년 미국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제도가 도입된 직후인 2004년, 한국은 이와 유사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한국의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과 외부감사인, 감독 당국의 외면 속에 형식적으로만 운용된 측면이 있었다. 기업들은 형식적으로 법을 지킨다는 수준에서 제도를 만들었을 뿐 실제로 그 제도를 운용하려고 하지 않았다.3 그러다 2017년 들어 국회는 ‘신외부감사법’을 통과시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미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강화하도록 했다.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시키고 감사를 제대로 실시하도록 하기 위한 다른 여러 제도도 도입했다.

이런 제도 개선의 결과, 여러 변화가 발생했고 외부 감사 환경은 획기적으로 변했다. 이제는 ‘봐주기 감사’라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자 대규모 상장사를 중심으로 최고경영진이 투명한 기업 문화 구축에 대한 의지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과감하게 투자를 늘리는 사례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회계나 내부 통제에 대한 전문가를 고용해서 전문성을 함양하고 제도를 정비하기도 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가 형식적인 보여주기 목적으로만 운용되던 과거와는 달리 실질적으로 운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앞으로는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자금 횡령을 예방•적발하는 리스크 관리 도구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경영 여건이 어려운 중견ㆍ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상황이 다르다.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면서 인력 부족으로 인해 ‘회계•자금 간 업무 분장’이라는 기초적•핵심적 내부 통제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사태와 전 세계적인 불경기 시대 진입 등 어려운 경제 환경이 지속됐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일을 수행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횡령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여건이 어려운 자산총액 1000억 원 미만 상장사들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를 면제하는 등 감독 당국은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감사가 면제되더라도 경영자가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자체 평가하고 이를 외부감사인이 검토하는 방식은 유지될 것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가 없어진다고 해서 내부회계관리제도 자체를 없애거나 형식적으로만 실행한다면 앞으로 횡령 사건들이 더 자주 일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견ㆍ중소기업이더라도 제도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의무적으로 구축 운용돼야 하는 내부회계관리제도를 활용해서 횡령을 예방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아닐까?

부정의 삼각 이론 - 동기, 합리화, 기회

부정의 삼각 이론(Fraud Triangle Theory)4 은 자금 횡령과 같은 부정이 발생하는 요인을 ‘동기’ ‘합리화’ ‘기회’ 등 세 가지 요인으로 설명한다. 첫째 요인인 ‘동기’는 개인적으로 겪는 금전적 어려움이나 물질에 대한 욕심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동기는 통제하기가 어렵고 최근 갈수록 심화되는 것 같다. ‘사회적 양극화와 보상 심리’ ‘물질만능주의와 도덕적 불감증’ ‘소속감 저하와 이직률 상승’ 등은 피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인데 이런 이유에서 부정을 저지를 동기가 커진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합리화’와 ‘기회’를 통해 횡령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합리화’와 ‘기회’라는 2개의 부정 발생 요인을 각각 ‘전사 수준 통제’와 ‘프로세스 수준 통제’를 통해 차단하도록 설계된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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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요인인 ‘합리화’는 조직 내에 불투명하고 비윤리적인 업무 관행이 만연해 죄의식 없이 회삿돈을 유용하거나 업무와 무관하게 경비를 지출하는 등의 행위가 만연한 현상을 의미한다. ‘남들이 다 교통법규를 위반한다면 내가 위반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과 비유할 수 있다. 윤리 경영을 위한 행동 강령의 제정과 주기적인 교육, 내부신고제도와 내부감사제도를 통한 모니터링, 합리적인 성과평가제도의 수립 등이 대표적으로 ‘합리화’ 문화를 개선하는 ‘전사 수준 통제’이다.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조직 규모가 작아 경영진의 의지(Tone at The top)와 솔선수범으로 조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경영자가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직원은 없다. 직원들과 의미를 공유하고, 성실히 감독하며,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것이 내부 통제가 일상적인 프로세스로 자리 잡게 만드는 가장 쉬운 길이다. 내부 통제는 ‘윤리적 문화’가 선행돼 ‘원칙이 일상적으로 구현되는 프로세스’로 내재되면서 완성된다. 문화를 바꾸고 내재화하는 과정은 길고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경영진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이 과정은 동력을 잃지 않고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요인인 ‘기회’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분장 미비와 상급자의 요식적인 승인 행위, 인감•어음 등에 대한 무단 접근이 가능한 상태에서 발생한다. 쉬운 예를 든다면 형식적으로는 업무분장이 돼 있어 담당자가 상급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상급자가 자신의 비밀번호를 담당자에게 알려주고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경우다. 중견•중소기업에는 이런 경우가 틀림없이 많이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허술한 내부 통제를 개선하려면 필연적으로 인적•물적 투자와 인식의 개선이 필요한데 이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회계•자금 부문에서는 최소한의 업무 분장이 가능한 인력을 보유해야 하며 사후 모니터링(내부감사)을 통해 조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내 행동이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직원들이 행동을 조심하기 때문이다.

내부 통제 강화를 통해 기업의 성과가 개선된다

내부 통제에 대한 학술 연구들을 보면 우수한 내부 통제 제도를 갖춘 기업들에선 횡령뿐만 아니라 분식 회계 등의 회계 부정이 일어날 확률이 줄어든다.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서 사후에 이를 수정하느라 재작성하는 일도 줄어든다. 분식회계는 아니지만 경영자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익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이익 조정을 할 확률도 감소한다. 즉, 재무 보고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보면 내부 통제 제도가 잘 운용된다면 하부 직원들의 비리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진의 부정한 또는 기회주의적 행동 가능성도 억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효과가 종합돼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성이 향상되고, 그 결과 기업의 주가나 신용등급이 상승, 이자비용은 감소하는 효과가 2차적으로 발생한다. 즉, 자본비용이 감소하는 것이다.5

내부 통제의 효과가 이런 부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기업의 운영이 개선돼 기업을 더 효과적으로 경영하게 된다는 연구도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더 효율적으로 투자를 하게 되고 재고 관리도 효율적으로 이뤄진다는 증거가 있다.6 7 시스템이 도입되면 그 시스템에 따라 행동을 하게 된다. 즉, 시스템을 잘 설계한다면 업무의 표준화를 할 수 있고 그 결과 불요불급한 일에 시간을 소비하지 않게 된다. 이를 통해 중요한 일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기업의 성과가 개선되는 것이다.

이처럼 내부 통제는 제대로 운용된다면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법규 준수를 위해서 최소한의 제도만 형식적으로 운용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경영자가 직접 나서서 내부 통제를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제도의 정비와 실행이 몇 년은 지속돼야 문화가 바뀔 것이고, 그래야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내부 통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성공 경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기본적이고 실천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하기를 권한다. ‘자금 및 결산 관리 프로세스’의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회계 자금 조직은 가치사슬(구매-생산-판매) 조직에서 초래될 수 있는 부정을 예방•적발하는 2차 방어선(2nd line of defense)의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회계 전문성을 지닌 충분한 인력들 간의 업무 분장’과 ‘은행조회서 등 대사 통제’ ‘상급자의 검토 통제’와 ‘자금 출금과 관련한 인감 등에 대한 물리적 통제’의 운영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통제들은 그들 자신이 자금 횡령의 기회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핵심적인 통제 장치이기도 하다. 회계와 통제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력만 보강해도 효과가 발생한다.8

덧붙여 독립적인 내부감사 조직의 설치와 이들을 통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평가가 꼭 필요하다. 내부회계관리제도의 평가 결과가 신뢰할 수 있고 식별된 내부 통제 미비점들이 내부감사 전문가들에 의해 검토•개선된다면 이것이 바로 내부 통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지속적으로 운용하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최종학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김유경 삼정KPMG 전무 youkyoungkim@kr.kpmg.com
김유경 전무는 삼정KPMG 감사위원회지원센터(ACI, Audit Committee Institute) 리더이다. ACI는 국내 최초로 감사위원회 및 감사의 올바른 역할 정립 및 활성화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되어, 회계 및 거버넌스 투명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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