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웹 3(Web 3.0) 본 사람 있어? 나는 못 찾았는데.”
지난해 12월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올린 트윗입니다. 머스크의 메시지에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역시 동조하며 이런 답변을 남겼습니다. “A에서 Z 사이 어딘가에 있겠지.”
머스크는 이어 벤처캐피털 등 월가에서 나온 웹 3.0 담론을 비판하며 “웹 3.0은 실체가 없는 마케팅 유행어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혁신 기업의 창업자들이 웹 3.0에 신경을 곤두세운 것은 기대감 과열에 대한 우려인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 ‘웹 3.0 대세론’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 웹 2.0 시대를 주도했던 기업들조차 웹 3.0에 올라타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래학자 조지 길더는 저서 『구글의 종말』에서 블록체인 시대를 맞아 데이터의 집중이 해체되면서 구글의 시대는 끝날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구글 역시 새로운 챕터를 맞이하기 위한 잰걸음을 보이고 있습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올해에야 처음 웹 3.0에 대해 언급하며 “구글은 강력한 힘을 지닌 기술, 블록체인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웹 3.0을 공개 저격한 잭 도시 역시 트위터 대표였던 시절 탈중앙 SNS 프로젝트 ‘블루스카이’를 통해 암호화폐 분야에 적극 나서는 등 사실상 웹 3.0 생태계에 뛰어든 활동을 벌임으로써 이중적 행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미국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낳는 다양한 신호가 나오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과감한 뭉칫돈이 몰리는 ‘뜨거운 감자’. 지난 30년간 인간의 삶을 과거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풍요롭게 해준 웹 시대의 세 번째 챕터는 이전 혁신에서 배운 교훈과 아쉬움을 마중물 삼아 새로운 장을 열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기 단계인 웹 1.0 시대의 정보는 한 방향으로만 흘렀습니다. 그러다 2000년 중반부터 사용자가 생성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 참여형 사이트 등이 널리 확산됐고 마침내 웹 2.0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웹 2.0 시대의 치명적인 단점은 이용자들이 만든 콘텐츠로 창출된 수익이 애플, 아마존, 메타(구 페이스북), 구글 등 소수의 플랫폼 기업에 집중된다는 사실입니다. 모바일 기기를 기반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만들었던 소비자는 사실상 적극적인 생산자이기도 했음에도 그 과실은 소수의 공룡 테크 기업에만 돌아간 것입니다.
웹 3.0 시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소비자와 참여자에게도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가상 자산 시스템이 소환되고 있고 P2E(Play to Earn,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 De-Fi(탈중앙화 금융) 등이 웹 3.0의 초기 모델로 꼽히게 됐습니다.
웹 3.0이 부상하며 주목받는 개념 중 하나는 탈중앙화 자율 조직 ‘DAO’입니다. 이는 특정한 대표자나 기업이 아닌 일정한 조건과 자격을 가진 사용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커뮤니티입니다.
DAO의 다양한 사례 중 하나로 K팝 커뮤니티 ‘마이바이어스(MYBIAS)’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K-POP 팬들이 멤버십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를 획득해 각 아이돌 커뮤니티 DAO에 가입하고 아이돌 후원 활동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팬들이 아티스트에게 일방적으로 ‘조공’을 하는 지금까지와 달리 아티스트의 인기가 오를수록 팬들이 보유한 NTF 아트와 같은 자산의 가치도 상승하게 되는 윈윈의 경제 생태계를 만든 겁니다.
이처럼 창의적인 비즈니스들을 태동시킬 웹 3.0은 비즈니스 판도를 혁신적으로 바꿀 역사적 패러다임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요. 특히 루나, 테라 코인 폭락 등으로 가상 자산의 가치와 거래가 급랭한 가상 자산 겨울, ‘크립토 윈터’가 현실화되고 있고 보안,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도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는 점이 웹 3.0 시대로의 도약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웹 세상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 시기,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는 새로운 웹 패러다임의 세 번째 챕터에 돋보기를 들이댔습니다. 탈중앙화가 대기업처럼 기존의 위계 구조를 가진 조직에 어떤 도전 과제를 부여할지 짚어보고 기술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회들도 모색했습니다. 다양한 주파수를 내며 새로운 생태계를 빚을 ‘디지털 골드러시’ 시대. 웹 혁명 이후 세 번째 챕터가 도전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