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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Information Systems

P2P 대출과 임신 중절 결정, 어떤 영향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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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Digital Multisided Platforms and Women’s Health: An Empirical Analysis of Peer-to-Peer Lending and Abortion Rates.” (2022) by Gorkem Turgut Ozer, Brad N. Greenwood, Anandasivam Gopal in Information Systems Research, Articles in Advance.

무엇을, 왜 연구했나?

임신 중절은 최근 미국 전역에 거쳐 사회적, 정치적으로 가장 논란이 되는 이슈이다. 미국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Roe vs. Wade)’ 판결 이후 낙태권을 보장해 왔다.1 그러나 최근 사전 유출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문 초안이 통과되면 미국 50개 주 중 절반 정도에서 여성들의 낙태권이 보장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 전역에서 정치적, 사회적 분열이 격화되고 있다. 낙태 이슈는 수십 년간 이어져온 당파 싸움으로 민주당은 찬성, 공화당은 반대해왔다.

기존 선행 연구는 임신 중절에 미치는 요인으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 종교적 규범, 프라이버시, 가족의 유무, 거시경제적 요인을 꼽는다. 특히 임신 중절 수술이 가능한 병원에 대한 접근성, 의사와 간호사들의 규제에 대한 부담이 주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경제적 비용이 임신 중절에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는 미비했다. 임신 초기 중절 수술 비용은 490∼1320달러(약 60만∼170만 원)로 추산되는데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병원까지 이동 비용, 회복 비용, 해당 기간 동안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소득 감소 등까지 고려하면 임신 중절 수술에 따른 경제적 비용은 여성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성의 낙태 접근권 제한은 특히 저소득층 여성과 소수 인종계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대출을 포함해 다양한 경로로 임신 중절 수술로 인한 비용을 충당하려 한다. 특히 수술이 가능한 기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빠르게 대출 등의 자금을 조달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P2P 대출2 이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P2P 대출은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소외됐던 계층의 대출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해왔다. 이에 본 연구는 P2P 대출을 통한 자본 접근성 증가가 여성의 임신 중절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본 연구는 미국의 대표적인 P2P 대출 플랫폼인 렌딩클럽의 각 주별 시장 진출이 임신 중절 수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렌딩클럽은 2008년부터 미국 40개 주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후 다른 주들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이에 본 연구는 렌딩클럽의 시장 진입 3년 전인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전역의 카운티 단위 인구당 임신 중절 수술 패널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중차분법(difference-in-differences)을 적용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지난 20년 동안 미국 내 임신 중절 수술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P2P 대출이 인구당 임신 중절 수술 비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P2P 대출의 가능 여부가 미국 내 임신 중절 수술을 매년 약 675건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P2P 대출의 인구당 임신 중절 수술 증가 효과는 지역별로 달랐는데 특히 평균 교육 수준이 낮은 지역과 성교육 의무가 없는 지역의 경우 P2P 대출의 인구당 임신 중절 수술 증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또 종교적 특색이 짙은 지역의 경우 P2P 대출의 임신 중절 수술 증가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발견했다. 이는 종교적 규범으로 인한 사회적 낙인과 지식 불균형이 임신 중절 수술의 경제적 필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에 따르면 P2P 대출을 활용한 자본 접근성 증가는 여성의 임신 중절 수술 결정을 증가시킨다. 이는 P2P 대출이 자본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일반 의료 서비스뿐 아니라 낙태처럼 사회적, 정치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의료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낙태권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본 연구 결과를 두고 임신 중절 수술에 대한 직간접적 비용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 임신 중절 수술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P2P 대출과 같은 서비스가 자본 접근성을 높이고 있음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경제적 비용을 가중시키는 정책은 장기적으로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지난 50년 이상 낙태권 논쟁이 지속돼 왔다. 특히 보수적인 주는 임신 중절 수술의 요건을 최대한 까다롭게 해 수술 건수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수술 요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특히 경제적 비용 부담을 늘리는 전략보다는 올바른 성교육, 안전한 피임법을 통한 원치 않은 임신을 줄이는 것이 임신 중절을 줄이는 데 보다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낙태권 폐지가 여성 빈곤율을 높이고 어린이들의 미래 소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전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기업의 적극적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아마존, 애플, 테슬라, 스타벅스, 리바이스 등의 대기업들도 낙태권 폐지에 대비해 임신 중절 수술과 임신 중절 수술이 합법인 주(state)로의 이동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수술 비용뿐 아니라 여행 경비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 또한 낙태권 폐지에 따른 각 주별 법안의 동향을 살펴보고 회사 차원의 지원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이 낙태권 폐지는 경제적 소외 계층 여성에게 가장 먼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은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 불일치 결정을 내렸지만 대체 입법 없이 관련 법안이 3년이 지난 2022년 현재까지 부재한 상태이다. 이런 입법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여성, 특히 경제적 소외 계층 여성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동원 홍콩과학기술대 경영대학 정보시스템(ISOM) 교수 dongwon@ust.hk
필자는 KAIST에서 컴퓨터공학 학사, IT 비즈니스 석사를 받고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정보시스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메릴랜드대에서 강의했으며 2017년부터 홍콩과기대 경영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 모바일 커머스, 디지털 너지 디자인, 디지털 전환, 정보 시스템 경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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