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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인공지능 의료 기기 ‘활성화 Zone’ 만들어줘야

최정필 | 330호 (2021년 10월 Issue 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연구개발과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가 더욱 큰 규모로 구축되고 있다. 국내에선 2018년 5월 골 연령(뼈 나이)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뷰노가 처음으로 AI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이후 2020년 말까지 총 64개의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AI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AI 의료기기는 아직 임상적 유용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못한 상황으로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도 아직 유용성을 검증하는 중이다.

AI 의료기기 개발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기가 개발돼도 임상 효과를 검증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의료기관에서 시험적으로 도입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의료기기와 같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품을 검증할 때는 이해관계자들 간에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먼저 의료기기의 성능을 검증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선 테스트 존 구축 등의 정책을 통해 AI 의료기기 제조 기업과 의료진 사이의 갭을 연결하려는 정부 및 관련 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정부가 정부 과제 및 AI 바우처 사업 등을 통해 새로운 의료 기술을 의료기관에서 시험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새로운 기술 보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AI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의료진이 의료 분야로의 접목을 활발히 시도하기에 가장 적격인 대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정부와 AI 의료기기 회사, 병원들이 AI 의료기기에 대한 의료 보험 수가 책정을 놓고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은 서로가 생각하는 기준이 달라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이 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테스트 존이 활성화된다면 의료기기가 의료진에게 도움이 된다는 임상 증거가 확보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 업계는 완전한 자율주행 단계(Level 5)에 이르기 전 특정 구간에서 차량의 자율 주행을 테스트하는 단계(Level 4)를 거친다. 이 같은 테스트 존이 AI 의료기기 업계에도 필요하다. 정부가 특정 병원이나 지역을 테스트 존으로 설정해 AI 의료기기 개발 기업들이 의료진과 협력해 시범 적용해 볼 수 있는 AI 협력 존을 만든다면 의료진과 개발 회사 사이에 갭을 메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장 적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의료기기 개발 기업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AI 의료기기 업체들은 의료진과 협력해 실제 현장에서 꼭 필요하고 효과성도 높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지금은 의료기기 회사들이 자신들의 기술적 강점을 내세우며 투자자의 관심을 끌어올리면서 투자를 유치하는 ‘투자의 시간’이다. 그러나 투자의 시간이 지나면 기업들은 판매와 수익을 통해 자립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이때 필요한 것은 병원의 업무 흐름, 즉 환자가 접수해서 진료 및 치료를 받고 나가기까지의 여정에 도움이 되는 제품이다. 제품의 정확도보다 중요한 것이 임상 환경과의 접목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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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필 코어라인소프트 대표이사 jungpill.choi@corelinesoft.com
필자는 서울대와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과를 전공한 후 삼성종합기술원, 인피니트헬스케어, 디알젬 등을 거쳤다. 식품의약품안전처 ‘IMDRF(International Medical Device Regulator Forum) 국내운영추진단’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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