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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의미와 대안

탄소배출권의 한계와 기업의 전략
알아야 대비하는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

백광열 | 320호 (2021년 0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의 생산 활동에서 나오는 지구온난화 등의 부정적 외부성에 대해 경제적 책임을 물리는 제도이다. 기업은 상한 배출량을 할당받고 그에 맞춰 탄소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배출권 거래제는 상쇄 배출권을 전체 배출권의 5%로 제한하고 있어 기업의 탄소 감축 비용을 키우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탄소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되려면 기업이 저렴한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외로 시장이 확대돼야 한다. 또 기업은 해외 사업을 통해 비규제용 탄소배출권을 획득하는 ESG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탄소배출권은 기업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탄소중립(넷제로)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ESG 요소다. 정부는 온실가스가 일으키는 지구온난화와 공해로 인한 생산성 감소, 병원비 등의 사회적 손실 같은 부정적 외부성(negative externality)을 탄소배출권으로 내재화한다. 그리고 탄소배출권 제도를 통해 기업에 경제적 책임을 물린다. 예컨대, 석탄 발전을 하는 기업은 지구온난화, 미세먼지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일으킨다. 이것이 발전 가격에는 직접 포함되지 않은 부정적 외부성이다. 따라서 기업은 부정적 효과를 발생시킨 만큼의 탄소 배출량 상한을 할당받고 이에 맞춰 감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신기술 개발이나 설비 전환에 따른 감축 비용이 크면 단기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직접 감축 활동에 나서는 대신 기업이 저렴한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서 구매해 탄소 감축의 원가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게 배출권 거래제의 목적이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기업에 할당하면 기업은 할당받은 배출 허용량 안에서 생산 활동과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하고,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시장을 통해 기업 간 거래에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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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에 갇힌 탄소배출권

2015년 한국에 도입된 탄소배출권 시장의 거래량은 2015년 570만 톤에서 2020년 4390만 톤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2020년 배출권의 연평균 가격은 톤당 2만9604원으로 2015년 대비 약 3배 상승했다. 2021년 4월 현재 코로나19와 과거 배출권 이월의 구조적 영향 등으로 배출권 가격은 1만 원대로 떨어졌다. 반면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45유로를 돌파,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현재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거래되는 배출권은 두 가지다. 환경부가 각 기업의 과거 배출량을 기준으로 기업에 무상으로 공급하는 할당배출권과 기업이 배출 감축 활동을 통해 인정받는 국내 및 수입 상쇄배출권이 그것이다. 그런데 현 제도는 할당배출권이 95%이며, 상쇄배출권은 5%로 제한하고 있어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고 고성능, 최신식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산업 설비나 기계를 갖춘 국가는 탄소 감축에 대한 한계 비용이 미국, 유럽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데니 엘러만(Denny Ellerman) MIT 교수는 전 세계 주요 국가의 ‘탄소배출 한계감축비용(Marginal Abatement Cost)’을 계산해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학문적 모델이며 주춧돌인 논문 ‘탄소배출권거래제의 경제효과 분석(Analysis of CO2 Emissions Trading Using Marginal Abatement Curves)’을 1998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탄소 총배출량의 10%를 줄이는 데 미국은 10∼20달러 정도의 톤당 한계감축비용이 들지만 일본은 100달러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 탄소 총배출량의 20%를 줄이는 데 톤당 한계감축비용은 미국이 80달러 정도인 데 반해 일본은 250달러다. 또 30% 감축의 경우 미국은 200달러가 채 안 되지만 일본은 500달러가 넘는 비용이 든다.

한계감축 비용은 감축량 증가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예컨대, 공장에서 처음 배출량 1톤을 감축할 때는 10원을 들여 커튼만 쳐서 열 손실을 줄이면 되지만 그다음 1톤을 감축할 때는 100원을 들여 문과 벽에 단열재를 사용해야 하고, 그다음에는 100만 원을 들여 공정을 바꾸고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신규 기계로 교체해 결국 공장 자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이처럼 배출 감축량이 증가할수록 한계비용이 산술급수가 아닌 기하급수로 증가해 일본의 경우 10% 감축 때는 한계감축비용이 톤당 100달러, 30% 감축 때는 500달러가 들게 된다. MIT 모델은 한국을 직접 다루고 있지 않지만 일본의 산업 설비가 한국보다 노후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국의 한계감축 비용은 일본보다 더 높을 수 있다.

젖은 수건보다 마른 수건에서 물 짜기가 힘들 듯이 고성능 기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저성능 기계보다 훨씬 큰 비용이 든다. 즉 최신식 공장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배출 1톤을 줄이는 것이 오래된 구식 기계 효율성을 높여 1톤 줄이는 것보다 더 큰 비용이 들기에, 상대적으로 발달된 기계와 설비가 있는 한국이나 일본의 한계감축비용이 유럽이나 미국보다 높은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한계감축비용이 낮은 개발도상국에서 배출권을 수입하는 게 경제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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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광열kwangyul.peck@yonsei.ac.kr

    연세대 경제대학원 기후금융 겸임교수

    필자는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경제학을, 맥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캐나다 재무부 장관 수석 경제 고문과 총리 수석 정책 고문을 역임했다. JP모건이 인수한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기업인 에코시큐러티즈(EcoSecurities)에서 기후금융 수석 전략 고문을 맡아 탄소배출권 정책을 분석, 예측하고 상품을 개발했다. MIT-연세대 기후변화와 경제 프로젝트 공동 대표와 연세대 기후금융연구원장을 맡았다. 인도네시아 폐목 발전, 태국 조림, 캐나다 삼림 파괴 방지 등 여러 유엔배출권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했으며 현재 글로벌 IT 기업들의 탄소 정책을 자문하고 있다. 연세대 경제대학원 기후금융 겸임교수, 국제기후채권기구(Climate Bonds Initiative)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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