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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폭발하는 물류 생태계, 나침반을 찾아라

김현진 | 319호 (2021년 04월 Issue 2)
최근 미국 뉴욕증시 상장과 관련해 경제 뉴스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두 기업, 쿠팡과 마켓컬리의 경쟁력은 물류에 있습니다. 각각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으로 명명된 물류 서비스가 비즈니스 차별점이자 브랜드 자체가 됐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수혜주’ 중 으뜸으로 꼽히는 이커머스 시장과 이를 둘러싼 물류 생태계는 폭발적인 수요 증가와 더불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는 영역입니다. 국내에서도 비대면 쇼핑이 급증한 지난해, 물류창고 업체의 인허가 수가 2019년 대비 60%나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21.8% 줄어든 백화점 등 대규모 오프라인 점포의 인허가 수와 대비되는 수치입니다.

물론 물류센터를 확보하는 것만이 물류 혁신의 전부일 리는 없습니다.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2020년 광군제에서 전년 대비 무려 80% 늘어난 23억2100만 건의 주문을 무사히 처리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스마트 물류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자동화, 로봇, 디지털, 인공지능 등을 키워드로 하는 최첨단 물류 시스템 덕에 그 많은 택배 상자가 무사히 제 주인을 찾을 수 있었던 겁니다. 알리바바를 비롯, 제이디닷컴 등 중국의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코로나 사태라는 위기를 그간 쌓아왔던 기술을 테스트하는 기회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1월, 중국 우한시가 코로나 사태로 60일간 봉쇄됐을 때, 이들 기업이 준비해 왔던 라스트마일 물류 및 배송 혁신 기술이 투입된 겁니다. 주요 도로가 폐쇄돼 우회로를 찾아가면 6시간은 족히 걸렸을 후베이성의 한 마을에 드론을 도입해 20분 만에 배송을 완료하기도 하고, 무인 스마트 자동차를 도입해 비대면 배송 서비스를 실험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수행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이동의 미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바라는 이동 분야 미래상 1위는 무인 자율주행차 도입, 2위는 드론 배송입니다. 국내 고객들 역시 물류 분야 연관 혁신 기술의 수용도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DBR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소개하는 물류의 현재와 미래에는 이와 같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이 듬뿍 버무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읽으면 ‘기술’만 보일 아티클을, 두 번 읽으면 ‘고객’이 보입니다. 물류 전쟁을 치르는 기업들은 ‘빨리빨리’ 경쟁에 사운을 걸고 있지만 실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고객의 진심은 그저 ‘빠른 배송’이 아닌 ‘적기 배송’에 있었습니다. 말과 진심이 다른 연인의 감정을 헤아리는 게 연애 고수의 기술인 것처럼 고객들이 품고 있는 진심의 좌표가 어디인지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이 물류 혁신의 출발점입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최근 발간된 저서 『발명과 방황』에서 “풀필먼트(fulfillment)가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합니다. 아마존은 주문을 예측하기 힘든 B2C 이커머스 사업에서는 물류센터 고도화가 필수란 사실을 간파했습니다. 따라서 물류센터의 이름을 ‘고객의 주문을 이행한다(fulfill)’는 의미의 단어로 바꾸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풀필먼트의 원조가 된 아마존이 이 용어의 의미를 ‘이커머스의 물류’만으로 규정짓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아마존이 정의한 풀필먼트는 ‘만족스러운 고객 주문 처리’였습니다. 핵심 가치를 기업의 전략이 아닌 소비자 만족에 둔 것입니다. 1990년대에 이미 온라인 유통, 린 경영, 친환경 경영을 선제적으로 시도하는 혜안을 발휘한 결과, 글로벌 유통 혁신을 주도한 CEO로 꼽히는 테스코의 테리 리히 전(前) 회장 역시 ‘고객이 원한다고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으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물류 시장은 당분간 ‘핫’한 전쟁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물류의 미래를 찾기 위한 나침반이자 목적지는 기술과 전략을 넘어 고객이라는 사실도 다시 한번 환기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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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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