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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Trend In Japan

대체육 맞아? 일본 푸드테크 ‘맛의 전쟁’

이지평 | 314호 (2021년 0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일본의 푸드테크 산업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식품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각종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대체육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지향하는 기업들이 식량난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육류 소비의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위생과 건강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의 요구도 달라지고 있다. 로봇 연구에 쓰이던 세포 배양 기술을 활용해 배양육 실용화에 나선 일본 닛신식품, 대두 가공기술을 진화시킨 이토햄 등 여러 기업이 신시장 개척에 뛰어들었다.



일본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한 대체육 시장

세계적으로 콩 등의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육 시장이 확대되면서 일본에서도 식품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롯데리아나 모스버거 등은 햄버거 메뉴에 대체육을 사용한 제품을 추가했으며, 육가공 브랜드인 이토햄도 햄 포크커틀릿, 미트볼 등에 대체육을 사용한 제품을 출시했다. 그 이외에도 오츠카식품, 에스비식품 등도 대체육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슈퍼에서는 대체육을 사용한 햄버거 패티와 각종 야채를 포함한 반찬 세트를 함께 판매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다소 가격이 비싸고 익숙한 맛이 아니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체육 관련 제품의 수요는 완만하게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대체육이 주목받고 있는 까닭은 코로나19로 위생과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동시에 대체육의 맛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육가공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는 동물들이 분뇨 범벅의 대량 사육 환경에서 자라고, 성장 촉진과 질병 예방을 위해 각종 약품을 투여받기도 했다. 더욱이 코로나19가 강타한 지난해에는 미국 육류 가공 공장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일시적으로 생산이 중단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사건은 가뜩이나 위생에 예민한 일본 소비자의 심리에 영향을 줬다. 지구환경이 오염되면서 동물 유래 바이러스와 균이 연일 변이를 일으키고 신종 감염병의 위험이 높아진 것도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려는 소비자 심리 확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계속 확대되는 육류 소비가 전 지구적 차원의 식량난을 악화시키고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문제점은 일본 소비자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의 행동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지향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대체육 사업을 필수 과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지구상에 거주 가능한 토지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축산업이 인구증가와 육류 소비 확대로 계속 팽창할 경우 산림 파괴, 온실가스 배출, 수자원 낭비 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동물 사육 과정에서 곡물이 대량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육류 소비의 확대는 비효율적인 식량 소비 구조를 낳고, 빈곤 지역의 식량 수급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물론 콩 등의 식물을 활용한 대체육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소비가 급증하면 공업형 농업의 한계를 노출하고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산업계에서도 대체육 시장에 진출하면서 식물성 대체육뿐만 아니라 동물 세포를 배양해서 만드는 배양육 기술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하려 하고 있으며 원가 절감에도 주력하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도 지구환경과 식량 문제 개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대체육 관련 푸드테크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수립해 산학관 연계로 ‘푸드테크 연구회’를 발족했고, 작년 7월에는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푸드테크 연구회는 주요 식품회사, 기술 스타트업 기업, 관계 부처, 정부 산하 연구기관, 주요 대학 등 164개의 기업 및 단체의 참여로 본격적인 진영을 갖추고 있다. 일본 정부, 농림수산성도 산학관 연계로 대체육 관련 연구개발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푸드테크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등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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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첨단 기술로 신시장 개척 준비

컵라면을 처음 개발한 일본 닛신식품의 경우 다케우치 쇼지 도쿄대 교수와 공동으로 배양육 실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케우치 교수는 3차원 조직공학 기반의 차세대 식육 생산 기술을 보유한 학자다. 배양육은 동물 세포를 체외에서 조직적으로 배양함으로써 만들어지기 때문에 육류나 식물성 대체육에 비해 지구환경에 부담을 덜 준다는 이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배양육 시장에서는 햄버거 패티용 다짐육이 주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닛신식품은 식감 재현이 더 어려운 스테이크용 고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연구진은 근육조직을 인공적으로 제조하는 데 매달리고 있다. 3차원 조직 공학기술은 이런 동물의 근육조직 재생에 도움이 된다. 이미 닛신식품은 연구개발 단계에서 두께 1㎝ 배양육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궁극적으로는 두께 2㎝, 7㎝의 덩어리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배양육의 구체적인 제조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소에서 채취한 근육 세포를 단백질의 일종인 콜라겐과 혼합해 아미노산, 비타민C 등을 함유한 배양액에 담가 둔다. 그리고 양쪽 말단 부분을 고정한 채 조금씩 끌어당기면서 세포를 배양한다. 처음에는 동그란 세포 집합에 불과하던 것들이 합체하면 하나의 근육 섬유가 되고, 추후 한 장의 얇은 시트가 된다. 일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시트를 40층으로 쌓을 경우 1주일 만에 주사위 같은 입체 상태가 될 수 있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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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우치 교수는 원래 세포나 생체조직을 센서나 로봇에 활용하는 연구를 전문으로 수행해 왔다. 의약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심장 근육을 인공다능성줄기세포(iPS 세포)에서 만들고, 로봇 팔을 움직이는 인공 근육 등을 만들어 왔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를 포함한 연구진은 일본이 강점을 가진 인공 세포 배양 기술을 의료, 로봇을 넘어 시장이 큰 식품 산업에 응용하면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이런 배양육 기술을 응용하면 향후 고기뿐 아니라 새우, 바닷가재, 게 등의 고급 식재료로도 대체 식품의 범위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배양육 생산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제품을 위한 클린 룸 관련 제조기술도 응용되고 있다. 세포 배양을 위해서는 세포 증식 장치, 무균실 등은 물론이고 최적의 조건(온도 및 습도 등)를 유지하기 위한 인큐베이터 관련 기술도 필요한데 여기에서 반도체 장비에 강한 일본 제조기술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래에는 육류 수요가 많은 도심 인근 지역 주차장이나 빌딩 공간에 클린 룸을 설치하고, 클린 룸에서 배양육을 생산해 바로 요리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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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 가공 기술 혁신으로 ‘맛있는 식물성 대체육’ 개발

한편 그동안 대체육의 가장 큰 한계로 지목돼 왔던 문제는 바로 ‘맛’이다. 일본 기업들은 기존의 대두 가공 기술을 진화시키면서 이미 시판 중인 식물성 대체육의 맛을 끌어올리고 고기 본래의 맛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 가령, 이토햄이 작년 3월에 출시한 ‘마치 고기’라는 식물성 대체육 제품의 경우 햄 포크커틀릿, 미트볼, 닭튀김, 햄버거 패티, 멘치커틀릿, 치킨 너겟 등 다양한 제품 시리즈로 출시되면서 다양한 맛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맛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엿보인 것이다. 이처럼 이토햄은 건강과 위생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튀김 등의 제품을 추가해 맛의 우위를 확보하는 데도 주력했다.

일본에서는 원래 두부, 된장, 콩 요리 등을 즐겨 먹는 습관이 있어 대두 가공 기술이 오랫동안 축적돼 왔다. 이토햄도 육류 가공업을 주력으로 하지만 양념 개발 등을 위해 대두 기술을 오래전부터 발전시켜 왔다. 수많은 시제품을 개발하고 소비자 대상 시식 및 인터뷰를 거치면서 최적의 맛을 찾아간 것이다. 이렇듯 이토햄은 오랜 육가공 기업으로서 쌓아 온 고기 식감 관련 노하우를 식물성 대체육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두와 궁합이 좋은 향신료 조합을 찾아내 대두 특유의 향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을 억제하고 고기의 풍미를 성공적으로 재현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규슈 구마모토 지역의 스타트업인 DAIZ의 경우도 대두를 원료로 한 식물성 대체육을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원천적인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DAIZ가 특허 취득한 대두 가공 기술인 ‘오치아이식 하이 프레셔법’도 대두가 발아(發芽)하는 도중에 산소, 이산화탄소, 온도, 수분 등을 조정해 대두의 맛 성분을 극대화하는 데 특화돼 있다. 일부러 대두 성장에 어려운 환경을 만듦으로써 효소를 활성화하고 아미노산이 많이 분출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DAIZ의 최고기술자인 오치아이 씨는 발아 과정에서 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이 급증한 대두가 가장 맛이 좋다며 ‘곡물로서의 대두가 아니라 식물이 된 순간의 대두의 잠재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대두의 아미노산 성분을 변화시킴으로써 돼지고기, 생선, 소고기에 가장 가까운 맛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DAIZ가 최근 일본 거대 냉동식품 기업인 니치레이로부터 5000만 엔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은 시장이 이런 맛있는 대체육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니치레이는 DAIZ의 식물성 대체육을 원료로 한 제품을 개발, 생산한 뒤 자체 판매망을 통해 홍보, 마케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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