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커뮤니케이션

비싼 제품을 먼저 보여줘라!

313호 (2021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대조 효과란 같은 내용이라도 비교되는 대상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는 효과를 말한다. 대조 효과를 세일즈에 적절히 활용하면 소비자가 판매 제품의 가격을 더욱 저렴하게 인식하도록 만들 수 있다. 제품에 대한 기대치를 먼저 올린 다음, 할인 판매를 하거나 경쟁 상품 중 비싼 제품을 먼저 보여주는 방법을 제안한다.



편집자주
『이제 말이 아닌 글로 팔아라』의 저자인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가 세일즈커뮤니케이션 연재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고객의 심리를 꿰뚫는 소통의 노하우를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신차를 주문했다. 시장에서 인기 많은 제품이라 차량을 받는 데 석 달이 걸린다고 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했지만 이제 그 시간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때 영업 매니저에게서 아래와 같은 메일이 왔다.

“고객님, 잘 지내고 계시죠? 배송과 관련해 중대한 변동 사항이 생겨 연락드립니다. 코로나19로 공장의 생산이 원활하지 못해 배송이 평소보다 훨씬 지연되고 있습니다. 본사에 문의해 보니 배송에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행히 고객님 차는 2주 정도만 더 기다리면 받으실 수 있다고 합니다. 단, 아래에 있는 계약 변경에 동의를 해 주셔야 합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도 모르게 어느새 ‘동의’ 버튼을 누르고 있다. 다른 차를 알아보라는 아내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위의 사례는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에 나오는 대조 효과 사례 1 를 변형한 일화다. 대조 효과란 같은 내용이라도 비교되는 대상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는 효과를 말한다. 위의 고객이 차량을 받는 데 2주를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을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 것은 대조 효과, 즉 대조의 차이 때문이다. 대조하지 않고 그냥 2주를 더 기다리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다행은 고사하고 짜증이 나지 않았을까? 비교 대상이 고객의 생각을 바꾼 것이다.

대조의 차이가 우리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살펴보자. 두 개의 네모 중 어느 것이 더 어두워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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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대부분 ‘오른쪽’이라고 대답하지만 사실은 둘 다 동일한 색이다. 배경을 가리고 안의 작은 네모끼리 비교해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오른쪽 네모가 더 어두워 보이는 이유는 배경색과 대조의 차이 때문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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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그림 1]의 가운데에 있는 빨간 점들을 주의해서 잘 보자. 어느 점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가? 유명한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 Ebbinghaus) 교수의 착시 그림이다.

앞서 얻은 학습 효과에 따라 머리로는 분명히 A와 B의 빨간 점이 모두 같은 크기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B에 있는 가운데 동그란 점이 더 커 보이지 않는가? 가운뎃점의 크기가 비교 대상의 크기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빨간 점의 크기는 큰 점들 옆에서는 작게 보이지만(A) 작은 점들 옆에서는 훨씬 커 보인다(B).

대조 효과가 세일즈에 효과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조를 통해 제품들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설령 고객이 대조 효과를 의식한다고 할지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빙하우스의 그림처럼 말이다.

더 나아가 대조 효과는 비교 대상과 차이가 클수록 더욱 높아진다. 잠시 상상을 해보자. 지금 당신 앞에 두 개의 물통이 있다. 한 통에는 상온의 물이, 다른 통에는 얼음물이 채워져 있다. 당신은 오른손을 얼음통 안에 잠시 담근다. 그런 다음 두 손을 동시에 상온의 물에 집어넣는다. 이때 느낌이 어떨까? 양손의 느낌이 똑같은 경우는 없다. 왼손은 물이 미지근하다고 느끼고, 오른손은 뜨겁다고 느낀다.3 비교되는 물의 온도에 따라 왼손과 오른손으로 느끼는 인식에 차이가 생긴 것이다. 만약 손을 얼음물에 담그는 시간을 2배로 늘린다면 어떨까? 뜨거움을 느끼는 정도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비교의 차이가 인식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조 효과를 이용해 당신이 파는 제품의 가격을 더욱 저렴하게 보이게 하고 싶다면 비싼 가격의 비교 대상을 먼저 고객에게 보여줘야 한다. 바로 직전에 경험한 물의 온도에 따라 물이 미지근하거나 뜨겁다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비싼 가격의 제품을 먼저 소개하는가(그림 1의 A처럼) 아니면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먼저 소개하는가(그림 1의 B처럼)에 따라 동일한 가격의 제품이 비싸게 혹은 싸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4

실제 세일즈에는 다음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로 대조 효과를 활용해보자. 작은 차이일지라도 고객의 구매 욕구를 올리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1. 제품의 원래 가격에 기대치를 더하라

첫 번째 방법은 제품에 대한 기대치를 먼저 올린 뒤 할인 판매를 하는 것이다. 세일즈 현장에서는 제품을 단순히 할인된 가격으로만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원래 15만 원인 옷을 12만 원에 할인해서 파는 경우라고 해보자. 이때 단순히 12만 원에 할인해서 판다고 하는 것보다 원래 가격(여기서는 15만 원)을 표기한 뒤, 그 가격에 비해 할인된 가격에 판다고 하는 것이 판매에 훨씬 효과적이다. 대조 효과에 따라 고객이 실제 지불한 비용은 동일해도 원래 가격과 비교해 제품을 샀을 때 더 큰 이득을 얻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할인 판매를 할 때 먼저 제품에 대한 기대치를 올린 후에 대조 효과를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다음 두 문장을 비교해보자.

A. “정가 500만 원인 프리미엄 카메라 ◯◯을 50% 할인된 250만 원이라는 특별한 가격으로 제공합니다.”

B. “프리미엄 카메라 ◯◯은 사진의 품질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최신 제품입니다. 누가 찍더라도 전문가가 찍은 것 같은 최고 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가 5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던 것을 이번에 50% 할인된 250만 원이라는 특별한 가격으로 제공합니다.”

A보다 B가 고객의 흥미를 끌 가능성이 더 높다. 제품에 할인 가격을 적용한 것은 둘 다 동일하지만 B를 읽을 때는 제품에 대한 기대치가 생기고, 그 기대치가 대조 효과를 더욱 키우기 때문이다.(그림 2)5 흥미의 크기는 대조 효과의 크기와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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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도적으로 비싼 경쟁 제품 보여주기

경쟁 제품 중 자신의 것보다 비싼 제품을 비교 대상으로 활용하는 것도 대조 효과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 브랜드에서 30만 원대에 판매하고 있는 패딩 점퍼보다 보온 기능이 더 향상된 제품을 20% 할인된 24만 원에 특별 판매합니다.”

여기에도 유용한 팁이 있다. 어떤 경쟁 제품을 비교 대상으로 삼느냐는 세일즈 담당자가 정하기 나름이다. 동일한 제품군 내의 제품만으로 비교 대상 범위를 제한할 이유는 없다. 비록 제품군은 다르지만 고객이 느끼는 편익이 비슷한 제품이 있다면 그 제품을 비교 대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비교 제품의 가격이 자신이 팔려고 하는 제품 가격보다 높기만 하다면 말이다.

네스프레소의 캡슐 커피를 예로 들어보자. 캡슐 한 개당 가격은 대략 500∼900원 정도다. 대조 효과를 위해 아래 문장처럼 맥심이나 카누 같은 인스턴트커피와 비교하면 어떨까?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는 맥심이나 카누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커피 맛은 월등합니다!”

세일즈 효과로 따지면 거의 자살골 수준이다. 저렴한 인스턴트커피와 비교되는 캡슐 커피는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에빙하우스 그림 B처럼 말이다. 비싸게 포지셔닝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렇게 적는 것은 세일즈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제품군을 인스턴트커피가 아니라 테이크아웃 커피를 비교 대상으로 하면 어떨까? 고객에게 제공하는 편익 측면에서는 서로 비슷한 제품이다.

“이제 집에서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좋은 원두의 깊은 맛을 볼 수 있습니다.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 값(◯◯ 커피 기준)이면 고급 원두커피를 1주일간 드실 수 있습니다!(하루 한 잔 기준).”

이 글을 읽은 고객은 캡슐 커피가 밖에서 마시는 것에 비해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라고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조 효과가 세일즈에 유리하게 작용한 덕분이다.(그림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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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하는 편익이 유사하다면 어떤 제품이라도 비교 대상으로 두고 대조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세일즈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다. 이는 투입 비용 대비 세일즈 효과가 높다는 의미다. 물론 그 결과가 기대만큼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에 성과가 뚝딱 나오는 방법은 없다. 남들과 다른 작은 차이를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만들다보면, 그 과정을 통해 성과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현대자동차에서 경력을 쌓고, 잡크래프팅 전문가 백수진 박사와 교육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세일즈 글쓰기’ ‘전략 프레임 구축’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 몰입’ ‘강의 스킬 및 코칭’이 주된 강의 분야다. 저서로는 『이제 말이 아닌 글로 팔아라』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mnjpartners)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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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