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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준의 시애틀 비즈니스 산책

‘못난이 감자’ 완판… 남을 위한 소비의 힘

박정준 | 288호 (2020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베스트셀러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의 저자로 유명한 아마존 출신 1인 기업가 박정준 씨가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미국 시애틀은 아마존, MS,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위치한 도시일 뿐 아니라 최근 실리콘밸리를 위협하는 스타트업의 요람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20년째 시애틀에 살고 있는 박정준 대표가 시애틀에서 보고 느낀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핼러윈과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시애틀의 겨울은 라디오에서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앤디 윌리엄스의 노래 제목 ‘It’s the most wonderful time of the year’처럼 여느 때와는 다른 특별한 분위기가 감돈다. 필자가 이런 연말 분위기를 가장 빨리 느끼는 장소는 다름 아닌 시애틀에서 사업을 시작한 코스트코다. 10월 초만 되면 코스트코의 시즌 상품 코너에는 올해 가장 인기가 많은 영화의 주인공으로 변신할 수 있는 아이들의 핼러윈 코스튬, 추수감사절 파티를 위한 칠면조 고기 등 음식 재료와 산타 모자를 쓴 대형 눈사람 장식 등이 앞다투어 등장한다. 그리고 관련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4분기 소비는 다른 분기에 비해 언제나 20∼30% 이상 많이 이뤄진다.

매년 4분기에 급증하는 소비는 크게 두 가지, ‘나를 위한 소비’와 ‘남을 위한 소비’로 나눠볼 수 있다. 농경기에는 가을 추수를 마치고 신과 주위에 감사를 전하고 수확물과 더불어 휴식이라는 보상을 받는 게 일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1년 365일 노동이 가능해지면서 일 년 내내 쫓기듯이 업무에 매달려야 하는 이들은 연말에 휴식이 아닌 ‘소비’를 통해 스스로에게 보상하려 했다. 이런 소비 심리가 공급과잉으로 쌓인 재고 처리 문제와 맞물려 4분기 세일을 촉발한다.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은 어느새 이름과 유래가 무색해질 정도로, 감사절 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부터 돌아오는 사이버 먼데이까지 이어지는 폭탄세일 기간 동안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쇼핑하는 기간으로 자리 잡았다.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의 유래도 연말 소비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블랙프라이데이의 유래에는 1800년대 미국 남부의 농장주 주인들이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에 흑인 노예들을 거래했다는 이야기, 판매가 늘어나 장부에 적자 대신 흑자를 검은색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는 등 다양한 주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1869년 9월24일 뉴욕금거래소에서 금값이 폭락한 날을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상품 가격이 폭락하는 금요일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퍼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이버 먼데이의 경우는 원래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오프라인에서 팔리지 않은 상품들을 월요일에 온라인에 올려서 팔던 데에서 시작했는데 이제 온라인 시장이 더 커지는 바람에 애초의 의미보다는 그냥 쭉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의 세일기간으로 각인되고 있다.



이 기간에 자기 자신을 위한 소비도 증가하겠지만 필자는 특히 미국인의 대다수가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적지 않게 ‘남을 위한 소비’에 집중하는 것을 눈여겨본다. 특별히 현물보다는 기프트 카드를 선물하는 경우가 해마다 늘고 있다. 미국에서 2019년 기프트카드 시장 규모는 자그마치 8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1 학교에서도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25달러 정도의 스타벅스 또는 아마존 기프트카드와 함께 감사 편지를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프트카드는 상대방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지 않은 인간관계에서 안전하고 편리한 선물로 자리 잡았다. 주는 입장에서는 선물을 고르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고, 받는 입장에서는 본인이 가장 원하는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이득이다. 경조사에서도 선물로 현금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는 미국에서 특히 아마존 기프트카드의 입지는 나날이 견고해지고 있다. 물론 정성을 느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실용성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잘 맞는 선물 형태임은 분명하다. 선물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 타인을 위한 소비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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