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Will You Survive the Services Revolution?’이란 논문을 실었습니다. 서비스의 산업화가 서비스 산업의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있으며, 서비스업도 제조업과 유사한 쇠퇴 과정을 밟을 수 있다는 논문 주제는 여전히 유효합니까. 일부에서는 대면 접촉이 필수적이라는 서비스업 특성 때문에 서비스업은 제조업의 쇠퇴 과정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산업의 정보화 때문에 화이트칼라의 좋은 직업이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자동입출금기(ATM)가 은행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 인터넷이나 전화로 가능한 항공권 구매가 여행사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세요. 서비스 산업의 많은 일자리가 이와 유사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예전에는 의사·변호사·세무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문의하려면 직접 찾아가야 했지만 인터넷 발달로 이제 의학·법학 상담도 인터넷을 통해 가능합니다. 선진국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을 위해 자신들이 받을 서비스를 포기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흔히 나타난 일입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요.
흔히 서비스 산업의 일자리 감소 이유를 거론할 때 아웃소싱이나 공장의 해외 이전을 언급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서비스 산업화의 중요 이슈는 아웃소싱이 아니라 작업의 자동화, 리엔지니어링, 새로운 서비스 디자인, 셀프서비스와 같은 운영 방식의 변화입니다. 특히 공장의 해외 이전은 언어 장벽, 지정학적 분배 효과, 비용 변화도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산업화라는 측면에서만 평가할 수 없습니다.
서비스 산업이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 경제의 핵심은 아직 중공업을 포함한 제조업입니다. 이제 막 서비스 산업으로 경제의 축을 이동하려는 한국의 경우 어떻게 구미 선진국과는 다른 면에서 서비스 산업 쇠퇴를 준비해야 합니까. 한국은 아직 서비스 산업이 경제의 중심이 되지도 않았는데 조만간 닥칠 서비스 산업의 쇠퇴를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 비관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대중적 이미지와 달리 이미 한국 경제의 중심은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 산업입니다. 물론 한국과 스위스는 수출을 성장 동력으로 삼은 나라 중 가장 크게 성공을 이룬 나라입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NP)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만 봐도 이것이 잘 나타납니다. 심지어 일본조차도 GNP 대비 수출 비중이 한국만큼 높지 않습니다.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요. 미국 기업에 있어서 가장 큰 시장은 미국 안에 있습니다. 미국이 어마어마한 양의 무역을 하는 것 같아도 무역량이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합니다. 이 수치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한국의 높은 GNP 대비 수출 비중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한국 기업에 있어서 가장 큰 시장은 한국 밖에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수출을 꼭 해야만 살 수 있는 거죠. 한국 경제에 있어서 제조업은 과거에도 중요했고, 앞으로도 계속 중요할 겁니다.
문제는 이 분야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과거 일본이 경제 성장을 통해 독일과 미국의 경쟁자가 됐듯이 한국 역시 일본의 경쟁자로 등장했습니다. 이제는 한국이 중국·인도·말레이시아·태국 등을 경쟁자로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이미 중국은 조선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저는 조선업보다 오히려 전자산업에서 한국이 현재의 최고 위치를 고수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전자산업은 조선업이나 철강업보다 소비자들의 가격민감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전자산업의 두 축은 디자인과 생산 과정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디자인을 만드는 분야에는 애플이 있고, 가장 적은 비용으로 제품을 만드는 분야에는 중국 업체들이 있습니다. 한국 기업의 디자인과 제조 능력은 둘 다 괜찮았지만 이제 한국 내 제조비용은 너무 비싸졌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은 이제 디자인 하나만으로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지를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앞으로 한국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디자인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디자인 차별화를 이뤄내는 것이 미래 한국 경제의 승패를 가를 것입니다.
디자인 외에 한국 기업이 어떤 서비스 산업에서 강점을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정보 서비스 산업의 세계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술이 아니라 각 나라의 언어입니다.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소셜 네트워킹 산업의 경우 기술적 요소에 중점을 두기보다 언어나 음악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셜 네트워킹 산업의 주 수입원은 광고이기 때문에 기업들을 대상으로 ‘어디에 무엇을 광고할 경우 어떤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집중 홍보해야 합니다.
소셜 네트워킹 외에도 한국 기업들은 정교함이 필요한 엔터테인먼트, 지식경제 산업 등에서도 강점을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 이 분야의 사업이 몇몇 사람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 줄 수는 있어도 큰 숫자의 일자리는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서비스업 이후의 주력 산업으로는 어떤 것이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서비스업 산업화로 일자리 창출 능력이 약해진다 해도 서비스업의 중요성 자체는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기업이 모든 제조 활동을 자국 안에서 영위한다고 가정하면 그 기업의 자본은 국민에게 바로 옮겨갑니다. 그러나 이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제조 활동을 펼친다면 자국민에게 자본을 분배하는 방법은 서비스뿐입니다. 서비스 산업이 발달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우다이 카마카(Uday karmarkar) 교수는 뭄바이에 위치한 인도공대(IIT)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엔지니어링 석사,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주 로체스터대를 거쳐 1994년부터 UCLA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서비스 산업화, 산업 마케팅, 정보화 경제, 정보집약 산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