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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브랜드 애드머레이션과 감각

기능은 순간, 감성적 즐거움은 영원
오감의 교향악을 작곡하고 지휘하라

박충환 | 256호 (2018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브랜드는 감각적 자극을 통해 고객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행복감을 전달할 수 있다. 기업은 고객에게 전문성, 정감성, 공감성의 3가지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데 그중 감각디자인은 정감성 측면에서 중요하다. 감성적 즐거움은 고객과 브랜드의 유대를 강화해 제품 특성과 무관하게 ‘가장 먼저 상기되는’ 브랜드 지위를 구축할 수 있게 만든다. 오감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브랜드 애드머레이션을 달성할 수 있다.


싱가포르 에어라인은 전문성(enablement), 정감성(enticement), 공감성(enrichment) 등 3Es 차원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관리해 항공업계 최고의 브랜드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2018년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선정됐는데 올해로 벌써 4번째다. 싱가포르 에어라인은 고객들에게 탁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그에 걸맞은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위대한 항공 여행’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문성 측면에서 싱가포르 에어라인은 전 세계 항공사 중 항공기 연식이 가장 짧은 기종을 사용하며 최상의 안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공감성 측면에서는 전 좌석을 비즈니스 클래스로 구성한 항공기를 항공사 최초로 도입했으며 퍼스트 클래스를 넘어서는 개인용 스위트를 도입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 승객들에게 상류층이 된 듯한 특별한 느낌을 제공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고객 개개인이 싱가포르 에어라인에서 직접적으로 느끼는 즐거움은 다른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곳 승무원은 프랑스의 유명 여성복 디자이너 피에르 발맹이 말레이시아 전통 의상 사롱 케바야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유니폼을 착용한다. 승무원의 유니폼은 고객들이 싱가포르 에어라인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상기하는 시각적 상징이다. 또 향기가 나는 뜨거운 물수건을 사용해 기내 서비스의 독특함을 보여줬다. 국제 요리 자문단 소속 셰프들이 개발한 메뉴에 국제 와인 자문단이 추천한 와인을 곁들여 최상의 기내식도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 에어라인이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는 고객에게 감성적 즐거움을 선사함으로써 브랜드 애착을 강화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40여 년간 고객이 브랜드에 갖는 강한 애착을 브랜드 애드머레이션(admiration, 감탄, 존경)이라고 지칭하고 이를 연구해왔다. 브랜드가 고객이 강한 애착을 가지는 상태, 즉 애드머레이션 경지에까지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주목했다.

기업은 고객에게 전문성과 정감성, 공감성의 3가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의 기능적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기능적 즐거움, 고객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감성적 즐거움, 고객의 자부심을 높여주는 정신적 즐거움을 말한다. 기능적 즐거움은 브랜드 신뢰로 연결된다. 감성적 즐거움은 브랜드 사랑으로 연결된다. 정신적 즐거움은 브랜드 존경으로 이어진다. 이 3가지 혜택이 공존할 때 고객은 브랜드에 대해 강력한 애착을 갖게 된다.

브랜드에 애착이 강한 고객 반응은 다음의 2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첫째, 고객은 브랜드를 자신과 아주 가까운, 자신의 일부분으로 느끼게 된다. 브랜드와 고객 간의 유대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둘째, 해당 브랜드를 가장 먼저 상기하게 되는 최초 상기율(top-of-mind recall)이 다른 브랜드보다 높아진다. 즉 고객이 브랜드를 자신과 가깝고 자신의 욕구를 가장 강하게 충족시켜주며 늘 자주 생각하고 머리에 떠오르는 개체로 여기게 된다.

특히 제품이나 포장의 감각적 디자인은 3가지 혜택 중 감성적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브랜드 애착을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음에서 구체적인 원리와 효과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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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 즐거움과 브랜드-고객 유대관계

제품이 주는 감성적 즐거움은 브랜드에 대한 사랑을 키움으로써 브랜드와 고객 간 유대관계를 형성시킨다는 점에서 브랜드 애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성적 즐거움과 브랜드 애착의 상관관계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예를 통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생생한 장면과 사운드 특수 효과, 관객들이 처음 보는 생명체와 행성, 특이한 우주선들로 가득 찬 환상적인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많은 사람이 헬로키티 인형에 보이는 충성도는 감성적 즐거움이 브랜드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져 브랜드 애착을 강화시킨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기가 많은 온라인 비디오 게임은 강한 인지적 자극을 제공한다. 예컨대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챔피언이라 부르는 일련의 캐릭터들을 조정해 이들이 독특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조정하고 능력을 증강시킨다.

포시즌스호텔 브랜드는 호텔 산업계에서 감성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완벽한 본보기다. 시각적으로 놀랄 정도로 멋있는 실내 장식과 아름다운 장소, 고급 음식, 골프를 비롯한 다양한 즐길
거리부터 최고급 침대와 자쿠지 욕조 같은 편의시설, 부드러운 가운과 슬리퍼 등의 서비스 용품에 이르기까지 고객 입장에서 부족함을 찾기 어렵다.

아이맥스 극장의 3D 기술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나머지 관객은 자신이 실제 영화의 한 부분이 된 것처럼 느낀다. 매혹적인 향수 샤넬 No 5, 캐나다 출신 인기 가수 저스틴 비버의 멋진 헤어스타일, 고디바 초콜릿의 인상적인 포장을 떠올려보라. 이 브랜드들은 모두 고객을 즐겁게 만든다.

감성적 즐거움을 통한 브랜드 사랑, 이런 사랑의 중요성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사랑이 없는 인간관계는 여름이 없는 사계절과 같이 냉정하고 차가운 관계로만 이해될 뿐이다. 더군다나 사랑이 없는 관계는 당사자에게 그 관계를 더 발전시킬 동기를 유발하지 않는다. 예컨대 인간관계에서 사랑이 없으면 서로의 접근성을 떨어뜨려 서로가 서로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정성 어린 보살핌이 나타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감성적인 즐거움이 없다면 고객도 브랜드에 대한 사랑을 느끼지 못해 브랜드의 기능에서만 의미를 찾게 된다. 이는 소비자의 브랜드 선택 범위를 심각하게 좁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브랜드에 대한 사랑이 없을 때 고객은 브랜드에 접근할 동기를 갖지 못하게 된다. 브랜드에 관한 정보를 더 많이 찾아보거나 그 제품을 자세히 관찰하려는 동기, 제품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려는 욕구나 열망이 사라진다. 제품을 시험 삼아 구매하고자 하는 욕망 또한 약해진다.

게다가 강력한 감성적 즐거움은 고객들이 기능적 혜택을 더 쉽고 분명하게, 더 신속하게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제품에 대한 사랑은 기능적 혜택의 설득력을 더 높인다. 이를 통해 고객은 브랜드를 자기 자신과 더 가깝게 느끼게 된다.

끝으로 고객은 감성적 즐거움을 통해 브랜드 소유에 따른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며 외부에 그 브랜드를 과시하려는 욕망을 키우게 된다. 이런 욕망이 브랜드와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동기를 유발하고 브랜드 충성과 옹호 행위를 형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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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상기되는 브랜드(top-of-mind recall) 구축

고객이 어떤 브랜드를 구매할지 고민할 때 쉽게 상기되는 브랜드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의 최초 상기율과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형성한다. 하지만 최초로 상기되는 브랜드의 재무적 혜택은 시장점유율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브랜드 상기는 욕구 점유율에도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욕구 점유율(need share)’은 일정 기간 동안 고객의 동일한 욕구를 충족시킬 목적으로 디자인된 모든 제품과 비교한 특정 브랜드의 점유율로 정의한다.

A라는 고객의 코카콜라에 대한 욕구 점유율은 이 고객이 특정 기간 동안 동일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른 모든 제품(생수, 차, 스포츠음료 등)에 비해 코카콜라에 얼마나 많은 비용을 썼는지를 말한다. 이 고객이 음료를 마시고 싶은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코카콜라만 구매했다면 코카콜라의 욕구 점유율은 100%다. 브랜드의 최초 상기 비율이 높아질수록 욕구 점유율은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중요한 점은 감성적 즐거움이 브랜드의 최초 상기율을 높이는 데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이 관계는 다음의 예를 통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소금은 요리의 재료일 뿐이기 때문에 고객이 일일이 자신이 사용하는 소금 브랜드를 기억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튼솔트(Morton Salt)는 한 세기가 넘는 동안 고객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소금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브랜드는 고객이 특정 제품의 카테고리를 생각할 때 어떤 힌트나 암시 없이도 저절로 상기하게 된다. 그런데 브랜드 최초 상기는 브랜드 인지(brand recognition)와 다른 개념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상기는 기억보다 강한 개념이다. 사람들은 모튼 브랜드를 인지할 뿐만 아니라 어떠한 외부 단서를 떠올리지 않고도 그 브랜드를 생각해낼 수 있다. 모튼 브랜드는 어떻게 이처럼 강력한 브랜드 최초 상기를 달성할 수 있었을까?

감성적 즐거움을 유발하는 제품디자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모튼솔트의 포장 용기는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예쁘다. 브랜드 이름(모튼솔트)과 로고(우산을 든 귀여운 소녀)는 고객의 시선을 강하게 끈다. ‘귀엽고 예쁜’ 포장용기디자인과 로고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브랜드의 이름을 쉽게 기억하게 만든다. “비는 왔다 하면 퍼붓기 마련(When it rains, it pours)”이라는 광고 문구와 빗속에 우산을 받쳐 든 소녀가 소금을 땅에 쏟아붓는 모습은 모튼솔트가 소금의 적인 습기에 강하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강하게 보여줬다.

우리의 과제는 감성적 즐거움과 브랜드 최초 상기율과의 긍정적 상관관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의 4가지 감각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을 각각의 예를 통해 모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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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각적 효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품과 포장의 2가지 디자인 특성, 즉 ‘귀여운’ 혹은 ‘아름다운’ 디자인이 브랜드 상기에 영향을 미친다. 귀여운 디자인은 헬로키티나 비츠필(Beats Pill) 스피커, 아름다운 디자인으로는 롤렉스의 데이트저스트(Datejust) 시계나 샤넬의 전통적인 플랩백을 꼽을 수 있다. 이 제품들은 모두 사람의 주목을 끌고 관심을 유발하는 디자인으로 주목받았지만 그 원리는 다르다.

사람들은 포장이 ‘젊음’과 ‘순진함’ ‘천진난만함’을 암시하는 시각적 특성을 지니고 있을 때 이를 ‘귀엽다’고 표현한다. 이런 특성들이 아기와 어린이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포장의 특성이 ‘원숙함’과 ‘정교함’ ‘고급스러움’을 암시할 때 이를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아름다운 이미지의 제품은 일반적으로 조화와 균형을 추구한다. 귀여운 디자인은 보통 동그랗고 하부보다 상부가 더 큰 형태다. 반면 아름답고 우아한 디자인은 주로 가늘고 날씬하며 상하 비중이 균형을 이루는 형태다.

필자는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귀여운 디자인과 아름다운(우아한) 디자인에 강력한 본능적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고 싶은 욕구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귀엽고 아름다운 디자인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동기는 상이하다. 제품이나 포장의 귀여운 디자인은 ‘양육 동기’, 즉 보살피고 간직하며 소중하게 여기고, 언제나 곁에 두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다른 한편 아름다운 디자인은 자기표현 또는 표시 동기, 즉 제품을 소유하는 것으로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일으킨다.

또 귀여운 디자인과 아름다운 디자인에는 각각 단점도 지니고 있다. 특정 형태의 귀여운 제품은 정교함과 진지함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데 이는 제품 성능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며, 제품이 주는 전문성 혜택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아름다운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주목을 끌지 못할 리스크가 있다.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움에 둔감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귀여우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을 통해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상이한 미적 요소를 모두 포함해 더 많은 고객의 관심을 최대한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귀엽기만 한 디자인의 단점인 품질에 대한 오해를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저 아름답기만 한 디자인에서 오는 감각의 피로 또는 둔감함을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런 제품은 보살펴주고 싶은 동기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동기를 둘 다 이끌어냄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해당 제품을 더 강하게 부호화하고 더 많이 생각하도록 만든다. 이런 모든 이유로 사람들은 귀여우면서도 아름다운 제품 디자인을 기억하고 상기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아름다우면서 귀여운 디자인의 예로는 베스파 스쿠터를 꼽을 수 있다. 스쿠터의 곡선 부분은 매끄러운 선형으로 이뤄져 아름답다. 하지만 스쿠터를 가로지르는 중앙 지지대를 없앰으로써 옆 부분으로 쉽게 올라탈 수 있고 타는 동안에도 스쿠터 안쪽에 발을 올려놓을 수 있게 만들어 활기찬 느낌과 귀여움을 더한다. 브라운 커피메이커는 매끄러운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데 부드러운 원형 형태가 우아한 한편 큼직한 손잡이는 귀여운 느낌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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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청각적 효과

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주목을 끈다. 또 브랜드나 제품의 특성이 청각적 신호와 결합되면 고객의 머릿속에 더 깊이 각인될 수 있다. 이를테면 탄산음료 페리에 병뚜껑을 처음 열 때 탄산이 빠져나오며 내는 소리와 에어로졸 스프레이 용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의 크기는 다르다.

소음 조절 기능을 갖춘 밀레(Miele) 세탁기의 조용한 소리와 포르셰 911 터보가 전속력으로 달리며 배기 장치에서 뿜어내는 굉음, 킷캣 과자를 분리할 때 톡 하고 울리는 ‘맛있는’ 소리,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의 운전자를 안심시키는 독특한 문 닫히는 소리를 생각해보라. 이런 청각적 특성들은 특정 브랜드를 가장 먼저 상기시키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 이름을 지을 때도 청각적인 효과를 고려할 수 있다. 풍선껌 브랜드 ‘후바 부바’처럼 반복되는 소리로 구성된 브랜드 이름은 큰 소리로 부르면 재미가 있고 주목을 끌어서 사람들 마음속에 그 이름이 계속 떠오를 수 있다. 음성상징론에 따르면 단어를 구성하는 단순한 소리 자체가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후설모음은 부정적인 느낌을 전달하며 제품이 무겁고 크다는 인상을 주는 반면 전설모음이 들어 있는 단어는 작다는 느낌을 준다. 또 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프로시(Frosh)라는 이름이 붙은 아이스크림이 프리시(Frish)라는 아이스크림보다 크림이 더 많이 들어 있고, 부드러우며, 맛이 풍부한 것으로 인식됐다. 영어에서 ‘u’와 같은 후설모음은 주로 역겨움을 표현하는 단어들(putrid)에 들어 있어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3. 촉각적 효과
촉각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생각의 정교화를 유도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촉각은 사람들의 5가지 감각 중 가장 먼저 발달하며 상당히 이른 배아 발생기에 형성된다. 모든 감각적 양상 중에서 촉각을 느낄 수 있는 감각기관이 신체에 가장 넓게 분포돼 있다. 사람들은 제품을 손으로 직접 만지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그런 기회를 찾아나서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웹루밍(webrooming, 제품 평가는 온라인으로 하지만 실제 구매는 매장을 방문해 하는 현상)’과 ‘쇼루밍(showrooming, 매장을 방문해 교감하고 제품을 평가하지만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는 현상)’이 왜 나타나는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제품이나 포장을 직접 만지는 행위는 브랜드에 관한 감각적, 지각적, 고차원의 인지적 정보를 전달하며 생각이 보다 정교해지도록 자극한다. 직접 접촉해서 느끼는 무게와 질감, 딱딱함 등은 하나의 육체적 감각으로 마음속에 남아 있기도 하지만 추상적인 개념과 연관돼 이해되기도 한다. 예컨대 딱딱함과 무거움은 엄격하고 안정적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BMW 자동차의 문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무겁다는 느낌 자체로 안정적이라고 인식한다. 제품이나 제품 포장을 만지는 행위는 그 자체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생각의 정교화를 유도하며 브랜드 최초 상기에 영향력을 미친다.

4. 후각적 효과
마지막으로 제품이나 제품 포장에서 나는 향기도 우리가 브랜드에서 추론하는 의미와 브랜드를 상기할 수 있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향기는 향기와 연관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특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향기로 떠올려진 기억들은 깊고 강렬한 경우가 많으며,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은 3개월만 지나도 50% 이하로 떨어지지만 향기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은 12개월 후에도 65%에 이른다. 예를 들어 만다린오리엔탈호텔과 리츠칼튼호텔은 자신만의 특별한 향기를 로비와 객실에 사용한다. 싱가포르 에어라인의 향기가 나는 물수건도 주목할 만하다. 향기에 대한 기억은 오랫동안 지속되며 강력한 방식으로 브랜드 최초 상기를 용이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고객이 오감을 통해 느끼는 감성적 즐거움은 브랜드와 고객 간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브랜드의 최초 상기율을 높임으로써 브랜드 애착을 형성시킨다. 이는 브랜드 충성도와 옹호 행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업은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혜택을 추가하고 그렇지 않은 요소는 제거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감각디자인은 특정 공간에 대한 고객 경험의 질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예컨대 병원은 환자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공간 환경이다. 병원을 환자들이 행복하고 안락하게 느끼는 공간으로 만들 수 없을까.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은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를 4성급 호텔 체인에서 나는 특별한 향과 비슷하게 바꿨다. 또 환자복을 일반 병원복이 아닌 유명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의 디자인으로 바꿔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이곳 직원들은 일명 ‘10-4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환자에게서 10피트(3m) 떨어져 있을 때는 미소를 짓고 눈을 맞추며, 4피트(1.2m) 내에 있을 때는 환자를 이름으로 부르라는 규칙이다. 환자들은 이곳에서 다른 공간에서와 마찬가지로 쾌적함과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감성적 즐거움은 오감의 교향악과도 같다. 브랜드를 애드머레이션의 경지에 이르게 만드는 것은 오감의 교향악을 작곡하고 지휘하는 기업의 몫이다.

필자소개 박충환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마셜경영대학 마케팅 석좌교수 choong@marshall.usc.edu
필자는 서울대 독어독문과 학사, 일리노이대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2012년 소비자 심리학 저널의 편집장을 맡았고, 미국 소비자학회와 소비자심리학회에서 펠로(fellow) 멤버로 선정됐다. 최근 저서로 『브랜드 애드머레이션(Brand Admiration)』이 있다.
  • 박충환 | 필자는 서울대 독어독문과 학사, 일리노이대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2012년 소비자 심리학 저널의 편집장을 맡았고, 미국 소비자학회와 소비자심리학회에서 펠로(fellow) 멤버로 선정됐다. 최근 저서로 『브랜드 애드머레이션(Brand Admiration)』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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