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네트워크-대체에너지 발전, ‘지능형 미래 빌딩’이 온다

15호 (2008년 8월 Issue 2)

단순히 업무·상업 공간만 제공하던 도심의 빌딩이 ‘지능’을 가진 최첨단 건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최신 IT 기술의 집합체인 지능형 빌딩 시스템(IBS·Intelligent Building System)이다. IBS는 최첨단 정보통신서비스, 최적의 빌딩관리, 쾌적한 사무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를 절약하고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국내외 건설사와 IT서비스, 전문 솔루션 업체들은 이미 지능형 빌딩 건설에 관심을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앞으로는 도심재개발 사업과 뉴타운 건설, u-City 사업 등이 추진되면서 IBS 도입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무환경 최적 조절, 에너지 효율도 향상
IBS의 핵심은 빌딩 자동화 시스템(BAS·Buil -ding Automation System)이다. BAS는 건물 내 조명, 전기, 냉난방 등을 시스템으로 통합해 지능적으로 조절한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타운은 최신 빌딩 자동화 시스템의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삼성타운은 공기와 온도, 일조량 등 업무환경을 중앙제어 방식으로 조절한다. 이를 위한 도구 중 하나가 바로 센서를 이용해 사무실 내부의 ‘인구 밀도’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특정 회의실에 사람이 많이 모였을 때는 중앙통제 시스템이 이를 감지해 공기의 환기량을 늘리거나 에어컨을 작동해 지나친 온도 상승을 막는다.
 
BAS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올리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최신 BAS는 삼성타운의 사례와 같이 건물 내부에 사용자가 있는지를 감지해 조명과 냉난방을 구역별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타운에서는 중앙통제실에서 컴퓨터로 건물 전체의 차양을 제어해 계절별 에너지 비용을 관리할 수도 있다. 따라서 BAS를 이용할 경우 전력소비와 각종 운용비용을 기존에 비해 연간 30% 이상 절감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건물의 관리에 필요한 전반적 상황을 모니터링해 방범·방재 및 보안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할 수도 있다. 지상 101층 규모의 대만 타이베이 금융센터(101타워)는 420대의 감시카메라와 카드식 출입관리 시스템을 통해 건물 전체의 보안을 실시간 통합 관리한다. 이 건물의 내방객은 안내데스크에서 인터폰으로 입주사에 연락을 하고 출입카드를 발급받아 보안 게이트를 통과해야 한다. 보안 시스템은 내방객이 출입카드를 받을 때 사진을 촬영하는데, 이 사진은 내방객이 게이트를 통과할 때 출입카드를 발급받은 사람과 동일인인지를 확인하는데 쓰인다. 타이베이 금융센터의 내방객 관리 시스템은 출입카드를 추적해 건물 내 내방객의 수와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능도 있다.
 
지능형 빌딩의 진화 방향
앞서 이야기한 삼성타운과 타이베이 금융센터의 사례는 앞으로 지능형 빌딩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단초가 된다. 가까운 장래에는 대부분의 신축 건물이 지능형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다. IBS 전문가들은 특히 통신기술의 발달이 지능형 빌딩의 진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① 유선에서 무선 네트워크로 진화
미래 업무용 빌딩의 가장 큰 특징은 무선네트워크, 특히 다양한 기기와 사물이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교환하는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USN·Ubiquitous Sensor Network)의 보편화가 될 것이다.
 
무선 네트워크를 설치하면 복잡한 배선을 없앨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 무선 네트워크는 유선과 달리 오래된 건물에도 대규모 공사 없이 설치할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대표적인 무선통신 기술에는 지그비(Zigbee), 무선인식(RFID), 초광대역 전송방식(UWB·Ultra -wideband), 블루투스(Bluetooth) 등이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지그비는 30m 내외의 근거리 통신과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위한 기술이다. 벌(bee)들이 꽃 사이를 지그재그(zigzag)로 날아다니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는 뜻에서 ‘Zigbee’란 이름이 붙었다.
 
지그비는 무선 랜과 개념이 비슷하지만, 기존 기술에 비해 전력소모가 매우 적고 비용이 적게 들며, 많은 숫자의 센서를 동시에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전력 소비의 경우 동일한 배터리로 사용 기한을 다른 기기의 2배 정도로 늘릴 수 있을 정도다. 또 설치와 유지보수가 쉬우며, 개방형 표준(IEEE 802.15.4)을 따라 확장성과 호환성이 뛰어나다.
 
지그비는 현재 주로 상수도와 가스 등의 원격검침에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건물 내부의 온도와 압력 등을 측정하는 센서와 침입감지 등 보안솔루션에도 많이 이용될 것이다.
RFID는 작은 전자 칩에 담긴 정보를 무선으로 판독해 이용하는 기술이다. RFID의 장점은 우선 400m 내외에 이르는 원거리 무선통신이 가능하고, 메모리를 장착하면 정보저장도 할 수 있으며, 내구성이 좋아 물품관리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장비와 사람의 이동을 실시간 추적할 수도 있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모토로라가 가천의대 길병원과 함께 병원 자산의 위치추적 및 데이터 수집을 위해 설치한 USN이 대표적 사례다. 이 서비스는 인공호흡기 등 고가의 이동식 의료장비에 RFID를 부착, 의료진이 언제라도 기기의 위치를 쉽게 파악하고 찾아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IBS용 무선 통신, 특히 무선 센서 네트워크는 본격적인 보급에 앞서 △고가의 하드웨어 비용과 △안정적인 통합네트워크 시스템의 구축 △개인정보 유출 및 센서정보의 인증 문제 해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다소 남아 있다.
 
② 안전성의 새로운 패러다임 지능형 빌딩의 보급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종류의 안전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IT 기술의 발전에 따라 거의 모든 기능이 자동화되는 것과 깊이 연관돼 있다. 다시 말해 IT 시스템이 공격을 받거나 멈췄을 경우 커다란 혼란과 재난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T 기업들과 IBS 솔루션 기업들은 정보유출 등의 피해와 외부의 침입자가 시스템을 제어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이중화 기능(redundance)을 이용해 자동제어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미 진행 중이다. 이중화 기능은 주 시스템과 부 시스템을 연결해 두고, 주 시스템이 불안정하거나 다운되면 자동적으로 부 시스템이 통제권을 넘겨받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밖에 전기가 끊어져도 사용할 수 있는 수압을 이용하는 소화전과 엘리베이터 추락 시 발생하는 고온의 마찰열에 견디는 세라믹 소재의 비상정지 장치 등 물리적 안전에 대한 개선책도 지속적으로 개발되는 추세다.
 
③ 개방형 구조의 채택 지능형 빌딩의 진화와 관련한 또 다른 움직임은 빌딩 내의 IT 시스템을 개방형(open protocol)으로 만들려는 노력이다. IT 시스템을 개방형으로 만들면 빌딩 안에 다양한 기기를 설치할 때 호환성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즉 특정회사 계열 제품뿐만이 아니라 여러 회사 제품을 마음껏 쓸 수 있으며, 새로운 기술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튼 뷰 본사에 있는 30개가 넘는 건물의 시스템을 개방형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이에 따라 상이한 프로토콜에 따라 운영되던 계측시스템, UPS시스템, 전력발전시스템, 용수관리시스템, 기상관측소 등의 다양한 조절시스템들을 동시에 모니터링하고,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해 전사적 운영시스템으로 통합할 수 있다.
 
구글은 자체의 IT기술을 IBS에 활용해 가장 모범적인 사례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반 상업적인 활용의 경우에 BAS에 대한 인식의 부족, 타 시스템과의 통합이 주는 혜택에 대한 인식 부재 등이 IBS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와 함께 표준화된 데이터 공유를 통해 IBS와 업무용 시스템 간 실시간 자료호환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중요한 이슈다.
 
④ 친환경성의 강화 유가 급등과 같은 에너지 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업무용 빌딩의 탄소배출을 줄이고 대체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등의 친환경적 노력이 늘어날 것이다.
 
구글은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친환경 IBS 구축에 초점을 두고 본사 건물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했다. 구글은 에너지 절감의 차원을 넘어서 15∼30%의 에너지 수요를 자사가 보유한 태양광발전을 통해 해결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준공한 서울중앙우체국이 태양열 급탕설비를 설치해 주방용으로 사용하고, 태양광 발전설비를 조경용 조명에 이용하고 있다.
 
또 빗물이나 오수를 모은 후 정화해 조경용이나 화장실 세정수로 사용하거나, 자연환기, 낮 동안의 태양광 이용, 지열펌프 등을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 필요
현재 정부는 큰 성장이 예상되는 지능형 건축물 기술을 선점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능형 건설-IT 융합 신기술’ 개발과 통신방식 표준화, 건물 설계·관리의 가이드라인 제작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기술적인 지원 이외에 IBS와 관련한 법·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인텔리전트 빌딩(지능형 건축물)에는 35%의 재산세 가산세율이 적용되는데, 이 때문에 업무생산성(20∼30%)과 에너지 절감(20% 이상) 효과가 탁월한 지능형 빌딩의 보급이 늦어지고 있다.
 
IBS는 건설업과 최첨단 IT 기술이 융합해 탄생한 새로운 산업 분야이므로 기존의 법과 제도로는 원활한 지원과 육성이 불가능하다. 하루바삐 관련 법·제도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기를 희망해 본다.

필자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으로 IT 산업과 소프트웨어 정책 개발 등을 연구하고 있다. 뉴욕주립대 버팔로 캠퍼스에서 지리정보과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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