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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Biz

‘건강에 좋은 음식’ 마케팅은 양날의 칼

문정훈 | 230호 (2017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유익한 음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눈이 밝아지는 음식’ ‘암에 걸리지 않는 음식’ 등 효능을 강조하는 마케팅 역시 인기다. 그러나 음식의 효능을 건강에서 찾는 이른바 ‘약식동원’ 마케팅은 그 효과가 한시적이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건강에 주는 효능만이 부각되면서 다른 가치들이 사장되기 때문. 결국 이런 마케팅은 제품을 일상재적 성향을 띠는 제품으로 만드는 문제점이 있다.



음식은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가면 우리 몸의 일부가 된다. 따라서 그 어떤 사람이든 음식을 먹을 때 자신의 건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안전하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멀쩡한 사람이 죽을 수도 있고, 또 결핍됐던 영양소가 들어오면 죽어가던 사람이 살아날 수도 있다. 누구나 본능적으로 이를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식품 및 외식 기업들이 ‘약식동원(藥食同源)’의 개념을 마케팅에 녹여낸다. 약식동원은 약과 음식은 그 근본이 같고, 따라서 음식을 잘 골라 먹는 것이 건강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한국의 소비자들의 음식 문화와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이 약식동원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크다. 그런데 이 약식동원은 양날의 칼과 같다. 적당한 수준에서 약식동원의 개념을 마케팅적으로 활용하면 소비자로부터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할 의사를 만들어내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그 제품군의 카테고리를 망치고, 장기적인 세일즈, 특히 후속 신제품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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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기에 접어든 소비재 마케팅에 있어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군의 제품들을 일상재(Commodity)로 여기게 되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군을 일상재로 받아들이는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가격 경쟁력’이다. 물론 일상재로 여겨지는 시장에서라도 해당 제품군의 소비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그 소비 시장을 안고 있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경우라면 별 상관은 없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특정 제품군이 일상재화되는 것은 그 제품군을 생산하는 기업으로선 악몽 같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일상재의 대표적인 사례가 휘발유 주유시장이다. 휘발유는 전형적인 일상재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어떻게 하면 더 저렴하게 주유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소비자들은 10원이라도 싼 곳을 찾아서 다니고, 주유업체들의 경쟁력은 어떻게 하면 더 싸게 팔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들을 유혹할 수 있는지에 기인한다. 따라서 비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가 가장 강력한 시장 경쟁력이 된다. 물론 소비재 관점에서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시장이 된다.

식품 제조사나 외식 업체에도 ‘일상재의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내가 속해 있는 카테고리의 제품들을 소비자들이 일상재로 받아들인다면 내가 가장 주력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가격을 낮출 것인가?’가 돼버린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일상재화된 제품에 대해선 철저히 가격 중심의 구매 의사결정을 내린다. 대표적인 것이 설탕이고 밀가루다. 쌀도 거의 그렇다. 김밥, 김치찌개, 국수, 두부 등도 일상재에 가깝고, 우유, 삼겹살, 닭도 비슷하다. 다들 비슷한 품질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가격이 중요하다. 고작 더 나아간 것이 ‘가성비’를 따지는 정도다. 소비자들은 명확한 잣대로 비교한다. 외식업체라면 양이 더 푸짐해야 하고, 비타민이나 다이어트 보조식품 같은 건강기능식품은 더 강한 효과가 중요하다.

다시 약식동원으로 돌아오자. ‘이 음식을 먹으면 건강이 좋아져요.’ ‘이 식품을 먹으면 허리에 좋습니다.’ ‘이 음식이야말로 보양식으로 스태미나에 짱이죠’라는 마케팅 메시지를 던지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연다. 음식에 기능이 추가됐으니 가성비가 올라가고, 그에 대해 지갑을 여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다. 게다가 건강에 걱정이 많은 소비자들은 이런 마케팅 메시지에 즉각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마케터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노력한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소비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돌아오고 매출이 올라간다. 사람들은 허리에 좋아서, 눈이 더 밝아져서, 스태미나에 좋으니 기꺼이 돈을 지불하게 된다.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다. 문제는 이게 일시적이라는 것이고, 그다음부터가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해당 음식, 해당 제품군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허리의 개선’ ‘시력의 개선’ ‘스태미나의 개선’이라고 소비자들이 인식하게 되면 그 이외의 다른 가치 제안은 묻혀버리기 시작한다. 음식의 약성과 효능에 집착하면 할수록 누가 어디서 생산했는지, 품종이 무엇인지, 맛의 특성은 무엇인지, 나아가서는 브랜드도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돼버린다. 즉, 일상재가 돼버리는 것이다. 내 입맛에 맞는 것은 덜 중요해지고, 내 취향에 맞는 것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되고 만다. 색도, 향도 덜 중요해진다. 이 음식이 탄생하게 된 문화적 배경도 중요해지지 않으니 스토리텔링도 의미가 없어진다. 오로지 중요한 것은 효능이다. 가격이 중요하고, 가성비가 중요해진다. 휘발유의 경우 차량이 잘 굴러가게만 하면 그만인 것과 마찬가지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 막 출시한 제품에 대해 약식동원 마케팅으로 반짝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다. 그다음에는 효능이 더 세져야 한다. 과장하자면 굽었던 허리가 벌떡 펴져야 하고, 시력이 급속도로 회복돼 안경을 벗어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이 단계까지 가면 이걸 음식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약으로 봐야 할까? 약국에서 약을 살 때 브랜드를 꼼꼼하게 따져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음식의 약으로의 변신은 실은 그리 긍정적인 변화는 아니다. 그 누구도 약이 탄생하게 된 문화적 배경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효능만 있으면 그만이다. 약이야말로 일상재다. 더 강력한 효능을 만들어내거나, 아니면 가격을 낮춰야 한다. 후속 제품을 내는 것은 더 어려워지고, 후속 제품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낮아진다. 성공하는 후속 제품은 이전 제품보다 가격을 내린 저가 버전이거나 약성을 더 끌어올린, 이제는 음식이 아닌 말 그대로 ‘약’이어야 한다. 그러니 오히려 약성을 올리기 위한 제품 개발 비용이 더 들어가거나, 아니면 빨리 치고 빠지는 단타식의 마케팅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기 어렵다. 더 자극적인 약성 광고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식의 경쟁이 지배적인 시장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망가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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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훈

    문정훈moonj@snu.ac.kr

    - (현)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부교수
    - (현) Food Biz Lab 연구소장
    -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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