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장기화되는 저성장 기조, 늘어만 가는 채널, 파편화되는 소비자 등 시장의 변화는 기존 마케팅 패러다임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는 마케팅과 ICT의 결합을 촉진하고 있다. 때문에 마케터들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화된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야 하며 과거에는 전혀 없던 다양한 채널을 관리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마케터들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유의해야 한다.
1. 마케터가 아닌 문제해결자가 돼라.
2. 트렌드를 읽어라.
3. 디지털 세상에 아날로그 감성으로 무장하라.
4. 경험을 제공하고 전파하라
5. 좌뇌형 마케터, 우뇌형 경영자가 돼라.
사례 12016년 9월21일, 독일 안스바흐에 위치한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가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1993년 고임금 때문에 독일 공장을 모두 폐쇄하고 중국, 동남아로 공장을 옮겼던 아디다스가 23년 만에 독일로 돌아와 공장을 재가동한 것. 그리고 이 공장에서 생산한 첫 번째 신발인 ‘아디다스 퓨처크래프트 M.F.G(Made for Germany)’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신발이 특별한 이유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 만든다는 점이다. 또 소비자가 신발끈, 깔창, 뒷굽 색깔 등 수백만 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맞춤화(customizing)가 가능함에도 운동화 한 켤레를 만드는 데 5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공장에는 생산인력이 없고 공장을 운영하는 160여 명의 스태프만이 일한다. 이런 변화는 시작일 뿐이다. 2017년 하반기에는 미국에도 스피드팩토리가 완공될 예정이다.
사례 2국내 최대 유통업체 중 하나인 신세계백화점에서 마케팅이란 이름이 사라진 지 수년이 흘렀다. 대신 영업전략을 담당하는 임원이 생겼고 각 점포에 있던 마케팅팀은 영업기획팀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최근에는 백화점 고객이라면 한 번은 받아봤을 다이렉트메일(DM) 발송이 전면 중단됐고 전자다이렉트메일(EDM)만 발송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름이 바뀌고, 형태가 바뀌었다고 해서 하던 일이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름의 변경이라는 큰 흐름의 변화가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실제 다른 여러 회사에서도 마케팅이란 이름을 커뮤니케이션이나 브랜드에 흡수시켜서 사용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얼핏 큰일이 아니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런 현상들이 가져올 궁극적인 미래는 마케팅과 마케터의 소멸이기 때문이다.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 사람이 사라지고 있고 이를 위한 일과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또한 마케팅의 본질에 대한 사람들의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마케팅의 정의가 내려지고 기업들 사이에서 마케팅이 대중화하면서 마케터란 직업이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변화의 폭이 크고 변화의 속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시대에 마케터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를 지나 마케팅 구루의 ‘마케팅 원론’을 배우면 마케팅이 다 되는 줄 알았던 시대마저 지나고, 이미 마케팅에 정답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 위기의 진짜 모습은 아직 그 발톱도 꺼내지 않은 듯 보인다. 이러한 위기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4차 산업혁명과 마케팅의 위기1. 속도가 위기의 본질다보스포럼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은 그의 저서 에서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의 차이점을 세 가지로 정의했다. 속도(Velocity), 범위와 깊이(Breadth & Depth), 시스템 충격(Systems Impact)이다. 사실 농업혁명 이전에도 인류에게 속도는 중요했다. 손이 빠른 사람, 발이 빠른 사람, 눈이 빠른 사람들이 생존에 더 유리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속도는 최근 우리가 이야기하는 ‘속도’와 다르다. 하지만 속도에 대한 집착이 인류 발전을 이끈 대표적 속성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미 속도는 인간이 느끼기 어려운 수준까지 개선됐다. 4G 스마트폰을 쓰는 사용자가 5G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속도 개선 정도가 얼마나 클까. 아마 미미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속도에 집착하고 있다.
<그림 1>을 보면 변화의 속도를 실감할 수 있다. 전화는 50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75년이 걸린 반면 텔레비전은 13년, 인터넷은 4년이 걸렸다. 페이스북은 3.5년 만에 5000만 명 가입을 달성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잡기도 어려워진 속도의 변화가 마케터를 당황시키고 있다. 트렌드라는 것도 너무나 빨리 변해 그 말 자체가 무의미해질 정도다. “유행은 현재고 트렌드는 미래”라는 말을 하지만 정작 트렌드가 현재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마케터에게 반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 이런 변화에 적합한 마케팅이 애자일마케팅(Agile Marketing)이다.
옛날 마케터들에게는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유행의 시간도 길고 변화의 속도가 지금만 못할 때는 적절한 타깃을 선정하고, 적합한 상품을 고르고, 몇 개 안 되는 채널을 준비하고 전투에 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무기와 자원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곧바로 게임처럼 마케팅을 해야 하는 때다.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면 전투에서 백전백패하는 시기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이 속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