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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 활용한 경험 마케팅

드론으로 광고하고, VR로 체험하고… 과학과 만난 경험, 고객 유혹!

장재웅,여준상 | 217호 (2017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경험 마케팅이 첨단 기술을 만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VR과 AR은 이미 대표적 경험 마케팅 도구로 자리 잡았다. 똑같은 성능의 상품이라도 그 상품을 만나기 전후 어떤 경험을 했느냐가 상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기업이 성공적으로 고객들의 경험을 관리하기 위해서 염두에 둬야 할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수월성 △복합성 △양면성 △정서성 등이 그것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에서 인용된 사례나 사진은 제일기획에서 제공했습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혜린(동국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씨가 참여했습니다.


호주 멜버른에 가면 7층에 위치한 샌드위치 가게가 있다. 보통 샌드위치나 햄버거를 파는 가게들이 지나가는 행인들에 눈에 잘 띄는 1층에 위치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이 샌드위치 가게는 주문을 하려면 7층까지 올라가야 한다. 심지어 이 가게에는 의자나 테이블도 없다. 아무리 맛있는 샌드위치를 팔아도 이런 가게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에도 사람들이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줄을 선다. 왜 그럴까.

이 샌드위치 가게의 이름은 ‘재플슈츠’. 호주식 샌드위치를 뜻하는 ‘재플’과 낙하산을 뜻하는 ‘파라슈츠(Parachute)’의 합성어다. 이 가게는 가게가 가진 위치의 한계를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고객에게 샌드위치를 서빙할 때 낙하산을 활용한 것. 7층에 위치한 이 가게를 방문해 고객이 샌드위치를 주문하면 재플슈츠는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비닐로 만든 낙하산에 샌드위치를 매달아 아래 있는 고객에게 떨어뜨린다. 고객은 정해진 시간에 낙하지점에 있기만 하면 된다.

분명히 7층에 위치한 샌드위치 가게는 불편하다. 비슷한 조건이면 소비자들은 다른 1층에 있는 편안한 샌드위치 가게를 찾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젊은이들은 이 가게에 열광한다. 먹는 즐거움 이외에 7층에서 떨어지는 샌드위치를 따라가 샌드위치를 잡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SNS 등을 통해 공유되며 젊은 층에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잡았다.


‘경험’에 지갑 열린다

상품의 종류가 많아지고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단순히 성능이 좋은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다른 제품에서 느껴보지 못한 ‘경험’을 할 수 있어야 기꺼이 지갑을 연다. 때문에 최근 많은 기업들이 고객들에게 차별화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른바 ‘경험 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경험 마케팅은 경험과 서비스, 마케팅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몇 년 전부터 주목받고 있다. 경험 마케팅이란 고객이 마케팅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나아가 감정적 유대 관계를 형성하도록 하는 마케팅이다. 고객의 숙박 경험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에어비앤비는 이러한 경험 마케팅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에어비앤비는 최근 한국판 TV 광고에서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저렴한 가격에 숙소를 빌리는 합리성보다 실제 주민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에어비앤비뿐 아니라 차량공유앱, 카풀앱 등 공유경제 모델들은 경제적 효용성뿐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운다. 공유의 경험 자체가 소비유인 요인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일반적인 재화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미 다수의 전문가들이 “물건을 파는 것에서 경험을 파는 것으로 시장의 법칙이 바뀐다”고 말한다. 이 트렌드는 쇼핑몰에도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유통공간은 테마파크에 가깝다. 지난해 오픈한 신세계의 스타필드 하남과 롯데몰 은평 등은 한곳에 대형마트와 백화점, 명품 중심의 임대 매장은 물론 영화관과 푸드코트, 찜질방까지 마련해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림으로써 자연스럽게 매출 증대를 유도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거리를 배치해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매출 증대를 노리는 전략이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데이트나 나들이 목적으로 이곳을 찾아 자연스레 소비활동을 한다.





기술을 만나 비상하는 경험 마케팅

경험 마케팅은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특히 최근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 AI(인공지능) 같은 디지털 기술들이 마케팅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다양한 기술의 발달이 경험 마케팅의 스펙트럼을 얼마나 넓힐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떻게 소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고객을 찾아서 어떤 방식으로 잠재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할 수 있을까. 또 고객이 매장 안에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1) AI, 고객과 직접 대면 시작

AI는 날로 섬세해지고 있다. 구글 음성 인식과 페이스북 얼굴 인식은 정확도가 약 97∼98%로 향상됐다. AI가 사람의 목소리와 얼굴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은 고객 최접점에 AI를 배치하고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호텔 힐튼은 IBM과의 협업 아래 컨시어지 로봇 ‘코니’를 호텔 및 그 주변에 배치했다. 코니는 고객 응대 업무를 담당한다. 고객이 콘퍼런스룸의 위치를 물어오거나 수영장 폐장 시간 등을 물으면 고객의 질문을 스스로 인지하고 즉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빠르게 답변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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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행(Swedbank)도 가상 비서 ‘니나’를 활용해 웹사이트로 들어오는 고객 문의를 처리하고 있다. 한 달에 약 3만 건 정도 접수되는 문의 중 80% 이상을 니나가 처리한다. 만약 한 고객이 니나에게 은행에서 새로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을지를 물으면 니나는 자연어 분석을 통해 그 문장의 의미를 이해할 뿐만 아니라 한 단계 더 나아가 고객이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를 분석한 후 스스로 고객에게 “예전에 사용하던 카드를 분실했거나 카드가 훼손됐습니까?”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고객의 다음 대답에 따라 니나는 적절한 답변을 제공하거나 해당 업무를 처리하는 부서와 고객을 연결해준다. 스웨덴은행 역시 고객 대응에 있어 100% 인공지능 도입을 목표로 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업들이 AI를 적절하고 개인화된(Personalized and Customized)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드론을 활용한 드론버타이징

드론은 무선 전파로 조종이 가능한 무인 비행체를 뜻하는데 군사 또는 방송뿐만 아니라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미 아마존은 드론 배송 기술 ‘프라임에어’ 서비스에 대한 특허를 출시했는데 소비자가 별도로 주소를 입력하지 않아도 드론이 알아서 소비자의 위치를 추적해 30분 안에 물건을 배송하는 서비스다.

‘드론을 활용한 광고’라는 뜻의 신조어인 ‘드론버타이징(Dronevertising)’도 생겨났다. 드론을 활용해 고객이 브랜드와 만나는 순간의 경험을 재미있게 바꾼 사례로서 브라질 셔츠회사 까미사리아 콜롬보의 블랙프라이데이 마케팅이 자주 꼽힌다. 회사는 할인 판매 의류를 입힌 마네킹을 드론에 매단 채 빌딩가에 날려 보냈다. 셔츠회사의 타깃 고객인 30∼40대 남성들이 직장 업무에 바쁘고 할인 관련 정보를 얻을 시간이 없다는 점에 착안, 드론을 활용해 고객들이 브랜드에 효과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한 사례다.

고객들이 심도 있게 마케팅을 ‘경험’할 수 있었던 사례로는 코카콜라 싱가포르의 ‘코크 드론’ 캠페인을 꼽을 수 있다. 인도, 방글라데시, 미얀마 출신의 이주 노동자들은 싱가포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저임금 이주 노동자들의 유입이 증가하며 싱가포르 내국인들의 반감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코카콜라는 NGO를 통해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를 모은 후 건설 현장의 이주 노동자들에게 2734건의 메시지와 콜라를 배송했다. 이 마케팅은 코카콜라의 브랜드 이미지를 인상적으로 강화했고 소비자들에게도 뭔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뿌듯한 감정을 느끼도록 만듦으로써 코카콜라와 정서적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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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얼굴 인식 기술, 마케팅 개인화에 도움

점, 선, 면으로 이뤄진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누구인지 파악하는 얼굴 인식 기술은 마케터들이 각 고객마다 차별화된 마케팅 경험을 제공하도록 한다.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나이, 성별, 주목도 등을 측정하고 그에 맞는 캠페인을 선택적으로 집행한다.

맥주회사 아스트라(Astra) 사례처럼 고객의 성별을 판별한 후 만약 여성이라면 “맥주 한 잔 하고 가시죠!”라는 타기팅 메시지를 보여주고, 남성이나 미성년자에게는 “그냥 계속 가던 길이나 가요!”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식이다. 커피 브랜드 도위(Douwe)는 공항에 얼굴 인식 기능을 탑재한 자판기를 설치하고 자판기 앞에서 하품하는 사람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보다 장기적인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장착돼 있는 카메라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고객과 소통하는 것이다. 코스메틱 브랜드 세포라(Sephora)는 가상 메이크업 앱을 론칭하고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매장을 직접 방문해 얼굴에 제품을 테스트해본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최근 스냅챗이 한층 더 정교해진 얼굴 필터 기능을 선보이면서 바이럴을 일으켰듯 얼굴 인식 기술은 앞으로 더 고도화될 것이다. 앞으로 개인화된 마케팅 경험(Customized Marketing Experience)을 제공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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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VR과 AR, 더 많은 소비자에게 더 다양한 경험 제공

AR 기술을 활용한 ‘포켓몬고’의 열풍 이후 AR과 VR 기술은 대표적인 경험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VR 기술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대표적 사례로 지난 2014년 한국에 진출한 이케아가 있다. 대표적 체험형 공간인 이케아는 가상현실에서 인테리어를 구성해 볼 수 있는 ‘IKEA - Virtual Reality Showroom’을 공개했다. 원목의 가구들이 즐비해 있는 매장 가운데 다소 어울리지 않는 VR 기기가 비치돼 있다. 이 VR 기기를 사용하면 사실적인 3차원 공간으로 렌더링된 가상 쇼룸과 다수의 이케아 가구를 체험할 수 있다. 고객에게 인테리어 과정을 혁신적으로 탈바꿈시키며 매혹적인 360도 입체 인테리어 경험을 제공한다. 가상 쇼룸에서는 가구의 위치를 손쉽게 바꾸고, 색상을 변경하며, 가구가 마음에 들지 않을 시 가구를 교체할 수도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벽지의 재질이나 색상을 변경하고 심지어 낮과 밤의 시간에 따른 인테리어 변화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가구 하나하나를 보기보다 이케아에 있는 여러 가구를 조화롭게 배치하고 방 안의 전체적인 스타일을 파악하도록 돕는다. 고객은 가상 쇼룸에서 제품의 좋아요, 싫어요 등 피드백을 전달할 수도 있다. 가상 쇼룸의 이러한 특징들은 실제 인테리어를 할 때 발생하는 시간과 노동을 최소화시켜 준다. 고객들은 단지 자신에게 필요한 인테리어 소재를 선택하고 만족스러운 인테리어를 구성하면 된다.

토미힐피거와 탑샵을 비롯한 패션 브랜드들은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런웨이를 감상할 수 있는 VR 패션쇼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도, 집에서 스마트폰을 쥔 고객도 마치 그 장소에 앉아 있는 것처럼 360°로 런웨이 현장을 감상할 수 있다. 그동안 일반 고객들이 패션쇼를 감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으나 이제 패션쇼가 언제 어디서든 모든 고객들에게 개방된 마케팅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게 됐다. 한편 자동차회사 볼보는 고객들이 실제 차를 운전하는 듯한 시승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앱을 선보였다. 8개의 카메라로 60마일 정도의 길을 촬영한 VR 콘텐츠 덕분에 실물 자동차를 활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고객이 시승 체험을 할 수 있었다.


VR이 시공간의 제한을 뛰어넘으며 소수에게 한정돼 있던 경험을 다수에게 확장시켰다면 AR은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흐림으로써 다양한 고객 경험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마케터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겐다즈의 ‘콘체르토 타이머’ 캠페인은 냉동실에서 하겐다즈를 꺼낸 후 먹기 좋은 상태로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공략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통 뚜껑의 코드를 비추면 뚜껑 위에 연주자들의 모습이 떠오르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고객에게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먹는 경험이 한층 더 다채롭고 즐겁게 다가갈 수 있도록 고려한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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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신문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미래의 매체’라는 이미지 브랜딩을 위해 증강현실을 사용했다. 어른이 보던 신문을 스마트폰으로 비추면 아이들도 읽기 쉬운 히라가나 콘텐츠가 떠오른다. 도쿄신문의 앱 다운로드율은 약 2100%나 증가했다.




국내 유통업체들도 잰걸음

국내 유통 업체들의 발걸음 역시 빨라지고 있다. IT를 활용해 오프라인 매장에 ‘와야 하는 이유’를 만들고 있는 것. 현대백화점은 온라인쇼핑몰 ‘더현대닷컴’에 지난해 10월 채팅형 챗봇인 ‘헤이봇’을 도입했다. ‘챗봇’은 개별 앱 실행 없이 채팅 앱을 통해 상품·검색·주문·조회 같은 업무를 처리하는 대화형 소프트웨어로 ‘헤이봇’은 카카오톡 옐로아이디를 통해 1대1 채팅으로 상담원과 상담하는 느낌으로 쇼핑에 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주문 확인, 배송 조회, 회원등급 조회, 1대1 문의하기 등 8개 항목에 대한 채팅이 가능하고, 5000여 개의 키워드를 등록해 5만 개의 답변을 준비했지만 향후 4배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한 올 상반기에는 상품검색(최저 상품 검색해줘), 결제(주문할게) 등으로 적용 영역도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분당점은 무겁게 짐을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단말기로 가볍게 쇼핑하는 ‘스마트 쇼퍼’를 갖추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0월 분당점에 백화점 업계 최초로 도입한 ‘스마트 쇼퍼’를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 쇼퍼’는 고객이 식품 매장에서 카트나 바구니 없이 단말기를 사용해 쇼핑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은 구매할 상품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바코드 스캐너가 포함된 단말기인 ‘쇼퍼’를 들고 식품 매장을 둘러보며 구매하려는 상품의 바코드를 찍으며 쇼핑한 후 계산대에서 결제만 하면 상품이 집으로 배송된다.

이마트는 AR을 활용한 게임 마케팅으로 고객 유입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의 위치기반서비스(GPS) 기술을 활용한 ‘한국판 포켓몬고’ AR게임인 ‘일렉트로맨 터치어택’을 출시, 공개된 지 10여일 만에 게임 실행 고객 수가 400∼500명이며 이 중 15%가 실제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과 결합한 경험 마케팅의 성공 키워드

지금까지 VR, AI 등 신기술이 어떻게 경험 마케팅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지 살펴봤다. 제품 자체의 본원적 성능도 중요하지만 그 제품을 만나는 맥락에서의 다양한 경험적 경쟁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똑같은 성능의 상품이라도 그 상품을 만나기 전후 어떤 경험을 했느냐가 상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될까? 몇 가지 키워드로 요약해볼 수 있다.

1)수월성 경험의 중요성 - 경험은 무조건 쉬워야

경험은 우선 쉽고 편해야 한다. 갈수록 소비자들의 인내심이 약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했다면 인터넷, 모바일이 만들어낸 시대적 변화는 인간의 인내심 버퍼를 줄이고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어려우면 뒤돌아서는 세상이다. 술술 넘어가도록 해야 한다. AI, 안면인식과 같은 기술발달은 고객에게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귀찮은 대면과정을 생략해주기에 수월한 경험을 가능케 한다. 자신에게 꼭 맞는 경험을 즉시 제공하기에 군더더기가 없다. 여러 번에 걸친 추가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겪어야 하는 부담감도 없다. 경험이 수월해야 그 다음 단계인 몰입과 참여, 그리고 감정적 연결과 애착이 일어난다.

미국의 저명 학자인 Aaker와 Lee의 경우 2000년대 들어오면서 자신의 연구를 통해 수월성 경험이 소비행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함을 보여왔다. 자신에게 꼭 맞는 수월성 경험을 하게 되면 고객은 그 제품, 서비스, 브랜드, 회사에 열렬한 애호가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은 자신이 제공하는 모든 마케팅 자극물에 수월성 경험을 최우선적으로 탑재해야 한다.

2) 복합 경험의 중요성-한 번에 여러 가지를 경험하도록

최근 들어 시간점유율이라는 단어가 주목을 끌고 있다. 과거에는 팔리는 상품 개수나 금액을 의미하는 시장점유율에 초점을 뒀다면 요즘에는 자기 공간에서 고객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시간점유율 개념이 중요해지고 있다. 시간점유율은 경쟁의 범위를 다양한 이업종까지 확대시킨다는 측면에서 무한경쟁시대에 업의 개념을 넓히고 단순판매에만 초점 두지 않고 판매 전후의 복합적 서비스 경험까지 관심을 둔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여러 시설을 묶어 하나의 타운을 만들려는 백화점을 보면 단순경험시대가 가고 복합경험시대가 도래하면서 경험조합의 중요성이 커짐을 알 수 있다. 불황, 저성장시대에 백화점은 살아남기 위해 집객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제는 백화점만 보고 오는 시대는 끝났다. 오히려 영화관, 공연 또는 놀이시설, 레저시설을 먼저 찾고 백화점을 부수적으로 들리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경험이 일천한 과거 시대에는 단독경험 제공만으로도 가치를 줄 수 있었지만 동시다발적 다체험 시대에 접어든 지금은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조합을 제공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복합경험을 잘 제공하는 사례로 스타벅스 사이렌오더를 들 수 있다. 고객이 미리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비콘이라는 근거리통신기술을 활용해 매장에 들어오면 즉각 고객인식을 통해 주문한 것을 전달하는 온·오프라인 복합경험 서비스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주문한 음료를 받을 때 자신의 닉네임을 불러주는 감성적 경험까지 얻게 된다. 하나의 서비스가 온라인을 통한 편리함과 오프라인에서의 감성적 즐거움까지 동시적으로 제공하는 셈이다.



3) 양면적 경험의 중요성-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 균형 이뤄야

혁신적 디지털 기술에 의해 마케팅 상황에서 고객들이 겪는 경험의 혁신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관심을 끄는 긍정적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경계할 점이 있다. 너무 낯설게 가면 안 된다. 제품이 새로운 데다 그것을 사는 상황, 예를 들어 매장의 분위기 또는 판매방식까지 너무 다르다 보면 고객은 낯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지나치게 첨단을 강조해 제공하는 모든 것이 지나치게 낯설면 고객은 주저하게 된다. 몰입은 낯섦과 익숙함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일어난다. LG G5의 경우 모듈방식이라는 획기적 혁신이 있었지만 고객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낯설었다. 혁신은 익숙함이라는 반대적 공존이 존재할 때만 그 가치가 온전히 발현된다. 익숙함 없이 혁신만 강조되면 고객은 머릿속에 기댈 만한 것이 없어 불안에 빠진다. “이것이 잘 작동될까?” “이것을 사용하다가 문제는 없을까?” 하는 식의 의심에 빠지게 된다. 고객은 기존의 익숙한 경험에 기반해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결국 경험의 균형성(balanced experiences)이 중요한데 기존 제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케 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기존 방식으로 경험케 하는 것이 교차균형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기존 제품의 경우 제품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면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누구나 비슷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따라오기에 제품만의 차별화는 점점 의미를 잃어간다. 기존 제품을 다른 방식으로 만나게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틀을 깨야 한다. 그동안 만날 수 없었던 시간대, 계절, 장소, 방법으로 제품을 경험케 하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은 기존의 매장이나 채널에서는 늘 새로운 제품 출현을 경험토록 할 필요가 있는데 이 또한 반대교차적 경험전략이라 할 수 있다.

드론을 이용한 경험 마케팅은 기존 제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케 하는 예가 된다. 프로모션이 걸린 제품을 드론을 통해 만나고 제품 시용을 드론을 통해 하게 되면 해당 브랜드에 대한 환기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오래된 브랜드일수록 브랜드 신선도(brand freshness)를 높일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제품 만남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VR을 이용한 시승 체험, 인테리어 체험, 패션쇼 체험 등도 똑같은 제품을 다른 방식으로 만나게 됨에 따라 전에 없던 새로운 편익을 줄 수 있다. AR은 버려지고 소홀히 대했던 대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구가 될 수 있는데 그동안 관심 없던 대상에 스마트폰을 대면 즐거운 경험이 일어나 인식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

4) 정서적 경험의 중요성-경험의 최종 목적지는 정서적 교감이어야

고객의 지갑이 열리는 순간은 사야 할 이유(reason)에다 사고 싶은 느낌(feeling)까지 들 때이다. 이유만 있다고 지갑이 열리진 않는다. 최종 결정은 정서적 느낌에 의해 좌우된다. 그만큼 경험에 있어 정서적 요소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정서 경험은 크게 10가지다. 필자는 그중 4가지가 요즘 시대에 특히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짜릿함, 해방감, 소속감, 군계일학이 그것인데 요즘 잘나가는 브랜드가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경험이다.

매번 똑같은 일상에 고객들은 지쳐 있다. 짜릿하고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허를 찌르는 경험을 원한다. 확률, 추첨, 복불복과 같은 불확실성 앞에 ‘즐거운’이라는 역발상적 수식어를 붙이는 시도가 필요하다. 갈수록 소비자들은 경쟁, 스트레스에 내몰리면서 답답한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한다. 요즘 여행이 대세인 이유다. 일상탈출을 도와주는 해방적 경험 제공이 필요하다. 소속감과 군계일학은 최근 들어 동시적 추구라는 측면에서 양면성을 보인다. 요즘 혼밥, 혼술 등 혼자 소비가 주목을 끄는데 혼자 소비로 끝나지 않고 SNS에 이를 공유하는 이중적 모습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오프라인에서 혼자 즐기면서도 온라인에서는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함께’와 ‘나만’을 공존시키려 하는 것. 함께하면서도 나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경험이 앞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이 될 것이다.

앞서 소개된 발전된 기술을 경험 마케팅에 활용하되 기능, 성능 기반의 이성적 이유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에게 ‘이거야’ 하는 감성적 느낌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고객과의 정서적 교감 없이는 허울 좋은 첨단기술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marnia@dgu.edu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여준상 교수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마케팅을 전공해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영학과 심리학을 접목한 경영심리학의 전문가로 소비자 심리와 행동, 브랜드 관리 등이 주요 관심 분야다. 2006년부터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 유수 기업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및 브랜드 관련 강의 및 자문을 하고 있으며 등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는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회사의 운명을 바꾸는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생각해볼 문제

1 지금까지 경험 마케팅은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기 ‘이전’의 순간에 집중돼 있었다. 상품 구매 ‘이후’의 순간에 경험 마케팅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2‘경험은 수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VR이나 AI 같은 기술들은 여전히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진다. 따라서 경험 마케팅을 어렵게 할 여지도 있다. IT 신기술에 ‘익숙함’이라는 요소를 융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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