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in Practice

신선한 재료, 윤리적 구매, 재활용 실천…고품격의 패스트푸드, 진정성을 선물하다

183호 (2015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멕시칸 음식점 치폴레(Chipotle) 1990년대 미국에서 번창한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의 선도자다. 패스트푸드라고 반드시 품질이 낮을 필요가 없고 음식 맛이 좋다고 비쌀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 ‘맛있으면서도 저렴하고, 빠르면서도 고품질인 음식을 내놓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신선한 재료를 고객들에게 내놓는 건 기본이고, 재료를 구매하는 방식에도 윤리적인 잣대를 도입했다. 항생제를 먹지 않고 자연방목으로 자란 동물의 고기만 사용하는 게 대표적 예다. 심지어 매장에 비치해 두는 냅킨까지 재활용 재질을 사용하는 등 환경보호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마디로 치폴레는진정성이 담긴 음식이라는 미션하에 모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편집자주

기업의 비전과 중장기 마스터플랜에 부합하는 CSR 활동을 전략적으로 수행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어떻게 CSR을 기업 전략과 융합했을까요. 세계 유수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전략적 CSR 활동에 대한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2015년 봄 대선 출마 선언 직후 멕시칸 음식점 치폴레(Chipotle)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치폴레는 서민적이면서도 건강하고 성장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부자, 엘리트라는 인상을 주는 힐러리 입장에선 친서민·친중산층 이미지가 필요한데, 그런 관점에서 이곳을 찾았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언론의 해석이다. 젊은 유권자층을 고려했을 것이란 해석도 있고, 히스패닉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심지어 <허핑턴 포스트> “2012년 대선 주자들도 이곳을 찾았다. 이제 치폴레는 백악관으로 가는 중요한 정거장이 됐다고 논평했다. 얼마나 대단한 식당이기에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걸까.

 

치폴레는 멕시코의 대표 음식인 브리토, 타코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상호는 스페인어로멕시코 고추를 구워 말린 양념을 의미한다. 멕시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단어를 들으면 침이 절로 고인다고 한다. 마치 우리가 동치미라는 단어에서시원함’ ‘’ ‘겨울’ ‘팥죽을 연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치폴레는 2015 1분기 매출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1년으로 치면 4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현재 매장은 1700개인데 조만간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중심으로 4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맥도날드의 매장 수(35000)나 매출액(280억 달러)에 비하면 아직 규모가 작지만 웰빙 트렌드를 타고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패스트 캐주얼을 만들다

식당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는 패스트푸드라고 한다. 아웃백 스테이크, TGI프라이데이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은 캐주얼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전자는 내가 줄서서 음식을 타가고, 후자는 서빙하는 사람이 내 자리에 와서 주문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객단가에서 차이가 난다. 전자는 5∼6달러, 후자는 15∼20달러선이다. 물론 유명 셰프가 요리하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도 있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패스트푸드와 캐주얼 레스토랑의 상식에 반기를 든 청년이 있었다. 스티브 엘스라는 이름의 젊은이는 대학 졸업 후 샌프란시스코의 레스토랑에서 2년 정도 근무했다. 그 과정에서 음식점에 대한 그만의 철학을 정립한다. 패스트푸드라고 해서 품질이 낮을 필요가 없고, 맛있다고 해서 비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존 상식과는 다른 이야기다. 어느 산업이건 새로운 장르는 이러한 식으로 탄생한다. 맛있으면서 저렴하고, 빠르면서 고품질인 음식. 그는 1993년 콜로라도 덴버에 첫 매장을 열었다. 그러면서 1990년대 미국에서 번창한 패스트 캐주얼의 선도자가 된다. 객단가는 8∼12달러 정도. 패스트푸드와 캐주얼 레스토랑의 딱 중간이다.

 

음식점의 매출액은 객단가와 회전율이 좌지우지한다. 객단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시작하면 결국 회전율이 승부처다. 얼마나 빨리 음식을 제공하는가가 관건이다. 맥도날드의 높은 회전율은 가공된 냉동식품을 데워서 주는 데 있다. 치폴레는 현장에서 손님이 주문하면 바로 만들어 준다. 그래도 맥도날드 못지않게 빠르다. 비결은 대량 맞춤화(mass customization). 하버드에서 서비스 경영을 가르치는 프랜시스 프레이 교수는 이를 치폴레의 핵심 경쟁력으로 설명했다.

 

대량 생산과 고객 맞춤을 동시에 실현하는 개념인 대량 맞춤화는 알고 보면 원리가 단순하다. 멕시칸 음식을 먹기 위해 치폴레에 들어서면 일단 밀전병, 옥수수전병, 빈 그릇 중 하나를 고른다. 그 다음 각종 고기, 야채, , , 소스 중 본인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면 점원이 신속히 담아준다. 사람마다 음식 취향이 다르지 않겠는가. 당연히 맞춤화가 된 것이고, 이를 신속하게 처리하니 대량 생산의 장점을 갖춘 것이다. 점심시간에 꽤 긴 줄이 서지만 고객들이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줄이 금방 빠지기 때문이다.

 

 

신선도를 뛰어넘어 윤리성까지 생각하다

신선하면 음식이 맛있기 마련이다. 맛의 차이만큼 가격도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주꾸미의 경우 제철이 아니면 먹지 못하는 생물은 2만 원, 냉동 후 녹여서 먹는 것은 1만 원 정도를 받는다. 치폴레도 초창기부터 재료의 신선함에 많은 신경을 썼고 여전히 신선하다.

 

신선한 재료를 제때 원활하게 구입하려면 납품업체를 자주 만나야 한다. 스티브 엘스도 그랬다. 그러다가 그는 미국 내에서 소비되는 돼지고기의 97%가 공장식 축산농장(factory farm)과 같은 끔찍한 환경 속에서 화학사료, 항생제를 먹으며 길러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1999년의 일이다. 자기 몸만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서 사육되는 가축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항생제를 주기적으로 투여하면 성장이 촉진된다. 항생제가 영양분 흡수를 돕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두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다. 물론 이유와 명분은 있다. 가축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축산농장을 통하면 고기 가격이 떨어진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가처분소득의 18%를 음식값으로 썼는데 이 비중이 2010년에 9%로 떨어진 것도 가격인하 덕분이라는 것이다. 20세기 논리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21세기 논리와는 거리가 있다. 이제는 제대로 된 환경에서 사육되는 가축, 대규모 농장주가 아닌 시골농부 한 가족 한 가족과의 관계, 환경보전이 훨씬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시대다.

 

치폴레는 신선도를 뛰어넘어 윤리적인 방식으로 구매를 전환하기로 했다. 우선 항생제를 먹지 않고 자연 방목으로 자란 동물의 고기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심지어 잠자리도 짚이 높게 쌓인 헛간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다보니 축산농장이 아닌 주변 농가로부터 재료를 공급받아야 했다. 치폴레의 생각에 동의하는 농가를 중심으로 공급사슬(supply chain)을 새롭게 구성했다. ‘진성성이 담긴 음식(food with integrity)’이라는 유명한 미션도 이때 제정됐다.

 

이제는 제대로 된

환경에서 사육되는 가축,

대규모 농장주가 아닌

시골농부 한 가족 한 가족과의 관계,

환경보전이 훨씬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시대다.

 

 

진정성이 담긴 음식

마케팅 전문가는 무엇을 전달할지 못지않게 어떻게 전달할지도 중요하다고 한다. 치폴레는 광고비를 거의 쓰지 않는다. 몇 해 전 통계에 따르면 맥도날드가 광고비 100원을 쓸 때 치폴레는 6원 정도 쓴다. 그래도 많은 고객들은 치폴레의 미션에 열광한다. 흔히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치폴레는 매장 곳곳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음료수를 담는 컵을 보자. 단어들이 빽빽이 나열돼 있다. 자세히 보니 문장이다. 뭐라고 쓰여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어떤 레스토랑이 자연에서 방목해 기른 고기만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가격도 비싸고, 그러한 고기를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죠.하지만 우리는 그들이치폴레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식재료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냅킨은 어떠한가. “이 냅킨은 90% 재활용되고 표백되지 않은 종이로 만들어졌습니다. 전생에 전기료 명세서 또는 주차 티켓일 수 있어요.” 환경보호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설명한다. 고객이 마케팅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고도화된 전략을 구사한다.

 

항상 좋았던 건 아니다. 2013년 미국에선 GMO (유전자 변형 식품)에 관한 논쟁이 뜨거웠다. 치폴레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식재료의 대부분이 GMO라는 소식이 전해진 탓이다. GMO란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생물 고유의 유전자를 조작한 것으로, 제초제에 강한 쌀, 단백질이 풍부한 콩, 강추위를 견디는 옥수수, 잘 무르지 않는 토마토 등이 대표적이다. GMO가 나쁜지 좋은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학자는 GMO는 안전하고 영양도 풍부하다고 말하지만, 어떤 학자는 식품의 유전적 요소가 부자연스럽게 변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어쨌든 치폴레 수준의 음식점이라면 GMO 여부는 식재료별로 표시해야 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목소리가 컸다. 여론을 따랐다. 2013 7월 식재료별로 GMO 라벨을 붙였고 이후 줄여나갔다.

 

2014년 말 기존 공급업체 중 치폴레의 규칙을 지키지 않은 농장이 발견됐다. 무관용 원칙(no tolerance policy)을 따랐다. , 문제가 있었음을 외부에 알리고, 600개 매장에서 돼지고기 메뉴 판매를 중단했다. 전체 매장의 3분의 1에서 돼지고기 메뉴가 사라졌으니 큰일이었음에 틀림없다. 문제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치폴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진정성의 핵심은 정직이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물 복지의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고 패스트 캐주얼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치폴레. 2015년 봄, 식품 및 유통업계의 거인들도 치폴레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맥도날드는 무항생제 대열에 동참했다. 우선 닭이다. 2017년까지 항생제를 먹여 키운 닭은 더 이상 취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곧바로 코스트코도 화답했다. 시장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을 따른다. 소비자가 구매를 거부하면 유통점은 취급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맥도날드류의 패스트푸드를 거부하고 있다. 이들을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건강을 추구하는 트렌드에 동참하기 위해 건강 야채의 대명사인 케일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케일이 들어간 샐러드, 스무디 등이 전략 상품으로 부상했다. 물론 겉모습을 따라한다고 속까지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치폴레는진정성이 담긴 음식이라는 미션하에 식자재 구매부터 마케팅 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측면에서 수미일관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명확한 미션 없이 겉만 따라 해서는 치폴레가 이룬 성과를 쉽게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걸 기업들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

 

 

신현암 삼성경제연구소 자문역 gowmi123@gmail.com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성균관대에서 박사(경영학) 학위를 받았다. 제일제당에서 SKG 드림웍스 프로젝트를 담당했고, CJ엔터테인먼트에서 근무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및 사회공헌실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브랜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공저)> <잉잉?윈윈!>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