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형 코마코 국장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코믹한 광고로 단순한 재미를 넘어 제품의 매출 신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창의적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급변하는 소비자의 트렌드는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이 같은 물음에 대한 권덕형 코마코 국장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1) 유머러스한 광고일수록 간과하기 쉬운 제품과 광고 콘셉트의 ‘적합성(relevance)’을 반드시 확보하라.
2)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끈기 있게 따라가며 기다려라.
3) 소비자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부터 들여다보고 주변을 민감하게 살펴라.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연아(한성대 산업공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말 그대로 ‘뜬금없는 광고’였다. 수십 년간 똑같은 검은 재킷을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며 “의리!”를 외치던 배우 김보성이 자신의 이미지와 쉽게 연결되지도 않는 비락식혜 광고에 등장한다. 유일한 연결고리는 하나. 식혜가 전통의 건강음료니까 “우리 몸에 대한 의리”로 다른 음료 대신 식혜를 먹으라는 거다.(QR코드 1) 광고 내내 ‘의리’의 김보성식 발음 ‘으리’를 응용한 언어유희가 넘쳐난다. “전통의 맛이 담긴 항아‘으리’” “‘으리’집 ‘으리’ 음료” 등이 아예 자막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별다른 맥락 없이 등장한 광고 한 편은 현재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패러디가 넘쳐나고 있다. 본래 개그프로그램 등에서 소재로 쓰이면서 이미 유행하고 있었지만 이 광고가 불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사람들은 가능한 모든 단어에 ‘으리’를 넣어 재구성하고 있다. 예를 들면 ‘premium’이라는 단어는 ‘프으리미엄’으로, ‘creative’는 ‘크으리에이티브’로 표기하는 식이다. 단지 광고만 인기를 얻은 게 아니다. 광고하는 제품, 비락식혜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QR코드 1
비락식혜를 만드는 팔도에 따르면, 지난 5월7일 광고를 처음 공개한 이후 같은 달 31일까지 총 540만 개 이상의 제품이 판매됐다. 전년 동기 대비 35% 이상 신장한 수치다. 광고 전후 25일간을 비교해보면 판매량 증가는 더욱 극적이다. 광고를 시작한 이후 전체 판매량은 광고 전보다 38.5% 늘었다. 할인점에서는 104.4%, 편의점에서는 51.9% 뛰었다.1
이 광고는 대기업 계열 거대 광고기획사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진 코마코(KOMACO)에서 기획·제작했다. 그런데 코마코는 지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광고, 베가 아이언 광고 패러디 ‘왕뚜껑’ 광고(QR코드 2)를 만든 회사다. 당시 왕뚜껑은 초여름에 광고가 론칭된 이후 광고노출 전 3개월 대비 30%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왕뚜껑과 비락식혜. 두 제품 모두 장수 브랜드지만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일종의 ‘부활’을 만들어냈다. 2년 연속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광고로 장수 브랜드의 부활을 이끈 코마코의 권덕형 국장을 DBR이 만났다.
QR코드 2
Choi Hoon-Seok
권덕형 코마코 국장(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은 1997년 카피라이터로 광고계에 입문했다. 애드벤처(현 JWT애드벤처), 에이블리, MBC애드컴 등을 거쳐 현재 코마코에서 일하고 있다. 포스코의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GS칼텍스의 ‘착한 기름 이야기’ 등의 캠페인에 참여했고 지난해 서울영상광고제 TV CF Awards를 받은 왕뚜껑 ‘단언컨대’ 광고와 올해 한국광고협회 선정 월간 베스트 광고에 오른 비락식혜 ‘의리’ 편을 만들었다.
광고가 크게 성공했다. 특히 광고한 제품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성공을 실감하는지.
이미 판매량 신장률 등은 보도가 많이 됐다. 광고를 만든 사람으로서 기쁜 일이다. 원래 광고 목표가 비락식혜라는 전통 음료를 젊은 사람들이 먹게 하자는 것이었는데 어느 정도 달성된 듯하다. 유튜브 조회수도 광고 론칭 후 3일 만에 100만 건이 넘어갔고 한 달 만에 약 290만 뷰를 기록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조회수도 조회수지만 로그인을 해야만 클릭할 수 있는 ‘좋아요’ 수가 특히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게 2만3000건이다. 최근 히트했다고 하는,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다고 하는 다른 회사 광고의 경우 ‘좋아요’ 클릭 수가 5000건 수준이었다. 또 매출이라는 측면을 봐도 의미가 있다. 광고만 뜨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 광고는 물론 손쉽게 사 마실 수 있는 식음료 제품인 이유도 있지만 ‘나도 한 번 사먹어야지’라는 생각이 소비자들, 특히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 확산된 걸 알 수 있다. 광고 자체를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또 한 번 봐야지’라고 하는 경우는 많아도 이렇게 곧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페이스북 등 SNS에 “나 이거 오늘 사마셨다. 김보성에 대한 의리!”라고 올리는가 하면 단체로 편의점에서 식혜를 사마시고 ‘인증샷’을 올리기도 하더라. “보성 형님에 대한 의리를 지키자”라고 글을 쓰면서 말이다. 이런 식의 반응은 그동안 다른 식음료 광고에서는 볼 수 없던 현상이다. 난 이런 게 의미가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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