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튼 스쿨이 뽑은 8가지 위대한 비즈니스 아이디어

11호 (2008년 6월 Issue 2)


와튼 비즈니스 플랜 대회(Wharton Business Plan Competition)가 처음 시작된 10년 전, 많은 사업 아이디어의 중심에는 인터넷이 있었다. 물론 이는 닷컴 버블이 붕괴하고 ‘뉴요커’지의 논객 존 캐시디(John Cassidy)의 표현대로 많은 닷컴 기업이 닷컴 사기꾼에 불과했다는 환멸이 찾아오기 전의 일이다.

지금도 인터넷은 창업과 성공의 중요한 동력이다. 하지만 웹에 작은 공간 하나를 차지하는 것이 곧바로 성공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이번 와튼 비즈니스 플랜 대회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겨룬 학생들이 관심을 보인 새로운 유망 업종은 보건 의료 분야였다. 특히 의약, 기초과학, 인간 게놈 분야는 물론 여러 질병의 새로운 치료법을 밝혀낼 것으로 기대되는 유전공학을 결합한 생명공학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학생이라면 모두 참가할 수 있는 와튼 비즈니스 플랜 대회는 와튼 기업가 프로그램(Wharton Entrepreneurial Program)의 주관으로 1년에 걸쳐 진행된다. 매년 가을 수백개 팀이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정리한 문서를 제출하고, 늦은 봄에 이중 우수한 사업 아이디어를 낸 25개의 준결승 진출팀이 가려진다. 여기서 다시 사업 계획에 근거해 8개의 결승 진출팀이 뽑힌다. 1, 2, 3위 입상 팀은 2만 달러의 상금과 함께 변호사 및 회계사에게 사업 자문을 구할 수 있는 특전을 받는다.
 
벤처 파이널(Venture Final)은 1년 내내 진행되는 이 비즈니스 플랜 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행사다. 올해 벤처 파이널에 진출한 8개 팀 중 무려 5개 팀이 사람들이 오랜 시간 고통스럽지 않게 살 수 있게 해주는 사업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절단 수술 환자의 절단 부위와 보철 사이에 삽입하는 패드처럼 단순한 아이디어부터 정확한 암 진단과 치료를 위해 미립자인 나노 분자를 이용하는 복잡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내용도 각양각색이었다.
 
이외에도 손상된 무릎 연골을 대체하는 젤, 일반적 형태의 실명을 막아주는 약, 세균 박멸제로 호흡기를 감싸는 처치법, 종양 성장을 중단시키는 의료기구 등의 아이디어가 있었다. 올해 결승 진출자들의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준 아이디어로는 특허 출원 신청을 돕는 소프트웨어와 한 번의 전기 자극으로 창문에 색을 입히는 기술이 있었다.
 
이번 벤처 파이널에서는 4명의 심사위원들이 10분간 각 팀의 프리젠테이션을 듣고 10분간 질의 면접을 한 후 결승 진출팀을 선발했다. 심사위원은 카디널 파트너스(Cardinal Partners), 웨스턴 프레시디오(Weston Presidio), 쉐링 플라우(Schering Plough), 펠리시스 벤처스(Felicis Ventures) 등에서 나온 투자 전문가와 와튼 스쿨 졸업생으로 구성됐다.

이제부터 알파벳 순으로 올해 결승 진출 8개 팀의 사업 아이디어를 간단히 소개한다. 본 기사의 말미에 밝히겠지만, 어느 팀이 우승을 차지했는지 한번 맞춰보기 바란다.(미리 보지 말 것.)
 
크리에이티브 필름(Creative Film)
자동차나 항공기의 창문 색깔이 한 번의 전기 자극으로 변한다고 상상해보자. 가정이나 사무실 창문에 햇빛이나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블라인드가 따로 필요 없다면 어떨까? 이 창문은 한 번의 전기 자극으로 투명해지기도 하고 불투명해지기도 한다. 크리에이티브 필름 팀은 액정 기술을 이용한 ‘전기광학’ 필름으로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와튼 MBA 학생인 이 팀의 리더 리우웬 듀안(Li-uwen Duan)은 “마술 같은효과에도 불구하고 이 필름은 제조 비용이 저렴하며 작동하는 데 전기가 많이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 이 필름은 불투명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전기를 계속 공급할 필요가 없다. 처음의 전기 자극이 스위치 구실을 하기 때문에 다시 전기 자극을 주기 전까지는 투명한 상태든 불투명한 상태든 창문은 그대로 유지된다. 보잉의 드림라이너 제트기나 마이바흐의 고급 승용차와 같은 하이엔드 기종들은 현재 이와 유사하지만 훨씬 고가의 기술을 창문에 도입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필름 팀은 이 틈새를 공략해 전기광학 필름의 대중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 팀은 차창과 선루프 등에서 이용 수요가 많은 자동차 업계에 이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젤로매트릭스(Gelomatrix)
베이비 붐 세대가 쓰러지고 있다. 이것이 젤로 매트릭스에게는 엄청난 기회로 작용한다. 베이비 붐 세대, 그들의 활동적인 자녀들, 그리고 나이 든 부모들은 무릎 연골을 다치는 일이 많다. 이 경우 그들은 힘든 선택을 해야 한다. 조깅이나 스키처럼 무릎에 부담을 주는 운동을 중단하든지, 아니면 회복이 더디고 성공을 장담할 수도 없는 연골 교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젤로매트릭스 팀은 기존 인공 연골을 대체해주는 젤을 만들겠다고 한다. “연골을 다친 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회복이 빠르고 원래의 활동적인 생활로 돌아가게 해주는 안전한 수술입니다.” 팀의 리더인 위 시옹 고(Wee Siong Goh)의 말이다.
 
젤로매트릭스의 젤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액체 형태의 이 젤을 무릎 관절에 주입한 후 자외선 광으로 굳어지게 만든다. 회복 기간은 기존 수술에 필요한 1년에 비해 훨씬 단축된 34개월이다. 젤로매트릭스의 기술은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제이슨 버딕(Jason Burdick) 교수의 연구실에서 개발했다.

이노바 머티리얼스(Innova Materials)
알렉스 미탈(Alex Mittal)과 프리양카 아가월(Priyanka Agarwal)은 온두라스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면서 자신들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을 위해 급수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설사 물을 공급해도 식수로 쓰기에 부적합할 수 있음을 알았다. 이 두 공학도는 플라스틱 파이프 내부에 영구적으로 미생물이 번식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몇몇 동기와 팀을 구성해 저렴한 비용으로 플라스틱에 미생물 번식을 막아주는 물질을 장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팀원인 아르준 스리니바스(Arjun Srinivas)는 팀이 고안한 방법의 원리를 ‘과자 반죽에 초콜릿 칩을 넣는’ 것에 비유했다. 인레이(Inlay)라 불리는 이 방법은 방향 물질과 바이오센서 등을 포함한 많은 물질을 장착할 수 있다. 제품의 상품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노바 팀은 미생물 방지 물병과 수화 용기 등을 제조할 계획이다.
 
아이세라퓨틱스(iTherapeutics)
65세 이상의 사람들은 약 5명 중 1명꼴로 노인성 황반변성을 앓고 있다. 이 병은 눈의 초점이 차츰 흐려져,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실명에 이른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안구 뒤에 영구적인 상처를 남기므로 원상 복구가 불가능하다. 환자의 실명을 막으려면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아이세라퓨틱스 팀은 최근 발견된 생물학적 방법을 통해 노인성 황반변성의 진행을 막는 약품을 개발했다. 유전자가 실명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 아이세라퓨틱스의 약품은 ‘최첨단 RNA 간섭(RNAi)’이라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용했다. 두 미국 과학자는 RNAi 발견의 공로로 2006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아이세라퓨틱스 팀은 자연적인 RNAi 과정을 조작함으로써 황반변성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노인성 황반변성과 관련된 유전자 중 하나에 이와 같은 처치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프로테자(Proteza)
다리를 잃은 사람을 걷게 한다는 점에서 보철은 일종의 기적과 같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고, 사용자에게 고통과 압박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 프로테자의 스마트삭(SmartSock)은 편안한 보철 장착을 통해 보철 사용자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팀의 리더 크리스타 아이롤라(Chrysta Irolla)에 따르면, 미국 보철 사용자들의 55%가 보철 때문에 매일 고통과 불편을 경험하고 있다.
 
스마트삭은 환자의 절단부 말단을 덮어주는 패드가 들어있는 땀 흡수용 양말, 압력 센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세 가지로 만들어져 있다. 센서와 마이크로프로세서는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양말의 부피를 변화시켜 지속적으로 편안함을 제공한다.
 
아이롤라는 “이라크에서 참전자들이 돌아오고, 인구 노령화가 더 빨라지며, 더 많은 사람들이 당뇨병에 걸리면서 미국에서 보철 사용자가 겪는 고통은 더욱 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당뇨병에 시달리는데 당뇨병이 초래한 혈액 순환 문제로 사지를 절단할 수도 있다.
 
섹스탄트 IP(Sextant IP)
특허권은 금이다. 특허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는 당신의 사업이 호황을 누리느냐, 아니면 경쟁사가 자사 제품을 모방할까 끊임없이 걱정해야 하느냐의 차이를 가늠하는 결정적 요소다. 그러나 특허권 취득에는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섹스탄트 IP는 바로 이 특허 취득 절차를 한결 쉽고 빠르게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MBA 지원자인 팀의 리더 한 쉔(Han Shen)은 “우리의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의 특허 검색 시간을 50% 단축해준다. 엄청난 시간 절감을 의미한다. 시중에 특허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돕는 소프트웨어가 많지만, 이들은 유사 및 경쟁 기술을 집중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검색해주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섹스탄트의 데이터 검색은 특허 분석에서 흔히 나타나는 장애를 해소해준다. 즉 변호사나 발명가가 초기 검색을 할 때 부딪히는 방대한 데이터 출력 문제를 개선시켜준다. 이외에도 섹스탄트는 특허권 취득 절차를 빠르게 돕는 여러 가지 툴을 제공한다.

솔리시아(Solixia)
방사성 원자의 작은 집합인 솔리시아의 핫닷(HotDot) 나노 분자는 방사선이 종양에 정확하게 도달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종양에 대한 방사선 전달과 종양 탐지율을 높여 준다. 솔리시아는 재료 공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팀원 브라이언 스미스(Brian Smith)가 펜실베이니아 및 필라델피아의 폭스 체이스 암 센터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고안한 이 기술을 상업화할 계획이다.
 
솔리시아의 첫 영상 보조물은 유방과 난소의 종양 치료에 도움을 준다. 핫닷 기술은 다른 암에도 적용이 가능한데다 CT 촬영기 등 기존 의료기기를 통해서도 방사선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시장 진출을 더욱 용이하게 만든다.
 
스미스는 “다른 기술과 비교할 때 우리의 기기는 유방 종양에 기존보다 10배나 많은 방사성 물질을 전달할 수 있다. 원자 집합으로 크기를 줄일 수 있고, 크기가 작다는 장점 때문에 종양 투과율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울트라소닉(Ultrasonic)
울트라소닉은 암 세포를 고사시키고자 한다. 울트라소닉의 의료기기는 저주파 초음파를 이용해 주변의 정상 혈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암 세포의 혈관을 붕괴시킨다. 울트라소닉의 요법에 따라, 마이크로 기포가 환자의 혈류에 주입된다. 기포가 종양에 도달하면, 초음파가 기포를 자극하여 혈류를 줄인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 방법으로 종양 혈류가 8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술은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방사선학 교수 찬드라 세갈(Chandra Sehgal)의 연구실에서 탄생했다. 울트라소닉은 먼저 간암 치료에 이 기술을 도입할 생각이다. 간암 세포는 피부 조직과 가깝고 혈액 공급이 많아 이 기술을 적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팀원인 다르샨 프라부(Darshan Prabhu)는 “우리는 암 세포의 공급 구조를 제거하고자 한다. 정상 혈관은 이 요법에 취약하지 않으므로 손상되지 않는다. 아직까지 이렇게 효과적인 기술은 나타나지 않으므로 수요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계획을 현실로
2008년 벤처 파이널의 우승팀 누굴까? 영광을 차지한 팀은 솔리시아다. 이 기술을 고안한 브라이언 스미스와 팀원 아이린 수잔티오(Irene Su-santio)는 상금 2만 달러와 함께 부상으로 전문가의 자문을 부상으로 받았다. MBA 졸업반 학생인 이 둘은 졸업 후 솔리시아에 전념할 계획이다. 수잔티오는 “우승을 통해 이 사업에 대한 초기 자본 투자를 유치할 기회를 얻었다”고 기뻐했다.
 
스미스와 수잔티오는 학교 동기이기도 하지만 학교 바깥에서도 인연이 있다. 스미스의 매부는 필라델피아에서 활동하는 지적 재산권 전문 변호사다. 와튼 스쿨에 입학하기 전 엑손 모빌에서 화학공학자로 일한 수잔티오는 이 사업에 대한 개인적 관심 때문에 스미스의 매부를 만난 적이 있다.
 
스미스와 수잔티오는 이미 솔리시아를 법인화했고 필라델피아를 사업 본거지로 삼을 계획이다. 둘은 현재 학생들의 창업 산실인 와튼 벤처 창업 과정(Wharton Venture Initiation Program)도 수강하고 있다.
 
2위는 플라스틱에 미생물 번식을 막는 물질을 장착하는 기술을 발견한 이노바 머티리얼스가 차지했다. 이노바 팀원들도 1만 달러의 상금과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 이들은 또한 최고의 대학생 팀으로 뽑혀 프레데릭 H. 글로에크너 상(Frederic H. Gloeckner Award)과 상금 3000달러를 받았다. 게다가 또 다른 상금 3000달러가 제공되는 피플즈 초이스 상(People’s Choice Award) 수상자로도 뽑혀 경사가 겹쳤다. 솔리시아 팀과 마찬가지로, 이노바 팀의 몇몇 팀원은 그들의 사업 아이디어로 벤처 기업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결승이 끝난 후, 8개의 결승 진출팀은 그들의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2분간 짤막한 발표를 했다. 벤처 파이널 심사위원단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동안 수 백 명의 관객들은 그들의 발표를 듣고 우승자를 가리는 투표를 했다.
 
3위는 팔이나 다리를 절단한 환자를 위한 스마트삭을 개발한 프로테자에게로 돌아갔다. 프로테자는 상금 5000달러와 전문가의 자문 특전을 제공받았다.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아이롤라는 졸업 후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보철학 석사 과정을 공부할 예정이다. 아이롤라 역시 자신의 사업 계획을 실현하고 싶다는 당찬 희망을 밝혔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