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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광역자치단체 슬로건 평가

철학, 가치 반영하면 고객은 절로 고개 끄덕인다

여준상 | 134호 (2013년 8월 Issue 1)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상지(KAIST 경영공학 석사 과정), 임채범(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임승희(서강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슬로건(slogan)정치인이나 대통령 후보를 홍보하는 데 쓰이는 문구 또는 소비자의 구매행동을 촉구하고자 기업이 광고에 반복해서 사용하는 강조구나 요약된 문장을 말한다. 반복사용으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읽고, 말하고, 외우기 쉬워야 하며 리듬감이 있고 인상적이면서도 뜻을 이해하기 쉬운 것이 좋다.1  많은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런 슬로건을 만들어 외부와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최고의 기업들과 광역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일부의 슬로건은 아직 미흡한 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DBR은 국내 네이밍과 슬로건 전문가 20명에게 매출액 기준(2012) 국내 30대 기업과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슬로건을 평가해 달라고 의뢰했다. 설문조사는 전문가 20명이 각 슬로건마다 10점 척도로 점수를 준 뒤 베스트(Best) 슬로건과 워스트(Worst) 슬로건을 각각 3개씩 뽑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조사방법은슬로건 평가 설문조사 방법참조)

 

설문조사 결과, 기업 중에서는 GS칼텍스의 ‘I am Your Energy’, LG전자의 ‘Life’s Good’, 삼성생명의사람, 사랑 그리고 삼성생명에 대한 평가가 가장 좋았다. 반면 에쓰오일의고객님이 다시 찾고 싶은 기분 좋은 에쓰-오일’, 한국가스공사의고객과 함께하는 Global KOGAS’, 한국전력공사의 ‘New Start, Again KEPCO’는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지자체 중에서는 전라남도의녹색의 땅 전남’, 충청북도의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 서울특별시의함께 만드는 서울, 함께 누리는 서울에 대한 평가 점수가 가장 높았다. 그러나 경상남도의 ‘Feel Gyeongnam’, 울산광역시의 ‘Ulsan for You’, 대전광역시의 ‘It’s Daejeon’은 가장 좋지 않은 슬로건으로 꼽혔다.

 

 

 전반적으로 기업에 비해 지자체의 슬로건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다. 30개 기업 중 슬로건이 없는 기업을 제외한 조사 대상 23개 기업들의 슬로건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5.66점인 반면 지자체들의 슬로건 평균 점수는 4.98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 쪽에서는 상위 3위까지 7점 이상을 받은 반면 지자체는 1위인 전남의 슬로건이 7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6.35점이었다. 기업 쪽의 최하점을 받은 곳은 가스공사와 한전으로 두 곳 모두 4.05점을 받은 반면 지자체 쪽에서는 광주광역시, 경상남도, 울산광역시, 대전광역시 등 4곳이 4점 미만의 점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척도의 성격상 5점 이하는 부정적 평가(bad) 구간, 5점 초과는 긍정적 평가(good) 구간이라고 볼 수 있는데 16개 지자체의 평균 점수는 부정적 평가 구간에 있는 반면 30대 기업은 긍정적 평가 구간에 들었다.

 

이에 더해 조사 대상 23개 기업 중에서도 공적인 성격의 기업(지배구조상 정부/공공기관 소유)인 우리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농협중앙회, LH공사, 한전, 가스공사 등 7개 기업의 슬로건에 대한 평가 평균 점수는 4.68점으로 집계됐다. 오히려 지자체의 평균 점수보다도 낮다. 반면 16개 순수 민간기업의 평균치는 6.08점이었다. 기업 중에서는 8개 기업이 5점 이하 구간에 위치한 반면 지자체 중에서는 무려 절반에 가까운 7곳이 5점 이하 구간에 위치해 있다.

 

민간기업 슬로건은 기업 철학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려는 노력이 비교적 잘 나타나고 있는 반면 지자체 또는 공적인 성격의 기업은 기관의 철학이 잘 드러나지 않고 의미성이 떨어지는 단어의 단순 조합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슬로건들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간결하면서도 그 기업의 철학(미래에 나갈 방향 or 비전)을 정확히 반영하는 슬로건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은 촌철살인과 같은 슬로건, 간결하면서도 의미성이 풍부해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하는 슬로건을 만들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결국 의미성이 풍부한 몇 개 단어만으로 간단명료하게 표현하는 것이 슬로건 작성의 핵심인 것이다.

 

 

 기업 - 간결, 함축, 기억용이성이 키워드

좋은 점수를 받은 슬로건의 개별 평가에 등장하는 키워드는 간결과 함축, 기억용이성이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5개 기업인 GS칼텍스, LG전자, 삼성생명,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는 7점 이상이거나 7점에 가까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광고 노출 때 슬로건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광고 맨 마지막 컷에 해당 슬로건을 시각 또는 청각적(징글을 입혀서)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빈번한 광고노출에 따른 슬로건 친숙성 효과가 개입됐을 개연성이 높다.

 

6점대 평가를 받아 6위와 7위에 각각 오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순수한슬로건 창작효과가 잘 나타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들은 B2B 기업이어서 여느 소비재기업처럼 일반인들이 광고를 통해 이들의 슬로건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소비재기업들을 제치고 좋은 성적을 받은 것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You Dream, We Display(LG디스플레이)’ ‘Display beyond Imagination(삼성디스플레이)’은 둘 다 비교적 간결하면서도 디스플레이 기업으로서의미래추구가치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매출액 기준으로 기업 랭킹 1위와 2위인 삼성전자와 SK에너지는 공식적인 슬로건이 없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창립 43주년 기념식에서 권오현 부회장이 “Aspirational 브랜드로 도약하자고 말하긴 했으나 아직 슬로건은 없는 상황이다. 광고에 많이 사용했던또 하나의 가족이나 ‘How to Live Smart’ 등은 공식 슬로건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슬로건이 없는 이유에는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만드는 기업의 특성상 통합적인 메시지 도출이 어렵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에너지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ASK Innovation’이라는 슬로건이 있으나 SK에너지는 자체적인 공식 슬로건은 없다고 밝혔다. 일부 소비자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생각이 에너지다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포스코는세상의 베이스가 되다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최근에 새로 도입했다.

 

 

 

자치단체 - 영문 슬로건을 피하라

지자체는 5점을 초과하는 점수를 받아 긍정적 평가 그룹에 있는 9개 지자체와 5점 이하의 점수를 받아 부정적 평가 그룹에 있는 7개 지자체의 특성이 명확히 구분된다. 긍정적 평가 그룹은 대구광역시와 제주도만 영문 슬로건일 뿐 나머지 7개 지자체는 한글 슬로건이다. 경기도는 한글과 영어를 병기했다. 반면 5점 이하를 받은 7개 지자체의 슬로건은 모두 영어로 돼 있다.

 

이는 슬로건을 한글로 표현하는 것이 그 지역의 정체성 또는 특성을 표현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업과 달리 지자체는 미래가치 추구를 어려운 영어를 사용하면서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그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쉬운 한글 표현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지역만의 독특한 특성을 한두 개 영어 단어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구광역시의 ‘Colorful Daegu’는 예외다. 영문 슬로건이지만 colorful이라는 단어가 섬유, 패션산업 특성화 도시라는 대구의 특성 또는 아이덴티티를 함축적으로 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Colorful Daegu에 대한 평가 중에는너무 추상적또는수식어 한 단어를 쓴 멍청한 슬로건이라는 혹평도 일부 있었다.

 

영문으로 된 하위 7개 지자체 슬로건의 특징은 우선 지나칠 정도로 단순한 영문 슬로건이라는 점이다. 지역 명칭과 함께 거의 한 단어로만 표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 명칭 앞 또는 뒤에 한두 단어가 추가된 형식이다. 둘째, 지역 명칭과 함께하는 영어 단어의 무의미성을 들 수 있다. 마치 어느 한 업체에서 단체로 지자체 슬로건을 제작한 것과 같은 느낌까지 든다. 유행처럼 자기만의 색채가 없이 천편일률적인 단순 패턴을 보이고 있어 민간기업들의 다양한 슬로건 패턴과 대비된다.

 

다만 지자체들은 향후 한글-영어 병용 슬로건을 고려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야 하기에 현재의 한글 슬로건을 영문 슬로건으로 변환, 병용하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경기도의 한글-영어 병용 전략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박상훈 코블리스 대표는 슬로건을 만들 때첫째, 기업이나 단체가 그 기업이나 단체의 이해당사자와 일정 기간 커뮤니케이션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는지, 둘째, 쉽고 함축적이며 간결해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지, 셋째, 다양한 미디어 매체에서 언어적, 그리고 시각적인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marnia@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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