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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철 박사의 마케팅 코칭

낯섦+공감대: 히트를 부르는 매직워드

신병철 | 132호 (2013년 7월 Issue 1)

 

 

편집자주

마케팅은 이론과 실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통찰력 분야를 연구해 온 신병철 스핑클그룹 대표가 마케팅, 소비자행동, 인지심리학 분야의 주요 연구 80편을 기초로 이론과 실무 간 단절 고리(broken linkage)를 찾아내 양자를 이어주는 마케팅 코칭을 시작합니다. 복잡하고 때론 이해하기 힘든 학문적 연구들을 실제 마케팅 상황에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지난 100년간 소비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아이디어 중 중요한 몇 가지는 스티브 잡스에서 시작됐다. 스티브 잡스가 한 일은 무엇인가? 그는 한 인터뷰에서새로운 것을 만든 적은 없고 다만 3가지에 집중했다고 술회했다. 첫째, 밖으로 나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탐색하고(search) 둘째,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해(discover) 셋째, 그것들을 새로운 기준으로 연결(combine)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가 만든 결과물들을 살펴보면 스티브 잡스의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그가 1985년 출시한 매킨토시 컴퓨터는 제록스에서 운영하고 있던 GUI(Graphic User Interface) 기능을 애플2 컴퓨터와 연결한 것이었고, 아이팟은 매킨토시의 UI UX MP3플레이어에, 아이폰은 아이팟의 기능에 전화 기능을 각각 연결한 것이다. 그야말로 밖으로 나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탐색하고, 발견하고, 연결한 결과물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내용을 연결하는 게 창조경제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연결이 의미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낯섦과 공감대가 만나는 곳에 핵심이 있다. 낯설기만 해서도 안 되며 공감대만 있어도 안 된다. 둘 다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같이 있을 때 소비자들은 비로소 놀라움을 느끼고 정보처리를 시작한다.

 

낯섦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낯설고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다른 것에 주의를 더 기울인다. 이는 인간행동에 있어서 대원칙이다. 다르면 한번이라도 더 보게 되고 더 생각하게 된다. 다르면 놀라움이 증가하고 정보처리가 늘어나 결과적으로 선호도가 높아진다.왜 그럴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인간의 정보처리 관점에서 살펴보는 게 효과적이다. 사람은 최소의 노력을 통해 최대의 효과(minimum efforts, maximum utility)를 얻으려 한다. 이것이 사람의 인지자원 사용에 대한 대전제다.1  다르지 않으면 최소한의 노력도 들이지 않는다. 다르지 않으면 생각할 필요가 없고 기존 정보를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소비자 행동을 설명해 주는 가장 간결하고 강력한 법칙이다. 들이는 것은 조금만 들이고, 얻어내는 것은 많이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이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기억체계와 유사하다면 정보를 처리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기존의 기억체계와 달라야 생각하기 시작하고 기억하게 되며 호감을 갖게 된다.

 

공감대

 

하지만 낯섦만 줘서는 곤란하다. 낯섦과 반드시 같이 있어야 할 단어가 공감대다. 이것이 없으면 들뜬 공과 같아서 이상한 것으로 비쳐진다.

 

2002 7월 아주 특별한 제품이 시장에 나왔다. 이름 하여즉석 보신탕이다. 모 업체가 개고기연합회와 공동으로 컵라면처럼 개고기를 1회용으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즉석 보신탕을 시도했다. 이 업체는 컵라면처럼 물만 넣으면 되므로 기존의 충성고객의 구매빈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고 이들을 통해 구전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많은 소비자에게 접촉빈도를 높임으로써 수요 기반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까지 봤다. 즉석 보신탕의 결과는 어땠을까? 시장에서 제대로 빛도 보지 못한 채 끝나 버렸다. 이 제품의 아이디어를 여러 사람에게 질문해 봤다. 답변은 한결같았다. “사발면처럼 먹기는 좀 그렇잖아…” 공감대의 실패였다. 아주 색다른 아이디어였지만 소비자의 공감대를 얻는 데 실패했다.

 

공감대를 얻지 못해 실패한 제품과 아이디어는 부지기수이다. 너무 특이해서 공감대를 못 얻으면 소용이 없다. 차별화를 한다는 건 낯섦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낯섦이 소비자의 마음에 침투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감대를 획득해야 한다. 낯설지만 공감 가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낯섦과 공감대 효과의 이론적 설명

 

왜 낯설고 공감 가는 내용이 만나면 놀라움을 유발하고, 정보처리 양이 증가하며, 선호도가 높아질까? 크게 봤을 때 2가지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Collin and Loftus(1975)의 활성화 확산 모형(Spreading Activation Model)2 이고, 다른 하나는 Mandler(1982)의 중간불일치 가설(Moderately Incongruity Hypothesis)3 이다.

  

1) 활성화 확산 모형(Spreading Activation Model)

 

활성화 확산 모형은 사람의 인지구조를 설명해 주는 대표적 모형 중 하나다. 이 모형은 각 개념 마디들이 고리로 연결돼 있다고 보는, 일종의 망 모형(Network Model)이다. (그림 1) 개념들 간 의미의 관련성 정도는 각 고리의 길이로 표현되며 개념들 간 위계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이 모형에서 중요한 전제는 망의 고리들을 따라 활성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 한 개념이 처리될 때 이 개념 마디와 연결된 고리를 따라 활성화가 확산돼 가고 확산 거리가 멀어질수록 활성화의 크기가 감소한다.

 

예를 들어, 빨강이란 단어가 제시되면 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오렌지색과 불과 같은 개념들은 강하게 활성화되지만 일출이나 장미와 같이 관련이 적은 개념들은 약하게 활성화 된다. 서로 근거리에 놓여진 정보들끼리는 하나의 정보단위(Chunk)를 이루게 되는데 이 정보 단위에서 정보가 교류될 때 스피드가 증가한다. 반면에 멀리 떨어져 있는 정보들 간에는 거의 교류가 이뤄지지 않는다.

 

위 모형에 따르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활성화 정도가 높고 거리가 멀면 멀수록 활성화 정도가 낮다. 활성화가 된다는 건 의미 파악이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어떠한 정보가 기억 체계 내에 들어오게 되면 연결 거리가 짧고 강도가 높은 단위들 간 활성화가 높다. 여기에서 새로운 생각을 하나 해볼 수 있다. 만약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경로(path)를 만들어주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그림 1>로 설명한다면 장미와 일출을 연결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나와서 장미와 일출과의 관계를 새롭게 얘기했다고 치자. 처음 들으면 아주 낯설다는 생각이 우선 들 것이다. 그런데 장미와 일출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이 뒤따라 붙는다면 어떨까? 만약 그 설명이 충분히 그럴듯하고 공감할 만한 내용이라면, 그랬었구나. 그래서 장미와 일출이 의미 있는 것이구나라고 수긍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만남에 의해 도출되는 낯섦과 공감대의 효과다.

 

2) 중간 불일치 가설 (Moderately Incongruity Hypothesis)

 

낯섦과 공감대의 효과가 발생하는 효과를 보여주는 또 다른 이론으로 중간불일치 가설이 있다. 이 가설을 직관적으로 설명하면 <그림 2>의 뒤집어진 U커브(Inverted U-Curve)로 나타낼 수 있다. 이때 Y 축은 정보처리의 양과 선호도를, X 축은 새로 들어오는 정보의 낯섦 정도를 각각 표시한다.

 

뒤집어진 U커브에는 크게 A, B, C 세 가지 중요한 지점이 있다. 만약 새로 들어오는 정보가 A 지점에 해당한다면, 다시 말해 기존 정보와 매우 유사하게 인지되는 정보가 들어오게 되면, 소비자는 이 정보를 기존 제품의 카테고리로 간단하게 처리한다. 소비자들은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려 하기 때문에 기존 정보와 유사하면 기존의 기억 내용 안에 저장해버리기 때문이다. “, 특별한 것 없군기존의 것과 비슷하잖아와 같은 평가를 내리면서 가볍게 정보처리가 끝난다. 이 경우에는 정보처리의 양이 줄어들게 돼 선호도가 특별히 높아지지 않는다.

 

한편 기존 제품과 매우 상이한 정보, C 지점에 해당하는 정보가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역시 소비자들은 최소의 노력에 최대의 효과를 목표로 하므로 새로운 정보를 기존 정보 안에서 해결하고자 우선 노력한다. 그러나 기존의 기억체계와 너무 다른 정보는 기존의 기억체계로 설명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는 최소의 노력만 들이려 하는데 쉽게 해소되지 않는 정보가 들어오면 정보처리에 대한 동기가 낮아진다. 이 경우 역시 소비자의 정보처리의 양이 줄어 제대로 된 기억구조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정보처리의 양이 적어지므로 결과적으로 선호도 역시 낮아진다. C 지점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무시되거나 잊혀진다.

 

그렇다면 어느 수준의 정보가 가장 좋을까? 그림에서 볼 때 B 지점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최선이다. B 지점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기존 제품에 대한 정보와 일정 부분 유사하지만 일정 부분 낯설기도 하다. 이런 형태의 정보가 들어오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소비자들은 이럴 경우 기존 정보 체계를 활용해 새로운 정보를 해석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존 정보체계와 일정 부분 유사하므로 정보처리 동기가 증가하며 상이한 정보를 어떻게 해서든 유목화(categorization)해 처리하고자 한다. 따라서 정보처리의 양이 증가하며 그 결과 선호도 역시 높아진다. 바로 이 부분이 낯설지만 공감대가 있는 장소다. 적당히 낯설면서 공감 가는 부분, 바로 중간 불일치가 일어나는 장소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일련의 제품들은 바로 B 영역에 해당된다. 기존의 애플2 컴퓨터에 제록스의 GUI 개념을 더했고, 다시 MP3플레이어를 접목시켰고, 다시 전화기능을 추가했다. 하나같이 낯설지만 공감 가는 영역으로의 진입이 이뤄진 것이다.

  

실제 마케팅 사례

 

하이네켄은 2009년 소셜마케팅을 활용한 기발한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해 맥주업계 마케팅에 새로운 트렌드를 몰고 왔다. 레알 마드리드와 AC 밀란의 경기가 있는 UEFA 챔피언스리그를 앞두고 하이네켄은 가짜 이벤트를 연다. 수백 명의 기자와 교수, 그리고 여자친구와 사전에 의기투합해 자신들의 남자친구를 따분한 가짜 클래식 공연에 오게 한다. 그 남자친구들은 레알 마드리드와 AC 밀란의 게임을 보고 싶어 했다. 억지로 끌려온 축구 팬들의 마음은 재미없고 따분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클래식 콘서트를 시작한 지 15분이 지나자 대형 화면에 손글씨로 다음과 같은 글이 씌어지기 시작한다.

 

“애인에게 싫다고 말하기 힘들었죠?”

 

“상사에게 싫다고 말하기 어려웠죠?”

 

이런 문구가 나오자 관객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낌새를 알아차렸고 즉시 놀라움과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음악이 바뀌면서 챔피언리스리그 주제곡이 연주되고 대형 화면에는 경기를 위해 출전하는 축구 선수들의 입장 장면이 나온다. 이제는 가짜 클래식 콘서트가 아닌 진짜 축구경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하이네켄의 로고가 보이고 실제 하이네켄이 증정된다. 이 이벤트는 스카이스포츠로 생중계되며 약 150만 여 명이 시청을 했고 뉴스에도 소개되며 약 1000만 명에게 노출됐다. 이벤트 이후 2주 동안 하이네켄 홈페이지에는 500만 명 이상의 추가 방문이 일어났고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에도 놀라움의 메시지가 넘쳐났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낯섦과 공감대의 포인트가 건드려졌기 때문이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디어를 조합할 때 따져봐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낯섦과 공감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21세기는 그야말로 완전 경쟁 시장이다. 누구나 성공을 꿈꾸지만 아무나 성공하는 건 아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한다. 어떤 떡잎을 키울 것인가? 낯섦과 공감대를 모두 갖춘 떡잎을 발견해야 한다.

 

신병철 스핑클그룹 총괄 대표 bcshin03@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경영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마케팅) 학위를 받았다. 저명 학술지인에 브랜드 시너지 전략과 관련한 논문을 싣고 브랜드와 통찰에 대한 연구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CJ그룹 마케팅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저서로 <통찰의 기술> <브랜드 인사이트> <통찰모형 스핑클> 등이 있다.

 

 

  • 신병철 | - (현) 브릿지컨설팅 대표 (Brand Consulting Agency)
    - 숭실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2005~현재)
    - 고려대 경영대/경영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 외국어대학교 경영대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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