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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마이너스 통찰력: 좋은 디자인은 명쾌하다

에린 조 | 126호 (2013년 4월 Issue 1)

 

 

현재 글로벌 산업디자인 트렌드의 속성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함(Design Simplicity)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디자인을 상품 차별화 요소로 강조해 성공한 회사들의 제품 디자인을 보면 과하지 않은 선과 형의 단순함이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Design Simplicity란 단순히 모양을 단순하게 하는 것(Simplification of Design)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을 통해 왜 심플한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 단순한 디자인의 장점은 무엇인지, 이를 매니저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1. Simplicity as a design principle

제품 디자인의 미적인 수준(aesthetic quality)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구성(composition)이다. 제품 디자인에서 좋은 구성이란 디자인적 문제를 풀어나감에 있어 불필요한 요소와 중요하지 않은 디테일을 제외해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 가장 근본적이고 단순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단순함을 강조하는 디자인의 원리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에 연결돼 있다. 미니멀리즘의 원리는 20세기 초,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일본 전통미술의 영향과 그동안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정교한 디자인이 기계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form follows function(모양은 기능을 따른다)’이라는 기조로 시장에 퍼져나갔다. 특히 유럽 바우하우스(Bauhous) 디자인스쿨과 데 스틸(de Stijl)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며 1940년대 건축기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 1960년대 건축디자인에 큰 획을 긋는다.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에 의해 잘 알려진 ‘Less is More’라는 표현은 단순하고 기초적인 선과 형태로 시각적으로 아름다우면서 기능적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미학적 전략을 반영한다 하겠다. 이러한 사고는 미국 산업디자인에도 팽배해져 디터 램스(Dieter Rams) ‘Less but Better’와 벅민스터 풀러 (Buckminster Fuller) ‘Doing more with less’로 발전한다. 이들은 필요없는 장식을 미적, 성능적, 구조적 요소를 모두 줄여버리는 절대적인 적으로 강등시켰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대체제가 늘고 소비자의 힘이 커짐에 따라 브랜드의 중요성이 점차 확대됐다. 이에 따라 기업의 CI 및 브랜드의 시각적 표현과 차별화 요구가 커졌다. 미니멀리즘적인 디자인 원리는 먼저 상품의 로고디자인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디자이너는 레이몬드 로위(Raymond Loewy)를 들 수 있다. 그는 미국 Shell, BP, Greyhound, Coca-Cola 등 유수기업의 로고디자인을 했다. (그림 1) 특히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1949 <타임>지의 표지모델이 되는데 이는 미니멀리즘 산업디자이너로서 로위의 사회, 경제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림 2)

 

 

 

 

건축양식에 부응하는 인테리어 상품과 가구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미니멀리즘은 점점 소비자 상품의 디자인 원리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미니멀리즘은 1980∼90년대에 들어서 ‘Less is Boring’으로 시작한 포스트모더니즘과 자연을 중요시하는 자연주의 미술 기조의 반발로 그 영향이 주춤했으나 21세기 들어 산업디자인, 특히 가전제품에서는 다시 가장 중요한 디자인 원리가 되고 있다. 미니멀한 접근방법으로 현재 큰 명성을 얻고 있는 디자이너로는 Mario Bellini, Philippe Starck(그림3), Ross Lovegrove, Naoto Fukasawa 등이 있다. 하지만 단순한 디자인의 경쟁력을 가장 잘 보여준 예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애플의 제품 디자인이다. (그림4)

 

 

 

 

 

좋은 디자인 능력은 무엇을 넣는냐가 아니라 무엇을 빼느냐에 대한 통찰력이다. , 어느 시점에서 멈추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디자인 원리를 가장 단순하고 명료하게 표현한 것이 KISS인데 이는 Keep It Simple, Stupid!에서 나온 약어다. KISS 원리는 Lockheed U-2SR-71 Blackbird spy 등의 전투기로 유명한 Lockheed Skunk Works 비행기 제조사의 수석 엔지니어였던 캘리 존슨(Kelly Johnson)이 쓰기 시작해 널리 알려진 표현이다. 특히 전투 시 비행기에 기계 고장이 생겼을 때는 아주 쉽게 이를 복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대비하는 부분에서도 중요하게 고려됐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해결책이 가장 유용하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KISS는 그후 엔지니어링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도 중요한 원칙이 되고 있다. 사실 KISS는 디자인이나 엔지니어링의 문제를 넘어 경영 전반에도 적용된다.

 

2. Why is simplicity important?

단순한 디자인이 절제된 감각자극으로 소비자에게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매력만 보여주려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단순함을 선호하는 심리를 설명할 때 사람이 사물의 전체와 부분을 어떻게 인지하는지를 설명하는 게스탈트(Gestalt) 이론이 종종 적용된다. 특히 게스탈트 이론 중 하나인 프레그난즈의 법칙(The law of Pragnanz 또는 the law of good figure)은 사람이 환경 속에서 물건을 인지할 때 가능한 가장 단순한 형태로 지각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인간의 뇌가 많은 것을 한꺼번에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실제 보통사람의 기억력(working memory)은 약 7개의 정보만을 동시에 약 18초 동안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사람의 뇌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패턴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복잡한 형태를 단순화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복잡한 형태보다는 이미 단순화된 형태에 대해 더 좋게 반응하며 더 쉽게 처리하는 것이다(Wolf, Kluender, Levi, Bartoshuk, Herz, Klatzky, & Lederman, 2008). 이는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선택의 수가 늘어나면 의사결정의 질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e.g., Keller & Staelin, 1987; Lee & Lee 2004).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인지하는 데 있어서도 이런 경향이 명백히 존재한다.

 

상품에 좀 더 가까운 예를 들어 보겠다. 2002년 미국 전자제품협회(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에서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 의하면 87%의 소비자가 전자제품을 고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를 사용 편의성(Ease of Use)이라고 답했다(Consumer Electronics, 2002). 단순함이 사용편의성과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소비자는 디자인이 단순한 제품을 쓰기 쉬운 제품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소비자가 단순한 것을 접근성이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접근성 (accessibility)이란 심리적으로 내가 쓸 수 있고 나의 사용 능력 범위 안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을 말한다.

 

더욱이 단순한 제품은 제품이 가진 주요 요소들이 좀 더 빠르게 상호작용하며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사실 우리의 삶이 더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단순함이 주는 가치를 존중한다. 또한 단순한 상품은 사용 방법을 배우느라 쓰는 시간과 인지적 투자를 줄일 수 있으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시장에서 고를 수 있는 대체재가 많아지고 기술의 발달로 새 상품과 프로토콜이 변하고 넘치는 현 시장 상황에서 아름다움과 기능, 구조의 단순함은 현대인이 갈구하는 인생의 요소와 부합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대상에게 보답하고 신뢰하려는 경향이 있다. 단순함이 주는 편안함과 질서, 접근성, 효율성의 모든 요소는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상품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을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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