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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혁신, 어떻게 만드나?

로베르토 베르간티(Roberto Verganti) | 116호 (2012년 11월 Issue 1)

 

소비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그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혁신을 창조하는 법은 무엇일까? 시장을 주도하는 기존의 상품들과는 차별되면서도 소비자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는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대부분의 경영학자들에게 급진적 혁신이란급진적 기술 혁신의 줄임말이다. 그들은 신기술이 산업에 가져오는 파괴적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사람들이 제품이 아니라 그 제품이 담고 있는의미를 구매한다는 것을 잊고 있다. 사람들은 실용적인 이유뿐 아니라 감정적, 심리적, 사회문화적인 이유들로 물건을 사용한다.

닌텐도, 애플, 아르테미데(Artemide),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알레시(Alessi)와 같은 회사들은디자인 중심의 혁신전략으로 의미의 급진적 혁신을 이뤄냈다. 닌텐도의 ‘Wii’ 콘솔은 소수의 게임팬들만 즐기던 비디오 게임기를 사회화라는 과정을 통해 누구나 활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가정용 오락기기로 변환시켰다. 또 홀푸드마켓은웰빙 식단이란 적게 먹고 맛없게 먹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이를 황홀한 쇼핑 경험으로 바꿨다. 닌텐도와 홀푸드마켓은 소비자들이저게 내가 진짜 원하던 것이다라고 느끼게 해줬다. 이러한디자인 중심의 혁신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낸다. 디자인 중심의 혁신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지속 가능한 높은 영업이익과 브랜드가치를 만들어 낸다.

이런 의미의 급진적 혁신은 사용자 관찰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만약 닌텐도가 기존의 게임기 소비자인 10대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데 그쳤다면 게임기의 의미를 재정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저 기존의 소비자들을 가상세계에 더 몰입하게 하는 쪽으로 콘솔게임을 개량했을 것이다. 사용자 중심의 혁신은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의미에 의문을 던지지 못하고 그것을 강화시킬 뿐이다.

디자인이 주도하는 혁신은 기존 시스템의 개선이 아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제안하는 것이다. 디자인이 주도하는 혁신을 하는 회사들은 사용자들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조금 더 넓은 안목으로 바라본다. “삶의 진화라는 측면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제품이나 서비스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어떤 종류의 경험들을 사랑하게 될까?” 하는 질문들을 던지는 것이다.

이런 연구를 꼭 혼자서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가족이 집에서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행동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 연구하는 건 식료품회사뿐 아니라 부엌용품 제조사, 백색가전 제조사, TV방송사, 인테리어 건축가, 푸드 저널리스트와 식료품 소매업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이 행위에 사람들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조사하고 자기 나름대로 이를 설명하는 해설자(interpreter)가 된다. 디자인 중심의 혁신을 하는 회사들은 이러한핵심 해설자들을 찾아내고 교류하는 능력이 경쟁사들보다 뛰어나다. 디자인 중심의 혁신은 해설자들과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여기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행동은듣기. 새로운 의미에 대한 접근통로를 넓히는 작업이다. 성공적인 회사들은 다른 경쟁자들이 간과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해설자들을 찾아낸다. ‘네트워크 밖을 찾는 것이다. 두 번째 행동은해석이다. 해석은 브레인스토밍보다 깊고 정확하게 조사하는 능력이다. 순간적인 영감이 아니라 조사를 통해 얻어진 지식을 공유해야 한다. 해석의 결과로 획기적인 의미를 갖는 하나의 제품군을 만들 수 있다. 세 번째 행동은 ‘접근’이다. 의미의 급진적 혁신은 종종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때 회사들은 해설자들의 매력적인 영향력을 이용해 소비자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 해설자들은 새로운 혁신에 맞춰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내부화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설자들은 회사의 제안을 더 매력적이고 더 의미 있는 삶의 맥락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이러한 프로세스의 리더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경영자다. 경영자에겐 재능 있는 해설가들을 찾아내고 회사의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이를 전파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경영자 자신이 창의적일 필요도, ‘구루가 될 필요도 없다. 적절한 혁신 프로세스와 혁신 역량을 만들 수만 있다면 모든 경영자들은 고객들이 사랑할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로베르토 베르간티밀라노 공과대학 교수·<디자이노베이션> 저자

베르간티 교수는 밀라노공과대에서 혁신경영을 가르친다. 하버드대와 코펜하겐대에서 연구했으며 보스턴 디자인경영연구소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또한 컨설팅업체인 PROject Science의 창립자이며 페라리,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네슬레, HP, 유니레버, 보다폰 등의 기업과 세계 여러 나라 정부의 혁신 디자인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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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베르토 베르간티(Roberto Verganti)

    로베르토 베르간티(Roberto Verganti)

    -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니코 혁신 경영 전공 교수
    - 기업의 전략적 혁신을 돕는 컨설팅회사 프로젝트 사이언스(PROJECTSCIENCE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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