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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의 전환, 혁신의 출발

이정민 | 8호 (2008년 5월 Issue 1)
기업이나 디자이너는 신제품을 내놓을 때 ‘새로움’, 즉 ‘혁신’에 대한 압박을 떨치지 못한다. 이전의 제품과 확실히 차별화되는가, 다른 제품보다 앞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가…. 이에 대한 끊임없는 압박은 때로 엉뚱한 제품을 개발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아무도 제안한 적 없는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만이 혁신적인 디자인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관점의 전환을 통해서 얼마든지 혁신적인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응용해 관점의 전환으로 혁신을 보여준 아이디어 사례들을 살펴보자.
 
자연을 가장 자연스럽게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자연을 모방한 작품은 사람들에게 언제나 놀라움을 준다. 디자이너 메리 템플(Mary Temple)은 자연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느낌의 방을 디자인했다. 언뜻 보면 방안은 바깥의 자연 풍경이 그림자로 비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광경은 템플이 철저한 계산으로 만들어낸 착시 현상이다. 그림자가 비치는 현상을 철저히 측정하고 분석해 방 안에 자연을 그린 것이다.
 
템플이 자연을 모방한 공간을 제시했다면 디자이너 프로엔자 슐러(Proenza Schouler)는 자연을 모방한 패션을 선보였다. 2008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슐러의 드레스는 어깨 부분을 새의 깃털로 장식했다. 하지만 이는 얇은 시폰을 프린트해 일일이 레이저 커팅 작업을 거쳐 새의 깃털처럼 만든 것이다.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루이비통의 컬렉션에서 물에 젖은 스커트를 선보였다. 이 스커트는 물이 튀어 젖은 듯한 느낌을 주는데 실제로는 캐시미어 펠트 소재에 특수 코팅 처리를 해 옷이 젖은 듯한 효과를 완벽하게 구현한 것이다.
 

 
경험을 디자인하라
내가 살 제품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면?’ 이는 소비자 대부분이 바라는 것이지만 기업이 실제 이루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독일의 스포츠아웃도어 전문 판매업체(retailer) ‘글로브트로터(Globetrotter)’는 이를 현실로 이뤄냈다. 이 회사의 쾰른 매장은 체험을 원하는 소비자의 열망을 실현하며 혁신적인 공간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최근 세계 리테일러(retailer) 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이 매장은 소비자가 야외에 나와 있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 천장이 모두 유리로 설치됐다. 1층 바닥에는 작은 호수가 마련돼 소비자가 다이빙을 체험하거나 카약이나 보트를 직접 타볼 수도 있다. 암벽을 등반할 수 있는 공간부터 방수복과 방한복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웨트룸(wet room)과 아이스룸(ice room)까지, 소비자가 스포츠 용품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여주는 거울
프랑스 디자인그룹 라디 디자이너스(Radi Designers)의 로버트 스태들러는 ‘+336+SMS 미러’라는 가상거울(virtual mirror)을 개발했다. 일상의 오브제와 디지털을 접목해서 만든 이 거울은 거울 앞의 대상을 반사해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 위에 다른 문자 이미지도 겹쳐 보여준다. 예를 들어 사람이 일정 거리 내에서 거울을 보고 있으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거울에 나타나는 방식이다. 이제 바쁜 아침 시간, 거울을 보면서 하루의 스케줄이나 그날의 뉴스를 체크할 날이 멀지 않았다.
 
자동차 에어백을 장착한 배낭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박람회인 ‘ISPO’에서 구조재난용품 ‘SNOWPulse’가 2008년 올해의 신상품(Brandnew) 부문을 수상했다. 눈사태가 나면 대부분 눈에 묻히거나 정신을 잃어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은 배낭에 에어백을 장착해 눈사태시에 이런 위험을 피하도록 개발됐다. 이 제품은 매우 가벼운 재질을 사용해 무게 부담이 덜하고 눈사태가 일어나면 3초 안에 에어백이 부풀어올라 머리와 목을 보호하고, 숨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게다가 자동차 에어백과 달리 한 번 사용한 뒤 에도 산소를 주입해 재사용을 할 수 있다.

필자는 서울대 의류학과 졸업 후 미국 뉴욕주립대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를 거쳐 서울대 의류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패션 트렌드 컨설팅회사 PFIN의 이사로 재직 중이며, 삼성디자인학교(SADI) 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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